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바(Jawa)족, 남성 우월 사회로 강제혼도 가능

농촌에서는 아직까지 당사자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부모의 뜻대로 혼인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이든 여자에게 정혼자가 없음이 확인되면 신랑 측에서는 신부 측의 친족, 즉 부모나 대리자에게 옷 등의 선물을 주는 것으로 혼약이 된다. 이후에 혼인 날짜를 의논하는 모임을 갖는데, 여기선 신랑신부의 출생일을 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안건이 된다. 우리나라 사주나 궁합을 보는 것과 비슷하게 신랑신부가 태어난 연월일시 네 간지로 결혼 날짜를 정한다.
두 배필감이 만나기 2~3일 전에는 ‘아속 뚜꼰’이라는 의식이 행해진다. 이 의식은 상징적으로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예물을 주는 것이다. 돈이나 음식물, 혹은 가재도구, 소, 물소, 말 등으로 신부 부모나 대리인에게 전달한다. 예물 전달 과정은 친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해지며 이 풍습은 신부의 몸값을 지불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 같은 혼인 형태 외에도 여자의 집 일을 해주고 혼인하거나, 상대 집안으로부터 선물이나 상으로 아내를 얻는다. 또 여자 측이 청년 측에 정혼하거나, 강제혼을 하는 방법도 있다. 대개 쟈바족의 혼인 풍속은 남성 우월적이다.
혼례식 전날 신부 측 친족은 조상의 묘를 찾는 의식을 행하는데 이날 밤에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신부의 혼인을 축복해준다고 믿는다. 혼례식 날이 되면 지역의 종교 사무소를 방문해 종교예식으로 혼인을 성사시킨다. 신랑과 신부 대리인이 혼인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나면 신랑은 이슬람 법이 규정하는 얼마의 돈을 신부 측에 지불한다. 즉 평등한 대우 속에서 동등하게 혼인하기보다 신부가 신랑에게 선물처럼 안겨진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계급과 연령, 사회적 지위에 민감한 쟈바족의 특성이 혼인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발리(Bali)족, 여자가 낮은 신분과 결혼할 경우 가문에서 추방
90%가 힌두교도로 오늘날까지 힌두 문화를 간직하는 발리인들. 이들은 인생에서 혼인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혼인을 해야 사회의 완전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친족의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리족의 전통 혼인은 씨족제도와 카스트제도의 전통에 따라 씨족 내혼의 특성이 있다. 발리인이 말하는 같은 씨족의 사람이란 힌두교와 카스트제도의 같은 계층의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씨족 내의 혼인을 유지하여 타 계층과의 갈등이나 대립을 예방한다.
또 자신들의 높은 계층에 속하는 여자가 낮은 계층의 남자와 혼인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만약 서로 다른 카스트와 혼인이 이루어지거나 여자가 낮은 계층의 남자에게 시집갈 경우 집안에서는 가문의 수치로 여겨 씨족에서 추방하고 먼 곳으로 유배했다. 이와 같이 씨족 내혼 전통에 엄격한 발리족의 혼인 풍속을 1951년 법률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카스트제도의 골간은 계속되고 있다.
혼례식 후 발리족 신혼부부에게 주거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혼부부의 주거지가 족보와 그들의 유산 상속권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신랑의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주거지에 살게 되지만 반대로 신부 집안의 주거지에 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부부가 신랑 측 부모와 함께 거주할 경우 그들의 후손은 가부장제를 따르는 것으로 간주되어 부계 씨족 구성원이 되며, 부계로부터 재산을 상속받는다. 신부 측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부부의 후손은 모계를 따르는 것으로 아내의 씨족 구성원이 되어 재산과 상속권을 부여받는다. 이 같은 경우엔 아내가 가문을 대표한다. 하지만 대개 부계 중심이고 남자의 혈통을 통해 가계가 계승된다.
■기획 / 이유진 기자 ■ 어시스트 / 노명지 ■ 자료 / 「세계의 혼인문화」(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