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부드럽고 고소한 한우의 맛에 길들여진다. 우리 DNA는 한우를 원하지만 너무 많이 오른 한국산 쇠고기값 때문에 서민들은 그 맛을 즐기기 어렵다. 서울 강남 한우 전문 식당에서 4인 가족이 즐기려면 적어도 20만원은 있어야 할 만큼 ‘사치품’이 됐다. 그렇다면 FTA 협상 타결 후에 한우 값은 변화가 있을까? 싼값을 무기로 달려오는 수입 쇠고기의 영향으로 가격이 내려가 맛있는 한우를 맘껏 맛볼 수 있을까?
4인 가족이 간단한 술과 음료를 시키고 된장찌개를 곁들인 식사를 하면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1인분 150g은 결코 충분한 양이 아니므로 욕심을 부리면 훨씬 더 과용할 수밖에 없다. 한우를 먹기 위해서는 상당한 배짱과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일본 와규에 비해서는 한우 가격이 그리 비싼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한우처럼 일본 소를 뜻하는 와규(和牛) 중 가장 좋은 흑우를 맛볼 수 있는 곳은 고베다. 고베 와규는 120g에 12만원을 호가한다.
비싼 한우 가격 때문에 도시 서민의 상당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내심 환영하고 있다. 쇠고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보다 저렴하게 한우 고기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5일 강남의 한 한우 전문점에서 만난 시민 이용오씨(45)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우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을 만큼 가격이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희망하는 한우 600g의 소비자가(1등급 기준)는 3만원 선, 현재의 절반으로 가격이 떨어져야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미국산 소가 다시 들어온다 해도 이씨의 소망이 이뤄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우가 비싼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산지에서 킬로그램당 9천원 선에서 판매되는 한우가 고급 식당에 오면 20만원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려 20배 가까이 가격이 뛴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한우의 등심과 갈비는 소 한 마리의 10%에 불과하다. 산지에서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보통 35%만 정육으로 나오고 나머지 65%는 뼈와 내장, 그리고 가죽이다. 뼈는 킬로그램당 1만5천~2만원, 내장과 머리는 4천원, 가죽은 1천원 내외에 팔린다.
고급 한우 식당에서는 가장 육질이 좋다는 ‘꽃등심’이 주요 메뉴로 등장하지만 이 부위는 등심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나머지 등심은 국거리나 찌개용으로 사용한다. 이 같은 손실을 감안할 때 1인분(150g)에 5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은 그리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게 식당 주인들의 항변이다.
그렇다 해도 한우 가격은 그야말로 수직 상승이다. 2003년 1인분 180g의 가격이 3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150g당 5만5천원까지 올랐다. 무려 120% 이상 인상된 가격이다. 1인분 200g 혹은 180g 하던 관례가 어느새 150g으로 정착됐다. 최근에는 1인분을 130g까지 줄인 업소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값싼 수입 쇠고기와 한우가 입맛의 양극화를 가져오면서 한우는 어느새 미식가나 부자들만 즐길 수 있는 사치 품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우에 특별소비세가 붙지 않는 한 이렇게까지 오를 수 있느냐”는 게 서민들의 항변이다.
이미 고급 식당에서는 한우 가격을 올려받기 위해 여러 가지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다. 1인분 정량을 줄이고 등급도 식당마다 세분화해 가격을 올려 받는다. 꽃, 눈꽃, 스페셜 등의 이름을 붙여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는가 하면 봉사료나 부가가치세를 손님에게 전가하며 실제 가격을 인상하기도 한다.
농림부가 인정한 한우의 등급은 모두 5단계다. 최상등급인 1++등급, 그 다음이 1+등급, 그 다음이 1등급이다. 1등급이 모두 3단계로 이뤄져 있고 그 다음 순번이 2등급, 3등급 한우다. 보통 1등급 한우를 최상등급으로 알고 있지만 +가 붙지 않은 1등급은 중간 정도의 육질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부위라 하더라도 등급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등심의 최고등급인 1++는 킬로그램당 6만4천원, 1+등급은 5만8천원, 1등급은 5만2천원이다. 한 등급 차이로 무려 10%가 넘는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도매와 소매 가격 사이에는 무려 2배에 가까운 유통 마진이 붙는다. 시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한우 1++등급 4.8kg 선물세트 가격은 46만원이다. 1kg에 9만6천원인 셈인데 도매 가격은 그 절반 정도인 킬로그램당 5만4천원이다. 식당에서 최상등급 한우1kg은 20만원을 훨씬 상회한다.
양념구이로 사용되는 2등급 등심도 마찬가지다. 2등급 등심의 도매가는 1kg에 3만5천원 선이다. 150g 기준 1인분 기준에 6천원꼴이다. 그런데도 일부 식당에서는 2등급 한우 1인분을 4만5천원에서 5만원을 받고 있다. 도매가의 무려 8배 이상 받고 있는 셈이다. 한우 농가 역시 이렇게 높은 소매 식당의 마진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한우협회 남호경 회장은 “고급 부위를 비싸게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위마저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우 가격은 올라도 축산 농가는 한숨 쉬는 유통 경로
부풀려진 유통 마진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쇠고기의 전체 유통 마진율은 상장수수료 5%, 중도매인용 비용 4~10%, 하역비 2%, 기타 도축 비용을 합치면 전체 가격의 35~40%를 상회한다. 소비자 가격의 거의 절반을 유통 판매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농가가 한우를 출하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산지 가축시장에 출하하는 것으로 거세를 하지 않아 품질이 떨어지는 3등급 수준의 소가 거래되며, 전체 도축 물량의 17%를 점유하고 있다. 둘째, 농가가 직접 전국의 14개 공판장과 도매시장에 계통 출하하는 경로로 거래가격은 경매를 통해 형성되며, 전체 도축 물량의 25%를 차지한다. 셋째, 유통·식육업자들이 개별적으로 농가에서 구매한 뒤 도축·가공하는 경로로 전체 도축 물량의 58%를 차지하며, 거래 가격은 주로 농협 서울공판장 경락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한미 FTA 타결 후 한우 가격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한꺼번에 소를 팔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FTA 타결 이후 600kg짜리 큰 수소 산지 가격은 4백60만원으로 타결 전보다 5만원 정도 소폭으로 하락했지만, 큰 암소 산지 가격은 5백30만원으로 타결 전보다 무려 30만원 가까이 곤두박칠쳤다.
암송아지도 2백50만원으로 FTA 타결 전보다 32만원이 떨어졌고 수송아지 산지 가격은 2백만원으로 타결 전보다 20만원 정도 떨어졌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될 경우 소값 급락을 우려한 한우 사육농가에서 앞 다퉈 출하하고 있기 때문인데, 한우 송아지를 구입하려는 농가까지 크게 줄면서, 향후 가격의 추가 하락이 예고되고 있지만 한우의 소매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화하면 현재 수입 쇠고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호주산을 미국산이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은 부드럽고 호주산은 질기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인식이었다. 한국인들이 적당한 지방이 섞인 마블링(상강도 霜降度) 수치가 높은 쇠고기를 선호해 목초지에서 자연 방목한 호주산에 비해 곡물로 비육하며 마블링 수치가 높게 만든 미국산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산도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곡물 비육 쇠고기 사육을 늘려왔고 미국산이 갖고 있는 장점을 많이 수용해 맛과 품질에서는 경쟁 구도가 더 치열하게 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유통업자들은 미국산이든 호주산이든 쇠고기 맛과 품질은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어 수입육 시장은 유통과 마케팅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수입되더라도 당장은 쇠고기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굳이 쇠고기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것이고 수입 물량도 초기에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한우 가격은 고급육과 저급육 시장으로 이원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저급육이 거래되는 산지 가축시장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고급육 위주의 도매시장 가격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우 가격은 2002년 이후 계속적으로 사육 두수가 증가해 지난해 연말부터 가격 하락이 예상돼왔다. 또 그동안 한우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왔기 때문에 하향 안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쇠고기 시장의 개방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가격에만 매달려 안주하던 시대는 끝났다. 정부 대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우농가 스스로 타개책을 개발해야 한다. 능동적으로 달려들면 한우는 죽지 않는다. 지금의 위기가 훨씬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고 품질의 한우 싸게 사는 법
요즘엔 전국 축산농가별로 브랜드화된 한우를 인터넷으로 소비자에게 판다. 봉화 한약우의 경우 봉화군청 홈페이지에 가면 등심 1등급 3.8kg이 19만원에 팔린다. 킬로그램당 가격이 정확히 5만원이다.
서울에서도 1등급 한우를 싸게 사는 방법이 있다. 마장동 축산물 도매시장에 가면 된다. 마당동에 가면 1++등급, 즉 최고 육질의 한우를 킬로그램당 4만원에 살 수 있다. 그런데 등심은 30kg 전체 덩어리 단위로밖에 팔지 않는다. 무려 1백20만원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등심 대신 채끝 등심을 산다. 보통 5kg 단위로 20만원이면 살 수 있다. 킬로그램당 4만원 꼴이다. 요즘엔 1백20만원짜리 등심 덩어리를 5~6명이 공동구매하기도 한다. 최상등급 등심을 킬로그램당 4만원에 살 수 있으니 인터넷 구매보다 20%가량 저렴하다. 불고기감이나 양지, 사태는 훨씬 싸다. 보통 킬로그램당 2만~2만2천원이면 살 수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에서 사는 것보다는 인터넷 정육점을 이용하는 편이 더 싸다. 축산전문기업 한냉에서 직영하는 ‘人터넷情육점 케이미트’(www.kmeat.com)에서는 매달 10·20·30일이 ‘소 들어오는 날’이다.
갓 도축돼 전날 물류창고에 입하된 한우 1마리를 하루 동안 저렴한 가격에 한정 판매한다.
1등급 이상 고급육으로 갓 도축된 뒤 위생적으로 가공돼 신선도와 맛이 뛰어나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가격도 같은 등급 고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대형 할인점보다 20~30% 저렴하다. 고객이 원하는 부위를 썰어주고 500g 단위 소량 판매도 한다.
사이트 오픈은 보통 당일 오전 9시. 소문을 듣고 몰려든 고객이 많은 데다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게 좋다. 특히 인기 부위인 등심이나 안심은 몇 시간 안에 동이 난다. 1인당 판매 제한은 없다. 오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서울·경기 지역은 당일 배송해주고 이외 지역도 24시간 내에 배송해준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도 일부 생산자나 육가공 업체 판매자들이 한우, 육우 등 국내산 쇠고기를 시중보다 20~25% 저렴하게 판매한다. 할인점에서 동일 등급 한우가 킬로그램당 7만7천~7만8천원에 판매되는 데 반해 콩 먹인 안동한우는 갈비 혹은 등심은 킬로그램당 5만8천~5만9천원(3㎏에 17만5천원)으로 20~25% 저렴하다. 옥션에서는 또 한우보다 저렴한 국내산 육우를 전문적으로 파는 판매자도 있다. 대부분 도축장과 연계된 육가공 전문 업체들이다.
두메촌은 도축장과 직접 연계돼 있어 오프라인보다 가격이 20%가량 저렴하다. 임규율 고기마을도 도축장과 연계해 국내산 육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인터파크 직영 온라인 할인점 인터파크마트(mart.interpark.com)에서는 매일 오후 5시에서 6시까지 열리는 마감 세일 코너를 통해 한우를 시중가 대비 30~40%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또 그날그날 인기 상품이 특가에 판매되는 ‘오늘의 봉사상품’ 코너에서도 저렴하게 쇠고기를 살 수 있다. 우체국쇼핑(www.epost.go.kr)은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산지 육가공 업체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한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같은 등급 고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백화점보다 10~15% 싸다.
■ 글 / 한기홍(자유기고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