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착하고 바르게 키우고 싶은 건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바람. 하지만 아이가 뜻한 대로 커주지 않고 삐뚤거나 그르게 행동할 때면 엄마들의 마음은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 속만 끓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레이디경향의 문을 두드리자. 말썽꾸러기 우리 아이를 착한 아이로 만들어주는 ‘걸어 다니는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이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준다. 여든까지 갈까 걱정되는 우리 아이 세 살 버릇 길들이기!
아들 둘과 막내 아이로 딸을 둔 주부입니다. 막내이고 딸이어서 귀여움을 많이 받아서인지 딸아이가 코맹맹이에 혀 짧은 소리를 자주 냅니다. 이런 딸아이의 애교스런 말투를 어른들은 마냥 좋아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친구들입니다. 얼마 전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거든요. 딸아이가 친구들에게 놀림받거나 왕따라도 당할까 봐 걱정됩니다. (이미영·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A 막내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아이로군요. 만일 아이가 친구들에게도 코맹맹이 소리를 한다면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는 가족을 비롯한 어른들에게만 코맹맹이 소리를 내고 또래 친구들에게는 그러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아이의 그러한 말투를 잘 받아주고 좋아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지만 또래 친구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너무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친구들의 놀림을 미리 예방하고 싶다면 아이에게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똑바로 발음할 것을 주의시키세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함께 놀게 한 다음 딸아이가 어떻게 말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이제부터는 가급적 집에서도 혀 짧은 소리를 하면 가볍게 지적해주시고, 올바른 발음을 연습시켜보세요. 아이가 제 나이에 맞는 말투를 사용하면 칭찬과 함께 요구사항을 더 잘 들어주어 아이의 언어습관을 바르게 나가세요.
Case 02 생선 냄새만 맡아도 토해요
올해 여덟 살 난 제 아들은 비위가 약해 생선, 조개 등 어패류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과 구토를 합니다. 아들 때문에 생선 반찬은 상에 올려놓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유치원 급식시간엔 밥을 굶는 경우가 많아 선생님도 속상해했습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는데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조수현·부산 진구 가야1동)
A 아이가 생선을 단순히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과 구토를 할 정도라면 사실 제일 괴롭고 힘든 것은 아이입니다. 이 경우 엄마는 아이에게 생선을 잘 먹을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아이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아이가 생선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게끔 주위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선생님에게도 아이의 증상을 말씀드려서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그림책 등을 이용해서 물고기나 어패류에 대한 혐오감을 줄여주세요. 그런 다음에 조금씩 생선을 먹을 수 있게 시도해보세요. 아이의 생리적인 특성을 고치는 방법은 아이가 성장해서 그러한 특성이 저절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충분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겠죠.
Case 03 동생을 무척 괴롭혀요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들이 있습니다. 여동생이 태어난 뒤 여동생을 아주 예뻐하던 아들이 요즘에는 동생을 무척 괴롭힙니다. 여동생이 오빠만 보면 도망칠 지경까지 이르렀어요. 아들만 야단을 쳐야 하는 건지, 말귀를 못 알아 듣는 딸에게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선옥·경기 고양 덕양구 행신동)
처음에는 동생을 예뻐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동생과 잘 놀고 싶어서 혹은 동생에게 장난을 치느라 괴롭히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동생과 잘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동생은 오빠처럼 잘할 수 있는 행동이 매우 적다’는 인식도 시켜줘야 합니다. 동생에 대한 질투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아들에게 부모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동생에게는 오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오빠가 실수했네”라는 식으로 표현해 주세요.
Case 04 아이에게 ‘틱’ 증상이 있어요
아이가 얼마전부터 눈을 깜빡거리고 킁킁거리는 소리를 내서 못하게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신문에서 보니 그게 틱 증상이라고 하네요. 틱 증상이 치유가 가능한지,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그런 증상을 보일 때마다 못하게 하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요즘은 무관심한 척하고 있습니다. (박태희·경기 성남 수정구 태평1동)
A 아이가 최근에 부모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거나 과도한 학습 부담 등의 스트레스 요인이 선행되었다면 대개 틱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이처럼 한 달 이내에 저절로 사라지는 틱을 ‘일과성 틱’이라고 하며, 이 경우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이 때 부모가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심하게 야단을 치거나 틱을 억지로 하지 못하게 하면 아이의 심리적 스트레스(부모에 대한 두려움, 틱에 대한 수치심 등)가 더욱 커져서 결과적으로는 틱이 더 심해지거나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틱을 보일 때는 부모가 모르는 척 넘어가거나 아예 무관심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면 틱 현상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한 달 이상 틱 증세가 지속된다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평가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Case 05 엄마와 떨어지는 걸 힘들어해요
다섯 살 된 남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는 것 때문에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아침에 저와 떨어질 때는 두 번 다시 못 만날 것처럼 그렇게 생이별하듯 합니다. 일단 놀이방에 가서 몇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를 찾지 않고 잘 노는 편이라고 합니다. 2년 동안 같은 놀이방을 보내고 있는데 매일 아침 똑같은 모습이니 너무 걱정이 됩니다.
(장진훈·서울 동작구 사당4동)
A 우선 아이가 놀이방에 가서는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고 잘 논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다행입니다.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는 놀이방에 가서도 하루 종일 엄마를 찾거나 그곳의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아이가 2년 동안 같은 유치원을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힘들게 엄마와 떨어진다면 분명 분리불안 증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엄마는 잠자기 전에 다음날 놀이방에 가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놀이방에 갔다 와서는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임을 재확인시켜주세요.
아울러서 아이가 가급적 스스로 행동하게끔 평소 엄마의 관여나 간섭을 줄여나가세요. 엄마에게 매우 의존적인 아이들이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많은 시간 동안 실랑이가 벌어지곤 하니까요. 아침에 아이와 떨어지는 시간도 점차 줄여나가세요. 이런 아이의 경우 크면서 나아지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움말 /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02-523-2211, www.psysohn.co.kr) ■기획˙진행 / 김민정 기자 ■모델 / 신지수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