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나쁜 일은 그렇다치고 만인의 축복을 받는 결혼이나 출산처럼 좋은 일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뗄 수 없는 증세가 있으니, 바로 두통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찾아왔다, 떠났다를 반복하는 무심한 두통. 일상의 흔한 두통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두통까지 두통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자.
두통은 흔한 통증 중 하나다.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두통을 경험하며, 성인의 70% 이상이 약물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두통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 중 가장 많은 형태의 두통은 긴장성 두통이다. 편두통은 15% 정도를 차지하며 기타 다양한 신체적 원인으로 생기는 증상의 두통이 있다.
이처럼 두통은 흔한 증상이지만 사람들은 자기 혼자만 고통을 받는 것처럼 생각하고 혹시 머리에 심각한 질병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특히 뇌종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일은 현실적으로 흔치 않다. 실제 두통은 수없이 많은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사람들이 걱정하는 뇌 질환은 그 원인 중 일부다.
따라서 뇌 질환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두통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만병의 근원은 지나친 스트레스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원인
두통의 원인은 현재 알려진 것만도 3백 가지 이상이다. 그런데 이 중에는 뇌종양, 뇌혈관 질환, 뇌염, 뇌막염 등 신경과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명백한 기질적 뇌 질환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1차성 두통이라고 한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를 2차성 두통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기질적인 뇌 질환뿐 아니라 감기 등 열을 동반하는 질환이나 약물이나 알코올 등으로 인한 경우도 있다.
1차성 두통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는 두통으로 다른 질환과 관련이 없다. 자세한 문진이나 진찰로 진단이 가능하다. 대개 시간이 지나도 심해지지 않는 만성적인 경과를 나타내고 간헐적으로 두통 발작이 반복되는 임상 경과를 보인다. 대부분 심각한 문제는 아니고 생명이 위험한 상황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만성적인 경과를 취해 환자 스스로 약물을 남용함으로써 병의 경과를 더욱 만성적으로 만들어 치료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다.
편두통 단순히 머리 한쪽만 아프다고 모두 편두통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발작성 두통으로 두통 발작 사이에는 증상이 없다. 두통이 시작되면 4~72시간 동안 지속되며 맥박이 뛰듯이 욱신거리게 아픈 박동성 두통이다. 주로 머리 한쪽에 치우쳐 나타나며 구역, 구토가 나타날 수 있다. 빛(인공 조명이 아닌 햇빛)이나 소리에 대한 과민 반응이 동반될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편두통의 15%는 생리 전후에만 발생한다. 또 편두통 환자의 50%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통 이외에 흔히 동반되는 증상으로는 식욕 부진, 오심, 구토, 눈부심, 안구 부위의 통증 등이 있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초콜릿, 치즈, 지방질, 오렌지, 토마토, 양파 등 티라민을 함유한 음식들이 있으나 실제 사례는 드물다. 그 외에 술, 특히 와인, 수면 부족, 식사를 굶는 경우 등도 있어 만약 이런 경험이 있다면 가급적 피해야 한다. 환자는 대개 밝고 시끄러운 곳을 피해 어둡고 조용한 방에 있고 싶어한다.
편두통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 원칙은 심리 치료나 가벼운 신경 안정제를 이용해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이다. 특정 식품인 알코올, 커피, 향료. 치즈, 흡연, 피임약 등 편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을 피하고 적당한 운동과 휴식, 고른 영양 섭취를 하도록 한다.
간장성 두통 가장 흔한 두통의 형태로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두경부의 지속적인 근수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수축성 두통, 심인성 혹은 신경성 두통을 지칭한다. 장시간 컴퓨터를 한다든지, 반복적인 집안일을 할 때 등 지속적인 자세에서도 나타난다.
비박동성의 머리를 죄는 듯한 둔한 통증이 양측성 혹은 머리 전체에서 나타나고, 후두부나 목 뒤쪽이 뻣뻣하고 땅기며 무거운 느낌이 지속된다. 증상은 오전보다 오후에 더 심하다. 서서히 수시간에서 수 일간 지속되는 양상이 전형적인 경우다. 이러한 증상이 16일에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만성으로 여긴다. 편두통과 2차성 두통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심리적인 인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본 성격과 생활 환경 등 많은 복합적 요인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제거를 위한 일상생활의 변화나 심리 요법, 약물 치료로는 항불안제, 항우울제, 근이완제나 소염진통제 등이 쓰이나 약물의 장기 복용보다 스트레스 해소가 더 중요하다.
군발 두통 한쪽 머리나 얼굴에 심한 통증이 15분에서 3시간 동안 장시간 계속되면서 흔히 결막 충혈, 눈물과 코막힘이 동반되고, 이런 증상이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매일 반복되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남자에게 여자보다 5배 정도 더 흔히 발생하고 10대에서 30대 사이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이 상당히 괴롭고 지속적이며 술을 마시면 악화된다. 소화성 궤양이나 관상동맥 질환의 과거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2차성 두통
특정한 질환으로 인해 유발되는 증상 중 하나인 두통을 말한다. 관련 질환은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뇌출혈 갑작스러운 두통, 뇌압 상승으로 인한 구토, 국소신경학적 증세를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주막하 출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주 심한 두통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뇌종양 서서히 두통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여러 신경학적 증세를 동반하며 구토 증세를 보이지만 두통이 없는 경우도 많다.
뇌막염 발열이 동반된다.
진단
두통으로 병원을 찾을 경우 환자는 의사가 정확한 원인을 찾거나 걱정되는 뇌 질환 여부를 정확하게 알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두통의 양상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며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두통 증상만으로 뇌 질환으로 인한 2차성 두통인지 확실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흔히 두통 부위가 부분적이면 그 부위에 질병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편두통과 같은 1차성 두통에서도 국소적인 통증이 나타난다. 또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만성 두통은 2차성보다는 1차성 두통일 때가 많다.
따라서 자세한 병력과 정확한 진찰로 2차성 두통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조금이라도 뇌 질환이 의심되면 CT나 MRI 등 적절한 검사를 받도록 한다.
1차성 두통이라고 생각하고 검사를 미루다가 후에 여러 종류의 뇌출혈, 뇌기생충 질환, 뇌종양 등의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은 후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2차성 두통 중 뇌막염의 경우에는 CT나 MRI에서 이상 소견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지주막하 출혈의 경우도 CT나 MRI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뇌척수액 검사나 뇌동맥 촬영을 시행해야 한다.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검출되지 않는 1차성 두통일 때는 증상만으로 어떤 유형의 두통인지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tip 건강 상식
머리에서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어디일까?
머리가 아프면 뇌 속에 병이 생겼을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게 되는데 실제 뇌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머리에서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뇌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주위 조직이다. 이들이 자극을 받을 때, 즉 압박, 견인 확장, 염증 등이 있을 때 두통이 발생한다.
⊙ 두개골 밖에 있는 피부, 동맥, 근육, 골막 등의 구조
⊙ 눈, 코, 귀, 부비동(눈 밑과 코 옆의 얼굴 뼈 안에 있는 공간) 등의 안면 구조
⊙ 두개강 내 정맥동과 주위 조직
⊙ 뇌저 부위의 경뇌막과 여러 동맥
⊙ 측두동맥과 경막외 뇌막동맥
⊙ 뇌신경과 상부 경추신경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두통
1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44세, 45세 두 자매는 10대 후반~20대 초반까지 두통을 앓았다.이들이 병원을 찾았을 무렵에는 두통이 심해져 한 달에 일곱 번씩 두통으로 고생할 정도였다.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었지만 타이레놀로 견디다 주변의 소개로 2002년도에 병원을 찾았다. 혈관의 박동과 함께 욱신거리는 박동성 두통으로 둘 다 두통이 자주 발생했다. MRI를 찍은 결과는 정상이었다. 편두통에만 효과가 있는 수마트립탄을 투약해 현재는 한 달에 한 번으로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줄었다.
2 40대 직장 남성인 K씨의 경우 뒷머리와 어깨가 뻐근해 병원을 찾았다. 두통은 오전보다 오후에 심해졌고 한 달에 10~15일간 1년 이상 지속되며 강약을 반복했다. K씨의 경우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신경성 두통으로 본인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마음가짐과 꾸준한 운동, 술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했다. 만성 신경성 두통의 경우 항우울증, 신경안정제를 투약한다.
3 30대 주부 A씨는 시부모와의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두통으로 나타났다. 두통의 증상은 다양한데 A씨의 경우 두피만 만져도 아픈 경우였다. 이처럼 스트레스와 불안증으로 유발되는 두통은 80%에 이른다. 주부 우울증과 관련해서도 두통은 흔히 생길 수 있다.
4 편두통은 여성 호르몬과 관련해 여성들의 경우 보통 30세 이전에 발생해 폐경을 맞으면 증상이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70세 여성 L씨는 30~40년간 만성 긴장성 두통을 달고 살았다. L씨의 경우도 가벼운 우울증으로 인한 두통이었다. 항우울증 안정제를 복용하면서 증세가 호전됐다.
tip 건강 상식
위험한 기질성 뇌 질환을 의심하게 하는 두통
- 새로운 형태의 심한 두통이 갑자기 시작될 때(이렇게 아프기는 처음이다. 망치로 맞은 듯하다.)
- 두통이 수일이나 수주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경우
- 과로, 긴장, 기침, 용변 후 혹은 성행위 후에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
- 50세 이후에 처음으로 두통이 시작됐을 때
-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될 경우
⊙행동 이상, 졸림, 의식 소실, 기억력 감소
⊙발열과 구토
⊙운동, 감각 이상 증상
⊙시력 장애, 둘로 보임
⊙보행 장애, 균형감 상실
■ 이준홍 과장(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신경과 031-900-0225)
알쏭달쏭 두통에 관한 일문일답!
Q 두통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어 보통 참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떠한 경우 문제가 되나요?
대부분의 두통은 뚜렷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며 상담 처방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발생했거나 경련이 동반되는 경우, 혼미나 의식 소실을 동반한 때, 머리에 타박상을 받은 후 두통이 생겼을 때, 눈이나 귀 주위의 통증과 관계된 두통, 전에 전혀 두통이 없던 사람이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 소아에서 반복되는 두통, 열, 구토, 경직이 있는 두통, 정상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두통, 두통의 성질이 갑자기 변할 때, 50세 이상에서 두통이 생긴 경우에는 중추신경계 혹은 전신적인 질환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2차적인 두통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반드시 신경과나 신경외과 혹은 소아신경과에서 진찰을 받고 검사의 필요성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른 질환으로 인한 두통일 수 있는데 놓칠 수 있어 그게 염려됩니다.
Q 어느 과에서 진찰을 받아야 하나요?
신경과입니다. 두통의 원인에는 신경계 질환 외에도 여러 분야의 질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울증 때문에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안과, 이비인후과적 질환들이 두통을 동반할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어떤 분들이 주로 병원을 찾나요?
두통이 정말 심한 경우도 있고, 뇌에 이상이 있나 건강을 염려해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고3 학생이 두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일이 있습니다. 혹시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해서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수험에 대한 부담으로 두통이 생겼는데 두통이 생기니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긴 거죠. 다행히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심리적 안정이 상태를 호전시켰습니다. 두통이 있다는 것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두통의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4~5배 정도 많은데 병에 걸리지 않았나 너무 걱정을 해서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상이 있을 확률은 6~7%입니다.
Q 시중에서 판매하는 약을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지 않은 채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습관성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끊으면 또 재발하고요. 따라서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해 병을 더 키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두통은 생명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다만 삶의 질이 아주 나빠지죠. 두통에 대한 올바르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는 환자가 갖게 되는 두통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줌은 물론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합니다. 두통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맛볼 수는 없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고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음으로써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할 일은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바람직한 생활과 올바른 진단으로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겠죠.
■ 글 / 김찬미(자유기고가) ■ 기획 / 장회정 기자 ■ 참고 자료 / 대한신경과학회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안내서 ⑤ 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