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분양원가 공개와 함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청약 가점제와 민간 아파트에 관한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이다. 오는 9월부터 적용키로 되어 있는데, 아파트 청약 시장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청약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한 이때, 과연 내게 맞는 청약 전략은?
정부가 새 판을 짜고 있는 ‘청약 가점제’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예견돼왔던 사항이지만, 시행 시기가 1년 가량(민간은 2년 이상) 앞당겨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기에 당초 제외될 예정이던 민간택지내 전용 25.7평 초과 민영아파트도 현행 ‘추첨제’ 대신 ‘가점제’가 적용됨에 따라 유주택자들의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정부는 다만 시행 시기를 앞당긴 만큼,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당분간 현행 추첨방식을 병행할 방침이다. 그렇더라도 전반적으론 ‘청약 가점제’가 대세라는 점을 실수요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청약 예정자라면 당장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청약 가점제’란 무엇인가?
현행 추첨방식으로 이뤄지는 청약제도는 복권 당첨과 같은 요행수가 따르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배제하고 가급적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새로 도입되는 ‘청약 가점제’도 이 같은 의지가 담겨 있다.
‘청약 가점제’는 실제 주택이 필요한 수요자들부터 순서대로 공급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공공택지는 물론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에도 이 제도가 적용된다. 정부는 당초 공공의 경우 2008년부터, 민간은 2010년부터 각각 가점제를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공공에 이어 오는 9월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도입키로 함에 따라 서민들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시행 시기를 전면 앞당겼다.
가점제 항목은 △세대주 연령 △부양가족수(가구 구성, 자녀수) △무주택 기간 △청약가입 기간 등을 기본으로 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시스템 안정화를 갖춘 이후부터는 가구소득과 부동산 자산을 추가할 방침이다. 항목별 가중치는 우선 △세대주 연령 20점 △부양가족수 35점 △무주택 기간 32점 △가입 기간 13점 등을 적용하게 된다. 하지만 시스템이 갖춰진 이후에는 △세대주 연령 13점 △부양가족수 23점 △무주택 기간 22점 △가입 기간 9점 △가구소득 21점 △부동산 자산 12점 등으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이때 가구소득은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근로자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모두 5단계(1~10분위)로 나눠 각각 1~5점까지 배점한다. 부동산자산 역시 5단계로 나눠 △5000만원 미만 5점 △5000만~1억원 미만 4점 △1억~2억원 미만 3점 △2억~3억원 미만 2점 △3억원 이상 1점 등으로 차등 적용한다. 따라서 소득이 낮고 부동산 자산이 적은 청약자일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에 따라 무주택 기간이 길고 세대주의 나이와 부양가족이 많고,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점수가 높아져 당첨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가구 소득과 부동산 자산이 적을수록 유리하다. 반면 신혼부부나 독신자, 평수를 넓혀 가려는 유주택자는 지금보다 훨씬 불리해진다.
청약유형·통장별 전략, 선택과 집중이 필요
청약자들의 전략도 본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청약 가점제’에서 불리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유주택자의 경우 가급적 8월 말 이전에 청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 공개 등에 따라 9월 이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가 메리트는 얻지 못하지만, 당첨 확률과 전매 제한 기간 강화(공공택지 25.7평 이하 10년·초과 7년, 민간택지 25.7평 이하 7년·초과 5년)를 감안하면 조기 청약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와는 달리 가점제 방식으로 유리해진 장기 무주택자들의 경우 선별·집중 청약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특히 전매 제한 기간을 감안해 가급적 시세차익이 가능한 지역의 유망 물량을 노리는 게 좋은 방법이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이미 가점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전략을 달리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청약부금과 청약예금 가입자다.
청약부금과 청약예금 가입자 중 소형 평형(300만원)에 청약할 수 있는 무주택자는 공공택지 내 청약 물량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민간택지에서도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 공개를 통해 보다 싼값에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분위기는 좋아졌다. 반면 가점에서 불리한 유주택자는 올 9월 이전에 분양받기 위한 청약 전략을 세워야 한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감점제’가 도입되는 만큼, 청약을 통해 신규분양 물량을 노리는 경우 자산가치가 별로 없거나 가격 상승 여력이 없는 주택을 팔아치우는 게 상책이다.
민간 중대형 가점제 도입, 청약예금 가입자 어떻게 하나
민간택지 내 중대형 평형 청약(서울 기준 600만원 이상)을 염두에 둔 청약예금 가입자는 한 마디로 혼란에 빠지게 됐다. 불과 5개월 전 청약제도 개편안 발표 때만 해도 민간 중대형 아파트에는 가점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태도를 180도 바꿔 이들 아파트에도 가점제를 도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크게 상심할 필요는 없다. 중대형 평형 청약예금 가입자는 장기 무주택자보다는 1주택 정도를 가진 유주택자가 많다는 점에서다. 그만큼 중대형 아파트를 청약하려는 수요의 상당수는 집을 넓혀 가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사실상 유주택자간 청약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무주택 기간보다는 인구 사회지표인 부양 가족수의 가점과 가중치가 높기 때문에, 무주택 기간을 제외하고 부양가족이나 통장가입 기간에서 가점을 더 받을 경우 당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단 가점에 유리한 청약예금 가입자는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가점에 불리하다면 올 9월 전 집중 청약하면서 제도 시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보라고 주문한다.
가점제 유리해도 무조건 여유는 ‘금물’
가점제 하에서 점수가 95점 이상 되는 청약 예정자는 일단 유리하다. 특히 40대 이상이고 통장 가입 기간과 무주택가구주 기간이 10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이들의 경우 청약을 9월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 무엇보다 분양가 자체가 싸지고 당첨확률도 높아져서다.
더구나 수도권에선 송파(첫 분양 2009년 9월), 광교(2008년 9월) 등을 비롯해 신도시 공급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기대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들 신도시의 경우 중소형 평형은 평당 700만~1000만원대에 공급될 것으로 보여 적잖은 시세차익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 1인 1건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이 같은 ‘건수 제한제’가 시행된 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투자용으로 돈을 빌렸다가는 자칫 건수 제한에 걸려 중요한 때 대출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의 대출에도 상당한 불편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자녀 결혼자금용으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면, 이후 급한 사업자금을 빌려 쓰고 싶어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전매 제한도 ‘덫’이 될 수 있다. 민간 물량의 경우 분양후 5~7년 가량 되팔 수 없어 환금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자금계획도 꼼꼼히 세워둬야 한다.
9월 전에 청약할 만한 수도권 분양단지
앞서 언급했지만, 가점제에서 불리한 청약자들은 9월 전에 공급되는 유망단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수도권에선 용인 흥덕지구가 가장 눈에 띈다.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 미만으로 저렴한데다, 인접한 광교신도시의 기반시설을 고스란히 이용할 수 있는 입지적 이점이 있어서다. 최근 이 지역에서 분양한 ‘경남아너스빌’이 최고 26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선 신동아건설이 오는 2월쯤 42~52평형 760가구 규모의 중대형 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 이 아파트는 10년 뒤 분양전환된다. 5월쯤에는 동원종합개발이 33평형 753가구를 공급한다. 우남건설도 비슷한 시기에 66~100평형의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136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에선 GS건설의 마포구 하중동 ‘자이’가 돋보인다. 33~60평형 488가구 규모의 재건축아파트로 75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이들 일반분양분 중 3분의 2가량은 중간층에 배치, 한강과 함께 밤섬 조망이 가능하다.
금호산업은 용산구 원효로 1가에 33~78평형 260가구를, 현대건설은 은평뉴타운 인근 은평구 불광3구역에서 1,135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를 분양한다.
인천 송도신도시도 좋은 청약 대상으로 꼽힌다. 송도신도시 중심업무지구에서 포스코건설이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더샵 센트럴파크원’은 다음달쯤 공급한다. 31~114가구 729가구 규모다. 바로 옆에 위치한 GS건설의 ‘송도 자이’도 1,069가구(34~111평형)의 대단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인천 남동구 소래·논현지구에서 ‘인천 한화 에코메트로 1차’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한화건설은 2차분 4,685가구를 역시 2월쯤 분양할 계획이다. 청약저축 가입자라면 오는 2월 7일 청약 예정인 용인 구성지구 주공아파트 중소형 물량을 노려볼 만하다.
9월 이후 주목할 만한 단지
지난해 고(高)분양가 논란으로 인해 서울시가 후분양키로 했던 은평뉴타운 1지구 3개 공구 공급 물량이 오는 10월쯤 선보인다. 분양가구수는 2,817가구로, 서울시 도시개발 방식으로 조성돼 서울 거주자에게 모두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전용 면적 25.7평 이하 1,248가구(18~32평형)는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나머지 1,569가구(41~65평형)는 청약예금 600만~1500만원 가입자에게 각각 청약 기회가 돌아간다. 은평뉴타운은 녹지율 42%로, 판교(36%)보다 높고 최고 15층 높이에 용적률도 140%로 낮아 쾌적한 주거공간이 형성될 것으로 서울시 SH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9월 이후에는 재건축·재개발 민간 아파트도 많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라 이들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이 현재보다 15~25% 가량 떨어질 전망이어서 청약 예정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인근에 55~72평형 556가구 규모의 성수1지역 주택조합아파트를 공급한다. 일반분양 가구수는 250가구. 서울숲과 한강을 조망할 수 있고, 분당선 개통시 성수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SK건설은 강남구 역삼동에서 240가구 중 50가구를 일반분양하는 ‘SK뷰’를 준비하고 있다. 구로구 고척3구역에는 벽산건설이 347가구 중 182가구를 일반분양하는 ‘벽산블루밍’을, 롯데건설은 동대문구 용두4구역에 240가구 가운데 107가구를 일반분양하는 ‘롯데캐슬’을 각각 공급할 방침이다.
동부건설은 동작구 흑석동에 흑석5구역 재개발을 통해 25~44평형 663가구 규모의 ‘동부센트레빌’을 선보인다. 일반분양분은 169가구로 예정돼 있다. 한진중공업과 신원도 각각 동작구 상도동에 9월 이후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4~46가구 1,588가구 가운데 300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글 / 문성일 기자(머니투데이)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