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 직장 여성의 ‘불면증’
이 경우 자율신경이 많이 항진된 상태이므로 이완할 수 있는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신경이 긴장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인체의 기가 상체에만 쏠리게 되어 울체가 생긴다. 그로 인해 ‘화’ 기운이 머리에 가득 차게 되면 각성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한방에서는 이런 경우 안신(安神, 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재들을 쓴다. 여기에 침을 이용한 심장 경락 치료를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치료를 받는 이 스스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이완시킬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라 하겠다.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가정주부에게 걸린 과부하 ‘갑상선 질환’
평범한 가정주부인 강대숙씨(35)는 5개월 전부터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매일 가던 요가학원에도 가지 못할 정도였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짜증이 늘어났다. 약간의 우울감이 느껴지며 입맛도 오락가락해 폭식을 하다가도 먹지 못하는 증상이 반복되면서 체중도 2kg이나 빠졌다. 평소 손발도 차고 추위를 잘 타던 그녀는 갑자기 열이 많아지고 더위를 타면서 땀이 많아지는 체질로 바뀌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검사 결과, 예상했던 대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이었다. 완벽주의인 성격 탓에 일과 육아, 살림 등 어느 것 하나도 대충하지 않았던 것이 결국 몸과 마음에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다.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질환을 ‘울화병’이라고 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라고 기록했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이나 지금 사람들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살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울화병은 말 그대로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 상태가 지속돼 기가 뭉치게 되고 이렇게 뭉친 기가 오랫동안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서 화가 생긴 병을 뜻한다. 몸에 ‘화’의 증상인 열이 많아지면 그 열로 인해서 대사가 항진되고 체중도 줄어들며 땀이 많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 기가 잘 순환되어 제자리를 찾도록 하고, 화를 줄어들게 하는 치료를 하면 된다. 더불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도록 적절한 대처법을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방에서는 한약과 침·약침 치료 등으로 기의 순환을 도움으로써 화를 줄이는 치료를 실시한다. 이는 몸의 전반적인 균형을 맞춰주는 것으로 열이 많으면 열을 식히고 차가우면 따뜻하게 만들어 몸이 순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쉽게 말해 어항 내부 물의 온도가 높아져서 고기가 죽고 수초가 썩는 상태라면, 어항을 깨지 않고 물의 온도를 적절하게 맞추어주면 되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현지 원장(려한의원 대표원장)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