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 때마다 집값은 들썩여왔다. 하지만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올해는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 아파트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낙폭도 크다.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가 거래시장의 발목을 잡고 나섰다. 유례에 없던 부동산 침체기! 신중하고도 선별적인 시장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지역 각 자치구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경우 지난 1월 주택거래 건수는 276건으로 지난해 동월 1278건에 비해 무려 78.4%나 급감했다. 이는 전월 1231건보다도 77.6%나 낮은 수치다. 전월대비 매매가 변동률도 지난해 12월 1.35%에서 1월 0.68%로 현저하게 둔화됐다. 지난해 신도시 개발 소문 등에 따라 잔뜩 기대감이 컸던 과천을 비롯해 잇단 가격 담합으로 호가를 올려온 지역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낙폭도 크다. 수천만원은 기본이고 억대 이상 하락한 곳도 부지기수다. 재건축아파트는 지난 연말 호가보다 2억~3억원 빠진 급매물이 거래됐고 입주아파트의 경우 입주특수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호가가 낮아지는 분위기다. 그만큼 복수담보대출 제한, 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가 거래시장에선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문적으로 부동산시장에선 ‘급등후 급락’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상황으로만 비춰보면 적어도 상향 계단식 구도는 이미 깨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연초 하락세는 역대 대선 때마다 높아진 기대치로 해마다 초반에 상승기류를 탔던 것과도 비교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정권교체시기에 맞춰 규제 완화와 같은 ‘보따리’를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실제 현재의 여론 추세대로라면 여야 대선주자들이나 각 정당들이 참여정부가 만들어놓은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풀어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시장 안정’이란 목표가 공통된 과제라면 오히려 더욱 옥죌 공산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고민은 집주인뿐만이 아니다. 가격이 떨어지면 중도금을 내야 하거나 입주를 코앞에 둔 예비입주자들도 불안하다. 기대했던 시세 차익은커녕, 자칫 ‘깡통아파트’ 입주민이 될 수도 있어서다.
입장은 다르지만, 집 살 기회를 노려온 매수희망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겐 ‘더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좀더 솔직한 심정일 게다.
대다수의 투자 종목이 그렇겠지만, 부동산시장도 한창 ‘랠리’를 펼칠 때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머니게임’에서 누가 얼마를 챙기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어떤 자세를 갖느냐가 중요하다. 즉, 부동산시장은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길목투자를 할 것인지, 가치투자에 비중을 둘 것인지, 어떤 식으로 선별투자를 할 것인지 확실한 대안과 준비에 나서야 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길목을 지키고 원금손실이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본 후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내집마련을 하려는 수요나 투자목적의 수요 모두에게 통하는 주문이다.
‘청약가점제’ 등 청약제도 개편방향 윤곽
다만, 조기 도입에 따른 혼란과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현행 ‘추첨제’와 병행하고 항목 적용은 예정대로 연차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추첨제 병행 시기는 일단 오는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되, 연차적으로 각각의 방식에 따른 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즉 가점제 시행 첫 해인 올해의 경우 총 공급 물량의 30~40% 정도를 추첨제 형태로 공급하고 매년 10% 안팎씩 줄여가는 것이다. 가점제 항목은 가구주 연령, 부양가족수(가구 구성, 자녀수), 무주택 기간, 청약가입 기간 등 4가지를 우선 적용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시스템 안정화 이후 가구소득, 부동산 자산을 추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항목 추가시점은 일정상 오는 2008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자 인정 범위는 전용면적 15평 이하, 공시가격 5천만원 이하가 유력하다.
대출규제 확실히 알아두자
잇단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라 새로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은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집값의 얼마를 대출받을 수 있는지조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등한시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련 제도가 어떻게 바뀌고,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이번에 변경된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지역을 ‘주택투기지역’뿐 아니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하고 적용비율도 아파트 가격별로 차등화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DTI 적용에 대한 대상자 논란 때문에 정부 당국의 일률 규제가 아닌 시중은행별로 차등화를 두기로 했다.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개인의 상환능력 등을 감안, DTI 적용범위가 40~60%로 차등화된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각종 기준에 따라 40~80%로 다양해진다. 하지만 제2금융권에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제한된다.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경우 주택할부금융의 대출한도는 비은행 금융회사와 똑같이 LTV는 50~60%, 투기지역 주택과 투기과열지구 주택·아파트는 70%가 적용된다. 또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6억원 초과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주택할부금융을 이용할 때는 DTI가 40% 이내로 제한된다.
투기지역 내에선 주택할부금융과 아파트 담보대출을 함께 이용할 수 없다. 즉,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주택담보대출과 주택할부금융을 포함해 1건의 신규대출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함께 이용하고 있는 경우 기존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유예 기간을 거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만 30세 미만의 미혼 차주가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할부금융을 받는 경우 대출 한도는 DTI 40% 이내로 결정된다. 배우자가 이미 주택할부금융(주택담보대출 포함)을 1건 이상 받은 기혼 차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미성년자는 주택 할부금융을 이용하지 못한다.
대출 많이 받으려면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매수하고자 하는 주택에 전 소유자의 대출이 있다면 채무인수 방법을 통해 대출을 승계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6억원 이하인 경우 DTI 증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대출에 따른 부대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
대출기간을 최대 20년으로 해 대출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상환능력은 기간이 장기일수록 커지므로 허용하는 범위를 활용해야 한다. 거치기간이 짧고 분할상환기간이 길게 설정을 해야 한다.
소득은 부부합산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 대출이 없다면, 소득을 합쳐서 대출을 받는다. 물론 부채도 있으면 같이 계산해야 하므로 유·불리를 따져 활용하는 편이 좋다. 배당소득 등 기타 소득에 산입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겨볼 필요가 있다.
대출의 선후를 조정하는 것도 필수다. 마이너스 대출과 기타 신용대출 등도 한도에서 공제되므로 사전에 정리를 한 다음 대출을 신청하자. 대출을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상환능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부실로 연결되지 않는다.
사회초년생 청약 서둘러야
오는 9월부터 공공은 물론 민간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아파트에 ‘청약가점제’가 시행됨에 따라 청약환경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청약가점제는 가구주의 나이와 세대원수,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에 따라 가점을 매겨 높은 점수를 받은 실수요자에게 공공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는 제도다.
공공아파트는 당초 내년 하반기, 민간의 경우 201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행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청약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우선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부금 가입자는 가점제에 따른 실익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무주택 가구주 기간이 5~10년 이상이고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은 청약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가구주 나이가 만 40세 이상이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같은 청약통장 가입자라도 1주택을 갖고 있거나 부양가족이 많지 않다면 청약제도가 바뀌기 전에 청약통장을 사용해야 한다. 2주택자 이상 보유자의 경우 감점제가 도입된다. 특히 20대나 30대 초반 사회초년생은 청약을 서둘러야 한다.
다만 신혼부부 등은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보완조치를 마련하고 있으므로 일단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 가입자는 채권입찰제를 적용받아 채권매입액 순서대로 아파트를 분양받게 된다.
자칫 청약가점제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채권매입액이 같으면 일부 물량은 추첨하고 나머지 물량은 가점제를 적용해 당첨자를 가린다. 부양가족이 많거나 무주택기간이 긴 사람이 유리한 셈이다. 청약기회를 살리고 싶은 2주택자는 보유주택 중 비인기지역 주택을 처분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
장기 무주택자, 9월 이후가 좋다
오랜동안 내집 없이 지낸 수요자라면 정부가 계획한 일정상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는 올 9월 이후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 공공택지나 민간택지 모두 저렴한 가격에 내집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1·31대책에서 내놓은 비축용 장기임대아파트가 대량 공급된다는 점도 반길 만한 소식이다. 분양전환을 통한 내집 마련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축용 장기임대아파트의 경우 입지가 좋은 지역에 공급되는 점은 좋지만, 매월 내야 하는 임대료가 그리 싸지 않다는 점에서 본인의 수입을 감안해 선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장기 무주택자들의 경우 정부대책으로 집값이 하향안정되고 있어 무리하게 나서지 말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공급되는 분양 물량을 노려보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집 있는 수요자는 어떻게 하나
청약가점제가 9월부터 시행되면 배점에서 불리한 유주택자들은 당첨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이들 가운데 중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주택자라면 침체기를 이용, 급매물을 적절히 활용해 큰 평형으로 갈아탈 기회를 노려야 한다.
정부의 대출강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3~5월이 종합부동산세 회피 매물과 맞물려 급매물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청약통장을 이용해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면 9월 이전에 유망지역에 집중 청약해야 한다. 잇단 분양가 규제로 민간아파트 공급이 갈수록 줄어들 경우 나름대로 민간 중대형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형 주택 소유자의 경우 무주택 인정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만큼 청약가점제 세부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 볼 필요도 있다.
경매도 활용해 봄직하다. 최근엔 낙찰가율(최저입찰가대비 낙찰가)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여서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의 경매물건을 싼 값에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라면 청약에서 당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1순위 자격이 주어지지 않을 뿐더러 청약가점제에서 절대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가치가 가장 적은 매물을 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1순위로 청약통장을 사용할 수 있는 1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용 85㎡ 이하 5가구 이상 다주택 보유자라면 임대사업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10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은 종부세는 물론, 양도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 투기지역이나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6억원 초과 주택의 신규구입 때만 적용되던 DTI 규정이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신규구입이나 기존 아파트 담보대출에까지 확대적용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대출가능 금액을 따져봐야 한다.
■글 / 문성일 기자(머니투데이)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