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보유세의 과표가 되는 공시가격이 공개되면서 집주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인해 갈수록 빠듯해지는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꼬박꼬박 늘어가는 것이 걱정이지만, 내 집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물론 불만도 적지 않다. 집값이 올랐다면 좋을 수는 있지만, 예상보다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집주인으로선 커지는 세부담으로 인해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시작된 2007년도 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공시가격은 잠정가격이다. 집주인은 건설교통부 홈페이지(www.moct.go.kr)나 해당 시·군·구청(읍·면·동)에서 자신의 집에 대해 열람할 수 있다. 열람 후 의견 제출은 역시 4월 3일까지 인터넷이나 우편·팩스 또는 직접(시·군·구청, 한국감정원 본점 및 각 지점) 제출할 수 있다. 이의신청서는 건교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거나 시·군·구청(읍·면·동) 민원실에 비치된 신청서를 이용하면 된다. 제출된 의견은 감정원에서 재조사한 후 검증 과정을 거쳐 그 결과를 개별적으로 통보해준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어떻게 부과되나
2006년부터 명칭이 바뀌어 건교부가 발표하는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시세의 80% 선에서 결정된다. 지난해의 70%보다 10%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올 공시가격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보다 높아진 것은 이처럼 시세반영률이 높아져서다.
올해 과표(과세표준)적용률은 재산세의 경우 50%이며 공시가격 6억원 초과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80%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이 4억원인 경우 2억원에 대해서만 재산세가 부과된다. 재산세율은 △4000만원 이하 0.15% △4000만~1억원 이하 0.3% △1억원 초과 0.5% 등이다. 재산세는 내년부터 5% 포인트씩 올라 2017년이면 100%가 된다. 이에 반해 종부세는 내년엔 90%, 2009년에는 100%가 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만 부과된다.
공시가격 인상과 과표 상향 등으로 집주인들에게 ‘세금 폭탄’이 투하됐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사실 공시가격에 따라 상황이 다소 다르다. 바로 세부담상한선이 있어서다. 세부담상한선은 전년대비 △3억원 이하 5% △3억~6억원 이하 10% △6억원 초과 200% 등이다. 종부세 대상이 아닌 주택으로, 지난해 60만원의 재산세를 납부했다면 올해엔 66만원까지만 부과된다. 또 지난해 재산세만 100만원이 부과된 주택이 올해 공시가격이 대폭 올라 종부세 대상이 된 경우 최고 300만원까지만 보유세를 내면 된다.
이들 보유세에는 별도의 부가세가 따라 붙는다. 재산세에는 지방교육세와 도시계획세가 별도 부과된다. 교육세는 재산세액의 20%이며 도시계획세는 과세 표준의 0.15%다. 종부세에는 해당 세액의 20%인 농어촌특별세가 따로 붙는다.
일단 주택과 토지는 합산과세되지 않는다. 즉 주택은 주택끼리, 토지는 토지끼리 합산한다. 예컨대 공시가격 2억원과 3억8000만원짜리 주택이 있고 4억원짜리 토지가 있다면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다만 재산세는 인별 과세되지만, 종부세는 가구별 합산과세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부모와 자식, 또는 부부가 가지고 있는 주택의 합산가격이 6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부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금 때문에 이혼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이 같은 일이 최근 들어 빈번하게 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피스텔은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느냐에 따라 종부세 대상 여부가 결정된다. 업무용으로 사용된 오피스텔은 과세시가표준액으로 재산세만 부과될 뿐, 종부세를 물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거용으로 판정된 오피스텔은 6억원이 넘는 경우 종부세를 내야 한다. 주거용 판정은 간단하다. 시·군·구에 전입신고를 하고 실거주를 했다면 주거용이 된다. 2008년부터는 오피스텔과 상가에 대해서도 공시가격이 발표된다.
재산세는 2차례 나눠 부과된다. 1차분은 7월 16일부터 31일까지 납부해야 하고 2차분은 두 달 뒤인 9월 16일부터 30일 사이에 내야 한다. 종부세는 매년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납부한다. 이때 1000만원이 넘는 경우 분납이 가능하다.
보유세, 얼마나 내나
실전으로 들어가보자. 자신의 아파트가 4억원에 공시됐다면 과표 적용률(50%)에 따라 2억원에 대해서만 재산세가 부과된다. 이 경우 재산세는 74만원4000만원 이하분 0.15%(6만원), 4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분 0.3%(18만원), 1억원 초과분 0.5%(50만원)이다.
공시가격 10억원인 아파트의 보유세는 얼마일까. 일단 재산세는 343만8000원(재산세 224만원+도시계획세 75만원+지방교육세 44만8000원)이다.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어서면 종부세 대상이 된다.
종부세율은 △3억원 이하=과표×0.01(240만원) △3억원 초과~14억원 이하=240만원+3억원 초과분×0.015(1320만원) △14억원 초과~94억원 이하=240만원+1320만원+14억원 초과분×0.02(1억2800만원) △94억원 초과=240만원+1320만원+1억2800만원+94억원 초과분×0.03 등이다.
따라서 이 아파트의 종부세는 360만원으로, 재산세와 중복되는 부분(100만원)을 차감하면 260만원이 된다. 여기에 농어촌특별세(52만원)를 포함하면 종부세 합계는 312만원이다. 결국 재산세를 합치면 공시가격 10억원인 아파트의 총 보유세는 655만8000원이 된다.
개별 아파트 보유세 부과 예상금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5억7600만원에 공시됐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올 공시가격은 8억320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 아파트의 보유세는 1년 전보다 134.7% 늘어난 433만8000원에 달한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43평형은 공시가격이 14억4400만원에서 16억3200만원으로 13.0% 올라 보유세도 35.0% 뛴 1612만8000원이 부과된다.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한 강세를 보였던 노원구와 강북구 지역 아파트도 공시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12단지 21평형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8000만원에서 올해 1억1800만원으로 47.5%가량 뛰었다. 보유세도 지난해 13만2000원에서 22만9000원으로 73.5%가 인상되지만, 세부담상한선에 묶여 올해 13만8600원이 부과된다. 강북구 미아동 경남아너스빌 33평형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29.9% 정도 오른 2억5600만원으로, 보유세는 역시 5% 상한선에 걸려 45만1500원(2006년 43만원)이다.
주택시장 어떻게 움직일까
일단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보유세 부담도 커져 최근 지속돼왔던 집값 안정 기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한 주택을 소유한 집주인들의 경우 늘어난 세부담으로 매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고가의 주택을 매입하려던 매수 심리 역시 다소 꺾일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매수세 부진에 따라 거래가 위축된 주택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공산이 커진 셈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전반적인 가격 역시 하향세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오는 9월이후 분양가상한제와 택지비의 감정가 인정 등 분양가 규제를 담은 개정 주택법이 시행될 예정으로 있는 등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집주인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마저도 사려는 매수자가 없다는 게 집주인들로선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유세 회피용 매물이 늘수록 강남의 고가 아파트는 물론, 투자가치가 낮은 외곽이나 변두리지역 주택까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 아파트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같은 대출규제 적용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이처럼 세부담까지 늘어나 가격 유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만큼 보유세 증가가 전체적인 집값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동시에, 신규분양시장의 분양가 규제를 앞두고 주택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세부담상한선에 묶여 보유세 부담이 많지 않은 집주인들의 고민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증여세(10~50%)도 2주택자의 양도소득세(50%)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당장 매물부터 성급하게 내놓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집주인이나 매수 희망자의 경우 이럴 때일수록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좋다. 우선 보유세 부담에 시달리는 집주인들은 팔기로 마음먹었다면 처분을 서두르는 게 좋다. 이들의 경우 가급적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처분해야 한다. 이 시기를 넘게 되면 7월 과세되는 보유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을 처분하려면 5월 말까지 잔금을 수령하거나 소유권 이전 등기신청을 마쳐야 한다. 다만, 최근의 시장 동향을 감안할 때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미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에서 매도호가를 대폭 낮춘 고가주택 급매물이 쏟아지는 것도 가격을 낮춰서라도 세부담을 피하자는 의식이 집주인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수요자들도 고민이 많다. 더구나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가지고 있거나 사려는 샐러리맨의 경우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입한 주택이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거나 부담해야 할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면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다. 즉 보유세 부담보다 집값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집주인도 마찬가지지만, 보유전략을 써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재산세나 종부세 과표 적용률이 매년 상향 조정된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쉽게 팔리지 않을 주택을 사들이는 것보다 처분이 가급적 용이한 물건을 찾는 것도 요령이다.
신규분양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등 분양가 규제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될 경우 올 9월부터 공공택지는 물론, 민간택지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신규분양주택이 공급된다.
다만, 이 역시도 주의할 점이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신규아파트는 장기간 전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택지는 이미 지난해부터 전용 85㎡(25.7평) 이하인 경우 10년간, 85㎡ 초과는 5년간 각각 다른 사람에게 양도를 못한다. 민간아파트의 경우 각각 7년과 5년간 합법적인 전매가 불가능해진다.
그만큼 장기간 자금이 묶이거나 장기대출에 따른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도금 등을 대출받아 신규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전매금지 기간동안 매년 보유세를 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적지 않은 보유세에 금융비용까지 낸다면 부담은 배가 된다.
■ 글 / 문성일 기자(머니투데이)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