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증, 의부증 없다”는 흥신소 종사자들의 생생 증언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고객들이 의뢰 배우자 아닌 나이 어린 애인 여자관계 뒷조사
“돈 많은 불륜 커플은 외국 나가서 즐긴다” “합법적으로 일하다 보면 이 일 못한다”
불륜을 소재로 한 SBS-TV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불륜이 장안의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극중 불륜의 얼개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친구의 남편과, 아내의 친구가 만나 육욕을 불태우며 바람을 핀다. 이에 대해 불륜 행각 잡기로 유명한 속칭 흥신소(심부름센터) 종사자들은 ‘그게 무슨 대수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차라리 양반이라는 것. 사연인즉 상상을 초월하는 불륜 커플을 많이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흥신소를 검색하면 관련 정보나 광고가 줄줄이 이어진다. 생활정보지에선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이다. 흥신소 종사자들은 “대한민국은 불륜공화국”이라고 혀를 찼다. 솔직히 남들의 불륜 때문에 먹고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분모다.
영등포의 한 커피숍에서 40대 초반의 남성이 피눈물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애 엄마가 아이의 중학교 담임교사와 손을 꼭 잡고 모텔로 들어가는 사진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한동안 신경정신과를 찾는 등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의처증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결국 흥신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뢰한 지 사흘 만에 물증을 확보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설마 독실한 신자인 마누라가 다른 남자와 그짓을 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아이의 담임교사와.
40대 후반의 중년 여성이 선글라스를 쓴 채 자신의 차량 안에서 흥신소 종사자를 만났다. 장소는 유명 백화점 주차장. 종사자는 당연히 남편의 뒷조사를 부탁할 줄 알았다. 하지만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남편이 아닌 자신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지 진위 여부를 요구받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수임료를 일시불로 줬다. 역시 그녀의 심증은 적중했다. 종사자가 쫓아다닌 지 이틀 만에 그 현장을 잡아냈다. 그리곤 의뢰인에게 휴대폰 문자로 모텔 이름과 위치를 보냈다. 문자 보낸 지 1시간 만에 그녀의 고급 차량이 모텔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때 시각이 오후 11시 50분. 종사자는 그녀가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30대 초반 남성이 업체를 찾았다. 사무실 내부를 확인한 뒤 의뢰하겠다는 의뢰인의 요구에 따른 것. 자칫 돈을 떼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무실로 발걸음을 하는 의뢰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의뢰가 황당했다고 한다. 마누라가 아닌 애인의 뒷조사를 요구한 이유 때문이다. 처음엔 거절했다. 혹여 스토커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 하지만 3개월 후 웨딩마치를 울릴 청첩장을 확인하고 나서 오케이를 했다.
결과는 안타까웠다는 것이 종사자의 증언. 사실 바람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를 바랐다는 것이 종사자의 솔직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다. 그런데 그 마음이 바뀌었다.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확인됐기 때문이다. 예비 신랑이 아닌 각기 다른 두 명의 남성과 모텔로 들어간 것. 이 사진은 우편으로 예비 신랑에게 보내졌다.
이 같은 사례들은 기자의 거듭된 요청에 흥신소 종사자들이 말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당초엔 입이 무거웠다. 이들은 “고객과의 비밀 약속을 어길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불륜 커플이 즐비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며 기자의 진한 호기심을 부채질했다. 결국 집요한 요청 덕분에 종사자들이 겪은 짧은 스토리를 몇 개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 비행기 타는 출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돈 많은 불륜 커플이 외국에서 바람을 피우기 때문이란다.
비행기 타는 출장 빈도수 점차 증가
실제 한 흥신소 종사자는 얼마 전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0대 후반의 남자를 뒤쫓아서다. 그의 부인이 인천공항까지 남편의 배웅을 나왔다. 동시에 흥신소 종사자와 접선을 했다. 의뢰는 부인이 한 것이다. 비행기 예약이며 하와이에서 묵어야 할 장소까지 그 부인이 모두 처리해줬다. 종사자는 남편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그 남자를 기다리는 20대 여인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고 한다.
흥신소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대한민국은 불륜공화국”이라고 했다. 불륜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번져 있다는 것이 종사자들의 일치된 주장. 한 종사자는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고위직 마누라에게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후환이 두려워 그 일을 맡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뢰인 남편의 고위직 진위 여부를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남자의 얼굴이나 근무처 등을 알아야 뒷조사를 할 수 있는데 왜 모르겠어요.”
흥신소 종사자들의 돈벌이 원천이 바람난 대한민국이긴 하나 “너무나 심각하다”는 데 공감했다. 심지어 불륜이 심부름센터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종사자는 “(흥신소를) 찾는 사람의 대부분이 물증만 없을 뿐 심증이 있기 때문에 결과는 거의 뻔하다”며 “이미 기초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났다며 빼도 박도 못할 결정적 증거를 요구하는 게 다반사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무능력이나 도박 등은 용서가 돼도 배우자의 부정은 끝내 일이 터지게 마련”이라고 전했다. 또 “내 경험에 비춰보면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흥신소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예비 남편이나 예비 신부의 뒷조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종사자들의 전언. 하지만 절대 다수는 30대 중반 이상. 남녀 비율은 4:6 정도로 여성이 더 많이 의뢰한다.
수임료 4백만원 선 돈벌이 전망 “굿”
수임료는 업체마다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4백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기간은 7~10일. 불륜을 저지를 경우,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물론 고객의 요청에 따라 하루나 이틀 정도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때는 하루당 가격이 50만원 선.
노하우에 대해선 모두 일체 함구했다. 어렵게 축적한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발설할 수 없다고 입에 자물쇠를 찼다. 한 종사자는 “합법적으로 일하다 보면 이 일 못한다”며 “사실상 우리 일이 불법인 경우가 다반사다. 불가피하게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흥신소 전망에 대해선 모두가 ‘베리 굿’을 외쳤다. 불륜공화국답게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과거엔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요즘엔 경제적으로 살기 빡빡한 이들도 불륜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 그러나 최근엔 업체가 대폭 늘어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그래도 전망이 좋은 직종이라고 했다. 역으로 많은 사람의 불륜이 그들에게는 소중한 밥벌이가 되는 셈이다.
외부의 부정적 선입견에 대해 한 관계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부인이나 애들한테도 남편의, 아빠의 직업을 솔직히 말해본 적이 없다”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부정적 선입견이 많은 떳떳하지 못한 직종 때문에 절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곤 자신의 실체를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짭짤한 돈벌이 덕분에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종사자 역시 “오래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 종사자들의 공통된 증언.
◆‘수면 아래 경찰’ 흥신소
‘고객의 요청에 따라 대가를 받고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 재산 상태, 개인적인 비행 따위를 몰래 조사해 알려주는 일을 하는 사설 기관.’ 이는 국어사전에 나오는 ‘흥신소’의 뜻풀이다.
혹자의 신분은 다름 아닌 경찰. 이에 대해 흥신소 종사자들은 “딱 맞는 표현”이라고 좋아했다. ‘수면 아래’라고 했으나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로 표현됐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경찰과 달리 비용을 지불해야 움직인다. 실패해도 수임료는 받는다.
흥신소 취재는 쉽지 않았다. 고객을 가장하기보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대가였다. 그래도 신분을 노출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결국 총 17군데에 전화를 걸었지만 5군데만 전화를 끊지 않았다. 나머지 12군데는 거절. 통화가 성사된 5군데 중 1군데는 기사 작성시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단서 조항으로 달았다. 결국 여기도 제외, 4군데 업체 종사자들을 만났다.
◆한 흥신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바람난 남편(아내)에 관한 연구
배우자가 ‘집에서’ 이런 행동을 취할 경우 의심하라
*전화를 받았다가 바로 끊어버리는 횟수가 많다?
*잘못 걸린 전화가 평소보다 훨씬 많다?
*배우자와 대화가 안 된다?
*휴대폰의 전원을 꺼놓는 경우가 많고 벨소리를 진동으로 해놓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사러 간다거나 자동차에 무엇을 가지러 간다며 자주 들락날락한다?
*집 안 변기의 앉는 부분이 올라가 있을 경우 혹시 아내가?
*배우자가 당신이나 아이들과 있을 때 심심해한다?
*(특히 집안일에) 배우자가 점점 게을러진다?
배우자가 ‘부부 사이와 Sex’에서 이런 행동을 취할 경우 의심하라
*새로운 테크닉(?)이 생겼다?
*당신과의 친밀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섹스는 거의 하지 않는다?
*자주 피곤해하면서 섹스를 기피한다?
*전에는 입은 적이 없었던 섹시한 속옷을 입고 있다?
*당신이 간통이나 부정행위 등을 말하면 매우 방어적이 된다?
*남편(아내)과 나 사이에 돈이 큰 이슈로 대두된다?
*나와는 어디를 같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와는 더 이상 싸우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배우자가 ‘일상생활에서’ 이런 행동을 취할 경우 의심하라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이 종종 있다?
*갑자기 평소보다 훨씬 더 상냥해진다?
*배우자가 자신에 대해서 혼돈스러워하거나 자존심이 없어 보이거나 거짓말하는 게 보인다?
*옷에서 특정 향수냄새가 날 때? *(아내의)옷에서 담배냄새가 날 경우?
*헤어스타일을 바꾼다? *갑자기 헬스클럽에 등록한다?
*평소보다 옷도 더 잘 입고 멋있어 보인다?
*생일이나 휴일 같은 가족 행사에 별 관심이 없다?
*비밀이 많아진다?
배우자가‘구매, 신용카드, 차량 등’에서 이런 행동을 취할 경우 의심하라
*신용카드로 알 수 없거나 이상한 것들을 구매한 경우?
*화장품 등이 구매 리스트에 나와 있지만 받은 적이 없는 경우?
*이상하거나 설명이 안 되는 먼 곳에서 현금지급기 사용?
*꽃이나 보석류의 청구서나 영수증?
*자동차의 마일리지가 평소와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갑작스럽고 설명하기 힘든 의상의 변화를 준다?
*직장에서 평소보다 오래 일을 한다?
*차의 운전석 옆 시트 위치가 다른 경우
■글 / 성강현 기자(일요시사) ■진행 / 김민주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