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 이용자는 막장인생들?

사채시장 이용자는 막장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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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득 2000만원 이상인 사람들 62% 차지, 저소득층은 18% 불과


‘피자 배달보다 빠른 대출’ ‘한 달간 무이자 이벤트’ ‘여성 전용 무담보 대출’ ‘고민하지 마세요, ○○신용대출!’
사채를 양성화한 대부업체가 늘어나면서 생활정보지, 지하철 광고판, 케이블TV, 전단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광고다. 최근 공중파TV에서도 유명 탤런트가 등장하는 대부업체 광고들이 아파트 분양 광고 못지않게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에는 KT, 하나로, 두루넷, 3개 초고속 인터넷 통신업체 가입자 4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유출되어 가입자 중 상당수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출받으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최고 연 66%의 고금리지만 급하게 돈 쓸 일이 있는 사람에겐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사채시장 이용자는 막장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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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득 4000만원 이상도 31%나
지난해 법무부와 국정홍보처가 서울 및 6개 광역시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사금융 이용실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39.2%가 최근 10년간 1회 이상 사금융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이른바 ‘막장인생’이 아닌 일반인들의 대부업체 이용률도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 4월 13일 재정경제부와 금융연구원이 대부잔액 30억원 이상 5000억원 이하인 중·대형 대부업체 2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대부업체 이용자 가운데 연간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이용자의 비중은 61.9%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소득 4000만원 이상인 이용자 비중도 31.4%나 됐다. 대부업체 이용이 대중화화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연간소득 1000만원 이하의 저소득 계층 비중은 17.9%에 불과했다.

우량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인 정상 채무자 비중이 90%에 이르고,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신용등급 1~7등급 비중도 6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부업체 이용자 가운데 빚을 갚을 능력이 평균 이상인 고객층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채시장의 대중화는 이용자 분포에서도 잘 나타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대부시장 이용자의 64% 정도가 20~30대이고, 회사원이 56% 자영업자가 20%로 나타났다”며 “이들 중 69%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상태로, 대부시장과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자가 겹치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외환위기 이후 경기 양극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생활자금 용도의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제도권 금융시장을 이용하고 있는 금융 소비자의 상당수도 금융회사로부터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대부시장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대부업체로부터 500만원을 빌린 김모씨(41)는 “일반 은행과 저축은행에 소액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카드대금 연체가 있어 모두 거절당했다”며 “빨리 쓰고 갚으면 되지 싶어 대부업체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500만원 대출에 선수수료 20만원을 떼고 480만원을 받았다. 연이율은 64% 정도로, 앞으로 매달 17만원의 이자를 내야 하지만 ‘한 달만 쓸 생각’이기 때문에 이자가 다소 높아도 대출 방법이나 시간에서 ‘편리하다’는 생각이다.

주부 최 모씨(34)도 대부업체의 대출을 ‘나름대로’ 잘 활용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매매한 아파트의 양도세 납부를 앞두고 대부업체를 찾았다. “양도세를 일시납부할 경우 10%의 감면 효과가 있는데 돈도 조금 모자라고 시간도 촉박해 대출을 받았다”는 최씨는 “두 달 쓰고 이자를 40여만원 내야 하지만 양도세 10% 감면액이 480만원이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달 후엔 목돈이 생기기 때문에 부채를 해결할 계획이다.


주택청약 가입자들 급전 쓰기도
최근에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도 포착된다. 전매제한에서 자유로운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곳에 투자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 실제로 123가구 분양에 59만7000여 명이 청약해 평균 485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과열 양상을 빚은 인천 송도 신도시 내 ‘더 프라우’ 오피스텔 공사현장 주변엔 ‘사채자금 유입설’이 파다하다. ‘로또청약’으로 불릴 만큼 예상되는 프리미엄이 높고, 당첨 즉시 전매가 가능해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다 다수의 이름으로 청약신청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고 아파트 분양신청을 했다가 당첨되자 계약금을 내기 위해 사채시장에서 급전을 끌어다 썼다는 이야기는 이미 고전이 됐다.

이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들이 제도권 금융시장을 활용하지 못하고 대부시장을 찾는 이유는 과거 연체기록과 보증 및 담보 부족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사에서 ‘사금융을 이용하는 이유’로 41.8%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서’를 들었고, 36.2%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라고 응답했다.

1인당 평균 대부액 및 건당 평균 대부액 모두 500만원 이하가 과반수로, 소액신용대출이 대부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처럼 ‘단타대출’ 개념으로 대부업체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이는 은행 문턱은 너무 높고, 그렇다고 사채를 쓰기는 부담스러운 서민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카드사·저축은행·할부금융사들마저 서민 대출을 갈수록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댈 언덕이 사라진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대출이 편한 대부업체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10% 이하 담보대출과 금리 66%인 대부업체 사이에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중간단계 금융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보가 없는 서민이 대부업체 이용자로 급격히 전락해버리는 일이 없도록, 서민 금융기관의 신용대출 확대를 정책적으로 조금씩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채시장 이용자는 막장인생들?

사채시장 이용자는 막장인생들?

한편 지난 4월 5일,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대부업법상 이자율(최고 연 66%)은 너무 높다”며 대부업체 이자 상한선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4월부터 시행 예정인 이자제한법상 이자제한인 연 40%와의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 대부업체 이자율도 낮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이자율을 낮춰 서민 피해를 막고, 단속을 강화해 고이율의 미등록 대부업체를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의문을 나타낸다. 현재 대부업체 이자율 상한이 연 66%지만 대형업체 몇 곳을 제외하고는 이것조차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 금융연구원 조사 결과 합법적인 대부업체 이용자조차 실제 부담하는 금리는 평균 2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금리에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 즉 급전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법정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소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채 이용, 이런 점에 주의하세요


금융감독원은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려 쓸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체결하는 계약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대로 도장을 찍거나 서명하면 나중에 어떤 피해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 계약 내용에는 계약의 상대방, 대출원금, 이자, 상환일, 보증유무, 담보설정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대부업 등록 여부 및 영업소의 위치 등을 확인하고 계약서를 1부 수령해야 한다.


Q 급하다 보니 연 66%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는 위법으로 알고 있다. 계약한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하나.
A
대부업법에서는 연 66%의 이자율(단리로 환산하여 월 5.5%, 일 0.18%)을 초과하는 이자를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선이자, 수수료, 사례금, 연체이자 등 명칭에 관계없이 대부와 관련하여 대부업자가 받은 것은 모두 이 66% 안에 포함된다. 다만, 신용조회비용 등 대부거래의 체결과 변제에 관한 부대비용은 제외. 따라서 계약체결 후 이자율 위반 사실을 알거나 위반 사실을 알고도 불가피하게 계약한 경우에는 이자율 위반이 불법행위이며 무효(66%를 초과하는 이자 부분만 무효며 대부 계약 자체는 유효)임을 적극 주장하여 제한금리 이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재계약을 유도해야 한다. 대부업자가 불법임을 알고도 계약조건을 조정하지 않는 경우 관할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으로 고소·고발할 수 있다.

Q 연 66%를 초과하는 이자를 이미 지급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
A
이미 부당한 이자를 지급하였다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반환청구 소송의 경우 2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 심판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환청구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대출원금, 이자율 및 변제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부계약서, 입출금내역, 무통장입금표 등 부당한 이자를 지급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변제해야 할 채무원금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반환청구소송에서는 패소할 가능성이 있으므로(패소시 소송비용 채무자 부담) 주의해야 한다.

Q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소요될 비용을 빌미로 실제 채무 내용과 다른 계약서 작성을 요구한다면.
A
이 경우 대부업법상 이자율 제한(연 66%)을 회피하면서 향후 부당한 채무변제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대부계약시 반드시 실제 채무 내용과 동일한 대부계약서를 작성하여 교부받아야 하고, 현장 수령시 실제 수령금액에 대한 확인증을 반드시 받아두어야 한다. 계약서 및 공정증서는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에서 강력한 증거력이 있어 이를 반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특히 공정증서는 금전의 지급과 관련하여 법원의 판결과 같은 법률적 효력을 가져 재판절차 없이 채권자가 바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미 실제와 다른 대부계약을 한 경우에는 관련 증거자료(대출금액 입금내역 및 이자 및원금 상환내역)를 확보하여 채무부존재 소송 등을 제기하고, 대부업법상 이자율 위반에 대해서는 관할 수사기관에 고소해야 한다.

Q 딸이 인감증명서를 훔쳐 대출받는 바람에 본인도 모르게 보증인이 되었는데.
A
본인이 보증의사가 없음을 입증하면 보증책임을 면할 수 있으나, 채권자가 동의 없이 인감증명을 훔쳐 보증을 세운 딸을 사문서 위조 등으로 고소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 가족 및 친구 등 지인 때문에 발생해 이들의 처벌을 막기 위해 사후에 보증을 추인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업자도 이 점을 악용하여 채무자의 가족을 보증인으로 세우도록 부추기거나 방조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채무자의 무권대리행위가 채권자의 사기나 강박 등에 의한 경우 이를 무효화할 수 있겠으나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Q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본인 명의를 도용하여 사채를 써 사채업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A
타인이 부당한 방법으로 본인의 명의로 돈을 빌렸을 경우 본인이 대출계약을 한 적이 없음과 서명·날인이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 등을 입증하여 명의 도용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채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타인의 대출 사실을 알고 명의를 빌려준 경우에는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 및 명의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Q 대부계약시 별도의 신용조사서에 보증인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의 인적사항을 적으라고 요구하는데.
A
대부업자가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의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향후 채무자의 연체시 채권추심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대부업자는 단순히 채무자의 소재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인들에게 대신 변제를 요구하거나 폭언·협박해 그들의 사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타인의 인적사항 기재에 신중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정한 대부표준약관에서는 채무자 및 보증인 이외의 사람에 대한 개인정보 요구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계약시 대부약관을 확인하여 이를 근거로 지인들의 인적사항 기재를 거절해야 한다.
한편, 대부업자가 채무와 무관한 제3자에게 전화하여 대신 변제를 요구하며 협박하거나 채무 사실을 알릴 경우 대부업법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Q 대부업체 선택시 유의할 사항은.
A
거래를 원하는 대부업체가 관할 시도에 대부업 등록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확인이 안 되는 경우는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생활정보지나 일간지 등에 상호 및 대부업등록번호 없이 전화번호만 기재하고 전화시 사무실 위치를 밝히지 않는 경우는 일단 무등록업체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등록된 대부업체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등록번호를 허위로 광고하는 무등록업자도 많으므로 등록된 업체와 동일한 업체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관할 시도청 대부업자 담당부서 또는 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글 / 김경은·조득진 기자(뉴스메이커)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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