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로 금연할 수 있을까?
일단 전자담배 관련 판매자들은 자사의 제품으로 금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전자담배가 실제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에 흡연 욕구가 줄고 금단 증상이 완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오히려 전자담배의 문제점으로 중독성을 꼽는다. 전자담배 중 상당수는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농축액을 사용한다. 즉 중독성과 유해성은 일반 담배와 다르지 않다는 것.
피우는 형태만 다를 뿐 담배의 일종이라는 의견이다. 또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 명승권 박사도 현재까지 나온 관련 연구 논문의 내용을 들며 금연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 논문은 16건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결론은 ‘전자담배가 니코틴 갈망을 줄이지 못하고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이 전자담배가 연초담배에 비해 해가 적다는 관점에서 담배를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흡연자의 지속적 흡연 가능성, 청소년에게는 흡연의 첫 관문이 될 가능성, 집단적인 질병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자담배, 과연 안전할까?
사실 현재까지도 전자담배의 안전성과 유해성을 명확히 규명한 연구는 없다. 전자담배 판매자들은 니코틴은 있을 수 있지만 간접흡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손꼽히는 타르나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발암물질이 없으므로 간접흡연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보건의료원이 국내에 시판되는 전자담배 중 10개의 회사 제품을 조사한 결과, 간접흡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량의 포름알데히드만이 검출됐다. 연구 결과만 비교해보면 수백 가지의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을 가진 일반 담배보다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전자담배의 종류는 10가지가 아니다. 무려 140여 종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과 성분은 제각각이다. 관련 표기 규정도 불분명해 애연가들은 단지 판매자들이 주장하는 광고에 나온 정보만으로 상품을 고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생산업체가 점점 성장하는 것에 발맞춰 공인된 기관을 통한 철저한 유해 성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인의 애연가가 피워본 전자담배 경험담
장점 평소 골초 소리를 듣는 A씨는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추천받았다. 처음 전자담배를 접하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와! 이거 정말 괜찮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마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꽤 흡사한 느낌이었다. 이제 진짜 담배와는 안녕을 고하며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단점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목적인 ‘금연’과는 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의 하루 종일 전자담배를 입에 문 채로 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 자리한 니코틴 중독은 여전한 느낌. 연초와 전자담배의 차이는 ‘니코틴을 한꺼번에 흡입하느냐, 조금씩 나눠서 흡입하느냐’의 차이에 불과한 것 같다.
전문가의 조언
금연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이 습관을 멈추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A씨는 오히려 전자담배에 더 집착하고 있다. 결국 연초담배를 피우는 것과 결과는 같을 것이다. 금연을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하고 처방에 따라 공인 기관에서 검증된 금연 보조제를 이용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담뱃값 줄이고 가족의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구입한 B씨의 경우
장점 전자담배를 피우고부터 가족들을 피해 베란다로 가서 담배 피우는 일은 없어졌다. 거실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피울 수 있는 것이 전자담배의 최대 장점이다. 가족은 일단 아빠에게서 찌든 담배 냄새가 사라졌다고 좋아한다.
단점 전자담배의 경우 초기 구입 비용은 더 들지만 전체적으로 비용이 절약될 것이라고 판단한 B씨. 요즘 가장 잘 팔린다는 J 브랜드의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실제 구입 가격은 담배 본체 13만원, 무화기(담배에 연기를 만들어주는 부품) 3만원, 니코틴 용액 3만원(20일치) 총 19만원이 들었다. 그러나 피워보니 니코틴 용액이 20일을 가지 못했다. 한 번씩 사다 보면 지출액이 예상액을 넘어서고 말았다.
전문가의 조언
전자담배의 가장 큰 맹점은 자신이 얼마나 피우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 담배는 한 개비씩 없어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담배 양을 알 수 있지만 전자담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피울 수 있다. 담뱃값을 아끼겠다고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게다가 간접흡연 문제는 아직 임상실험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연초담배보다는 무해하다지만 100% 안전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비흡연자는 흡연자들에 의해 늘 고통을 받아왔다. 일부 검증받은 전자담배를 통해 어느 정도 간접흡연의 고통이 해소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전자담배가 연초담배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나온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금연의 획기적인 방안’ 등으로 전자담배를 맹신하는 건 아직 때가 이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객관적인 연구와 검증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또 전자담배 회사의 과장 광고와 그로 인한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자담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보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피우지 않는 것이 진리’란 사실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명승권 박사(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