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는 쉬웠는데, 둘째는 왜?…둘째 난임 극복기
서울라헬여성의원의 김명희 원장은 “첫째를 가졌을 때 산모의 나이와 건강 상태, 또 남편의 정자 상태가 둘째를 가질 때와 같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둘째 난임에 처한 여성들이 겪는 스트레스 중에는 첫째 임신이 쉬웠다는 이유로 둘째 난임에 처한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이러한 자신의 상황을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궁 질환과 정자 기능 감소, 스트레스….
둘째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다. 흔히 임신이 잘되지 않는 경우 여성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일반적인 난임의 경우도 평균 남성 40%, 여성 40%의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둘째 난임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부부 각자가 가진 문제를 잘 찾아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정자의 상태와 자궁 질환의 경력도 중요한 요인이다. 여성은 첫째를 출산했을 때와 비교해 자궁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팔관이 막힌 경우, 자궁 모양이 변형되거나 유착된 경우,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자궁 근종·내막증 등 자궁 질환이 있는 경우, 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경우 등이다. 보통 첫째를 출산한 후 바로 둘째를 갖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몇 년의 터울을 두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여성의 자궁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또 남성의 정자 수가 감소한 경우, 정자의 운동성이 느려진 경우 등도 주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원인들은 출산 후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주부가 받는 스트레스와도 무관하지 않다. 또 불규칙한 식습관, 커피나 담배 등에 대한 노출도 문제가 된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첫아이를 기르는 데 대한 부담감으로 둘째를 미루다가 임신이 잘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일도 많다.
부부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김 원장은 “둘째 난임으로 판정된 부부 중 상당수는 아이가 한 명 있으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각자의 선택이지만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둘째를 갖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해요”라고 전한다. 둘째 난임의 경우 배란 유도, 인공 수정과 시험관 등의 시술 방법과 약 복용 등 여러 가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미적지근한 태도로 시간을 끌다가 임신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35세가 넘어가면 둘째 임신 기회가 급속도로 줄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부부가 한마음으로 둘째를 갖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원장은 조언한다.
또 부부의 건강관리 역시 중요하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되,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유산소운동이 좋다. 강도가 센 운동으로 에너지를 분출하고 나면 임신 성공률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의 신체 상태에 적합한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잘못된 식습관도 교정해야 한다. 카페인 함유 음료나 인스턴트식품은 가급적 자제하자. 육류의 경우 기름기가 많은 부위보다는 살코기 위주로 섭취한다.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용기를 내보세요!” 3년간의 둘째 난임 극복하고 임신에 성공한 김이정 주부 서울 상도동에 사는 김이정 주부(43)는 올 4월 시험관 시술로 둘째를 임신했다. 2006년 첫째를 출산한 후 무려 5년 만의 일이다. 결혼 후 곧바로 임신에 성공했기 때문에 둘째를 갖는 일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첫아이를 출산한 후 2년간 피임을 했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 전부터 둘째 임신을 시도했으니 쉽게 이뤄지지 않아 산부인과를 찾았다. “첫째 아이가 있어서 둘째를 못 낳아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큰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불임클리닉에 가보기로 결정했어요.” 불임클리닉에서 호르몬 검사, 나팔관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그녀의 문제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다는 데 있었다. 직장 일이 한창 바쁠 때는 6개월에 한 번 생리를 한 적도 있었다. 또 남편은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진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때문에 부부는 둘째 임신을 위해 시술을 해야 했다.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인공 수정부터 시작했어요. 3회를 했는데, 모두 실패했고 마지막 한 번은 화학적 유산을 했어요. 수정은 됐지만 착상 중 문제가 생긴 것이죠.” 인공 수정 시술에 실패하자 부부는 둘째 임신 계획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기 힘들었다. 부정적인 입장이던 남편을 설득해 그녀는 시험관 시술에 도전했고 내년 초 마침내 소중한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마음속으로 항상 ‘왜 나는 둘째를 갖지 못하는 걸까?’라며 자책도 여러 번 했죠. 아이를 갖기 어려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예요.” 둘째 난임을 겪는 동안 그녀는 첫째 아이에게 예민하게 굴었던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주변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일이 많았던 탓이다. 그녀는 이내 마음을 비우고 잘될 거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긍정적인 자세가 3년 만에 둘째를 임신할 수 있었던 비결 같다고 전했다. |
Mini Interview
“둘째 임신, 의무감이 아닌 사랑에서 출발하세요”
김명희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서울라헬여성의원)

첫째는 쉬웠는데, 둘째는 왜?…둘째 난임 극복기
전 세계를 막론하고 1년 정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난임으로 봅니다. 물론 두어 달에 한 번꼴로 부부 관계를 갖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최근에는 부부 열 쌍 중 평균 한두 쌍이 난임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첫째 출산 경험이 있는 30세 이하의 여성이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노력을 했는데도 소식이 없다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35세 이상의 여성은 둘째 임신을 계획했다면 남편과 함께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미리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인공 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받은 후에는 집에서 누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공 수정은 보통의 부부 관계를 한 후와 같게 보기 때문에 평소처럼 활동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인공 수정은 자궁 안에 정자를 넣어주는 것이고, 이 정자들 중에 일부가 자연 수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험관 시술은 자궁 안에 배아를 이식하고, 세포 분열을 통해 자궁 내막에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자궁이 수축되는 기분이나 배에 통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동하되, 과한 활동은 피해야 합니다.
Q 임신을 위해 병원에서 정해준 배란일에 부부 관계를 하는 일이 힘듭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배란일에 맞춰 매번 관계를 갖는 일은 때로 부부들에게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지기도 하고 부담감 때문에 남편의 경우 발기가 안 되거나 사정을 못하기도 합니다. 주위에서 종종 임신을 위해 병원에 다녀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포기하려는 순간에 자연 임신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이는 부부가 임신을 위한 부부 관계라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관계를 가져 좋은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부부가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내보다는 남편이 위축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내들이 이런 남편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었으면 합니다. 의무감이 아닌 사랑에서 출발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Q 임신에 특효약이라는 보약을 지어 먹거나 좌훈이나 뜸을 뜨는 방법도 임신에 도움이 될까요?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보약을 지어 먹는 분들, 각종 민간요법을 병행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궁을 따뜻하게 해야 임신이 잘된다는 이야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약, 민간요법 등에 관심을 갖는데 이런 방법들은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통해 산모가 마 음을 편히 가질 수 있고, 자신감을 찾아갈 수 있다면 마인드 컨트롤의 한 방법으로 활용해도 좋겠지요.
■글 / 정은주(객원기자) ■사진 / 이주석, 안진형(프리랜서) ■도움말 / 김명희(산부인과 전문의·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