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성 경험이 없는 서른셋의 노처녀 고병희가 자궁근종 판명이 나면서 ‘혹시 나도?’하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심하면 자궁을 들어낼 만큼 위험하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평생 자궁에 혹을 달고도 모른 채 살아간다는 ‘자궁근종’. 과연 증상은 어떠하고 예방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한방과 양방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자.
자궁근종의 정의와 증상
자궁근종은 쉽게 말해 자궁에 혹이 생기는 병이다. 자궁에 발생하는 종양 중에서 가장 흔한 양성 질환으로 근종 또는 평활근종이라고 불린다. 자궁근종은 혹이 1개만 생기는 경우보다 여러 개가 한꺼번에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상당한 크기로 발전하기 전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자신에게 자궁근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근종의 성장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의존하고 있어 초경 전이나 폐경 이후에는 발생이 드물다. 어느 연령에서나 가능하지만 주로 30~45세에 많이 발생한다. 가임기 여성의 20% 정도가 자궁근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적인 발생률이 나타나기도 하며 한 번 생긴 사람은 재발률이 높다.
최근 환경호르몬의 위협, 카페인과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 증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암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자궁근종은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으며, 25% 정도가 증상을 나타낸다. 근종의 크기, 근종의 위치, 근종의 변성도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다.
‘아랫배 부분이 돌처럼 단단하고 임신한 것과 같으며 월경이 나오지 않는다’고 느낄 만큼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진행하면 월경과다 혹은 부정 출혈을 야기하는 수가 있으며 생리통을 수반한다. 자궁근종이 자라 자궁구를 막으면 심한 생리통과 생리불순을 초래할 수 있다. 생리가 길어진다거나 양이 많아지고 덩어리가 나오기도 하며, 하복부에 딱딱한 혹이 만져지거나 생리통, 하복통, 요통, 빈혈, 출혈, 압박감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특히 젊은 여성은 자궁근종이 커지는 성질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자칫 내버려두면 자궁 전체가 자궁근종으로 변할 수 있으며 영구불임을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자가 진단법
▶최근 생리량이 많아지거나 덩어리가 나온다.
▶ 아랫배가 뭉치면서 아프고 생리통이 심하다.
▶ 생리가 자꾸 앞당겨지거나 불규칙한 출혈이 있다.
▶ 냉대하가 심해졌다.
▶ 성교를 할 때 통증이 있다.
▶ 허리가 아프고 은은하게 누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
▶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변비가 생긴다.
▶ 이유 없이 어지럽고 피곤하다(지속적인 생리량의 증가로 빈혈이 발생할 수 있음).
▶ 잠이 잘 오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다.
산부인과에서의 진단
▶양수골반 진찰
방광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양수골반을 진찰해 근종의 크기와 자궁 내의 위치를 예측한다.
▶자궁내막 소파 검사
자궁근종이 있을 경우 자궁내막에 악성 종양이나 자궁내막증식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자궁내막 소파검사를 한다.
▶이학적 검사
가임기 여성에서는 기본적으로 임신반응 검사,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 일반 혈액 검사, 대변 검사를 실시한다.
▶X선 검사
단순 복부 촬영으로 골반 내 종양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상진단
초음파 검사 골반 내 종양을 발견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진단 방법 중 하나다.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종양을 감별하는 데 사용한다.
자궁경 검사 : 자궁내막의 병리나 자궁내막의 점막하 근종을 발견할 수 있다.
복강경 검사 : 골반 내 종양을 감별하고 양성과 악성을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되며, 종양의 원인을 알기 위해 사용한다.
한의학에서 보는 자궁근종의 원인
한의학에서는 자궁근종을 기(氣)와 혈(血)이 울체(막히거나 가득 참)돼서 비롯한 것으로 본다. 즉, 신경을 과도하게 쓰거나 소화기계의 부조화, 기온이 부적합해 기(氣)의 힘으로 운행되는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차가워지거나 열이 나는 경우, 이로 인해 월경불순과 각종 자궁 질환이 거듭되면서 자궁에 근종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자궁이 차가운 기운에 손상받아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어혈이 되고 돌처럼 단단한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석하(딱딱한 덩어리-자궁근종을 지칭)라는 것은 포(胞) 가운데가 접촉된 후 피가 뭉친 소치’라고 했다.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칠기(七氣 ; 喜, 怒, 憂, 思, 悲, 驚, 恐. 감정의 과잉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기가 맺히면 담(痰)이 생기고, 담(痰)이 늘어나면 기가 더욱 막힌다. 이런 경우의 증상으로 목구멍(咽喉)에 솜털 같기고 하고 피하(皮下)의 막(膜) 같기도 한 것이 맺혀서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매핵기(신경성 인후염)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 배속이 답답하거나 미식거리고 대소변이 시원치 못한 증상이 있고 때로는 허열이 오르는 상기(上氣) 증세가 나타난다.
증세가 심하거나 오래되면 오적(五積), 육취(六聚), 산벽(疝癖), 징하와 같은 배속의 덩어리가 생긴다. 이러한 경우로 자궁근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신경이 예민한 경우, 심리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여성에게 나타난다. 예방을 위해서는 뭉친 기운이 잘 돌아가고 기운이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아랫배가 차거나 혹은 일시적인 열로 인해 염증이 반복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를 포함해 어떤 원인이든지 자궁 속에 피(血)의 부족, 정체를 유발해 자궁근의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에 이것이 결국 근종을 유발한다.
한방 치료법
한방 치료의 첫번째 단계를 거어소적(祛瘀消積)으로 평상시에 자궁근종의 원인이 되는 어혈을 없애고 근종의 혹을 줄이도록 한다. 둘째는 활혈지통지혈(活血止痛止血)해 스트레스로 울체된 기운을 풀고 혈을 돌려주어 막혀서 발생하는 통증을 줄이고 어혈로 인해 발생된 혈을 지혈한다.
생리시 생리통과 생리량을 감소시켜 통증과 빈혈을 예방하거나 개선시키는 치료를 하게 된다. 셋째는 보기소적(補氣消積)이라 해 자궁근종에 빈혈이 수반된 허약한 환자나 월경 직후 허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근종을 예방하는 치료를 하게 된다.
한방적인 치료 방법은 원인에 따라 한약 처방과 침, 뜸, 좌훈 등을 병행하는 것으로 몸의 기능을 돕고 다스리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한의원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1.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혼의 환자 아직 증상이 없고 결혼과 출산의 계획이 서지 않은 여성으로 자궁근종의 크기가 커 임신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는 경우.
2. 수술 단계가 아닌 통증과 출혈이 심한 환자 수술로 제거할만큼 자궁근종이 거대하거나 급격하게 성장하지 않지만 통증이나 월경과다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
3. 수술을 해야 하는 단계이나 수술을 미뤄야 하는 환자 불가피한 사정으로 증상을 제어하면서 수술을 미룰 경우.
4.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받았거나 자궁을 완전히 제거한 환자 자궁근종을 제거해 자궁을 건강하게 회복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세 자궁근종의 발현을 억제할 필요가 있는 경우와 자궁을 완전히 제거해 자궁적출후의 부작용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산부인과 치료법
자궁근종 자체가 악성이 될 확률은 0.1%에 불과하다. 따라서 예방적 수술은 없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만큼 증상이 있을 때 수술을 고려한다. 최근에는 수술기법의 다양화로 개복을 하지 않아도 치료가 가능해졌다. 간혹 한방 치료로 크기를 줄이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증상 유무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양방에서는 자궁근종에 대한 경과를 관찰하다가 크기가 크지 않으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근종이 커지면 제거하거나 자궁을 적출한다.
비수술요법
작은 근종의 경우 GnRH 효능제의 사용으로 자궁근종 부피를 줄일 수 있다. 가역적 골다공증 증세와 안면홍조증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치료받은 여성의 반수 이상에서 GnRH 효능제를 사용 후 작아진 자궁근종의 크기가 다시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GnRH 효능제 사용의 경우
▶커다란 자궁근종을 갖고 있는 여성이 임신을 원하는 경우 또는 자궁근종을 결절을 절제하기 전 처치를 요하는 경우.
▶수술 전에 있었던 빈혈 상태를 정상 혈중 헤모글로빈 수치까지 교정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 동안 투여한다.
▶수술을 피하고자 하는 폐경기에 가까운 여성
▶커다란 자궁근종을 가지고 있는 여성 중 질식(질 쪽으로) 자궁적출을 받고자 하거나 복강경을 통한 자궁적출술을 받고자 하는 경우.
▶건강 상태의 이상으로 수술요법이 부적합한 경우.
외과적 치료
근종절제술: 근종절제술은 생식 능력을 유지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시행한다. 개복술과 질 내에 돌출되어 있는 점막하근종인 경우 질식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자궁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 : 비정상적 자궁 출혈로 인해 빈혈을 초래하는 경우, 월경과다를 동반한 점막하근종, 유경성 근종, 방광 및 직장에 근종으로 인한 압박 증상이 나타날 때, 광간막 근종, 골반염, 자궁내막증과 같이 다른 골반 질환과 같이 있을 때, 근종이 급히 자랄 때.
자궁근종의 예방과 건강한 자궁을 위한 지침
자궁근종 자체는 생명을 위협할 만한 악성 질환이 아닌 많은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양성 질환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찰을 통해 얼마든지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요즘엔 개복을 하지 않고 레이저를 통한 여러 가지 치료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고 미레나와 같은 자궁 내 장치를 통해서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면 크게 우려할 질병이 아니다. 건강한 자궁을 원한다면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 다수와의 성관계를 피하고 질염과 같은 질환이 생기면 산부인과에서 확실하게 치료해야 한다. 지나친 체중 증가를 피하고 음주와 흡연을 삼간다.
미니 인터뷰 / 한의사 정현지 30세 이상 여성은 정기 검사가 필수 주로 어떤 분들이 자궁근종과 관련해 한의원을 찾나요? 주로 임신 계획이 있는 분들이 많이 찾습니다. 아이를 가져야 하는데 자궁 속에 혹이 있다거나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은 경우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낫기를 원하는 것이죠. 한 30대 초반의 여성은 자궁근종이 3㎝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산부인과에서 이 근종의 예후를 3개월 동안 지켜보기로 했는데 기다리는 동안 걱정도 되고 좋아질 방법이 없을까 해서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보통 자궁근종은 생리불순, 극심한 생리통, 몸의 기능 저하로 인한 피로, 무기력한 증상 등을 보입니다. 또한 잠을 잘 못 자며 짜증이 심해지는데 이 여성의 경우 3개월간 치료 후 검사 결과 자궁근종이 1cm 남짓으로 줄었고 몸에 나타나던 증상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자궁근종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자궁근종이 크게 되면 자궁에 꽉 차 임신 6개월 정도의 신체 변화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자궁절제술을 받아야 합니다. 자궁근종이 자라 주변 장기에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 설사, 변비가 생길 수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자궁근종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나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궁근종은 혈액순환과 기의 흐름이 좋지 않아 나쁜 피와 기운이 자궁에 뭉쳐 생기는 것입니다. 근종이 있으면 임신이 잘 안 되긴 하지만 작다면 임신도 가능합니다. 다만 그 크기가 계속 커져 다른 증상들을 불러오고 자궁 전체에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근종이 있다는 것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증거이므로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나요? 우선 체질에 따라 처방을 합니다. 음의 기운이 부족한 경우 숙지황, 산수유 등을 사용하고, 양의 기운이 부족할 경우 목향, 진피, 황기를 씁니다. 순환이 안 되는 경우에는 삼릉(어혈을 풀고 순환을 도움)을 처방하구요. 약은 생리통, 생리 출혈, 소화 정도, 소변량 등 증상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단계별로 5일분씩 지급합니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내원해 침, 뜸, 좌훈, 고주파 마사지 등을 병행할 경우 제증상의 소멸과 함께 빠르면 3~4개월, 늦으면 6~8개월 후 혹 크기가 작아지는 변화가 생깁니다. 자궁 건강을 위해 평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쌓인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어 본인의 심리를 안정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다음으로는 찬 음식을 삼가고, 차가운 곳에서의 운동을 피하는 등 나쁜 환경 요소를 배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소화가 잘되는지, 변비는 아닌지. 그런 증상이 전에 있었다면 방치하지 말아야 합니다. 30세가 넘으면 생리통, 생리 출혈, 소화 정도, 소변량 등 증상의 변화에 따라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
■ 기획 / 장회정 기자 ■ 글 / 김찬미(자유기고가) ■ 도움말 / 김해성(조아 산부인과 원장, 02-2233-6992)·정현지(려 한의원 원장, 02-508-7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