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는 유난히 높은 기온으로 체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많다. 흔히 ‘예방 접종’ 하면 어린이에게만 해당하는 일로 생각하지만 성인도 예방 접종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더라도 각 질병에 따라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때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 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 접종은 B형 간염, 유행성 출혈열,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파상풍, 풍진, 폐렴 등이 있다.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가족,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 의료기관·수용시설 종사자 등이 대상이다. 접종은 첫 달과 다음달, 6개월 후에 받는 방법과 3개월 동안 연속으로 접종하는 방법이 있다. 산모가 B형 간염 보균자인 경우 신생아가 B형 간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 신생아 때 간염에 걸리면 만성간염, 간경화, 간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신생아는 간염 예방 주사와는 별도로 출생 후 12시간 이내에 B형 간염 면역글로블린을 맞아야 한다.
유행성 출혈열은 고열·신부전·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쥐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환자의 70% 이상이 농촌에서 발병하며 군인, 공사장 인부, 캠핑하는 사람, 낚시꾼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로는 전파되지 않으므로 환자와 대인 접촉을 피할 필요는 없다.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된다.
흔히 ‘독감’이라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65세 이상의 노인, 만성질환자, 심장질환자 등이 접종 대상이다. 늦어도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기 2주 전에 맞아야 효과가 있으므로 9~10월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이전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신경 이상을 보인 사람은 주사를 맞지 않아야 한다. 임산부의 경우 임신 초기에는 태아 이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접종을 피하지만 인플루엔자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으면 접종을 해야 한다.
장티푸스는 환자나 보균자의 대변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 장티푸스균은 사람의 대변에서 60시간 정도 생존할 정도로 생존 기간이 길고 추위에 강해 위생 상태가 나쁜 지역에서 유행이 계속될 수 있다. 식품위생업소, 집단급식소 종사자 등이 접종 대상이다. 1회 주사만으로 최소 3년간 방어항체가 유지된다.
파상풍은 찔린 상처나 창상에 흙이나 먼지가 들어가서 일어나는 병으로 신경계 마비 증상과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보통 영아기에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접종으로 해결하지만 어른들도 10년에 한 번씩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흙이나 가축과 자주 접촉하는 노동자, 정원사, 군인, 소방수 등은 모두 접종 대상이며 주부, 60세 이상의 고령자도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풍진은 홍역과 비슷한 붉은 반점이 얼굴과 몸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임신 초기의 임산부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가 일생 동안 기형으로 살아야 하므로 가임 여성은 풍진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 폐렴은 어린아이나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자주 걸리므로 어린아이와 노약자는 꼭 예방 접종을 하도록 한다.
예방 접종시 주의할 점
접종 부위를 긁거나 만지지 말고 접종 당일은 목욕이나 수영을 하지 않는다. 접종 다음날까지는 과격한 운동을 삼가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접종 후 고열, 경련, 심한 두통이 있을 때는 바로 보건소에 연락하거나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열이 나는 병에 걸렸거나 심혈관계 질환·간장 질환·심장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예방 접종을 피한다. 홍역, 볼거리, 수두에 걸렸던 환자들도 완치 2개월 후부터 예방 접종이 가능하다. 그 외 임산부나 면역 결핍성 환자, 예방 접종 후 경련을 일어난 사람들도 예방 접종시 주의가 요망된다.
■ 글 / 이은정 기자(경향신문)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