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부부의 고민을 나누는 LADY‘SEX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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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육체적인 관계는 정신적인 사랑 못지않게 두 사람의 사랑을 키워가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원만한 부부관계가 이뤄지지 않아 밤마다 베갯잇을 적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마음은 답답한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고, 무턱대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자니 구체적이고 정확한 전문가의 맞춤형 답변을 얻기 어려울 것 같아 혼자 끙끙대는 거지요. 매번 애독자 엽서에 깨알같이 적어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섹스에 대한 고충을 읽다 보니 이대로 지나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연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부부들의 아름다운 밤을 위한 솔직한 공간, S클리닉입니다.

Q 남편이 후배위를 무척 좋아해요
‘내밀한’ 부부의 고민을 나누는 LADY‘SEX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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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주부입니다. 저희 남편이 특정 체위를 무척 좋아해요. 바로 후배위입니다. 문제는 저는 그 체위가 무척이나 싫다는 겁니다. 저는 후배위로 관계를 하고 나면, 배가 아프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전혀 좋은 느낌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남편은 정상위나 여성상위는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하고, 후배위를 할 때만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관계를 하는 게 불편하니까 거부를 하다가도 가끔씩은 응해주기는 합니다. 제가 배가 땅기고 아파서 싫어하는 걸 남편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네요.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체위인데, 왜 그러냐는 거죠. 이 문제 때문에 부부관계를 할 때마나 남편과 늘 옥신각신하는데,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남편은 왜 후배위만 좋아하는 걸까요? (전미연·가명·경기 포천시)

[이윤수 원장의 솔루션] 일단, 전미연씨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남편에게 “통증 때문에 정말 힘들다. 삽입을 너무 깊숙이 하지 말든가 다른 체위를 연구해보자”라고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성들은 상대가 싫어하니까 더 해보려는 심리도 있답니다. 후배위를 강요한다면 싫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체위는 없느냐”라고 해보세요. 그리고 “나는 어떤 체위가 가장 흥분이 잘 되더라”라고 말하세요. 그러면 남편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싫다는 체위를 강요하기보단 상대가 좋다고 말하는 체위를 시도하려 할 것입니다. 사실 다양한 성행위 체위는 보다 나은 성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하다 보니 체위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의 춘화도에도 몇 가지 체위가 나옵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춘화도에도 다양한 체위들이 등장합니다. 유명한 인도의 「카마수트라」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길로 다양한 체위를 제시했으며 중국의 「황제내경」, 아랍의 「비밀의 정원」 등에는 수십 가지에서 수백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체위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여성이 누워 있고 남성이 위에 있는 정상체위는 영어로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 반대로 여성이 위에 있는 여성상위는 ‘목동 소녀 체위(Cowgirl Position)’, 남성이 뒤에서 하는 후배위는 ‘견공 체위(Doggy Position)’, 측면위는 ‘숟가락 체위(Spoons Position)’라고 부르며 이들 기본적 체위 안에는 수많은 ‘변종 체위’들이 존재합니다.

체위 중에는 여성의 질 입구에 있는 ‘G스폿’을 가장 잘 자극하는 자세도 있습니다. 여성상위는 여성이 능동적인 형태로 자신의 성적 포인트를 쉽게 자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후배위는 여성의 깊숙한 곳을 쉽게 자극할 수 있어 선호하기도 하나 반대로 일부 여성은 너무 깊은 자극에 고통을 느껴 기피하기도 합니다. 삽입이 깊게 이루어지다 보니 자궁에 닿게 되어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편안하고 보편화된 자세는 단연 정상체위인 선교사 체위입니다.

Q 다섯 살 된 딸아이에게 부부관계 하는 장면을 들켰어요
얼마 전 부부관계를 하다가 십년감수했어요. 딸아이가 저희의 부부관계를 목격했거든요. 저희 부부가 한창 관계 중이라 아이가 방에 들어온 줄도 몰랐어요. 아이가 “엄마 아빠 뭐 해?”라고 묻는데, 당황스러워서 혼났습니다. “지금 레슬링 하는 중이야”라고 둘러댔더니 그러냐고 하면서 넘어가더군요. 문제는 그 뒤로 저희가 부부관계 할 생각을 전혀 못한다는 겁니다. 남편이나 저나 무척 당황하고 놀랐거든요. 아이가 잠을 자고 있어도 서로 먼저 “하자”라는 말도 꺼내지 못해요. 정작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데, 저희가 더 큰 충격을 받았나 봐요. 어떻게 해야 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김현선·가명·경기 성남시)

[유외숙 소장의 솔루션] 자녀들에게 성관계 장면이 노출됐을 때 대부분 허둥지둥하느라 아이에게 이야기할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어린아이가 생애 처음으로 성에 노출된 장면이라면, 그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말은 안 하지만 충격을 받았을 수도 혹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될 수도 있습니다. 발달 과정에서 보면 다섯 살 아이는 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뭐 해?”라고 질문한다는 것은 호기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기에 “아빠 엄마가 사랑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나을 뻔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사랑하는 사이란 것을 아는 것은 좋은 자산이 되지요. 성관계가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서 불안을 경험하기도 한답니다.

또 한 가지, 부부의 사적인 영역인 성관계 장면이 보호되지 못하고 노출된다는 것은 어른에게도 공포입니다. 심리적인 불안이 성적 욕구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섹스 과정에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안전한 성생활을 위한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규칙이 좀 필요하겠지요. 첫째, 자녀에게도 부부에게도 안전한 시간대를 찾아보세요. 둘째, 가족이지만 사적인 것이 보호되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교육할 시점입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각자의 방문이 닫혀 있을 때는 노크를 해야 하며 그 이유에 대해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주세요. 잘못한 것은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Q 제가 불감증인 것 같습니다
결혼 2년 차 주부입니다. 남편이 전희와 애무를 아무리 잘해줘도, ‘좋다’라고 느끼지 못하겠어요. 전희 시간은 보통 15~20분 정도 돼요. 처음에는 성관계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계속 관계를 할수록 ‘불감증’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자꾸 생기네요. 보통 유두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 굉장히 흥분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자극에도 쾌감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어떤 찌릿한 자극만 있을 뿐이죠. 저희 남편의 애무가 잘못된 걸까요, 아니면 제가 정말 불감증인 걸까요. 아니면 저는 특별히 다른 부위가 성감대일 수도 있나요? (김민지·가명·서울 노원구)

‘내밀한’ 부부의 고민을 나누는 LADY‘SEX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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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원장의 솔루션] 다음 두 가지 모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진성 불감증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성감대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것입니다. 불감증이란 성적 극치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여성이 성적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가장 먼저 성관계를 갖고 싶다는 ‘성적 욕구’가 있어야 합니다. 성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저 ‘파트너가 뭔가를 해주면 느낄 수 있을 거야’라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극치감을 느낄 가능성이 적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에 대한 수치심을 버려야 합니다. 파트너가 전희를 하는 동안 애무를 해주면 부끄럽다는 생각보다는 적극적으로 즐기려고 노력하세요. 상대가 유두를 애무할 때 ‘가슴이 작은데 어떻게 하지’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 아무런 감흥이 오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남성들은 ‘발기’와 ‘사정’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성적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여성의 경우 외적으로 나타나는 성적 증후가 약하다 보니 성적 극치감에 대한 감을 잡기가 어렵고 또한 느끼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관계를 하면서 극치감을 자연스럽게 알아갑니다. 처음에 느끼지 못하다가 빈도가 증가하거나 나이가 들면서 혹은 임신과 출산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느끼기도 합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온몸이 성감대’란 말을 흔히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만으로도 성적 쾌감을 느낀다’라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여성은 아무리 노력해도 느끼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오르가슴 장애는 ‘심인성’과 ‘기질성’으로 나뉩니다다. 기질성은 내부적으로 어떤 질환이 있는 경우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심인성은 정신적 불안감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파트너의 성의 없는 애무가 불감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치료 방법은 본인의 성감대를 찾는 것입니다. 남성은 성감대가 성기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으나 여성은 온몸에 분산돼 있습니다. 자신의 성감대를 찾아서 극대화시키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파트너에게 성감대를 자극해달라고 하면서 극치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연습해보세요. 또 섹스를 하는 동안에는 복잡한 생각을 없애고 현재를 즐기려고 노력하세요. 성은 아는 만큼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Q 남편의 외도 후 성관계를 거부하게 됩니다
몇 년 전, 남편이 외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제가 둘째를 임신 중이었는데 충격이 무척이나 컸어요. 그런데 배 속의 아이한테 나쁜 영향이 미칠까 봐 남편에게 큰소리 한번 못 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니까 무뎌져서 지금은 서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불쑥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밤에 잠자리를 요구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평소에는 남편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없다가 남편이 부부관계를 요구하면 강하게 거부하게 됩니다. 앞으로 부부관계를 할 때마다 계속 이렇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연아·가명·충북 충주시)

[유외숙 소장의 솔루션] 임신 중의 외도는 신뢰 문제와 함께 아내에 대한 배려의 문제까지 포함된 엄청난 폭탄입니다. 그 폭탄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드러내고, 그 사람을 통해 치유받아도 모자란 상태에서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했다니 속으로 곪을 수밖에요. 심리적인 상처는 덮는 것이 가장 나쁩니다. 덮는다는 것은 회피를 뜻하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불안’과 ‘긴장’을 피하기 위해 쓰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분노의 감정은 사소한 방아쇠(Trigger)라도 있으면 폭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분노는 ‘나한테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되는 일이 일어났을 때’ 올라오는 감정입니다. 지금이라도 남편에게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남편에게도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남편은 해결된 문제로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박연아씨가 외도 문제에 너그러운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할지도 모르죠. 또 현재의 반응들을 ‘과하다’라고 오해할 가능성도 높지요. 박연아씨가 섹스를 회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남편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할 겁니다.

성관계는 ‘성’과 ‘관계’가 합쳐진 것이지요. 성을 건강하게 다루려면 관계를 건강하게 맺을 수 있는 것도 포함되어야만 합니다. 관계에서 중요한 기술은 건강한 의사소통입니다. 부부들 중에는 ‘Yes’를 ‘No’라고 말하거나 ‘No’를 ‘Yes’라고 말하는 애매모호한 소통을 하면서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섹스를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파트너의 성적 요구를 받으면 당신은 어떻게 하나요? 혹시 ‘No’라고 말하면 분위기가 냉랭해지거나, 화를 내거나, 다시는 섹스를 안 하겠다고 협박(혹은 폭력)하지는 않을지 걱정되나요? 이런 문제 때문에 섹스가 싫어도 ‘Yes’ 하고 관계를 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나의 상태에 둔감한 그 사람에게 섭섭함이 밀려오고,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초라해지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상대방에게 분노의 감정이 올라오며 모멸감을 겪게 되겠지요. 그리고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 다른 상황에서 꼭 되돌려주게 되지요. 이것을 ‘수동 공격’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서로 희생자를 만드는 꼴이 되니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습니다. 쉬운 선택이 가장 나쁜 선택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어렵지만 도전해보세요. 의외의 결과들이 생길 겁니다.

Q 남편과 간단한 스킨십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결혼 후, 저는 육아에 집중하느라 남편의 부부관계 요구에 응할 마음의 여유와 체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 생활에서 우선순위는 언제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남편의 잠자리 요구에 늘 시큰둥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부부관계를 안 하게 됐고, 지금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남편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를 않아요. 이제는 남편이 손만 잡아도 싫고 가까이 다가오는 게 두려울 정도예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인데 가벼운 스킨십도 하기 싫다고 느껴지다니, 정말 고민입니다. (김경희·가명·경기 용인시)

[유외숙 소장의 솔루션] 성관계에는 삽입 성교뿐만 아니라 손잡기, 포옹, 키스, 애무, 오럴 섹스도 포함되지요. 부부 사이에 사소한 접촉조차 하기 싫다면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섹스리스 커플을 치료할 때 두 부류로 나눠서 접근을 합니다. 첫 번째는 부부 사이에 성적 부적응으로 인한 어려움이 초반부터 있었으며, 이 해결되지 않은 성 문제가 다른 문제로 확대해 관계까지 악화된 경우인데, 이때는 문제의 원인을 성으로 봅니다. 두 번째는 성관계는 문제가 없었는데, 일상의 스트레스로 부부관계가 악화되어 섹스까지 하지 않게 된 경우이지요. 이 경우라면 섹스는 문제의 원인의 아니라 관계 악화의 증상일 뿐입니다. 섹스가 문제의 ‘원인’인지 ‘결과’인지에 따른 접근은 달라야 합니다. 위의 질문에서 결혼 초반의 성관계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자세한 접근은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남편과의 가벼운 접촉이나 성관계에서 부인이 기대할 것은 없고, 다만 남편을 위해 참고 해주는 섹스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은 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성적인 욕구가 없다고 말하는 김경희씨는 정말 욕구가 없을까요? 보통 사람들에게 충족되지 않는 욕구는 좌절과 분노만을 느끼게 하기에 차라리 억제하고 포기하는 것이 더 수월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억제된 성적 욕구에 대해 “욕구가 없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고는 욕구가 사라진 다른 이유들을 끊임없이 찾으면서 자신을 설득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하지요. 아이들, 돈, 건강, 시댁, 직장 문제 등으로 말입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성적 욕구들을 포기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포기할 뿐이지요. 혹시 김경희씨도 그렇지는 않은지 살펴보세요.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은 누구나 쾌(快)를 많이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성과 관련된 쾌의 종류들은 몸의 쾌인 쾌감(따스함, 부드러움, 떨림, 촉촉함, 강렬함-오르가슴)과 함께 중요한 것들이지요. 사람은 성관계 과정에서 파트너의 반응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를 경험하게 됩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배려한다고, 존중한다고, 믿어준다고 생각하면서 느끼는 정서적인 다양한 쾌의 충족은 남녀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관계를 거부하는 아내들의 태도에 남편들도 많은 상처를 받게 됩니다. 다만, 자신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을 뿐이죠. 김경희씨의 남편도 그렇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헤어질 생각이 아니라면 두 사람은 이 문제를 두려워하지 말고 드러내놓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40대는 남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만약 김경희씨가 자신의 미래에 따스함과 안전함이 확보되길 원한다면, 그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 중 하나는 부부간의 성을 건강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욕구를 드러내놓고 조율해서 만족도를 키워가도록 하세요. 만족이 적다고 0보다 못하다고 말하지는 마세요. 0보다는 10이 낫고 20, 30은 굉장히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그것은 잘만 하면 50, 70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혹 100 이상이 될지도 모르죠. 성 역시 일상의 다른 문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받을 수도 있겠지요.

Q 성관계에서 통증이 심해요
결혼 8년 차 주부입니다. 저는 부부관계 하는 것이 전혀 좋지 않아요. 도대체 오르가슴이 뭔가요? 저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남편과 부부관계를 하면, 늘 쓰라린 통증이 30분에서 1시간가량 지속됩니다. 결혼 후, 처음에는 성관계 후에 통증이 있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전혀 아프지 않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밤에 홍콩을 갔다 온다는 식으로 부부관계를 하면 좋다고 말하는데, 저는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제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은 자신의 욕구만 채우는 것 같아서 화가 날 때도 많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관계를 할 때 그리고 관계 후까지 통증이 심한 건가요? (유혜진·가명·서울 마포구)

[이윤수 원장의 솔루션] 즐거워야 할 섹스가 오르가슴은커녕 통증만 남긴다면 파트너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질문 내용을 보면 유혜진씨는 오르가슴이 문제가 아니라 통증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성교를 시작하면서 또 성교를 하는 동안에 통증이 있다면 오르가슴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통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 외음부에 기질적 병변이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진료가 필요한 상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성은 첫경험을 할 때 삽입에 의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지만 관계가 지속되면서 사라진다고 봅니다. 극히 일부 여성에게서는 첫 경험부터 혹은 성관계를 하다가 불편한 감각이나 통증이 있어 성행위를 포기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성교통 혹은 성교 통증이라고 합니다. 성교시 통증의 원인으로는 크게 ‘심인성’과 ‘기질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심인성의 경우 첫경험을 할 때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상태에서 섹스를 경험하거나, 섹스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 혹은 부정적인 교육을 받거나 했을 때 올 수 있습니다. 기질성으로는 자궁근종이나 질염 혹은 음부 상처, 외음부 피부 질환, 여성호르몬 결핍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경우 ‘외음부 전정염’이라는 질 입구 주변의 여러 분비샘들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 있습니다. 주로 성병균을 포함한 세균 감염, 곰팡이균 혹은 호르몬의 문제로 인해 생깁니다. 일부에서는 염증의 원인 균이 제거되어도 이미 과민해진 신경조직에 의해 지속적인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정상조직으로 보이나 내부적으로 예민해져 있어 감별 진단을 요합니다. 심하면 골반 근육층의 기능 장애를 동반해 평소 근육들이 이완되어 있어야 하나 긴장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성관계를 할 때 뻐근한 느낌이나 통증을 유발합니다. 또 항문 주변이나 아랫배까지 뻐근하기도 하며 생리통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유혜진씨의 경우 통증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진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원인에 맞는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진료와 더불어 세균 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이윤수 원장이 말하는 여성들의 불감증 치료법
젊은 여성들이 “제가 혹시 불감증이 아닌가요”라고 불안해하며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불감증이라기보다는 ‘성적 미숙’이나 ‘경험이 적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 혼자 불감증이라고 자가 진단하고 우울해하기보단 일단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반면에 여성들은 불감증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주변 여건상 치료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나, 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노력조차 하지 않는 여성도 있다. 일부는 치료를 받다가 포기하기도 한다.

물론 불감증 치료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그러나 가장 힘들다는 발기부전이 먹는 발기부전 약물이 개발되면서 극복됐듯이, 여성 성기능 장애에 대해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성상담, 행동요법, 약물요법, 수술적 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여성의 성 문제는 단순 명료하기보다 ‘복합성’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불감증이 아닌데도 불감증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도 적지 않고, 반면에 불감증이 있는데도 잘 모르거나,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 못하거나, 자신을 지나치게 억압해 불감증 환자가 되기도 한다. 진료를 통해 문제가 ‘해부병리학적’인지, ‘심인성’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문제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삶의 질을 위해서는 성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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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한’ 부부의 고민을 나누는 LADY‘SEX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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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원장(53)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원 석사&박사를 취득한 성과학 전문가로, 미국비뇨기과학회 회원과 국제남성의학회 회원이다.

현재 명동 이윤수 조성완 비뇨기과(www.penilee.co.kr) 원장, 사단법인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이사장,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위원회(중구지사) 위원장,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협의회 회장, 경향신문 자문위원, 이화대학병원 외래교수, 연세대학병원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내밀한’ 부부의 고민을 나누는 LADY‘SEX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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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외숙 소장(62)
서울대학교 가정학 학사, 가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 상담학 석사,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심리치료학 박사학위(여성 건강 및 성상담 전공)를 받은 성상담 전문가다. 또 한국심리학회 상담 및 심리치료학회 정회원, 대한성학회 감사로 상담심리 전문가 1급, 부부 및 가족상담 전문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상담21 성건강연구소(www.sangdam21.com) 소장, 가톨릭대 심리상담대학원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기획&진행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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