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룸에서 값비싼 양주 마시는 그들, 술자리 섹스는 필수!”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이 아들을 대신해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사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갑자기 드는 생각 하나, ‘이들의 술자리는 어땠을까?’ 몇 달 전 재벌 2세들과 술자리를 같이했던 한 여대생의 증언을 통해서 재벌 2세들의 술자리 문화를 알아보았다.
연말이라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 친한 친구들과 몇 달 전부터 호텔에서 방을 잡고 하루를 보내기로 약속한 참이었다. 비록 가장 싼 방을 예약하기는 했지만 친구들끼리 호텔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사실은 우리를 한껏 흥분시켰다. 게다가 물 좋기로 유명한 지하 나이트클럽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렇게 꿈같은 하루를 기대하며 H호텔을 찾았다.
우리는 그 제안이 싫지 않았기 때문에 기분 좋은 설렘을 갖고 그들과 합석했다. 그들은 테킬라를 한 잔도 아닌, 한 병을 시켰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한 병을 비웠다. 보통 주당이 아닌 것 같았다. 위에 방을 잡아놓았다고 말하면서, 방으로 올라가서 몇 잔 더 마시자고 했다. 잘 노는 것에 비해 신사적인 태도인 그들이 우리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스위트룸을 채운 정체 모를 냄새
방문을 연 순간 깜짝 놀랐다. 우리 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고 화려한 스위트룸이었기 때문이다. 그 방은 침대든, 테이블이든 모든 것이 크고 화려했다. 그 방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자와 남자 너덧 명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들어가자 흠칫 놀랐다. 이미 테이블에는 술판이 거하게 벌어진 듯 평생 먹어볼 수 없는 값비싼 양주병과 안주, 쓰레기 등이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 방 안에 이상한 냄새와 연기가 차 있었다. 그건 담배 냄새도 아니고, 음식물 냄새도 아니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 방 안에는 분명 담배 같은 건 없었다. 처음 맡는 냄새에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동행남들은 우리가 앉을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다.
모두 열 명이 넘는 사람이 커다란 테이블 주위에 앉았다. 몇 명은 익숙한 솜씨로 폭탄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술 마시는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난스러운 게임으로 시작해 점점 강도가 세어졌다. 약간의 스킨십이 들어 있는 게임이었다. 우리는 너무 심한 경우 우리 방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아슬아슬한 수위는 넘지 않았다. 그렇게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던 중 가장 준수한 외모에, 엘리트 분위기를 풍기는 한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외쳤다.
“섹스하고 싶다!”
그러더니 우리 중 한 명을 끌어내려고 했다. 우리는 당황해 순식간에 표정이 싹 굳어버렸고 그에게 붙들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친구들은 그의 그런 모습이 익숙한 듯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아무도 호응하지 않자 흐느적거리며 침대 곁으로 가서 쓰러졌다. 조금 뒤 또 한 명의 남자가 일어나더니 한 여자에게 “키스하고 싶어” 하며 다가갔다. 그렇게 장난인가 보다 했다.
얼마 후 누워 있던 남자가 일어나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나는 한 번도 (술 자리에서 섹스) 안 해본 적이 없거든” 하고 소리쳤다. 우리가 이게 무슨 소리인지 놀라고 있으니, 한 남자가 “신경 쓸 거 없어. 이제 누구 차례지?” 하고 분위기를 수습했다.
커피 한 잔도 룸서비스?
먼저 앉아 있던 어린 여자가 한 남자에게 “오빠, 커피 먹고 싶어”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능숙하게 전화를 걸어 룸서비스를 시켰다. 호텔에서 커피 한 잔을 룸서비스로 주문하다니, 우리는 놀란 얼굴로 바라봤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술이 떨어지자 또 한 명의 남자는 전화를 걸어 우리는 생전 먹어보지 못한 비싼 양주 몇 병을 주문했다. 그리고 또 여자가 남자에게 “오빠, 우유 먹고 싶어”라고 말하니, 아무렇지도 않게 또 룸서비스를 주문했다. 음식도 아닌 우유 한 잔을 말이다. 게다가 그 여자는 아까부터 시킨 커피나 주스, 우유는 한 모금 이상 입도 대지 않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화장실에 갔고, 그중 한 여자와 남자가 사라졌다. 건너편에 앉았던 여자가 내 옆으로 다가 앉았다. 여자는 꽤 취한 상태였는데 처음 본 나에게 귓속말로 이 남자들과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했다. 나는 나이트에서 만났다고 하니, 그녀는 나를 별것 아니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들이 재벌가 아들이란 걸 알고 접근했냐고 대뜸 물었다. 그랬다. 그들은 A, B, C 그룹 2세들이었고, 미국 명문 대학교에 다니는 수재들이었다.
그때서야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20대 초반 어린 학생들이 최고로 비싼 스위트룸을 잡아서 노는 거나 값비싼 양주나 룸서비스를 아무렇지 않게 주문하는 태도, 아무렇지 않게 성욕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게 안 될 때는 화를 내는 그들. 그리고 처음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정체 모를 연기와 냄새.
그러나 그들은 명문대생답게 깨끗하게 노는 편인 듯했다. 아니면 적극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우리에게 흥미를 별로 못 느꼈던 것인가. 그렇게 두 시간여의 술자리를 가지다가 몇몇이 사라지고 몇몇은 잠이 들었다. 먹고 취하고, 떠들던 술자리는 끝난 것 같았다.
스위트룸에서 나온 우리는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이날을 위해 차려입은 옷도 왠지 어색했다. 두 시간 동안의 술자리가 너무 어색해서였을까. 새벽 3시쯤이었고 잡아놓은 방도 있었지만 우리는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글 / 최선희(가명) ■사진/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