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철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꽃가루, 환절기 기온 변화, 황사 등이 원인인 봄철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비염, 피부염, 결막염, 천식 등이 있다. 그중 천식을 제외하고는 생명에 큰 위협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또 봄철 알레르기성 질환의 증상이 독한 감기 증상과 비슷해 두어 달 참고 넘어가면 된다는 식으로 방치하다가 증세를 악화시키는 사례가 많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 내과의 박중원 교수는 “봄철 알레르기 질환이야말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봄철 알레르기 질환은 여러 증상을 동반합니다. 눈, 코, 목 안이 가렵고 재채기를 하며 눈물, 콧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 증상은 생명에 큰 위협을 끼치지는 않지요. 때문에 건강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봄이 지나가면 증상은 잠잠해지니까요.”
우리나라에는 3월부터 5월 사이에 꽃가루가 날린다. 이 기간 동안 참나무 계통의 자작나무와 오리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꽃가루가 공기를 타고 눈, 코, 목 등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 이로 인해 눈이 가렵거나 결막염 증상이 나타나고, 눈물과 콧물을 동반하며 코가 막히는 비염, 심지어 숨이 찬 천식 증상도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를 ‘꽃가루병’이라고도 부른다.
“봄철 알레르기 질환이 일어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환절기라는 특수성도 있습니다. 기온이 갑자기 오르면서 기존에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사람의 증상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 질환은 기온 변화에 따라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거든요. 천식이나 비염을 앓고 있는 경우 봄철에 더 안 좋아지기도 합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약 25%가 비염을 앓고 있는데, 이들이 봄이 찾아올 때마다 알레르기 증상으로 불편함을 겪는 대상이라고도 했다. 또 봄철 알레르기 질환은 젊은 층에게서 더 자주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만약 알레르기 증상의 원인이 꽃가루라고 밝혀진다면, 꽃가루에 대한 내성을 키워주는 면역 요법을 통해 만족스러울 만큼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생활 속의 불편함을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봄철에 기승을 부리는 알레르기 질환은 예방할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치료가 가능한 봄철 알레르기 질환을 방치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알레르기 질환의 증상이 사소한 불편함일지라도 오랜 세월을 반복하게 되면, 각종 합병증 등으로 건강한 삶을 만끽할 수 없기 때문이다.
1 봄철 알레르기 대표 질환
알레르기 결막염 유발 항원이 눈의 결막에 접촉, 결막의 과민반응을 유발하는 염증 질환이다. 주로 봄철에 많이 일어난다. 눈이나 눈꺼풀의 가려움증, 결막의 충혈, 눈의 화끈거림을 동반한 전반적인 통증, 눈부심, 눈물 흘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또 노란 눈곱보다는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분비물이 동반된다.
알레르기 천식 최근 알레르기 천식의 국내 유병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증가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자와 의사의 천식에 대한 인지도 증가, 대기오염과 주거 환경의 변화로 인한 실내 알레르겐(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 흡연 및 가스에 의한 실내 오염 증가, 식생활 변화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알레르기 천식은 외부의 알레르겐을 흡입해 발생한 알레르기 염증과 기관지를 구성하는 기관지 평활 근육의 이상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고 넓어지는 것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호흡곤란,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 기침이 주요 증상이다. 만약 중증으로 악화시 치료를 적절히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알레르기 천식은 흔히 아토피와 연관이 있다. 기관지가 외부 자극에 대해 예민해 쉽게 수축하므로 호흡곤란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알레르기 천식의 특징이다.
알레르기 피부염 봄철에 흔한 알레르기 피부염의 원인은 꽃가루다. 꽃가루 때문에 생기는 알레르기 피부염의 특징은 몸의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 주요 증상은 가려움증, 벌겋게 부어오름, 뾰루지 등이다. 심하면 물집이 잡히거나 두드러기 등도 생길 수 있다. 한 부위에 생기면 대체로 서너 시간 정도 지속되다가 다른 부위에 다시 생기기도 한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4, 5월에 피부염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런 알레르기 피부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장소를 피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목을 덮는 긴팔 옷과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해 꽃가루가 피부에 닿는 일을 가능한 한 막아야 한다.
2 봄철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 원인
봄철 날리는 꽃가루, 황사, 환절기 기온 차이 등이 원인이다. 그중에서도 꽃가루에 의한 증상이 대표적인데, 이 때문에 ‘꽃가루병’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이 밖에도 집먼지진드기,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개 혹은 고양이 등 동물에 대한 알레르기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혹은 기존에 비염, 천식을 앓았다면 봄철에 그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알레르기 피부염의 경우 음식물, 목걸이나 귀고리 등 귀금속류, 화장품, 옷감에 쓰이는 색소류, 살충제 등 화학물질도 원인이 될 수 있다.
3 치료법
가장 보편적인 치료 방법은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치료다. 이 경우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면역 요법이다. 반응하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해 인공적으로 내성을 키워주는 방법이다.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일 경우 평생 꽃가루를 피하며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꽃가루에 대한 면역을 키우는 것이다. 이렇듯 면역 요법은 규칙적으로 해당 물질을 접촉해 내성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면역 요법에는 주사와 혀 아랫부분에 약을 떨어뜨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 경우 효과는 장기간 지속된다고 볼 수 있는데, 짧으면 5년에서 길게는 10년 동안 해당 물질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다. 혹은 자연적으로 해당 알레르기 물질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어렸을 때는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했는데 어른이 되면서 나아지는 경우가 그렇다.
4 생활 속 봄철 알레르기 질환 예방법
접촉성 증상이 강한 봄철 알레르기 질환은 우선 그 원인이 되는 물질과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 모자,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거나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도록 긴소매 옷이나 선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다. 또 봄철에는 환기를 통해 꽃가루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의 유입 가능성이 있으므로 바람 부는 날은 환기를 삼가야 한다. 또 세탁물도 야외보다는 실내에서 건조할 것을 권한다. 외출 후엔 옷을 잘 털어내고 미온수에 코나 눈을 씻어내고 샤워 후 충분히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pert’s Advice 봄철 알레르기 질환에 좋은 음식 7 2 딸기 과일에 함유된 풍부한 비타민은 몸의 면역력을 높여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봄철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게 함유된 딸기를 권한다. 3 감자와 양파 감자와 양파를 재료로 무엇이든 만들어 먹으면 좋다. 또 감자와 양파를 약한 불에 삶은 뒤 그 물을 따뜻한 상태로 하루 3, 4회 정도 지속적으로 마시는 것도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5 구운 마늘 봄철 눈이나 코에 들어간 꽃가루로 인해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하곤 한다. 이때 마늘을 코에 넣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속껍질까지 깨끗하게 벗긴 마늘을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타지 않도록 구워 코 속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썰어 1분 정도 넣었다 빼는 것을 하루 3, 4회씩 3일간 반복하면 코가 간질거리는 등의 알레르기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6 콩과 두유 비타민 E와 비타민 B가 풍부한 콩과 두유는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또 콩은 신체 기능을 활발하게 해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7 김치 한국인의 대표 반찬으로 손쉽게 매일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인 김치. 이러한 김치 속의 풍부한 비타민은 몸의 면역력을 높여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데 좋다. |
봄철 알레르기에 좋은 차 8 1 녹차 중금속 축적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억제 효과도 있다. 끓인 후 약간 식힌 물에 녹차 잎 30g을 우려낸다. 이것을 하루 5, 6회 정도 마신다. 2 국화차 코 알레르기나 축농증으로 인한 코 막힘에 좋다. 말린 국화 잎 30g을 뜨거운 물 3컵 분량에 우려내 마신다. 3 모과차 말린 모과 30g 혹은 작게 썬 생모과 두세 조각을 뜨거운 물 3컵과 함께 차처럼 우려내 마신다. 4 박하차 코 막힘을 뚫어주고 비강 내 염증 완화, 축농증에 효과가 있다. 박하 50g을 물 1.5리터에 넣고 중간 불에 끓이다가 불을 약하게 줄여 우려내듯 진하게 달인다. 이 물을 하루 2, 3회 마시면 좋다. 혹은 차처럼 우려내서 먹을 경우 뜨거운 김에 코를 훈증하는 방법도 있다. 5 산사차 비타민이 풍부한 말린 산사 열매 30g을 물과 함께 달인다. 이를 하루 5, 6회에 나눠 마시면 알레르기 증상과 소화 작용에도 도움이 된다. 6 신이차 백목련의 꽃봉오리를 신이라 한다. 이것을 썰어 끓여서 매일 한 잔씩 마시면 알레르기 비염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7 상백피차 뽕나무 뿌리 껍질을 상백피라고 하는데, 소염과 진해거담에 효능이 있다. 상백피 30g을 물과 함께 달여 하루 3, 4회에 나누어 마시면 좋다. 몸이 차거나 설사가 잦은 사람은 피하도록 한다. 8 유근피차 코와 관련된 질환에 좋다. 참느릅나무 뿌리 껍질을 20g 정도 넣고 물과 함께 30분 정도 달인다. 이후 달인 물의 농도가 어느 정도 짙어지면 불을 끈 뒤 하루 3, 4회에 걸쳐 나누어 마신다. |
Mini Interview 면역 요법 중 면역 주사를 맞을 경우 약간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최악의 경우 쇼크 상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알레르기 치료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받아야 합니다. 반면 혀의 아랫부분에 내성 물질을 떨어뜨리는 설하 면역 요법은 심한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일반적인 면역 요법에 비해 가격이 3배가량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면역 요법을 받으면 5~10년 동안 해당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상태가 호전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난 후 다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Q 처음으로 집 안에서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자꾸 목이 답답하고 눈도 가렵습니다. 이럴 경우 강아지와 무조건 떨어져야만 증상이 나아지나요? 물론 내성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어떠한 약이나 치료 방법보다 강아지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분들도 늘었지만 자신의 알레르기 증상 때문에 반려동물과 떨어지려는 분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Q 봄철 알레르기 질환의 하나인 결막염을 앓고 있습니다. 이 증상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있나요? 봄철의 알레르기 질환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습니다. 눈이 새빨갛게 변하고, 지독한 감기 증상을 보일지라도 전염은 절대로 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Q 알러지 혹은 알레르기 중 어떤 표현이 정확한 것인가요? 왠지 알레르기라고 하면 오래된 말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에 비해 알러지는 젊어 보이는 말이지요. 나이 드신 분들은 알레르기라고 하고, 젊은 분들은 알러지라고 많이들 하십니다. 둘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셔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알레르기란 영어 알러지(Allergy)의 독일식 발음에서 온 우리말 표기 방식입니다. |
봄철 알레르기 질환 치료 사례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이동민씨(50)는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 고통스러웠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봄만 되면 눈물, 콧물, 재채기를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감기 증상인 줄 알고 약을 먹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후 알레르기 질환약을 복용하고 민간요법도 따라 해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렇게 봄철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던 중, 이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전문 알레르기 내과를 찾았다.
“30년 가까이 봄만 되면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생했습니다. 감기 증상과 비슷해서 처음에는 단순히 감기인 줄 알고 넘어간 적도 여러 해였고요. 그러다 전문 알레르기 내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 중에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에 우연히 벌에 쏘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제가 봄만 되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원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씨는 벌에 쏘였을 당시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가볍게 부은 정도였기 때문에 안심했던 것인데, 이것이 바로 봄철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담당 의사는 벌에 쏘였을 때는 무조건 응급실에 찾아갈 것을 당부했다.
“원인을 알고 나니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 후 알레르기 치료를 위한 여러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그중에서 면역을 만들어주는 주사를 맞기로 했고요. 제가 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 성분을 투여해 면역체계를 길러주는 원리입니다. 3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면역 주사를 맞고 있어요. 정말 신기하게도 이제는 봄이 돌아와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3월 1일만 되면 늘 목이 가렵고 눈물, 콧물로 고생하던 일이 이제는 아예 없어졌습니다.”
이씨는 “알레르기 치료를 위한 여러 방법이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 편이지만 봄철마다 경험했던 알레르기 증상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봄철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글 / 정은주(객원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도움말 / 박중원(의사·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 염수현(한의사·밝은아침한의원 원장) ■일러스트 / 최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