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착하고 바르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바람. 하지만 아이가 삐뚤거나 그르게 행동할 때면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 속만 끓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레이디경향」의 문을 두드리자.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이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줄 것이다.
Q 정리를 못해요
여섯 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어요.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고 사교성이 좋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요. 부모님 말에 순종하는 예의 바른 아이고요. 그런데 딸이 정리를 너무 못해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면 온 집 안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쏟아놔요. 그러고는 이후 밥을 먹거나 놀이터에 나가는 등 다른 일을 하게 될 때 전혀 치울 생각을 하지 않고 몸만 쏙 빠져나가고요.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지나치게 정리에 둔감한 우리 아이 좀 고쳐주세요. 김성희(전북 정읍시)
A 정리정돈을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정돈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 아직 충분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정돈을 잘하면 나중에 물건을 찾기 쉽다는 점과 함께 그것이 올바른 생활습관임을 강조하세요. 처음에는 부모가 아이 보는 앞에서 먼저 정리정돈을 하는 모습을 시범으로 보이고, 이후 아이를 함께 참여하게 하면서 잘 해낼 때마다 칭찬을 해주세요. 아이가 어느 정도 잘 따라준다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정리정돈하는 것을 목표 행동으로 설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유도해 나가야 합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의 사용은 자제하세요. 가령 아이가 정리정돈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외출이나 다른 놀이 활동을 일절 금지시키십시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정리정돈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부모와의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셈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결국 아이입니다. 떼를 쓰거나 칭얼거려도 결코 동요하지 않고 아이가 정리정돈하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인내심이 중요합니다.
Q 돈 달라고 보채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요즘 학교만 다녀오면 돈을 달라고 떼를 써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이집에 오래 다녔지만 그때는 아이가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용돈을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가끔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을 때는 다른 아이들처럼 사달라고 조르긴 했지만요. 그런데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이틀에 한 번꼴로 돈을 달라고 매달리네요. 딱히 뭔가를 사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닌데 막무가내로 돈 타령이에요. 어떻게 해야 아이의 이런 버릇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정유라(광주 광산구)
A 돈의 자세한 가치와 효용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겠지만 돈이 무척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맥락과 마찬가지로 돈을 달라고 요구하게 되지요. 돈은 집 안에서 그 즉시 다른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토큰 혹은 스티커와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줌과 동시에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바라는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큰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10원 혹은 100원짜리 동전을 줌으로써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세요.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돈의 효용에 대한 경제 교육도 시작하시고요. 아이에게 돈을 무작정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장난감 혹은 학용품이 있을 때 엄마가 돈으로 사줄 수 있음을 설명해주세요. 돈을 받더라도 잘 보관하거나 저금통에 저축해 나중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세요. 혹시 아이가 돈 자체에 대해서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면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이나 스티커 등을 이용해 얼마 이상 모이면 진짜 돈으로 바꿀 수 있게끔 해주세요. 아이에게 돈으로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해주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얻을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부모가 돈에 대해서 지나치게 중요함을 강조하는 태도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자제하세요.
Q 마음이 무척 약해요
일곱 살인 제 딸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마음이 무척 약한 것 같아요. 어른들이 조금만 언성을 높이거나 잔소리를 하면 금세 주눅이 들고 눈물까지 흘려요. 얼마 전에는 밤 11시가 되었는데도 TV 보느라 도무지 잠잘 생각을 안 하기에 살짝 다그쳤더니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리더라고요. 평소에도 그래요. 저와 남편, 친척들이 듣기 싫은 소리를 조금이라도 하면 고개를 푹 숙인 채 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서럽게 울기 일쑤예요.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이렇게 나약한 모습만 보이니 참 큰일입니다. 주혜민(부산 사하구)
A 눈물을 잘 흘리는 것은 아이가 좌절이나 슬픔에 취약함을 의미합니다. 어머님 말씀대로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사소한 비난에도 눈물을 흘리는 거지요. 이는 자신감이 떨어졌거나 다른 사람들의 비난이나 지적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일 때 “괜찮아. 네가 나쁜 아이라는 뜻은 절대로 아니야. 이러한 행동만 고치면 돼”라고 말해주면서 아이를 안심시키고 위로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우는 모습에 대해서 “바보처럼 왜 우느냐” 혹은 “그깟 일로 울면 안 된다”라는 식으로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로 하여금 더욱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거나 커다란 심리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아이 나름의 대응 전략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지적을 받거나 야단을 맞을 때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대신에 눈물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요. 자신의 눈물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자신에게 더욱 유리함을 알게 된다면 아이는 계속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눈물을 통해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꾀를 피운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부모는 아이의 눈물에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즉 눈물을 스스로 거두게 하면서 아이에게 부과된 책임을 경감시키지 않는 것이 필요하지요. 이러한 모든 판단과 결정은 결국 부모의 몫이므로 평소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아이를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아이와 떨어지기 힘들어요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을 키우는 초보 엄마입니다.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됐는데 아이를 어떻게 떨어뜨려야 할지 걱정이에요. 일을 시작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제가 돌봐줄 수 없거든요. 미리 연습하는 차원에서 아이를 남편 손에 맡긴 채 방에서 몇 시간 동안 나오지 않거나 근처에 사는 친정엄마에게 온 종일 보내보기도 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오히려 엄마가 언제 어디로 또 사라질까봐 걱정되는지 아이가 제 눈치만 살피느라 자야 할 시간인데도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어요. 아이와 별 탈 없이 떨어져 지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김선지(서울 중랑구)
A 아이는 돌이 지나는 시점부터 엄마와 본격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엄마를 많이 찾고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다시 일을 시작할 때 아이의 저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먼저 엄마는 아이에게 미리 충분히 그리고 자주 얘기를 해주세요.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녁에 다시 와서 함께 놀아줄 것임을 얘기해주세요. 그와 동시에 아이를 새롭게 돌봐줄 사람, 예컨대 할머니나 육아 도우미를 미리 오시게끔 해서 셋이서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세요. 아이로 하여금 새로운 주된 양육자와 친밀도를 느끼는 기회를 가지게 하는 셈이지요. 엄마는 미리 떨어지는 연습을 한다기보다 남은 기간 동안만이라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충분하게 가지십시오. 그러면서 아이에게 떨어지는 데 대한 예측을 하게끔 미리 설명해주는 것이지요. 일을 시작하게 되면 아침에 아이와 충분한 시간 동안 떨어지는 과정을 거치십시오. 아이 몰래 나가거나 갑자기 뛰어나가는 것은 아이에게 더 큰 심리적 좌절과 충격을 심어주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엄마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엄마 없이 혼자서 잘 놀면 칭찬과 함께 보상을 제공하세요. 중간에 수시로 전화를 해서 엄마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 ‘육아일기’, 육아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
우리 아이 육아 고민, 「레이디경향」에 맡겨주세요
「레이디경향」은 이 세상 모든 엄마와 함께합니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산만한 아이, 자기 마음에 차지 않으면 폭력부터 휘두르는 아이, 장난감을 사달라며 가게 한복판에서 발버둥을 치며 우는 아이 등 그간 말 못했던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애독자 엽서 혹은 메일(kkulbong@kyunghyang.com)로 보내주세요. 정성스럽고 속 시원한 답변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기획·진행 / 윤현진 기자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진제공 / 원상희, 케이엠스타·탑차일드 ■모델 / 최다인, 장동훈 ■장소 협찬 / 베이비훈 스튜디오(02-573-3777) ■의상 협찬 / 쁘띠슈(02-511-2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