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라도 권태기는 찾아온다. 서로 눈만 마주쳐도 불꽃이 튈 만큼 애틋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혼 10년 차의 평범한 주부 H씨(37)에게 매달 색다른 ‘미션’을 제시하고, 그 결과가 지루했던 섹스 라이프에 어떤 활력을 가져다주는지 알아보는 코너다. 부부의 권태기 퇴치를 위한 「레이디경향」의 제안을 주목하시라.
아홉 번째 미션
도구가 필요하다!
밧줄, 촛농, 눈가리개 그리고 가터벨트
![[‘밝히는’ 주부 H씨의 Sex Diary ]묶고, 가리고…뜨거운 맛을 보여주마!](http://img.khan.co.kr/lady/201105/20110520142817_1_sex_diary1.jpg)
[‘밝히는’ 주부 H씨의 Sex Diary ]묶고, 가리고…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일단 눈 가리고 묶는 방식은 나는 좋아할 만한 미션인데, 남편은 굉장히 싫어할 듯하다. 그리고 촛농을 활용하라니, 흠…. 솔직히 이건 너무 뜨거워서 남편이 단번에 싫다고 할 텐데, 이 일을 어쩌나! 게다가 가터벨트라…. 요즘 내가 살이 좀 쪄서 가터벨트를 착용하면 섹시한 이미지는커녕 아주 우스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아니나 다를까 입어봤더니 요즘 부쩍 복부와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살이 붙어서 T팬티를 입은 모습이 꽤 부담스럽다. 속옷은 꼭 끼고 스타킹도 꽉 쪼여서 찢어지기 일보 직전인데 거기에 가터벨트까지 채워놓으니 마치 항아리에 입혀놓은 것처럼 가관이다. 이런 모습으로 남편을 섹시하게 유혹하라니, 과연 될까?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남편에게 약간의 술을 제공한 뒤, 시도해봐야겠다는 것! 취중 관계? 실은 뭐가 뭔지 못 알아보게 말이다. 미션 준비 끝!
손을 묶고, 눈도 가리고, 배 위에 촛농까지?!
오늘은 남편에게 둘이서 오붓하게 술 한 잔 하게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 부쩍 귀가 시간이 늦던 남편은 내가 이상했는지, 아니면 무서웠는지 선뜻 “알겠다”고 말했다. 나는 오늘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남편을 만취 상태로 만들 계획이다. 그래서 맥주가 아닌 소주, 그리고 생선회 안주를 준비해놓고 남편을 맞이했다.
“와~ 오늘 무슨 날이야? 결혼기념일인가? 아닌데, 당신 생일도 아니고, 당신… 사고 쳤지?”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하시나요? 그냥 오늘은 당신하고 술 좀 마시고 취해보고 싶어서 그러지~.”
“어, 그래? 알았어. 미안미안~.”
순진한 우리 남편은 내 말을 그대로 믿었다. 남편과 함께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나는 취기가 적당히 올라 눈이 살짝 풀린 남편에게 다가갔다. 일단은 키스부터 시작, 그리고 서서히 귓불과 목덜미를 애무했다. 내 계략(?)을 모르는 남편은 슬슬 브래지어를 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어갔다.
일단, 남편의 눈을 가리고 촛농을 떨어뜨리는 미션에 들어가기로 했다. 브래지어로 남편의 눈을 슬며시 가렸다. 그러고는 미리 준비해둔 태권도 띠(밧줄을 찾으려고 집 안을 발칵 뒤집었으나 없어서 결국 우리 딸 태권도 띠를 사용하기로 했다)로 남편의 양손을 묶었다. 아직까지 뭐가 뭔지 눈치 못 챈 남편은 그냥 웃으면서 “뭐 하는 거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야?”라며 농담을 건넸다. 아마도 이때까지는 기분 좋았을 것이다.
![[‘밝히는’ 주부 H씨의 Sex Diary ]묶고, 가리고…뜨거운 맛을 보여주마!](http://img.khan.co.kr/lady/201105/20110520142817_2_sex_diary2.jpg)
[‘밝히는’ 주부 H씨의 Sex Diary ]묶고, 가리고…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강하게 한마디 내뱉고 난 뒤 남편을 침대로 밀어 눕히고 옷을 벗겼다. 그리고 남편의 가슴을 애무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다음은 ‘촛농’이 나설 차례! 가끔 집 안의 음식 냄새를 없애려고 켜두는 아로마 향초를 켜두었기 때문인지 남편은 촛농을 자신의 몸에 떨어뜨리리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남편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질 무렵, 아로마 향초를 들고 남편의 배에 촛농을 떨어뜨렸다. 헉, 그런데 이게 웬일! 딱 한 방울만 떨어뜨려볼까 했는데, 긴장한 탓인지 손이 떨려서 그만 촛농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다.
“앗 뜨거워! 당신 미쳤어?”
놀란 남편이 난리법석을 떨며 눈을 가린 브래지어를 풀어서 던지고, 묶인 손을 풀면서 도끼눈을 하고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 미쳤어? 얼마나 뜨거운지 알아? 지금 나 화상 입히려고 작정했어?”
촛농이 진짜 뜨거웠는지, 화가 난 남편이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 미안해. 진짜 딱 한 방울만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수전증이 있어서 그만….”
사과를 하면서도 화를 내는 남편의 모습에 왠지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런 나를 본 남편은 정색하며 언성을 높였다.
“지금 웃음이 나와?”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미안해. 그런데 하던 건 마저 해야 하지 않을까?”
“(피식) 나 원 참~ 어이가 없다. 사전에 얘기도 없이 눈을 가리고는 촛농까지 떨어뜨리면 어떡해. 내가 얼마나 놀랬겠어?”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내 손등에 촛농을 살짝 떨어뜨려보니, 정말 뜨거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예고도 없이 뜨거운 촛농이 배 위에 떨어졌으니 남편이 놀랄 만도 하다. 생각해보니, 정말 미안했다. 촛농은 ‘절대’ 떨어뜨리지 않기로 약속하고, 손을 묶고 눈만 가린 채 다시 플레이를 시작했다. 보아하니 남편은 손 묶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니까 응하는 것이지 썩 내키는 건 아니라고 했다. 반면 나는 남편을 묶었을 때의 느낌이 좀 색달랐다. 뭐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흥분의 ‘종류’가 달랐다고나 할까? 심플하게 말하자면, 나는 생각보다 즐거웠다. 나는 진정 변태 성향이 있는 것일까?
가터벨트와 망사 스타킹 시각적 효과, 굿~
며칠 뒤, 가터벨트와 망사스타킹이 도착했다. 이번에도 나는 남편에게 “술 한 잔 하자”는 말로 운을 띄웠다.
“왜? 오늘도 술 먹여놓고 뭐 하려고?”
이어지는 강한 경계의 눈빛!
“오늘은 촛농 떨어뜨리는 행동 같은 거 안 해. 걱정 마.”
“아니야, 못 믿겠어. 오늘도 분명 이상한 짓 할 것 같아. 술 취하면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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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는’ 주부 H씨의 Sex Diary ]묶고, 가리고…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자기야, 내가 뭘 좀 보여주려고 하는데 웃지 마.”
역시나 남편은 엄청나게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진짜 가관이다. 푸하하.”
“웃지 말라고! 요즘 살이 쪄서 그런 건데 할 수 없잖아. 이게 이번 미션인데….”
“뭐야? 오늘은 채찍으로 때리기라도 하려고?”
아무래도 지난번 촛농 사건이 무섭긴 무서웠나 보다.
“당신 웃는 거 보니까 채찍이 없는 게 안타깝다! 채찍 대신 허리띠라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리를 들어 남편의 허리를 감았다. 순간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T팬티의 스트링이 당겨지면서 뭔가 유쾌하지 않은 자극이 전해졌다. 아, T팬티를 입고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는 건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우리 부부는 금세 달아올랐다. 서로를 향해 열렬히 애무를 나누었다. 남편은 망사 스타킹을 신은 나의 다리를 쓸어내렸다.
“부드러워서 좋다. 그런데 당신 피 안 통하는 거 아냐?”
우리는 때론 장난스럽게 때론 거칠게 서로의 몸을 어루만졌다. 익숙한 듯 색다른, 기분 좋은 느낌이 우리를 휘감았다. 그리고 망사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착용한 상태 그대로 절정의 순간을 맞았다.
“자기야, 오늘 어땠어?”
“솔직히 당신 가터벨트 한 거, 의외로 잘 어울렸어. 거기에 뿔테 안경을 쓰고 채찍까지 들면 정말 잘 어울릴 거야(웃음).”
남편의 표정이 제법 만족스러운 듯했다. 두 가지 미션 중 어느 것이 더 좋았느냐고 물어도 잘 대답해줄 분위기였다.
“난 의상에 변화를 주는 게 좋더라. 과거에 해봤던 메이드복, 바니 커스튬도 괜찮았고, 이번에 가터벨트를 한 모습도 색다르고 좋았어. 하지만 손을 묶거나 때리거나 물거나 하는 건 별로야. 특히 한창 흥분했을 때 촛농을 떨어뜨리는 건, 정말 아니었어.”
역시 남자는 시각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가터벨트와 T팬티, 망사 스타킹…. 손바닥만 한 천 조각이 우리 부부의 섹스 라이프를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니 참 기특한 물건들인 것 같다. 촛농 사건 때문에 살짝 미안했지만 남편의 취향을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미션도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획 / 김민주 기자 ■글 / 주부 H씨 ■사진 / 이주석,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