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7년 국민연금 재정 고갈 위험,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개정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 상태로 유지된다면 2047년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노후자금으로 국민연금만 믿고 있는 서민층의 걱정이 늘고 있다. 과연 국민연금은 백해무익한 제도일까? 국민연금에 대한 허와 실을 알아본다.
어떤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높은 국민연금
자연스럽게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가장 간단하게 이해하면 매달 월급(직장 가입자의 경우)이나 수입(지역 가입자의 경우)의 9%를 납입하면 60세 이후 매달 가입기간 전체 표준 소득월액의 60%까지 지급하는 것이다.
30세에 회사생활을 한 직장인이 60세에 퇴직했을 경우, 만일 수명을 90세로 예상해보자. 30년 동안 월급의 9%만 내고, 30년 동안 월급의 60%를 회수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대비 회수율이 다른 어떤 금융상품보다 훨씬 높은 이율을 보여주는 ‘기적’(?)의 상품이다.
“국민연금이 처음 시작될 때 공무원들이 홍보를 많이 했다. 그래서 처음에 10만원 정도 냈고, 마지막에는 25만원 정도 낸 것 같다. 5년 정도 냈는데, 따져보면 약 1천만원을 낸 것이다. 그리고 연금을 다 내고 나니까 그 다음해부터 매달 20만원 이상이 들어온다. 물가 상승률에 맞춰서 조금씩 오르는 것 같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63세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매달 연금 수령액을 20만원으로 잡고 80세까지 연금을 받는다면 약 5천만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운이 좋은 편이다. 국민연금 시행 초기에 연금에 가입해 바로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63세 할아버지가 받고 있는 연금은 특례노령연금으로 국민연금제도 최초 시행(1988년 1월 1일), 농어촌지역 확대(1995년 7월 1일)과 도시지역 확대(1999년 4월 1일) 당시 나이가 많아 연금수급 기간을 채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노령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교직에서 40여년간 평교사로 일한 한 교사는 퇴직 후 매월 3백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연금(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의 제도 때문에 연금액의 차이는 상당히 크지만, 연금의 혜택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크다.
국민연금은 소득 활동을 할 때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해 모아두었다가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 혹은 장애를 입었을 때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거나 장애 혹은 사망 등으로 소득 활동을 할 수 없을 때,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소득보장제도다.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88년부터 만 18세 이상, 만 60세 미만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가장 먼저 근로자 10인 이상인 직장부터 처음 시행을 했고, 1992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을 했다. 그리고 1995년 7월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으로 확대됐고, 1999년 4월 도시지역 주민까지 확대해 전국민연금시대가 열렸다.
국민연금의 급여 종류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반환일시금’으로 나눌 수 있다. 노령연금은 현재 만 60세(경우에 따라서 조기노령연금은 55세에 받기 시작한다)가 됐을 때 지급된다. 장애연금은 가입자가 장애자가 되었을 때 지급하고, 유족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에게 지급한다. ‘반환일시금’은 연금혜택 기간을 채우지 못했거나,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이 만 60세 이상이 아닐 때 불입한 연금액을 한꺼번에 받는 것이다.
2047년이면 국민연금 재정 고갈 위기 다가와
1988년 시행 당시 국민연금 혜택은 현재보다 훨씬 달콤했다. 소득의 3%를 내면 나중에 70%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달콤한 혜택 이면에는 사람들이 몰랐던 국민연금의 취약한 구조가 있었다. 198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작성한 기본구상 보고서에 의하면 2032년에 기금이 3백5조원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2046년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2047년 국민연금 재정 고갈 경고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1988년 시행 이후 국민연금은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현재처럼 9%의 보험료율과 60%의 급여율로 정해졌다.
만일 현재의 제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바로 후세대의 큰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2047년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된 후부터는 그해의 연금 보험료로 그해의 수급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월급의 30%가 국민연금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리고 2070년에는 지급해야 할 연금과 실제 적립된 금액의 차이가 국내총생산(GDP)의 160%에 이르게 된다는 전망이다.
2006년 10월 현재 국민연금으로 쌓인 기금은 무려 1백76조에 이른다.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아직은 국민연금 혜택을 보는 사람보다 납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출생률이 세계 최저의 상황이 계속되고,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이 빨라질수록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요소가 된다. 어느 누구나 월급이나 수입의 30%를 국민연금으로 내라고 요구한다면, 모두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과는 달리 국민연금의 혜택은 20~30년 후에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발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 혜택을 정말 받을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나의 미래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국민연금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만큼 국민연금에 대해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비교되면서 이런 현상은 심해졌다.
국민연금의 우울한 미래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하고 있고 국민연금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연금 개혁법안을 만들었다.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현재보다 더 내고, 현재보다 덜 받는 것’이다. 현재의 보험료율 9%를 2009년부터 1년에 0.39%씩 올려 2018년까지 12.9%로 올리고, 급여율 60%는 2008년부터 50%로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이 언제 이뤄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정에 대해서 여야간 합의는 된 상태니까 본회의에만 상정이 되면 2006년 안에도 개정될 수 있겠죠. 그런데 정치적인 상황이 있으니까, 언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국민연금관리공단 전근성 차장).”
국민연금은 어떻게 받게 되나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1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납부해야 한다. 10년 미만 가입자는 만 60세에 ‘반환일시금’으로 받게 된다. 가입자가 납부한 연금 보험료에 일정한 이자를 가산해 받게 된다.
그리고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가입했는데, 55세 이전 퇴직 후 아무런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본인의 요구에 따라 55세부터 조기노령연금이 지급된다. 만 60세 이상 받아야 할 연금액 중 55세에는 75%, 56세 80%, 57세 85%, 58세 90%, 59세 95%의 연금액을 받을 수 있다. 단,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65세 미만인 사람이 소득(1백56만6천원)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면 조기노령연금 지급은 정지된다.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지 않은 60~65세 미만의 수급권자가 1백56만6천원 이상의 소득이 있을 경우에는 재직자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기본연금액의 50%에서 90%까지 매년 10%씩 지급률이 상향조정된다. 65세가 넘으면 소득이 1백56만6천원이 넘어도 100% 노령연금이 계속 지급된다.
분할연금이라는 것도 있다. 노령연금 수급자와 이혼한 60세 이상의 배우자에게 지급되는 연금이다.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고,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연금액을 똑같이 분할하여 지급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 혹은 부상으로 완치 후에도 신체 혹은 정신상의 장애를 입었을 경우에는 장애연금을 받게 된다. 장애등급은 1~4급으로 나뉘는데, 1~3급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장애가 존속하는 동안 연금으로 지급된다. 장애등급 4급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시보상금으로 지급된다.
외벌이 부부는 남편 혼자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가 많다. 만일 아무런 소득이 없고 가사를 담당하는 아내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소득이 없는 경우 연금액은 ‘중위소득’(국민연금 납부 최고액을 납부하는 사람과 최저액을 납부하는 사람의 소득규모의 중간액)으로 산정해 납부하게 된다. 참고로 현재 국민연금 납부 최고액은 매월 32만4천원이다.
보완되어야 할 국민연금의 허점
2004년 ‘안티 국민연금’ 운동이 번지면서, 알려지지 않았던 국민연금의 모순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연금 8대 괴담’으로 불렸는데, 국민연금제도가 가지고 있는 허점들이었다. 국민연금 개정안에서 미비한 점들이 계속 보완, 수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부가 함께 노령연금을 받다가 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다. 흔히들 남은 한 사람이 사망한 사람의 유족연금과 노령연금을 같이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유족연금과 노령연금 중에서 유리한 급여 하나만을 선택해서 받아야만 했다. 부부 중 한사람만 노령연금을 받았을 때 노령연금자가 사망하면 유족에게 유족연금이 나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배우자가 사망했을 경우 일정금액을 유족연금으로 주는 방안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조기노령연금이나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이 소득이 있으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 2004년 당시에는 월소득이 42만원을 넘으면 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직장을 퇴직한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연금 혹은 일자리’를 택해야만 했다. 고령화사회에서 노인들의 일하려는 욕구를 무너뜨리는 악법으로 손꼽혔다. 이런 비판이 높아지자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해 월소득 1백56만6천원 이하로 대폭 올려 2005년 12월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남녀평등의 시대에 남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바로 유족연금이다. 연금가입자인 남편이 사망을 하면 부인은 곧바로 유족연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연금가입자인 부인이 사망하면 남편은 60세를 넘어야만 받을 수 있다. 유족연금은 오히려 남자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다.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연금개정안에서는 이 사항이 삭제된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재직 중인 회사에서 국민연금을 내지 못했을 경우 가입기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 사례는 어떤 경우에도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 지역가입자 중에서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수입이 없더라도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연금 지급이 정지되거나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자세하게 문의를 하는 것이 좋다.
독신 남녀가 사망을 했을 때 유족연금을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도 문제가 됐다. 유족연금의 1순위는 배우자, 자녀, 부모 순이다. 이혼을 한 후 연금가입자가 사망을 하면 자녀가 1순위가 된다. 미혼의 경우에는 부모가 유족연금의 1순위가 된다. 하지만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자녀의 경우 18세 미만이고, 부모의 경우 60세가 넘어야만 가능하다. 유족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망일시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부조금 성격의 급여다. 사망일시금 지급액은 연금가입자의 반환일시금에 상당한 금액으로, 최종표준소득월액과 가입기간 중 표준소득월액의 평균액 중 많은 금액의 4배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 준비되고 있는 개정안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육아?출산 기간 1년과 군복무 기간 2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이다. 육아·출산 기간을 인정받으려면 2자녀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또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되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증한다’는 것을 명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Mini Interview
국민연금관리공단 전근성 차장·채수현 차장
“국민연금은 노후 대비의 가장 기본적인 보험입니다”
납부 기한 내에 연금을 내지 못하면 독촉장이 나가고, 한 달 유예기간을 준다. 그래도 내지 않으면 체납처분 신청을 하고, 재산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재산 압류 등의 가혹한 방법은 웬만하면 쓰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을 낼 경제력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력이 없는 신분일 경우에는 자동으로 납부 유예가 된다. 대학을 졸업할 나이인 만 27세가 되면 국민연금 가입 대상 안내문이 발송된다. 이때 소득이 없으면 납부유예를 신청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내다가 경제력이 없어서 내지 못하게 되면 납부유예 신청을 하면 된다. 실직이나 사업 중단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납부유예기간은 1년으로 경제력이 없으면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라면 2047년에 재정이 고갈된다고 하는데 해결 방법은?
2006년 10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1백76조가 쌓여 있다. 지금까지는 연금을 내는 사람이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많기 때문에 기금이 쌓여간다. 하지만 얼마 후부터는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고, 당연히 기금이 줄어들 것이다. ‘조금 내고 많이 받는’ 현재의 상태를 빨리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많이 내고 덜 받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은 선진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시행 초기에는 어떤 나라든지 ‘조금 내고 많이 받게’끔 만들어지고, 시간을 두고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다.
국회가 준비하고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실시한다고 해도 사각지대는 발생하는데?
국민연금을 내지 못한 극빈층 노인들이 문제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노인 인구 60%에 해당하는 극빈층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는 법안을 마련했고, 민노당은 노인 인구의 80%, 한나라당은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자는 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극빈층 노인에게는 월 8만원 정도의 기초노령연금이 나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듯싶다.
국민연금으로만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나?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노후 대비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민연금을 가장 기본으로 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보완하는 식이다. 거기에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까지 보장한다면 노후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 풍족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은 세금인가?
국민연금은 법으로 납부기한이 정해져 있다. 납부하지 못하면 연체료도 물게 되고, 강제집행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세금은 아니다. 사회보험금으로 봐야 맞을 것이다. 의무처럼 보이지만, 국가가 사람들의 노후 대비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국민연금은 사회복지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예전보다 국민연금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박형주·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