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아줌마가 취업할 곳은 많다”

“세상은 넓고 아줌마가 취업할 곳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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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만 15개, 전국에 51개가 운영되고 있는 ‘여성인력개발원’. 정부나 지방 자치의 지원을 받아 무료 혹은 저렴한 수강료로 주부들의 취업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주부 열 명 중 아홉 명이 인력개발원을 모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는 것이 힘이고 시작이 반이다. 취업은 원하지만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전업주부들. 단지 집 밖으로 한 걸음 떼기가 어려운 게 아닐까?

주부 취업이 뜨고 있다!
“적극적은 태도 중요, 인력난의 틈새를 노리자”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사상 최대 수치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부족 현상과 함께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력수급의 불일치가 더 큰 문제다. 고학력 청년층들이 대기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기피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력난의 틈새를 잘 이용하면 주부들은 취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인력 실태조사 결과, 전체 중소기업체의 11%를 차지하는 중소제조업의 부족 인력은 약 14만 명이라고 한다. 이 중 사무관리직, 서비스직, 판매관리직 등 여성 취업에 적합한 업종의 부족인원은 약 2만여 명. 중소기업 대상의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인력부족 타개책으로 ‘여성 인력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의견이 가장 높은 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려고 해도 사회 활동경험이 없거나 일을 그만둔 지 오래된 전업주부들은 무엇부터 시작할지 망설이게 마련이다. 게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혹은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고민한다.

이런 주부나 여성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바로 ‘여성인력개발센터’다. 이곳은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취업이나 이직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정부와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무료 강좌도 많고 사설 학원보다 적은 수강료로 고가의 취업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무료 취업 지원실도 운영하고 있어 직업 전문 강사들과 1:1 상담도 가능하다. 빠른 구인정보나 창업 지원 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국 5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력개발원 중 종로 여성인력개발센터(www.sbwomen.or.kr)에서는 올해 국비 지원을 받아 ‘웨딩 컨설턴트(플래너)’ 3개월 과정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일반 사설 학원은 1백30만원 정도로 교육 단가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그런 이유로 교육과정도 선발을 거쳐 수강생을 모집했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교육을 받고 있는 주부들을 직접 만나봤다. 20년 동안 전업주부로만 생활한 조영애씨(43)는 육아나 집안일만 했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드디어 그 희망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 아직 교육 중이지만 이미 그녀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집에만 있다 보니 외적으로 꾸밀 줄도 모르고 생활이 나태해지죠. 그러나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가족들에게도 더 잘하게 되더군요. 수강생 중 나이가 가장 많지만 젊은 사람들과 다른 친근함을 무기로 삼으면 나이도 장점이 되지 않겠어요?”

그녀는 아이들에게도 멋진 엄마가 되고 싶었다. 점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40대라도 앞으로 20, 30년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될 거라 생각한다. 취직할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 나이라는 숫자에 너무 얽매여선 안 된다는 얘기. 적극적인 성격의 이순영(37) 주부도 전업주부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내가 도전할 분야를 정하고 계속 관심을 갖고 기회를 노리세요. 설사 그 경험이 실패하게 되더라도 분명히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정현(30) 주부는 현재 임신 중임에도 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수강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다.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스스로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도 좋으니 이것도 태교라고 생각하고 다녀요.”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전업주부에게 일단 용기를 가지라고 한다. 학력이나 나이의 높고 낮음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우선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전화문의도 해보고 직접 발품을 팔아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보길 권한다. 집안 살림만 하던 조영애 주부도 막상 인력개발원에 나와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배움에 도전하는 일이야말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여성부 재취업 지원 정책
“2010년까지 여성 일자리 60만 개 만든다”
잠재 여성 인력 활용과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여성부가 여성들의 재취업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여성부는 2010년까지 여성 일자리 60만 개를 창출하고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55%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요구에 적합한 여성 인력을 양성하고 여성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 정책의 주요 내용. 이번 계획은 여성가족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14개 부처가 1년여 간 조율한 끝에 나왔다.

신규 사업 62개와 기존 사업을 확대한 78개 사업으로 여성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대부분 육아, 가사, 노인부양, 간병 등 현재 가정 내에서 해결하고 있는 ‘돌봄’ 노동을 사회 제도화해 일자리를 만든다. 2008년 7월부터 실시하는 노인수발보험제에 따른 수발요원 5만여 명, 간병인(5만 명), 보육교사(4만 5천여 명), 산모·신생아 도우미(4천3백여 명) 등이다. 여성 노인들을 돕는 실버시터와 문화체험강사, 생활체육지도사 등 29만 7천 개의 일자리도 만든다.

또한 정부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여성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공단 지역에 ‘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를 설치한다. 이곳에서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맞춤형 취업 훈련도 실시한다. 그리고 출산에 따른 해고를 막기 위해 ‘출산후계속고용지원금’을 신설하고 임신, 출산한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6개월 간 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
종로 여성인력개발센터 김건희 계장
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분들은 주로 어떤 여성들인가?
센터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홍보가 없다. 그래서 스스로 문의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일을 하지 않았어도 자원봉사 등으로 사회생활을 했던 적극적인 여성들이 주로 온다.

창업을 위한 강좌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이 강좌를 들으면 바로 취직된다’는 프로그램은 없다. 그러나 자기가 강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길은 무궁무진하다. 가령 ‘의류 제작 및 수선’이라는 강좌를 듣고 옷수선 점포를 창업할 수도 있고 ‘풍선 아트’나 ‘POP 제작’ 강좌를 듣고 프리랜서 활동할 수도 있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 강좌를 듣고 쇼핑몰에서 물건을 파는 주부들도 꽤 많다.

‘인터넷 쇼핑몰’ 강좌는 어떤 내용을 가르치나?
요즘은 ‘메이크 숍’이란 솔루션이 있어 자신이 직접 쇼핑몰을 만들기보다 대형 쇼핑몰에 자신의 공간을 분양 받아 쇼핑몰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많다. 남보다 물건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포토샵을 가르쳐준다.

인기 있는 강좌는 주로 어떤 것인가?
취업이나 창업에 관련된 강좌가 아무래도 인기가 많다. ‘웨딩 컨설턴트’나 ‘커피 바리스타’ 과정으로 창업하시는 분도 꽤 된다. 그리고 영어 어학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일반 학원은 주부님들이 다닐 만한 영어학원이 많이 없다. 여기는 알파벳부터 시작하는 강좌도 있다.

취업이 잘되는 주부의 특징은?
현실적으로 미혼 때 일을 했던 사람들이 전업주부 생활만 했던 사람들보다 더 취업률이 높긴 하다. 그러나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 본다. 인사 관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일에 대한 적극성’이기 때문이다.

● 성공한 취업 여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① 웨딩 업체 인턴 과정
김인아(29) 주부

취업 교육을 받게 된 계기는?
결혼하고 임신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출산 후 다시 재취업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인력개발원에서 하는 ‘웨딩 컨설턴트’ 강좌를 발견했다.

교육을 받던 중간에 취업이 된 경우라고 알고 있다.
우연한 계기였다. 개발원의 교육 과정과 현장 실습을 나갔던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웨딩업체 관계자가 우연히 그것을 본 모양이다. 취업 의뢰가 들어왔고 현재 인턴 과정 중이다.

강좌가 실무 교육에 도움이 됐나?
실제 고객을 상담해보니 선생님이 했던 말을 내가 고객에게 하고 있었다. 그만큼 강의가 현실적이고 실무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웨딩 컨설턴트란 일을 소개한다면?
결혼 준비는 보통 3~6개월이 걸린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렇게 두 번 하면 1년이 지나간다. 그동안 고정 수입이 없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수요도 많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시간을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자본이 전혀 필요 없는 창업이 아닌가.

취업 교육을 희망하는 주부들에게 한마디.
‘뭔가 하겠다’는 적극성만 있으면 교육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력개발센터의 교육은 실무를 접해본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나에게 열까지 세심하게 가르쳐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② 10년 경력 베이비시터
김애숙(60) 주부
일을 시작한 계기는?
자식들을 대학에 보낸 뒤 내 일을 갖고 싶었다. YWCA에서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고 나니 아주 보람된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베이비시터란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원래 아기들을 좋아한다. 바쁜 직장 여성들을 대신해 그들의 보물 1호를 돌보는 일이 참 의미 있다고.

10년 경력의 노하우가 있다면?
나는 다행히 10년 넘게 일했지만 한 번도 안전사고가 없었다. 아이들은 다 예쁘지만 각각 성품이 다르다. 육아일지를 쓰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오늘 하루 아기가 어떻게 지냈는지, 뭘 먹었는지 엄마가 알 수 있도록 상세히 쓴다.

한 달 수입은?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9시간을 봐주는 것이 기본으로 9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기본급만 받는 베이비시터들은 거의 없다. 주말을 끼고 일할 수도 있고 하루에 9시간 이상 봐주는 경우가 많아 수입은 더 오른다.

베이비시터를 꿈꾸는 주부들에게 한마디.
우선 휴직될 걱정은 없다. 신생아는 계속 출생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조금만 예뻐하고 이유식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음식 솜씨라면 누구든 가능하다. 보람도 있고 기쁨도 있는 직업이다. 해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글/이유진기자 사진/박원태 자료제공/종로 여성인력개발센터·YWCA·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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