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법정 계량 단위 정착 방안이 발효되면서 돈, 근, 평, 인치 등의 친숙한 계량 단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돌잔치에 들고 갈 반돈짜리 금반지가 필요하다면 이제는 금은방에서 1.875g짜리 금반지를 찾아야 한다. 도무지 와 닿지 않는 새로운 계량 단위. 그 계산법을 소개한다.
Case1 무게 단위인 돈, 근은 g, kg로
“우리집은 고기를 먹으려면 1.8㎏은 있어야 해”
육류나 과일 등 주로 식료품의 계랑 단위로 사용되던 ‘근’은 주부들이나 상인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단위이다. 한 근은 600g 혹은 0.6㎏으로, 마트나 간혹 정육점에서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단위보다는 덜 낯설다.
1근=600g, 1돈=3.75g
Case2 넓이 단위인 평, 마지기는 ㎠, ㎡로
“나는 105.79㎠ 아파트에 살아”
그동안 건물의 넓이를 따질 때 쓰이던 평이 사라진다. 대신 이보다 정확하고 복잡한 단위인 ㎠, ㎡를 사용하게 되는데, 1평은 3.3058㎠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재산의 규모를 가늠하게 했던 ‘30평 이상 아파트’라는 기준 넓이도 단위에 따라 점차적으로 바뀔 듯. 앞으로 좀 더 세밀하고 다양한 넓이의 아파트도 예상할 수 있다.
주로 논과 밭의 면적을 재는 단위인 마지기. 대체로 논은 150~300평, 밭은 100~400평을 1마지기로 했다. 평지, 산지,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면적이 달라지기 때문에 큰 평수의 땅을 부르는 단위로 그리 정확하지는 못했다. 농촌에서는 얼마 동안 혼란이 발생할 듯하다.
1평=3.3058㎠
Case3 길이 단위인 인치, 자, 마일, 피트는 ㎝, m, ㎞로
“어쩜 좋아. 아이를 낳고 나서 허리가 66.04㎝에서 76.26㎝로 늘었어!”
신체 치수를 측정할 때 주로 사용하던 인치가 ㎝로 통일 된다. 하의 허리 사이즈를 표시하던 26, 28, 30 등의 인치 단위는 각각 66.04㎝, 71.12㎝, 76.26㎝로 표시될 예정이다. 가전제품에서도 혼선이 예상된다. 40인치 평면 TV를 사려면 101㎝ TV를 찾아야 한다.
조선시대부터 쓰였던 오래된 측정 단위인 자도 ㎝, m로 바뀐다. ‘자’는 그동안 한복집에서 옷을 지을 때나 옷감 등을 파는 단위로 주로 사용되어왔으나 그 이외의 분야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1인치=2.54㎝, 1자=30.303009㎝
Case4 부피의 단위인 홉, 되, 말, 섬은 ㎤, ㎥, L로
“옛말에 겉보리 24㎏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 한다고 했거늘, 쯧쯧”
주로 곡식의 단위를 재던 홉, 되, 말, 섬. 쌀 1되는 1.8L로 변하고, 콩 1말은 18L로 바뀌어 사용하게 된다. 주로 어른들이 사용하던 ‘2홉들이 소주’라는 말도 ‘360㎖ 소주’로 변할 것이다. 계량 단위가 바뀌면서 얼마 동안은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 불편을 겪겠지만, 좀 더 정확한 단위로 거래가 명확해질 전망이다.
1되=1.8L, 1말=18L
■글/ 두경아기자 ■사진/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