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산 남편에게 25년 된 ‘첩’이 있다니…김서영씨의 기막힌 ‘첩살이’

30년 산 남편에게 25년 된 ‘첩’이 있다니…김서영씨의 기막힌 ‘첩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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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죄명은… ‘남편을 너무 믿은 죄’였다”


주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시앗」(남편의 첩)이라는 책은 환갑을 눈앞에 둔 평범한 가정주부가 쓴 에세이다. 이 책은 ‘남편의 배신 그리고 첩과의 동거’를 다룬 충격적인 내용뿐 아니라 더욱 놀라운 것은 ‘실화’라는 것. 시앗을 보면 돌부처도 돌아 앉는다는데…. 책 속의 주인공인 저자는 가슴 저린 이야기를 간결하고 깔끔하게 그리고 담담한 태도로 써내려갔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왜… 이혼 안 하세요?”


30년 산 남편에게 25년 된 ‘첩’이 있다니…김서영씨의 기막힌 ‘첩살이’

30년 산 남편에게 25년 된 ‘첩’이 있다니…김서영씨의 기막힌 ‘첩살이’

김서영씨가 30년 동안 살아온 남편에게 25년 된 여자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5년 전이다. 처음에는 “깊은 사이가 아니다"며 "헤어지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남편을 믿었다. 하지만 남편은 김씨 몰래 계속 그 여자를 만났고, 김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이 서로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치를 떨어야 했다. 김씨는 충격으로 수차례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살아온 30년 세월…. 이제 와서 ‘이혼’을 선택한다면, 지금껏 살아온 세월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김씨는 ‘이혼’이라는 극약 처방 대신 ‘첩’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지금의 자리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이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내 남자인 줄 알았던 남편이 알고보니 그 여자의 남자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김씨가 첩의 존재를 인정한 뒤, 남편은 자연스럽게 양쪽 집을 왕래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루는 이 집, 또 하루는 저 집. 시앗 역시 애교 섞인 목소리로 ‘형님~’을 외치며 김씨의 집을 드나들었다.

김씨의 집으로 술과 고기를 사가지고 와서 놀다가 술에 취해 쓰러져 나란히 잠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맛있는 삼겹살이 먹고 싶다며 애처럼 조르는 그들.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며 한가득 옷을 사들고 들어와 패션쇼를 한다. 해외여행을 간다며 당당하게 여행가방을 꾸리고. ‘여보, 당신’이라 호칭하며 대놓고 닭살 애정행각을 벌인다. 이런 그들을 바라보는 김씨의 가슴은 하루하루 타들어갔다.

이런 기막한 상황을 누구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을 것인가. 시간이 흘러 이런 기억이 잊혀지는 게 억울했다. 누군가는 이런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다.

그래서 ‘아줌마 닷컴’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기 형식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처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김씨가 더욱 놀랐다. 그녀의 글은 다른 글들에 비해 조회수가 3배 이상 높았고, 댓글도 끝없이 달렸다.

요즘 시대에는 좀처럼 있을 수 없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 동거’라는 상황이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답지 않게 담담하고 냉정한 김씨의 글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말도 안 돼. 소설이 아닐까’라는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 결국은 ‘이혼을 해야 한다 vs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하느냐’는 열띤 공방까지 벌이기도 했다.

김씨의 글이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자 ‘아줌마 닷컴’의 운영자가 그녀에게 ‘책을 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책을 낸다는 것은 인터넷과는 또 다른 ‘부담’이었다. 김씨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 위함이 아니라, 너무 아파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비명과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김씨는 ‘책’을 내는 모험을 강행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숨’을 쉬고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몰래 쓴 책, 남편과 시앗이 알아버렸다
지난 6월,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씨. 올해로 60세를 맞은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온화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 따뜻한 미소가 인상적인 중년의 주부였다.

5년 전 시앗의 존재를 알고 남편과 정신적 싸움을 해온 터라 원래 좋지 않던 건강이 더욱 나빠졌다. 특히 최근에는 그녀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책’의 존재를 남편과 시댁 식구들 그리고 시앗이 알아버린 것이다.

“영원히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언젠가는 그들도 알게 될 거라고 각오는 했죠. 내 기대는 책을 읽고 난 뒤, ‘많이 아팠구나’라며 내 마음을 남편이 알아줬으면 하는 거였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이럴 수 있는 거냐’며 무조건 화를 내서 많이 실망했죠. ‘창피하다’ ‘그렇게 통속적인 글을 쓸 수 있냐’며 흥분하더라고요.”

그녀는 화난 황소처럼 흥분하는 남편에게 다시 한번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봐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남편은 ‘그 유치한 걸 내가 왜 읽냐’며 단번에 거절하며 화만 냈다.

시앗의 반응은 더욱 가관이다. 책을 본 시앗이 그녀의 집에 쳐들어온 것. “시앗이 집에 쳐들어왔죠. 본처가 시앗 집에 찾아가는 경우는 봤어도, 시앗이 본처 집에 쳐들어오는 경우는 참 드물죠?(웃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거죠. 자기 욕하는 것은 괜찮지만, 부모님 이야기는 빼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시앗은 남편과는 달리 그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시앗이 이 책을 보면서 많이 울었대요. ‘내 행동이 이렇게까지 상처가 됐구나’라고 반성도 많이 했다면서 “미안하다, 사죄한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남편보다 더 저를 이해해줬어요.”

그런 시앗에게 그녀는 “내가 너를 완전히 미워하는 게 아닌 거 알지”라고 했더니 “안다”고 답하더란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이혼을 한 시앗은 이혼 직후 김씨의 남편을 만났다. 하지만 남편이 부인(김씨)과 이혼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남편은 미국까지 쫓아와 시앗을 찾았고 그후 이들의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했다.

김씨는 평생 남의 남자 ‘세컨드’로 만족하며 살아온 시앗에게 안쓰러운 마음도 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성격도 쾌활하고, 돈도 많고, 애교도 많은 시앗. 사람 자체만 보면 딱히 미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단지 ‘내 남편을 빼앗아갔다’는 사실만 빼면.


“남편은 내가 엄마로 보이나 봐요”


김서영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김서영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이 시점에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여자는 육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김씨는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남편의 이중생활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남편을 맹신한 죄’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편을 무조건 믿은 거죠. 매일 만나는 여자는 많다고 말해요. 외국인 회사에 다녔으니까 여직원, 거래처 직원 등 여자들은 많았겠죠. 평소 남편은 여자를 가리고 무시해서 여자들에게 결벽증이 있는 줄 알았어요.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죠. 잘난 척하다가 이렇게 뒷통수 맞은 것 같아요(웃음).”

김씨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남편을 밖으로 나돌게 만든 이유가 다 ‘내 탓’이라고 말한다. 남편을 너무 믿었다는 것. 남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사실이다.

“상상도 안 해봤어요. 다른 집에서 남편이 바람났다고 해도 그냥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죠. 가정이 있는 남자가 바람을 피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김씨가 이렇게 철썩같이 믿을 정도로 그녀의 남편은 양쪽에 너무 잘(?)했다. 김씨의 눈과 귀를 꽁꽁 막을 만큼 남편의 행동은 철저했다. 아니 원래 성품이 그렇게 타고난 것 같다. 매일 “당신을 따라갈 여자가 누가 있겠냐”고 칭찬하며, 외박을 할 때도 아침, 저녁으로 안부 전화를 빼놓지 않아서 혼자 잠이 들어도 전혀 외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가끔 주위 사람들이 ‘남편에게 분명히 여자가 있다’고 조언하는 것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어. 어제도 사랑한다고 말했는데?”라며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미워했다.

김씨는 이런 남편의 성향은 아무래도 유전인 것 같다고 한다. 남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첩’이 있었다는 것. 또 여자를 좋아하고 자상한 성격이 시아버지와 판박이란다. 이어 김씨는 “정년 퇴직하고 경제적인 능력도 없는데, 시앗이 아직 저렇게 붙어 있는 거 보면 남편이 참 능력이 좋다”고 말하며 웃는다.

김씨도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것에 많이 지쳤다. 괜찮은 척해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앗을 아우로 인정하고, 자주 왕래하다 보니 너무들 하는 것 같다.

“남편은 내가 엄마로 보이나 봐요. 자기 여자를 데리고 와서 ‘먹을 것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걸 보면요.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비위가 상하고, 속이 메슥거려요.”


“이제 ‘이혼’… 하게 되면 하려고요”


‘책 출간’ 사실이 밝혀지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더 이상 시앗은 김씨의 집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시앗을 보고 싶지 않은 김씨의 결정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과 시앗’,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변함없다. 시앗이 집에 오지 않는 대신, 남편이 일주일에 3~4일은 시앗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남편은 ‘책’의 존재에 대해 여전히 화를 가라앉히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책을 내지 말라고 조건도 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책은 조만간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남편은 이 역시 강하게 반대한다. 그런데도 김씨는 여전히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남편은 더 이상 그녀에게 ‘글쓰기’만큼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은 저보고 죽으라는 거예요. 손 놓고 앉아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날 계속 괴롭히면 저도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겠지요. 이혼을 하게 되면 하는 거고, 안 하게 되면 안 하는 거죠. 제 마음이 반반이에요.”

그녀는 ‘이혼’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이 두 권이나 나올 때까지 전혀 이혼할 생각이 없었다는 그녀.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책을 읽은 뒤 자신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두 권의 책에 절절하게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자신의 속마음을 짚어내지 못하는 남편이 정말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만약 ‘이혼’을 한다고 해도 ‘책’을 낸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닌, ‘작가’로서 그동안 잠들어 있던 꿈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젊은 시절 꿈이 소설가였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소설가의 꿈을 바로 접었다. 김씨의 친정 아버지는 딸이 결혼 후 전공은 잊어버리고 살림만 하는 게 내심 속상했던 터라, 그녀가 ‘작가’로서 꿈을 펼치는 것을 무척 기뻐하신다. 이제야 딸이 제 길을 간다고.

인터넷에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면서 꿋꿋하게 이런 상황을 견디고 있는 김씨에게 어느 날 친언니가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이런 경우 미치거나 쓰러지는데, 그걸 글로 적어가면서 견디고 있다니 너는 독한 거니, 강한 거니, 아님 바보니”라고. 이에 김씨는 “셋 다”라고 웃으면서 답했다.


“시앗을 떼어놓든가, 내가 포기해야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김씨가 바라는 ‘행복’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차라리 끝까지 ‘시앗’의 존재를 몰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럼 죽을 때까지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았을 것이다.

“제가 원하는 행복이요? 음… 남편이 시앗과 헤어지고, 떨어져서 사는 애들과 다 같이 모여사는 거죠. 하지만 이런 상황까지 왔으니까 남편은 남편대로 즐겁게 살고, 저는 저대로 즐겁게 살아야죠. 무늬만 ‘부부’지 이미 서로를 잡고 있던 끈은 끊어졌다고 생각해요.”

김씨는 책을 낸 뒤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 ‘남편을 바라보는 눈’도 객관적으로 변했다.
“난 책을 내기 전에는 이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시앗도 반할 만하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좀 떨어져서 다른 사람들의 남편을 보니 이제야 남편의 허물이 보이네요. 그래서 가슴 아픈 것도 많이 없어졌어요.”

이제는 남편을 보는 것이 담담하고, 객관적이다. 사실 이제 남을 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속이 편하다. 김씨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 ‘시앗’의 존재를 알았을 때, 어떤 쪽으로든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앗을 떼어놓든가, 자신이 손을 놓아야 했다는 것.

김씨는 마지막으로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젊은 주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남자의 ‘배신’은 여자가 쉽게 용서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쉽게 용서해주면 금세 잊어버리기 때문. 별거 등의 강한 조치를 통해 남자가 스스로 뭘 잘못했는지 반성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아예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우선 ‘계속 살 것이냐 vs 안 살 것이냐'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뒷조사를 하세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같이 살기는 어려워요. 사람이 누구의 소유가 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내 남편이 아닌 것 같거든요. 다른 여자의 남자 같죠(웃음).”

오랜 시간 시앗의 존재를 몰랐던 자신을 ‘자책’하며 남편을 ‘믿은 죄’가 크다고 말하는 그녀는 본처의 자리만은 시앗에게 내주지 않겠노라 결심했었다. 남편과 시앗의 애정행각에 큰 상처를 받았지만 글을 쓰면서 겨우 편하게 ‘숨’이 쉬어졌다고 한다. ‘책’을 내고서야 남편이 객관적으로 보인다는 그녀는 이제 ‘이혼’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환갑이 돼서야 ‘남편’이 아닌 자신의 ‘자아’를 위해 살겠다고 말하는 그녀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은 후 여자 김서영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젠 여자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또 다른 인생에 도전장을 내민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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