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고(高)분양가가 사회적 이슈일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분양가격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가 급감하고 꾸준히 호가를 높이고 있는 강북권도 거래가 크게 줄었다. 반면 최근 시장의 이상 조짐 가운데 하나는 20~30평형대 소형 아파트의 강세다. 부동산시장 어떻게 예측해야 할까.
최근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수요자의 고민은 ‘지금 사야 하나, 좀 더 기다려야 하나’로 시작된다. 입장만 다를 뿐이지, 이런 고민은 집주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역시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다만, 팔려고 해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 시장 분위기를 보면 그나마 집주인보다는 수요자가 조금은 나아 보인다. 하지만 수요자 역시 사고 싶어도 대출 규제에 각종 세부담을 떠올리면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또 현행 추첨제를 바꿔 올 9월부터 시행되는 ‘청약가점제’도 지난해 초부터 논의돼왔다. 꼬박 1년 6개월 이상 걸렸다. 물론 대부분 정책이 그렇지만, 최초 논의된 대로 시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택은 의식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공이 많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라도 항상 최종적으론 누더기가 된다. 그렇더라도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장에선 그 정책을 뚫고 나갈 면역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나올 때마다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고 집값이 요동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은 또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정확하게는 ‘소폭의 조정기’에 안개국면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다만, 거래를 동반하지 않은 상황이란 점에서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대내외적 변수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한 것이 현 주택시장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집을 팔려는 사람이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원인 분석과 앞으로의 전망을 통해 대처 방안을 살펴보자.
◆ 현재 시장의 현황은
주택시장에 수요가 따르지 않는 원인은 불안감이 커서다. 동시에 기대감도 상당하다. 가격은 떨어지는데, 보유세나 거래세 등 세금은 올라 집을 사도 걱정이다. 내집이 필요한 수요자는 청약가점제에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분양가 인하 정책이 대기하고 있어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듯, 지난해까지 고(高)분양가가 사회적 이슈일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분양가격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80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995만원에 비해 무려 18.7%가량 하락했다. 지역과 시기적 차이는 있지만,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논의되기 직전인 2006년 11월보다는 42.6%나 빠진 금액이다.
가장 많은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경기권의 경우 올 4월 평당 평균 분양가는 672만원으로, 1년새 24.7%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평당 2천만원대를 유지했던 서울 신규 분양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천3백만원 유지도 어려운 모양새다.
거래도 급격히 줄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계약일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만8974건으로, 전월 대비 14.2% 가량 감소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4만809건에 비해 29% 정도 줄어든 것으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해 10월(8만1432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에선 강남·서초·송파구 강남 3구의 경우 2월 한 달간 아파트 거래 건수가 364건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78.1%가량 급감했다. 꾸준히 호가를 높이고 있는 강북권도 거래가 크게 줄어 강북 14개 자치구의 2월 거래량은 19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6% 정도 감소했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5개 신도시도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들 지역의 2월 거래 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66.3% 감소한 799건에 불과했다. 인천을 제외한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의 거래량은 6821건으로, 역시 2006년 2월에 비해 20.9% 감소했다.
◆ 약세 속 소형만 ‘나홀로 장세’
최근 시장의 이상 조짐(이전과는 사뭇 다른) 가운데 하나는 20~30평형대 소형 아파트의 강세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주택시장은 중대형 평형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평형대별 가격 변동률은 물론, 신규분양에서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소형 평수에 몰리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전국 주택가격 변동률은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25.7평 미만 소형 아파트가 0.2% 오르는 등 올 들어 누계로 2.0%가량 상승했다. 재건축 소형 평형이 각종 규제로 인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세다. 이와는 달리 대형과 중형 평형은 각각 -0.2%와 -0.1%씩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신규분양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5월 초 청약을 받은 경기 파주시 당동리 ‘파주 힐스테이트’의 경우 35평형은 순위 내 접수가 마감된 반면, 48평형과 58평형은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같은 시기 청약을 실시한 남양주 진접 ‘센트레빌’도 34A평형의 경우 1순위에서 마감을 기록했지만, 57평형은 2순위까지도 공급 가구수의 3분의 2가량 미달됐다. 앞서 4월 중순 청약자를 모집한 서울 서울대입구역 ‘위버폴리스 관악’도 33평형이 58.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데 비해 43평형은 순위 내에서 1대 1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양극화가 뚜렷했다.
여기에 분양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도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통상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30평대는 10~13평가량 실내 면적이 늘어 실제 40평대에 거주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때문에 굳이 평수를 늘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실거주 면적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조건 큰 평수를 분양받는 청약자들은 눈에 띄게 줄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가격 조정기가 장기화될수록 중대형보다는 소형 위주의 실속 청약이 주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격 조정기에는 심호흡의 기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정책적으로 시장이 묶여 있다면 심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다. 서둘러 처분하려거나 매입하려는 조바심이 일을 망쳐놓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불안요소가 일정 부분 내재돼 있어 늘 신호를 관찰해야 한다. 그만큼 장세가 어디로 튈지 몰라서다.
이런 가운데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9월부터 실시될 예정인 ‘청약가점제’는 주택시장에 또 다른 변화를 몰고 올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겐 내집 마련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마련한 입법안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로 기대되는 분양가 인하와 시세차익은 당첨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물론 가점제 방식인 만큼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점수가 높은 청약자나 낮은 청약자의 전략은 달리할 수밖에 없다. 우선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는 9월을 기다리는 편이 좋다. 청약예·부금 가입자의 3분의 1은 청약가점 30점 초과 50점 미만에 해당한다. 이 점수면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에 청약할 만하다. 가점제 물량에 청약했다가 떨어져도 추첨제 물량에 자동 접수된다.
중대형 통장 가입자 중 소득이 낮고 여유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는 청약예치금을 낮춰 중소형에 청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대형 아파트는 대부분 고가주택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40% 규제를 받는 데다 채권입찰액을 기준으로 당첨 여부가 결정돼 불리하다.
반대로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는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약예·부금 가입자 중 가점 30점 이하(총점 84점)는 총 56.8%로, 절반을 넘는다. 무주택기간이 짧거나 부양가족수, 통장가입기간 등이 짧은 20∼30대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인기 아파트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주택자와 마찬가지로 9월 이전에 청약을 서두르거나 중대형 통장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장기적으로 청약가점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을 모시거나 자녀를 출산해 부양가족수를 늘리면서 무주택기간, 통장가입기간 점수도 높이는 것이 좋다. 다만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직계존속의 경우 감점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0대 사회초년생들은 청약통장 가입을 최대한 서둘러 통장가입기간 가점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집을 가진 유주택자는 가점제가 시행되기 전인 9월 이전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건교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청약예·부금 가입자 480만명 중 44.1%인 212만 명이 1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1주택자 이상 유주택자들은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1순위 자격이 제한되는 만큼, 9월 이전에 나오는 단지에 적극 청약하는 것이 낫다.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물량의 25%는 종전 추첨제가 병행되지만 인기 지역에서 당첨될 확률은 크게 줄었다.
여유자금이 많다면 청약통장을 증액해 전용 85㎡ 초과 중대형 평형을 노릴 만하다. 중대형은 추첨제 물량이 50%인 데다 채권입찰액이 당락을 결정한다. 채권입찰액을 많이 써낼수록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2주택 이상 소유자들은 2순위로 밀려나서도 감점제(보유 주택수별로 5점씩 감점)가 적용돼 당첨이 거의 불가능하다. 자산가치가 미미하거나 가격 상승 여력이 없는 주택은 과감하게 처분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그럼 시장을 예측해보자
어떤 시기에서든 시장을 판단하고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성공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시장의 변곡점을 알아내고 분위기를 앞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매물추이를 살피는 게 필요하다. 급매물이 많은 것은 가격 약세를 의미한다. 물론 수요자를 유인하기 위한 허위 매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팔고 사는 시기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통상 오를 때는 먼저 사고, 내릴 때는 앞서 처분해야 한다.
시장 상황은 모델하우스에서도 나타난다. 모델하우스 방문객 수는 현장의 분위기를 기본적으로 전달해준다. 당연히 시장이 냉랭할 때는 모델하우스도 썰렁하다. 수급 상황도 체크 포인트다. 분양 물량이 많다면 가격에는 유리할 게 없다. 공급 물량은 적당한 선에서 유지돼야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특별히 유망 물량의 공급이 없는 데다, 앞날의 예측이 쉽지 않을 때는 신규보다는 종전 물량을 노리되, 경매나 공매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경매나 공매 물건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유망 지역 물건이 나오고 있어 주목해 지켜봐야 한다.
■글 / 문성일 기자(머니투데이)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