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거짓말, 속마음 먼저 헤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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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거짓말할 때 엄마들의 현명한 대처법


아이가 거짓말할 때처럼 부모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일도 드물다. 다시는 거짓말 못하도록 따끔하게 야단쳐야겠다는 생각부터, 그러다 엇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가 거짓말할 때, 거짓말에 대해 야단치기에 앞서 거짓말 뒤에 숨겨진 아이 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거짓말, 속마음 먼저 헤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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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거짓말은 자연스러운 통과의례
아이의 거짓말에 대해 부모들은 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거짓말이 비도덕적인 행동의 대표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건을 망가뜨리고, 친구를 때리고, 동생과 싸우는 아이의 수만 가지 문제 행동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거짓말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가 나를 속이려고 했다는 배신감과, 거짓말하는 것을 그냥 놔두면 나중에 습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엄마는 거짓말하는 것은 절대로 용서 못해” 라며 훈계의 수위를 올리게 되는 것.

그런데 ‘부처도 다급하면 거짓말을 한다’는 속담이 있듯 아이의 거짓말에 흥분하는 어른들도 가끔씩은 거짓말을 한다. 물론 거짓말이 약이 되는 상황이었다거나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등의 사정이 있다.

마찬가지로 아이의 거짓말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사정은 어른들의 변명과는 달리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통과의례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신의 마음을 거짓말을 통해 드러낼 때도 많다.


상상과 현실을 구분 못해 하는 생애 첫 거짓말
아이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대개 만 3세 전후이다. 만 3세 무렵의 아이들은 어른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만큼 언어능력도 발달하고, 질문을 하면 이전과는 달리 제법 이치에 맞는 답을 할 정도로 인지능력이 발달한다. 거짓말은 이 정도의 언어능력과 인지능력이 발달해야 가능하므로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많이 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가 접하는 상황에 대해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은 아직 미숙한 시기다. 따라서 자기의 바람이나 소망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이야기하게 된다. 현실과 상상을 구분 못해 생기는 이런 거짓말은 만 4~5세까지 늘어나다가 만 6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민석이네는 이번 여름 가까운 계곡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다. 이웃 엄마가 민석이에게 무엇이 제일 재미있었느냐고 하자, “우리 거기서 구름까지 올라갔어요. 진짜 푹신해요. 거기 이 자동차보다 더 큰 개가 백 마리나 있어요” 했다. 엄마는 아이가 사실을 부풀려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는 자신의 상상과 기분을 사실처럼 느껴서 이야기한 것뿐이다.

아이가 상상 속의 이야기를 현실처럼 할 때 엄마들의 행동이 중요하다. 거짓말하는 버릇이 들까봐 야단치거나 아이의 말이 재미있어 더 지어내도록 맞장구치는 것은 좋은 대응이 아닌 것. 이런 거짓말은 만 5~6세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현실과 공상을 구분하는 현실 감각은 일깨워주어야 한다. 아이가 지어서 이야기할 때는 “구름을 가까이에서 보니까 푹신해보였구나”처럼 본 것과 느낀 것을 구분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거짓말, 속마음 먼저 헤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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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도 현실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지영이네는 다섯 살 난 지영이의 거짓말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아빠가 때렸다”고 하거나 “괴물을 진짜 봤다”며 괴물의 생김새까지 실감나게 묘사하기도 해 엄마가 당황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남편이 정말 때린 줄 알고 아이에게 어디를 때렸느냐고 묻기도 하고, 남편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침착하게 지켜본 결과 아이의 말이 거짓임이 확실했다.

이럴 때는 아이를 야단치거나 겁주는 등 불안이 야기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불안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말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언제 거짓말을 하는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찬찬히 짚어보면 된다. 아이에게 캐묻거나 무조건 맞장구치지 말고 침착하게 “아빠가 무서웠구나”, “괴물은 엄마가 오면 도망가니까 엄마 옆에 있자”와 같이 안심시키는 것이 좋다.

여섯 살 서연이는 언니가 유치원 간 사이 언니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팔을 부러뜨렸다. 인형을 발견한 엄마가 “인형 팔 누가 부러뜨렸어?” 했더니 서연이는 “저절로 빠졌어” 하고 대답했다.

아이는 언니와 엄마가 인형 망가뜨린 것을 알면 화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저절로 빠졌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네가 부러뜨려놓고 왜 거짓말을 해?”라거나 “왜 인형을 망가뜨렸어?”라고 크게 야단치면, 아이는 매우 당황하게 된다. 아이는 자신이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결국 거짓말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해도 부모에게 야단맞는 것이 두려워서 오히려 더 큰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인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지?” 하고 물은 다음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끔 기다려주라고 조언한다.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 거짓말의 의미를 조금씩 설명해주고, “아! 영희가 인형 팔을 조금 세게 잡아당기니까 빠진 거로구나!”라고 말해 진실을 말하는 방법을 터득시켜주라는 것이다.


빤히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의 속마음


그냥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여섯 살 남자아이인 동원이는 가까운 친척의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혼자 다이얼을 눌러 통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동원이 엄마는 며칠 전 동원이가 숙모와 통화하는 것을 무심코 엿듣다 깜짝 놀랐다. 자기 방에서 전화를 하면서 지금 차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태연히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 통화가 끝난 후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심심해서 그랬다며 약간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그 일이 있은 뒤 할머니와 통화를 하기에 통화 후 할아버지는 뭐 하시더냐고 물었더니 잠깐 생각하는 거 같더니만 가게에 가셨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할머니와 통화 중에 할아버지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후로도 물어봤을 때 거짓말로 둘러대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는 일이 자주 있어 양치기소년 이야기도 들려주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 걱정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거짓말을 계속할 때 엄마는 버릇이 될까봐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 시각에서 본다면 동원이의 거짓말은 이 시기 아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전화번호를 잘 외우고 친척들에게 전화하기를 즐긴다고 해도 여섯 살 무렵의 아이들은 상대방이 말하는 상황을 듣고 정확하게 이해해서 해석하거나 기억하지 못한다. 이 무렵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동원이는 자신이 잘 모르는 질문에 대해 자기 생각대로 그냥 이야기한 것이다. 이때 어른들의 기준에서 아이를 판단하고 야단치면 아이는 더 완벽하게 둘러대기 위해 점점 더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

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때에는 엄마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마음을 말로 자연스럽게 읽어주는 것이 좋다. “전화번호 외워서 전화하니까 재미있지?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런데 엄마가 물어보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지? 이야기 나누면서 생각한 것하고, 진짜 이야기 나눈 것하고 헷갈리기도 하고 말이야. 그럴 수 있다는 것 엄마도 안단다.”


관심을 끌고 싶어요
예지는 친할머니 집에 가면 꼭 외삼촌이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한다. 예지보다 오빠를 더 예뻐하는 친할머니도 외삼촌이 예지를 괴롭혔다는 대목에서는 귀가 쫑긋해지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거짓말, 속마음 먼저 헤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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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오죽했으면 아이가 저런 거짓말을 다 할까 싶어서 “어머, 어머, 우리 예지를 누가 그랬어?” 하면서 과도하게 공감해줄 필요는 없다. 거짓말로 관심을 끄는 것이 자칫 버릇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 반대로 관심을 받고 싶어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야단치는 것도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 말에 대해서는 “그랬구나” 하고 짤막하게 대답하고 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차츰 거짓말로 관심을 끌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대신 평소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더 따뜻하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예지처럼 누가 때린다, 괴롭힌다 하는 것은 관심을 끌고 싶을 때 아이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이다. 이밖에 아프지 않은데 어디가 아프다고 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을 못한다고 하는 것도 관심을 끌고 싶은 마음에서 시도하는 거짓말일 때가 많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1학년인 승진이 엄마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맞벌이를 해 수업을 마치면 승진이는 곧바로 방과후교실에서 숙제와 특활 활동을 하고 오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방과후교실에 가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친구 집에서 놀고 와서는 방과후교실에 다녀왔다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어서 대답을 잘 안 하는 답답한 면은 있었지만 학교 생활은 잘 적응하고 공부도 곧잘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 승진이의 거짓말에 엄마는 화가 나서 야단도 쳐보고, 추궁도 해봤다. 하지만 승진이의 거짓말이 반복되고 있어 요즘은 거짓말이 습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혼자 알아서 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라고 지적한다. 아직까지는 거짓말을 들킨 이후에 대한 생각보다 당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거짓말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에 비해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거짓말하는 것을 야단치기 전에 아이의 스케줄을 챙겨주고 관리하는 것이 먼저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초등학교 1학년인 윤식이는 똑똑하고 솔직해 엄마를 걱정시킨 적이 거의 없는 아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오늘 본 시험에서 자기 혼자 100점을 받아서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고 엄마에게 자랑했다. 하지만 다른 엄마에게 자랑하려던 윤식이 엄마는 100점 받은 아이가 윤식이 말고도 2명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엄마는 천연덕스러운 윤식이의 거짓말에 깜짝 놀랐다.

뿐만 아니다. 이웃집에 6학년 형이 있는데 공부도 잘하고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아 아이에게 그 아이 칭찬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저녁을 먹으며 그 아이가 반장이며 참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불쑥 윤식이가 끼어들었다. 윤식이는 자신도 반장이 됐다면서 반장 뽑는 과정을 완벽하게 이야기했다.

누구와 누가 후보에 올랐고, 자신이 몇 표를 받았다는 것까지 완벽한 설명에 윤식이의 부모는 아이 말을 믿게 됐고 매우 기뻐하면서 크게 칭찬했다. 엄마는 반장은 학교에 일찍 가야 한다면서 학교에도 일찍 보냈고, 주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어제 윤식이는 엄마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자기가 반장 됐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고 털어놓은 것. 윤식이의 부모는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이 너무 완벽했다는 것도 기가 막혔지만 그동안 아이에게 ‘반장’이라며 아낌없이 칭찬했기 때문이다. 윤식이 엄마는 아이가 자신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화가 났다.

“아이의 거짓말, 속마음 먼저 헤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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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윤식이의 거짓말 뒤에는 부모가 칭찬하는 형보다 부모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지적한다. 나의 부모님이 다른 아이를 칭찬할 때 아이들은 사랑을 빼앗긴 듯한 분한 기분까지 느낀다. 성적이나 석차에 대해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야단치는 것도 아이에게 남보다 뛰어나야 부모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낄 때 아이는 거짓말을 통해 부모의 기대에 미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부모의 사랑을 차지할 필요가 없도록 하려면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결과에 대한 칭찬보다는 노력에 대해 격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거짓말하는 버릇, 이렇게 바로잡아라
상상한 것을 그대로 말하는 거짓말이나 관심을 받고 싶은 속마음에서 나온, 사정이 있는 거짓말이라고 해도 계속 받아주는 것은 좋지 않다. 연세소아청소년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사고 능력이 생기는 만 6세 이후까지 거짓말이 계속된다면 좀 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거짓말했을 때 흥분해서 심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모에게 극도로 무섭게 야단맞은 경우 무엇 때문에 야단맞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야단맞은 상황의 공포감만 남아 부모에 대한 원망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부모 자녀 관계가 악화된다면 거짓말은 더 큰 비행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몇 차례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심증만 가지고 아이를 몰아세우고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것도 아이를 좌절하게 만들고 문제 행동을 증가시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거짓말을 하기 쉬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완벽한 것을 기대하거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실수를 부모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할 때, 자신의 실수를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용서받는다는 것을 아이가 알고 있다면 아이는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글 / 박은영(프리랜서) 도움말 / 손석한(연세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신철희(신철희아동청소년상담센터 원장)·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아이북랜드 연구개발팀 기획 / 김민주 기자



*위의 사례는 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www.sangdam.or.kr)와 신철희아동가족상담센터(www.okchild.or.kr) 사이버 상담실에 게재된 내용을 상담소의 허락을 받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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