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많이 나타나는 성인병은 특히 40대 이후의 중년기에 많이 발병한다. 또 사망률도 높은 질병으로 대개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비만, 고지혈증 등이 선행된 뒤 중풍, 각종 암, 악성종양, 심장병, 간장병 등으로 진행된다.
성인병의 원인은 현대사회의 변화 즉 식생활의 서구화와 인스턴트화, 음식의 기준을 칼로리 위주로 생각하는 것, 각박한 사회생활과 생존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운동 부족, 대기오염, 자동차 배기가스, 수질오염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사례를 소개하면 본원에 내원 중인 김지인 환자(가명·남·51세)는 현재 당뇨로 치료를 받고 있다. 성인병 중 하나인 당뇨는 한의학적으로 하나의 병명과 일치하는 질환은 없다. 다만 소갈(消渴), 이양병(二陽病), 피부양통(皮膚痒痛), 조(燥) 질환과 다소 유사한 면이 있다. 그중에서도 소갈(消渴)이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소갈에는 다양한 분류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분류로 보면 상소(上消), 중소(中消), 하소(下消)로 구분할 수 있다.
상소(上消)는 열기가 위로 올라가서 가슴이 답답하고 입술이 붉어지며, 목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데 양은 적다. 음식은 질병을 앓기 전과 동일한 양을 먹고 대변도 정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위부(胃腑)의 열이 심폐(心肺)를 훈증(熏蒸)해 폐음(肺陰)의 진액이 손상되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소(中消)는 음식이 빨리 소화되어 금방 배가 고픈 것이 주 증상이다. 그러나 체중은 계속 감소한다. 이것은 소화기에 열이 몰린 까닭이다.
하소(下消)는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 색깔이 탁하며 기름과 같다. 또 얼굴이 검어지고 다리에 힘이 없고, 물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이는 열이 하초로 몰려서 신음(腎陰)이 손상되어 생긴다.
김지인 환자의 경우 양방의 병명으로는 당뇨, 한의학적으로는 하소(下消)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소변에 거품이 있고 눈이 침침해지며 피로하고 기운이 없는 것은 신음(腎陰)이 손상되어 음허화동(陰虛火動 : 음기운이 부족해 화를 제어하지 못해 불기운이 치성해지는 것)이 되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물론 맥을 짚고 각 증상을 확인해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하므로 직접 환자를 진단해야 한다).
또 이 환자는 한의학적으로 과도한 음주, 흡연으로 인해 습열(濕熱)이 쌓이게 되고 급한 성격의 화가 같이 작용해 소갈(消渴)이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치료 방법은 하소에 해당되기 때문에 신음(腎陰)을 보하고 열을 식히는 방법으로 해야 할 것이다. 처방으로는 육미지황원이나 지모, 황백, 오미자 같은 약재가 사용될 수 있다. 또 단 음식, 술, 기름진 음식은 절대로 삼가야 하며, 식사량도 줄여야 한다.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음식 못지 않게 중요하다. 또 성생활을 금해야 하고 짠 음식과 밀가루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꾸준히 한약을 복용하고 침치료를 병행하면서 일상생활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올바르게 유지한다면 당뇨병이라 할지라도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동/보건복지부 지정 제1호 중풍 전문 한방병원· 의료법인 동서의료원(동서한방병원·동서병원) 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