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트레인’ 타고 사파리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길 떠나는 길

‘블루트레인’ 타고 사파리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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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리카는 ‘여행자의 종착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멀고 힘든 곳이지만, 남아공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다채로운 모습과 이국적인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16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에게 바다는 암흑이었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껴안고 사는 지중해와 대서양밖에 알지 못했다. 그 너머에 어떤 대륙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저 그들은 바다 너머에 ‘황금의 땅’이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당시 강대국들은 황금의 땅을 찾기 위해 이 미지의 바다에 탐험대를 파견했다.

[길 떠나는 길]‘블루트레인’ 타고 사파리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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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도 탐험대 중 한 명이다. 그의 임무는 에티오피아를 찾아내란 것이었다. 유럽인들은 성경에 나오는 시바의 여왕이 BC 1,000년경 수많은 보물과 향신료를 들고 솔로몬을 찾아갔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자손들이 바로 에티오피아를 세웠다고 믿었다.


아프리카의 유럽 케이프타운
디아스는 배 세 척을 가지고 바다로 나갔다. 그는 오랜 항해 끝에 1488년 케이프타운 남쪽 희망봉(Cape of Hope)을 발견했다. 하나, 그가 당시에 붙인 이름은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이름은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었다. 바람은 팽팽했고 물살도 세찼다.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이 바다에서 파도는 거세게 부딪쳤다. 돛 하나로 바다를 가르던 위세좋던 범선도 이 바다에선 맥을 못 췄다. 폭풍의 곶이 희망봉으로 둔갑한 것은 포르투갈 국왕 때문이었다. 선원들이 겁을 먹고 두려워 탐험에 나서길 꺼려하면 신대륙을 발견하는 데 차질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죽음의 바다’를 ‘희망의 바다’로 바꿔버린 것이다.

10년 뒤 바스코 다 가마는 그로부터 뱃길을 안내 받아 희망봉을 돌았다. 뱃길까지 안내하던 디아스는 1850년 바로 이 폭풍의 바다에서 풍랑으로 죽고 말았다.

탐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흥미진진한 아프리카 얘기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프리카는 여행광들에겐 마지막 종착역이다. 그만큼 멀고 힘들다. 가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 아프리카가 뜬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관문 남아프리카 공화국 방문자만 1만7천 명이나 됐다. 해마다 10~20%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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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 얘기를 먼저 시작했지만 사실 남아공의 관광은 케이프타운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개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별명이 머더 시티(Mother City)다. 케이프타운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여기 아프리카 맞아”하면서 놀란다. 도시의 모습이 영락없이 유럽이다. 고풍스러운 영국식 주택과 호텔. 아프리카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애완견을 이끌고 산책을 나선 노부부의 모습이나 BMW, 벤츠 같은 고급 승용차들이 늘어선 것도 이채롭다.

희망봉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케이프타운의 테이블마운틴이다. 테이블마운틴은 산이 탁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을 칼로 싹 잘라낸 것처럼 보인다. 기자는 처음엔 채석장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8억5천만 년 전 바다에서 불쑥 솟아오른 땅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086m의 테이블마운틴에 오른다. 360도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5분쯤 오르면 정상. 굳이 열린 창문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 않아도 사진 찍을 차례가 온다. 사실 정상이 사진 찍기 좋다.

와일드 비스트

와일드 비스트

정상에선 케이프타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희망봉이 빤히 보인다. 동서 3㎞, 남북으로 10㎞ 되는 정상은 자갈밭이다. 키 작은 식물들이 가득하다. 남아공의 국화인 킹프로테아, 핀보스, 에리카, 콘부시, 핀쿠션 등 발견된 식물만 1천5백 종을 넘는다. 단위 면적당 식물 분포 수치가 세계 최다라고 한다.

케이프타운 앞바다에 떠 있는 자그마한 로빈 섬이 바로 넬슨 만델라가 18년 동안 수감돼 있던 감옥.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변했다.

세계에서 도시를 보기 가장 좋은 전망대 중 하나다.
희망봉도 꼭 한 번 들러야 한다. 바람이 거세 관광객들도 눈을 찔끔 감게 된다. 파도가 몸을 일으켜 뭍을 향해 거세게 돌진하던 그 바다에서 역사가 다시 쓰여졌다.


아프리카 종단의 꿈 블루트레인
남아공의 또 다른 명물을 얘기하라면 블루트레인을 꼽는 사람이 많다. 오리엔털 익스프레스(유럽), 로보스(남아공), 팔레스 온 휠(인도)과 함께 블루트레인은 서양인들이 ‘꿈의 여행’이라고 꼽는 세계적인 호화 열차다. 남아공에 호화 열차가 2개나 있다는 게 신기하지만 원조는 블루트레인이다.

블루트레인을 이해하려면 역사를 좀 짚어야 한다. 케이프타운을 처음 개척한 사람은 바로 네덜란드인이다. 포르투갈인들이 희망봉을 발견한 뒤 17세기 중엽 네덜란드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머나먼 아프리카로 넘어왔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피 튀기며 싸웠던 지긋지긋한 유럽을 피해서였다.

엔타베니 사파리

엔타베니 사파리

이들이 보어(Boer)인이다. 보어란 말은 네덜란드어로 농부란 뜻. 이들이 세운 나라가 나탈, 트란스발 공화국, 오렌지자유국이다.

백인우월사상을 가졌던 이들은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식민 도시로 건설했다. 하지만 영국이 이 땅에 눈독을 들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케이프타운에서 멀지 않은 킴벌리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자 영국은 1889년 보어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세계 최강국인 영국을 트란스발’ 공화국과 오렌지자유국이 이길 수 없었다. 보어인은 결국 항복했고, 남아공은 영국에 합병됐다.

그럼 철도는 어떻게 놓이게 됐을까? 케이프 총독이었던 영국인 세실 존 로즈가 추진했다. 1887년 남아공에서 드비어즈라는 이름난 다이아몬드회사를 차려 억만장자가 된 로즈는 아프리카 종단열차를 꿈꾼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영국의 식민지를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이 꿈은 아프리카 북부에서 남부로 영향력을 넓혀오던 영국의 종단정책과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그의 꿈은 좌절됐다. 트란스발 공화국의 지도자인 보어인 크루거가 그에게 땅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어인을 몰아내려 폭동 계획까지 세웠지만 이것도 들통났다. 로즈는 결국 꿈을 접어야 했다.

[길 떠나는 길]‘블루트레인’ 타고 사파리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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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철도가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다. 1901년 공사가 시작된다. 케이프타운에서 마제스폰타인, 킴벌리를 지나고 보츠와나로 빠져 짐바브웨의 블라와요를 거쳐 빅토리아 폭포에서 멈춘다. 여기가 끝이다.

사연 많은 철도는 1946년에야 개통식을 했다. 1947년에는 국왕 조지 6세의 의전열차로 지정되면서 호화 열차로 유명세를 탔다.

블루트레인은 한 달에 3~4번 정도 운항한다. 코스는 4곳이나 되지만 케이프타운~프레토리아가 가장 많다. 대부분 운송수단이 아니라 호화 열차의 로맨틱함을 느끼려는 손님들이다. 1,600㎞를 달리는 1박 2일의 여행 경비가 무려 1백50만원. 서양인들 중에는 평생 돈을 모았다가 블루트레인 등을 타러 오기도 한다. 왜 이렇게 비싼 열차를 타느냐고 물었더니 영국에서 온 노신사는 ‘For the Beautiful Memories’라고 했다.

케이프타운 전용 역사에 도착하면 짐꾼들이 짐을 실어나른다. 대합실에서 와인을 한잔 마시고, 캡틴의 인사를 받고 열차에 오른다. 열차 한 량에 객실은 4개. 객실 하나에 2명이 정원이다. 객실마다 욕실과 화장실이 딸려 있다. 담당 버틀러를 불러 커피 한 잔을 시켰다. 룸서비스도 좋다. 기차 내의 모든 음식은 공짜다. 바에서는 쿠바산 시가를 피울 수 있고, 맥주와 와인을 맘놓고 마실 수도 있다. 담배는 못 피우는데 시가를 물었다가 숨이 콱 막혀 재채기만 해댔다.

차창 밖으로는 아프리카 초원이 펼쳐진다. 드넓은 초원, 그 다음은 양철지붕을 한 슬럼가, 다시 초원, 작은 마을, 초원…. 열차는 남아공의 면면을 익스프레스로 보여준다. 객실이 모두 41개이니 아무리 많아도 82명 이상은 탈 수 없다. 승무원은 25명이다. 저녁은 풀코스 디너. 정장 차림만 가능하다.

중간에 내려 관광을 하는 마제스폰타인은 옛 정거장. 영락없이 세트장이다, 현지 가이드가 나팔을 불며 여관과 우체국, 선술집으로 안내한다. 선술집에서 술 한잔을 내놓는데 블루트레인이란 로고가 새겨진 술잔은 기념품으로 준다. 창밖으로 펼쳐진 광활한 아프리카 평야를 바라보면서 달리는 블루트레인. ‘비싸고 화려한 추억’임은 틀림없다.

동물의 왕국 사파리
아프리카가 그래도 동물의 왕국인데 사파리 투어도 한번 해봐야 한다. 아프리카는 초오베, 응고롱고로, 암보셀리 등 수많은 국립공원을 끼고 있다. 나라마다 대표 사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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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대표 사파리는 크루거다. 크루거는 이스라엘보다 넓다. 2백만ha. 평으로 환산하면 60억 평이다. 크루거란 이름은 앞에서 말했듯이 철도건설을 놓고 세실 존 로즈와 대립각을 세웠던 보어인 지도자 폴 크루거의 이름을 딴 공원이다. 크루거는 앞으로 동물을 보호하지 않으면 후손들이 영양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를 것이라며 보호구역을 지정했다고 한다. 대통령 관저가 있는 행정수도 프레토리아에 가면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사파리에 가면 대개 게임 드라이브를 즐긴다. 게임 드라이브는 지프를 타고 하는 동물 관찰 투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물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에 맞춰서 한다. 한낮에는 동물들이 대개 쉬는 시간. 특히 맹수들은 풀섶이나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초원을 뒤져 사자를 깨울 순 없는 노릇. 그래서 사자, 표범 등이 사냥에 나서거나 슬슬 움직이는 아침, 저녁 무렵에 지프 투어를 한다.

사파리 투어의 재미는 이른바 사자, 코끼리, 표범(레오퍼드), 버팔로, 코뿔소 빅 5 관찰이다. 임팔라나 쿠두 같은 초식동물은 쉽게 관찰할 수 있지만 빅 5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빅 5를 다 볼 수도 있지만 1~2마리밖에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원래 빅 5란 말은 사냥꾼들의 은어였다. 사냥이 어렵고 위험한 동물 5종을 뜻했다. 그만큼 많이 포획됐으나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사파리 투어는 보통 2박 3일 정도로 한다.

크루거는 동물은 많지만 국립공원이라 관람 규정이 엄격하다. 지프에서 내릴 수 없고, 일몰 후에는 돌아다닐 수 없다. 다 안전 때문이다. 사설 사파리도 괜찮다. 사설 사파리라고 해서 집 앞의 동물원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3시간 거리인 엔타베니 사파리의 경우 6천6백만 평이나 된다. 이런 사설 사파리가 꽤 여럿 있다.

엔타베니의 경우 절벽에 지어놓은 호화롯지부터 호숫가의 롯지까지 롯지의 등급도 다양하다. 저녁엔 쿠두 요리가 나왔다. 사설 사파리는 아무래도 관람객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동물을 많이 보여주려 애쓴다. 사설 사파리 중에는 호화 사파리도 있다. 하룻밤에 2천 달러를 받는 곳도 있다.

여행 길잡이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인 인터아프리카(02-775-7756 www.interafrica.co.kr) 등은 2백만원대 상품을 판다. 남아공은 우리와 반대다. 케이프타운은 아침 기온이 7~8도까지 내려간다. 낮에도 15도 안팎이다. 그렇다고 선블록(자외선 차단제)을 챙겨가지 않으면 큰일. 햇살은 눈부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화폐 단위는 랜드(Rand). 1랜드는 1백90원 정도. 남아공만 가려면 황열병 접종은 필요 없다. 케냐 등 중앙아프리카 쪽을 여행한 뒤 다시 남아공으로 들어올 때는 황열병 접종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국·공립 병원이나 검역소에서 맞을 수 있다.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까지 남아공항공(02-775-4697,www.flysaa.com)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인천∼홍콩~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 블루트레인 홈페이지(www.bluetrain.co.za)에서 예약제로 운영한다. 저녁 식사 때는 정장 차림이 필수다.

글&사진 / 최병준 기자(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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