룸살롱, 안마 시술소 vs 모텔과 나이트클럽

현장르포

룸살롱, 안마 시술소 vs 모텔과 나이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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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2006년 독일 월드컵의 함성에 휩싸였다. 월드컵으로 인해 새로운 풍속도가 탄생할 만큼 전 인류의 화제가 되고 있는 월드컵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이들도 있다. 유흥업 종사자들은 새벽마다 벌어지는 월드컵 경기 때문에 ‘몸 만들기’에 나선 남성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겼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2006년 독일 월드컵이 한국 사회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이 독일에서 진행되는 탓에 한국 시간으로는 늦은 밤, 그리고 새벽에 경기가 치러진다. 월드컵을 즐기고 싶은 이들 입장에서는 눈은 즐겁지만 몸이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경기를 다 보지는 못해도 꼭 챙겨서 봐야 하는 빅 매치는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밤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분위기로 가장 타격을 입은 이들은 본래 밤무대의 주인공이던 유흥·윤락 업계다. 남성들의 밤을 책임지던 유흥·윤락 업계가 독일 월드컵이라는 만만찮은 상대의 도전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밤 10시 경기를 보려는 남성들은 아예 술자리를 피한 채 일찍 귀가하고, 새벽에 진행되는 경기를 보고자 하는 이들 역시 술에 취해 보고 싶은 경기를 놓치지 않을까 유흥업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끊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의 경우 한국전이 벌어지는 날이면 축제의 도가니에 빠지면서 나름 특수를 누린 바 있는 유흥·윤락 업계가 이번에는 월드컵 경기에 손님을 빼앗긴 채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놓고 월드컵이 끝나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새로운, 그러나 강력한 도전자인 독일 월드컵에게 밤무대의 주인공 역할을 빼앗긴 유흥·윤락 업계가 만만치 않은 반격을 시작했다.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으로 인해 빚어진 대한민국의 밤거리 신풍속도를 살펴보았다.

쇼킹 수준의 응원복 입은 ‘나가요 걸’ 등장
“업계 불문율 깨다니…” 자성의 목소리 높아
가장 확실하게 독일 월드컵 직격탄을 맞은 업계는 룸살롱이다. 가장 주된 고객인 접대 관련 술자리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후 일반 손님들의 발길까지 뚝 끊겼다. 업계 관계자들은 10~20% 가량의 손님만 줄어들었다고 얘기하지만 룸살롱 밀집 지역 분위기를 살펴보면 그보다 훨씬 심각해 보인다. 애초 룸살롱 업계는 이처럼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것이라고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일정 부분 손님이 줄어들 것이고 한국전 당일에는 더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만 예상했을 뿐이다.

때문에 어차피 손님 감소가 불가피하다면 단골손님 관리에 신경 써 후일을 도모하자는 입장이었다. 이런 까닭에 몇몇 룸살롱 웨이터들은 단골손님들에게 붉은 악마 응원 티셔츠를 우편으로 보내는 등 독일 월드컵 관련 고객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정작 당황스러운 부분은 대한민국의 축구 열기가 예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전은 물론이고 외국 경기까지 챙겨 보려는 이가 많아 룸살롱을 찾는 발길이 부쩍 떨어지기 시작한 것. 우선 업계가 집중한 것은 유일한 특수의 기회일 수 있는 토고전이었다. 밤 10시에 경기가 진행되는 까닭에 경기 직후인 12시부터 손님이 몰려들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위해 몇몇 룸살롱에선 단체 응원전을 주선했다. 인근 호프집을 통째로 빌려 단골손님들을 초대해 맥주와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며 월드컵 단체 응원을 주도한 것. ‘나가요 걸’들이 섹시한 의상으로 서빙에 나서 경기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룸살롱에서의 2차를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해 쏠쏠한 수익을 올린 업소들도 있다.

심지어 길거리 응원을 호객 행위의 장으로 활용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업소들도 있다. 야한 응원복 차림으로 길거리에 나서 승리의 기분에 들떠 거리를 배회하는 남성들에게 다가가 호객 행위를 벌인 것.

이런 분위기에서 강남의 한 룸살롱이 업계의 불문율을 깨는 파격 서비스로 화제가 되고 있다. 소위 하드코어라 불리는 룸살롱이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곤 하지만 한 가지 허물어지지 않은 마지노선이 있다. 바로 마지막 속옷인 팬티의 착용이다. 물론 각종 쇼를 선보이는 상황에선 팬티까지 벗어 전라 상태가 되곤 하지만 이는 쇼일 뿐 술자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최소한 팬티는 착용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 월드컵이 ‘나가요 걸’의 팬티까지 벗겨버렸다.

애초 이 업소가 준비한 서비스 컨셉트는 붉은 악마였다. 나가요 걸들에게 본연의 ‘룸복’ 대신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힌 것. 그런데 어차피 상의의 경우 술자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벗기 때문에 별 효과를 누릴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이 업소에서는 술자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붉은 악마 응원복인 상의는 입고 하의인 팬티를 벗도록 만든 것이다.

이를 두고 룸살롱 업계 내부에서 먼저 반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유흥업계의 특성상 한 업소가 과감한 서비스를 시도해 손님 모으기에 성공하면 어느새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 특별 이벤트 역시 룸살롱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룸살롱 업계 관계자들은 바로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 인근의 대형 기업형 룸살롱 C 업소의 한 웨이터는 “팬티까지 벗는다면 룸살롱이라는 간판을 떼고 짝집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불문율은 스스로 지켜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의 업소가 파격적인 서비스로 높은 손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차를 나가는 손님들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머니가 모럴’일 수밖에 없는 유흥업계의 상황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소 마니아들 “줄 설 필요 없다”며 좋아해
붉은 악마 티셔츠가 변태적으로 변질되기도
윤락 업계 역시 치명타를 입기는 매한가지지만 룸살롱만큼 치명적이지는 않다. 원체 마니아들이 즐겨 찾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업계가 침체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성매매 특별법 도입 이후 윤락 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에 빠져들었고 최근 집중 단속까지 시작돼 어차피 손님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재미있는 부분은 한국전이 열리는 시간에도 윤락업소를 찾는 이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장안동 소재의 한 불법 남성 휴게텔에서 근무 중인 한 윤락 여성은 “고등학생이던 2002년 거리 응원에 참석해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4년을 기다린 토고전이 열린 시간에는 일을 해야 했다”며 “밤 10시를 전후해 업소를 찾은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오히려 기다리지 않을 것 같아 이 시간에 맞춰 업소를 찾았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내쉰다. 하긴 전 국민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윤락업소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월드컵 한국전이 편하게 업소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경찰력이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거리 응원에 집중되는 까닭에 단속의 위험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 장안동의 한 남성 휴게텔 업주는 “2002년에도 한국전이 열리는 시간에 업소를 찾은 손님이 있었다. 오는 손님들을 막을 수 없어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붉은 악마 응원 복장은 윤락업소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강남 테레한로 인근의 몇몇 퇴폐 안마 시술소에서 선보인 ‘길거리 응원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길거리 응원의 뜨거운 분위기를 룸으로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으로 일본식 이미지 클럽 방식 서비스인 이마쿠라를 길거리 응원과 접목했다. 예를 들어 교복이나 간호사 복장, 혹은 스튜어디스 복장 등을 입은 윤락 여성이 성매매에 나서는 것이 이미지 클럽이다. 그런데 월드컵 열기로 인해 붉은 악마 응원복까지 이메쿠라 서비스 대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실 길거리 응원에 나오는 여성들의 야한 의상을 보며 묘한 생각을 한 게 사실이다. 이리저리 밀리면서 야한 의상의 여성들과 맨살이 부대끼다 보면 묘한 성적 흥분이 생기곤 한 게 사실”이라는 회사원 김 모씨는 “그런데 안마 시술소에서 길거리 응원 당시 느낀 갈증을 해결하게 돼 기쁘다”고 얘기한다. 전 국민을 한마음으로 모아주는 붉은 악마 티셔츠가 윤락 업계에서는 변태적인 성매매 도구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남자 손님 부킹 성공률 200%인 나이트클럽
월드컵 특수로 희희낙락하는 모텔 업계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얘기가 두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축구, 그리고 또 하나는 군대 얘기다. 우스갯소리로 이 두 가지를 엮어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얘기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물론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만들어내며 상당수의 여자들도 축구에 애정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축구 사랑은 남자들이 훨씬 큰 것 같다. 이는 요즘 나이트클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의 나이트클럽은 손님으로 온 남성과 여성을 부킹으로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남녀의 비율을 맞추는 것인데 늘 남성 손님이 더 많게 마련이다. 따라서 나이트클럽 입장에서 여자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남성 손님들이 평가할 때 수준(?) 높은 여성 손님이 많은 나이트클럽이 일명 ‘물 좋은 업소’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강남 소재의 물 좋은 나이트클럽에서 근무 중인 웨이터 제임스 딘은 “남성 손님들의 경우 외국 경기에도 관심이 많아 이를 시청하기 위해 나이트클럽 출입이 급감했으나 여성 손님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이유로 독일 월드컵 개막 이후 여성 손님의 수가 훨씬 많아 남성 손님들이 대접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나이트클럽 측에서는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남녀 비율이 맞지 않아 원활한 부킹이 어려워 비교적 이른 시간에 영업을 마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런 상황에서 나이트클럽을 찾는 이들, 특히 남성들은 환호하고 있다.

토고전이 벌어진 날 나이트클럽을 찾은 회사원 김 모씨는 “내 생애 최고의 축구 응원이었다. 한국이 16강 이상 진출해 다시 한번 밤 10시에 경기를 치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김씨가 나이트클럽을 찾은 이유는 회사와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인근 호프집에서 토고전을 관람할 예정이던 김씨 일행은 나이트클럽에서도 대형 화면으로 토고전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토고전에서 한국이 승리할 경우 승리의 기쁨에 들뜬 여성들과 손쉬운 부킹과 2차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분위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손님 대부분이 여성들이라 여유 있게 골라가며 부킹을 할 수 있던 것.

“그날 나이트클럽에서 토고전을 관람한 여성들은 대부분 나이트클럽 마니아들이었습니다. 그만큼 2차를 나가는 데도 거부감이 없는 이들이었지요. 평소 나이트클럽에 가서 이런 여성과 부킹이 되는 것을 꿈꾸곤 했는데, 그날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저보다 적극적인 이들이었어요. 10여 명에게 연락처를 받아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여성과 2차를 나가 짜릿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김씨는 다른 한국전 경기가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는 새벽 4시에 열린다는 부분을 안타까워했다. 이런 까닭에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려 다시 한번 밤 10시에 경기를 치르길 기원했다. 하지만 16강 이상의 경기는 대부분 새벽에 편성돼 있다.

월드컵으로 인해 웃음을 머금은 업소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모텔이다. 지난 13일 열린 토고전 직후 길거리 응원이 벌어진 지역 인근 모텔들은 짜릿한 역전승의 기분을 주체하지 못한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 14일 새벽 1시경 신촌 지역의 모텔 촌에선 방을 구하지 못한 연인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였다. 종로 지역의 한 모텔 관계자는 “평소 대실 시간이 밤 11시 30분까지인데 13일은 새벽 1시까지로 연장해 경기 관람 후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대실 손님이 비교적 늦은 새벽 1시쯤 나갔지만 한 시간쯤 지나 다시 숙박 손님이 몰려 방이 다 찼다”고 당일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새벽 4시에 열린 다른 경기에서도 그대로 연결됐다. 모텔에서 한국전을 관람한 이들이 있기 때문. 연인들이 숙박 손님으로 모텔을 찾아 좋은 시간을 보내며 한국전을 관람한 것. 또 어떤 이들은 밤 시간에 모텔을 찾아 좋은 시간을 보내다 한국전 시간에 맞춰 길거리 응원에 동참했다. 새벽에 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길거리 응원이 펼쳐지는 곳 인근의 모텔을 숙소로 활용한 것이다. 이에 맞춰 몇몇 모텔에서는 모텔에서 월드컵 한국전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맥주와 안주류를 무료 제공하는 서비스를 펼치기도 했다.


글 / 조재진(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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