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묘한 암봉들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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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묘한 암봉들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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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허풍은 유명하다. 하지만 장가계(張家界)만큼은 예외다. 넓고(野) 높으며(峻) 험(險)하지만, 기이(奇)하고 수려(秀)하며 아름답고(巧) 묘(妙)한 딴세상(幽)인 장가계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함께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가정의 달 5월, 효도 여행지로 인기가 좋은 중국의 장가계를 소개한다.


황석채 앞에는 한글로 ‘황석채에 오르지 않고 어찌 장가계를 봤다고 할 수 있으랴’라고 쓴 간판이 붙어 있다.


[길 떠나는 길]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묘한 암봉들 장가계

[길 떠나는 길]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묘한 암봉들 장가계

한국인과 通하는 관광지
해마다 5월이면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올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 해외여행은 어떨까? 등이 굽고 손이 트도록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만 해온 부모를 위해 해외여행 한 번쯤은 보내드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다만 어디가 좋을지 난감해하는 사람이 많다.

해외여행 경험이 3번 이내로 적고, 80대 이하로 하루 2~3시간 정도 걸을 수 있다면 중국의 장가계가 최고다.
희한하게 여행지도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곳이 다르다. 캐나다의 오로라 투어는 관광객의 80%가 일본인이다. 중국의 장가계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는 한국인 관광객이 세계 어느 나라 관광객보다 많다.

관광객이 많다는 것은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는 얘기다. 장가계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7년 전. 매년 한국인 30만~40만 명이 찾아갈 정도로 이름난 곳이다.

장가계의 첫 번째 매력은 바로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암봉이다. 옛 그림에서 보는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장가계에 다 있다. 옛 그림에서는 이런 봉우리를 기껏해야 수십 개밖에 표현해내지 못했지만 장가계에서는 이런 봉우리가 셀 수 없이 많다. 마치 바늘 꽃받침을 보듯이 수많은 봉우리가 눈앞에 턱 펼쳐진다.

처음 장가계에 오른 사람은 이런 모습에 일단 주눅이 들 정도다. 봉우리의 수가 무려 3천 개나 된다. 금강산 일만이천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최고봉의 이름은 뭘까? 사실 중국인들은 최고봉이 어디인지 잘 모르고, 기암절벽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이유는 이렇다.

장가계는 산이 아니었다. 사진만 보면 이게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장가계는 먼 옛날엔 평평한 땅이었다.

보통 봉우리가 화강암으로 된 우리와 달리 장가계는 부서지기 쉬운 흙으로 돼 있었던 모양이다. 비바람에 씻기고 파여서 이런 모습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가계 봉우리들의 높이는 거의 비슷하다.

[길 떠나는 길]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묘한 암봉들 장가계

[길 떠나는 길]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묘한 암봉들 장가계

3억 8천만 년에 걸친 융기·풍화·침식작용이 장가계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무른 흙더미는 비바람에 쓸려나가고 바위 덩어리만 남아 봉우리가 됐다. 억겁의 세월이 봉우리를 하나하나 깎아 세운 셈이다. 암봉은 장기알을 쌓아 올린 것처럼 위태롭고, 피뢰침처럼 수직으로 꽂혀 있다. 윗부분이 넓고 산 아랫부분이 가늘어 쓰러질 것 같은 봉우리도 있다. 어떤 봉우리엔 구멍이 났고, 어떤 봉우리는 사람이나 거북 모양으로 생겼다. 키 작은 청솔이 자라는 봉우리도 있다. 해발은 1,200m 정도. 암봉은 대부분 수직으로 400m 안팎이다.

장가계는 장소와 기후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운무 낀 산정에선 구름 위에 뜬 기분이고, 거대한 암벽이 박힌 계곡은 전설 속의 주인공들이 금방이라도 말을 타고 달려올 것처럼 신비스럽다. 호수 위 물그림자에 흔들리는 봉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 것 같다.

바로 이 모습이 우리가 봐왔던 옛 산수도와 비슷하다. 무릉도원이나 무이구곡 같은 곳이 따지고 보면 여기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장가계 여행의 백미 황석채와 천자산
장가계의 면적은 264㎢. 장가계는 넓다. 장가계를 다 돌아보려면 1주일도 모자란다고 한다.
장가계 코스는 보통 황석채(黃石寨), 천자산(天子山), 금편(金鞭)계곡, 보봉호(寶峰湖), 원가계(袁家界) 등으로 나뉜다.

황석채 앞에는 한글로 이런 간판이 붙어 있다. ‘황석채에 오르지 않고 어찌 장가계를 봤다고 할 수 있으랴.’ 천자산과 함께 장가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막상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고 보니 장관이다. 너무나 독특하고, 기이해서 말문이 턱 막힌다.

잘난 바위 봉우리들이 여기저기 서 있다. 화려하고 수려하다.
황석채는 서한시대에 황석공이란 사람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신선이 됐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황석채도 넓다. 황석채 풍경구만 17만㎡나 된다. 탐방로가 약 5㎞정도 뻗어 있으며 곳곳에 오지봉, 제성대, 정인봉, 육기각 등의 이름이 붙은 전망대가 있다.

황석채와 함께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곳이 바로 천자산이다. 천자산이나 황석채나 사실 거대한 구역 중 하나다. 황석채에선 바위 봉우리들이 한눈에 5~6개 정도 들어오는 수준이나 천자산에서 수백 개의 봉우리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천자산 봉우리들은 황석채의 봉우리보다 매섭다. 바위 봉우리가 각이 져 있고 날카롭다. 기암의 풍광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황석채와 다른 점. 하이라이트는 어필봉인데 마치 천자의 붓끝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길 떠나는 길]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묘한 암봉들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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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산 입구엔 마오쩌둥과 함께 중국을 세운 10대 장성 중 하나인 허룽(賀龍)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 있다. 공원 입구는 초라하지만 막상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천자산이란 한나라 때 유방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난 향왕 천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한나라 군대에 진 뒤 벼랑에서 떨어져 자결했다고 한다.

유람선에서 듣는 원주민들의 노래
황석채와 천자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산정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관광 코스라면 금편계곡은 산 아래서 바위 봉우리를 올려다보는 코스다.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쓰러질 듯 서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산이 장관이다 보니 전설도 많다.

금편이란 고대 병기 중의 하나. 진시황의 용쇄공주가 머리털로 만든 채찍이란 전설도 내려온다. 독수리가 금편을 지키는 모습이라는 신응호편(神鷹護鞭), 거북 두 마리가 모여 있는 형상의 쌍계탐구(雙溪探龜), 물고기가 뛰어넘는다는 도어담(徒魚潭) 등이 나타난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장수 장량의 무덤 터도 있다. 대륙을 평정한 뒤 개국공신들을 죽이려 하자 이곳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금편계곡은 평평하지만 길이가 7.5㎞ 정도로 길다.

보봉호는 호수다. 원래 수력발전용으로 세웠다가 나중에 관광용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유람선을 타고 가다 보면 정박해 있는 나룻배에서 소수민족이 나와 노래를 부른다. 원래 장가계는 토가족, 묘족, 백족 등 소수민족이 살던 땅. 지금도 소수민족이 75%로 한족보다 많다. 유람선을 타고 달리다 보면 건너편 강변 오두막에서 원주민이 문을 열고 노래를 들려준다(이런 것을 보면 중국의 관광 시스템이 우리보다 낫다. 아직도 국내의 일부 유람선에선 트로트와 디스코 메들리만 틀어준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사랑 노래가 대부분으로 일종의 세레나데라고.

원가계는 장가계의 마지막 코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생각을 했을까. 중국인들 돈이라면 환경이고 뭐고 필요 없다.

기암에 동굴을 뚫고 만든 엘리베이터는 건설 당시 자원보호 문제가 제기됐다고 한다. 높이는 326m. 절반 정도는 동굴 속에 가려 있고 나머지 절반은 유리창 너머로 기암의 장관이 보인다. 침식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봉우리 높이는 일정하고 정상은 평평해 보이기 때문이다. 원가계에서는 혼이 쏙 빠진다는 미혼대가 장관이다.


장가계의 8가지 매력
장가계의 또 다른 매력은 이 땅에 사는 소수민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호남성은 중국 대륙에서 흔히 ‘중원’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중심이다. 하지만 남쪽의 장가계는 한족이 아닌 다른 종족들이 터를 박고 살았다. 땅이 척박하다 보니 한족은 이 지역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그저 벽촌이었을 뿐이다.

[길 떠나는 길]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기묘한 암봉들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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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가족, 묘족, 백족 등이 똬리를 틀고 살았다. 중앙정부의 통치력이 미친 것도 1952년이라고 한다. 자신의 부족 전통의상을 입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자체가 곱고 아름답다. 88년 ‘무릉원(武陵園) 풍경 명승지’로 지정됐다.

관광 안내 책자에는 장가계의 특징을 딱 8가지 한자로 요약해놓았다. ‘넓고(野) 높으며(峻) 험(險)하다. 기이(奇)하고, 수려(秀)하며, 아름답고(巧), 묘(妙)한 것이 딴세상(幽)이다’라고 썼다.

워낙 허풍이 심한 중국이라 처음엔 산을 표현하는 좋은 글자는 다 모아놓았다 싶었다. 그런데 장가계를 보면 이 말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장가계는 산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취향에 딱 맞는 여행지다.



여행수첩1


장가계는 많이 걷는다. 관절이 안 좋은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금편계곡에는 현지인들이 태워주는 가마가 있긴 하지만 처음에 금액을 확실하게 해놓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기 십상. 보통 20위안 정도 부르지만 나중엔 1백 위안 이상 주는 경우도 있다. 물건을 살 때도 꼼꼼하게 따지는 게 좋다. 한국 돈 1천원짜리를 많이 바꿔가는 것도 노하우. 연간 2백만 명의 관광객 중 외국인은 한국인이 가장 많기 때문에 한국 돈도 받는다. 지팡이도 하나에 1천원. 1천원짜리 한 장이면 과일도 듬뿍 살 수 있다. 쇼핑 품목으로는 술과 차를 권할 만하다. 중국의 명주로 떠오른 주귀(酒鬼)와 차가 유명하다. 가짜가 많으니 주의할 것.


여행수첩2


장가계가 있는 호남성의 수도 장사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는 게 좋다. 원래 정규 항공편은 없지만 워낙 손님이 많아 전세기를 수시로 운항한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들러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장사로 들어갈 수도 있다.

현지 숙박 시설은 아무래도 대도시에 비해 떨어지는 편. 그래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음식은 약간 매콤해서 우리 입맛에 맞는 편이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환율은 1위안=130원. 기후는 한국과 비슷하다. 연평균 16∼18℃. 안개와 비가 많아서 우의나 우산을 준비하는 게 좋다. 11월까지는 비가 적어 관광하기 가장 좋은 계절. 발이 편한 운동화나 가벼운 트레킹화가 좋다.

여행사에서 상품을 고를 때는 현지 황석채를 오를 때 왕복 케이블카를 타는지, 엘리베이터 비용이 옵션인지 아닌지, 보봉호 유람선도 추가 요금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여행 상품은 50만원대부터 90만원대까지 있지만 하루 세끼 식사와 이런 부대비용이 모두 포함된 상품이 좋다. 너무 싼 것보다 70만원대가 적당하다.


글&사진 / 최병준 기자(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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