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딸이 MIT 공대에 당당히 입학해 자식 농사 잘 지은 것으로 더 유명해진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전평국 교수가 직접 딸에게 시도한 수학적 사고력 기르기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조기 교육, 보습학원, 고액 과외와는 상관없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수학 교수 아빠가 고른 최고의 장난감
돌 무렵 딸에게 놀이용으로 선물한 것은 머리, 몸통, 꼬리 세 조각으로 이뤄져 개, 말, 기린, 코끼리 등을 조합하도록 만든 동물 조립 장난감이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딸은 의도적으로 잘못 조립하는데 재미를 붙였다. 단순해 보이는 이 과정은 동물을 식별, 분류하는 능력과 추론력을 동반해야 하며, 일종의 경우의 수의 경험이기도 했다.
카드와 화투도 다시 보자
딸 아이가 만 3세가 되었을 무렵 화투 게임을 즐겨했다. 고스톱이 아니라 기억력 게임으로 말이다. 마흔 여덟 장이 네 장씩 짝이 지어진다는 사실을 익힌 딸은 두 달 정도 지나자 화투의 모양과 위치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카드놀이, 화투놀이 등 게임을 통해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도왔다.
체중계, 줄자 등 주변에 널린 것이 곧 학습 도구
측정법을 가르치기 위해 따로 시간 낼 필요가 없다. 목욕 후 곧바로 몸무게와 키를 재어 그 변화를 그래프나 표로 벽에 그려 넣으면 좋다. 이때 단위는 cm는 ‘센티’가 아니라 ‘센티미터’로, kg은 ‘킬로’가 아니라 ‘킬로그램’으로 정확하게 발음한다. 키를 잴 때는 반드시 자만 이용하란 법은 없다. 엄마 손으로 몇 뼘은 되는지, 아빠 손으로 재면 어떤지, 연필로 재면 얼마만큼인지 재어보고 결과를 비교한다. 온습도계, 주방용 저울도 좋은 게임 도구가 될 수 있다.
시계를 보는 법 안가르쳐야 성공한다
‘큰 바늘은 분을, 작은 바늘은 시를 가리키는데, 큰 바늘이 1에 오면 5라고 읽고…’라는 식의 설명은 한글 교육에서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외우게 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시계 보기가 어렵다는 겁을 줄 수 있다는 것. 아이가 숫자를 익힌 뒤에는 의도적으로 시계를 가리키며 “3시구나, 놀이터에 나가서 놀까?”라고 시각만 얘기해주다가, 눈에 익혔다 싶으면 “7시 49분이구나” 하고 변형시킨다. 엄마가 얼마나 자주 시각을 물어보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아이들이 ‘왜?’라는 의문을 갖고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이다.
놀이처럼 재미있게 덧셈 뺄셈 배우기
유아기에는 계산 훈련을 시키면 오히려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엄마 손에 블록이 세 개 있는데, 두 개를 더 올려놓으면 몇 개지?” 하는 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놀이하듯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풀지 못하거나 손가락을 사용한다고 서두르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걸음마 늦는다고 못 걷는 아이 없듯이 때가 되면 덧셈, 뺄셈도 다 할 줄 알게 된다. 아이가 일단 답을 구하면 “어떻게 답을 구했느냐?”고 물어보자. 자신이 어떻게 구했는지 설명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방법을 정리하고 검토하며 반성할 기회를 갖게 된다.
분수 개념은 일찍 경험할수록 좋다
만 4~5세 정도면 충분히 분수를 이해할 수 있다. 분수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케이크를(절반이 아닌) 이분의 일로 자르자”, “피자를 삼분의 일만큼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두자”라는 표현에 익숙해지면, “엄마가 지금 사과를 자를 건데, 이분의 일 먹을래? 사분의 일 먹을래?” 하고 물어본다. 아이가 어려워하면 직접 사과를 잘라서 그 크기를 비교하도록 도와주자.
■ 정리 / 장회정 기자 ■ 사진 / 박형주 ■ 자료 제공 / 「국제적 우등생은 10살 전에 키워진다」(삼성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