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영·윤지수 주부는 오랜 난임 끝에 드디어 임신에 성공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이처럼 커다란 행복인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달리며 난임과 눈물겨운 사투를 벌어야 했던 고통의 세월. 하지만 이제는 웃을 수 있다. 하늘이 내려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축복, 내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5년 만에 자연임신 성공
오혜영 주부(가명·34세·경기 용인시 수지구)
자궁내막종과 난임, 상상도 못했던 일
하지만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혼 3년 차에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자궁내막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곧장 병원을 찾았다. 이전에는 결혼을 했는데도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부끄러워 쉽게 발을 들여놓지 못했었다.
“CT, MRI 촬영을 모두 했는데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뛰어나오셨어요. 제 자궁에 혹이 있다면서요. 그것도 매우 크다는 거예요. 오른쪽 혹은 7cm, 왼쪽 혹은 2cm였어요.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임신은 둘째 치고 일단 너무 아파서 병원을 찾는대요. 그런데 저는 통증도 없어서 전혀 몰랐죠.”
난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더욱 서글펐다. 처음 1년 동안은 혹시 이대로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속상했다. 길을 가다가 아이만 봐도 부럽고 지인의 돌잔치에 가는 것조차 마음이 불편했다. 먼저 임신한 친구들, 아기를 낳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졌다.
임신에 실패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남편, 시댁과 친정 식구들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남편이 아닌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 때문에 더 맘고생이 심했다. 특히 남편이 아무리 부인을 사랑하더라도 일일이 신경 쓰고 도와주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날짜를 계산해서 예정일을 맞추는 것부터 검사를 받는 일까지 모두 홀로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식단 조절+건강관리+임신 가능일 체크=자연임신 성공
의사와 상담한 결과 혹을 제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혹이 있어서 임신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절반 정도 떨어지는 것이기에 일단 자연임신부터 시도해보기로 했다.
“1년 정도 병원을 다니다가 계속해서 임신이 안 되자 그 다음 1년 동안은 개인적으로 다른 방법들을 찾았어요. 어떻게 보면 방황의 시간이었죠. 안 해본 게 없어요. 임신에 좋다는 한약과 음식들을 다 찾아 먹었고, 다양한 테스트기도 사용해봤어요.”
하지만 이후에도 별 소용이 없자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았다. 시련과 좌절을 다 겪고 난 후에야 의학적인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병원에서는 호르몬이나 중금속 체내 함량 등 임신을 방해하는 요인을 체크하는 모발검사를 비롯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식단을 알려줬다.
“저처럼 자궁에 혹이 있거나 난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이 몸에 안 좋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호르몬과 영향이 있어서 그렇대요. 그래서 그런 음식들은 되도록 피하고, 여자에게 좋다는 두유를 많이 먹었어요.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식단을 잘 실천했어요. 사람들이 보통 그런 부분을 놓치기 쉽다고 하더라고요.”
이와 함께 의사가 정해주는 날짜에 맞춰 임신을 시도했다. 세 번의 자연임신을 시도한 후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주사요법과 시험관 시술 등을 생각해보기로 했는데 다행히 한 번 만에 성공했다. 병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임신 가능한 날짜, 식단 조절 등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임신이 다시 병원을 찾은 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혹은 지금도 그대로 혜영씨의 자궁 안에 있다. 하지만 태아가 자라면서 체내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면 혹이 자연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기에 경과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결혼 4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임신
윤지수 주부(가명·36세·서울 강서구)
2007년에 결혼해 올해 4년 차 주부인 지수씨는 현재 임신 8주째다. 남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가까스로 아이를 가졌지만, 지금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편히 쉬고 있다.
난임으로 고생했던 지난 시간들은 그야말로 막막함 그 자체였다. 결혼 후 피임을 하지 않고 꾸준히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늘 실패했다. 결국 1년의 노력 끝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 검사 결과는 그녀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임신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안 되니까 많이 힘들었죠. 그보다 더 막막했던 건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도 모두 정상으로 나오는 거였어요. 차라리 어디가 안 좋다는 정확한 원인을 알게 되면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라도 했을 텐데, 원인 불명이라니까 더욱 답답했죠.”
술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최대한 멀리하며 몸 관리도 열심히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매달 자연임신을 시도할 때마다 혹시나 하는 희망과 기대를 품었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좌절도 컸다.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도 있었다.
“다행히 남편이 저를 잘 이해해줬어요. 물론 아이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더라고요. 저나 남편이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 마음의 짐은 그나마 조금 덜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친정에서는 남편에게 좀 미안해하는 눈치더라고요.”
자연임신 실패, 시험관 2차 시술에서 성공
건강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집 근처 산부인과에 다니며 배란일을 잡아 1년 넘게 자연임신을 시도했다. 그래도 별 소용이 없자 불임전문병원을 찾아 간절한 마음으로 인공수정까지 감행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최후의 선택으로 시험관 시술을 하기로 했다.
“나이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빨리 아이를 낳고 싶었어요. 시험관 시술도 나이가 들면 점차 확률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남편과 상의한 끝에 시댁에는 비밀로 하고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죠.”
그러나 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시험관 1차 시술에서 실패한 것. 2차 시술은 3개월 뒤에 가능했기에 그간의 시간들은 괴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마음에 한의원을 찾아 한약을 지어 먹으며 꾸준히 건강에 신경 썼다.
“한의원에서는 제 자궁 상태가 남들에 비해 안 좋아서 임신할 가능성이 50%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약을 먹고 일주일에 두 번씩 자궁을 보호하는 침을 맞으면서 시험관 2차 시술을 준비했어요.”
시험관 시술 1차 때 성공할 확률은 30%, 1차 실패 후 다시 2차에 성공할 확률은 49~50%였는데 다행히 2차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과배란을 위해 주사를 계속 맞았고, 그 결과 14개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었다. 1차 때보다 상태도 훨씬 좋았다. 이후 수정이 되고 배양된 상태에서 가장 좋은 수정란을 골라 이식해 비로소 엄마가 됐다.
“저도 드디어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식을 한 후 병원에서 피검사 수치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거든요. 피검사를 하고 나서 몇 시간 후에 축하한다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임신에 성공한 지수씨는 요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병원에서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자연임신을 한 후에도 임신 10주까지는 꾸준히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임신부 10명 중 1명 정도는 갑자기 아이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의사마다 처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임신 10주까지는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서 계속 지켜봐야 한대요. 그래도 충분히 행복해요. 잘 먹고, 잘 쉬면서 우리 아이를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니까요.”
난임 부부들을 위한 조언 |
(1) 30대가 되면 난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을 명심하자. (2)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하자. 꾸준히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3) 난임은 불임이 아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병원을 가까이 하자. 의학의 도움을 받아 얼마든지 임신이 가능하다. (4) 적극적인 자세는 좋지만 마음은 편하게 갖자. 스트레스는 임신의 적이다. |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강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