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생리량이 일정치 않고 주기가 불규칙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박씨였지만 친구의 얘기를 듣고 보니, 결혼을 준비하는 최근 석 달 동안 생리를 거른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지체 없이 집 근처 산부인과로 달려가 조기폐경 관련 검사를 받은 결과, 박씨의 증상은 무리한 체중 감량과 스트레스가 부른 일시적인 ‘생리불순’.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되찾으면 생리주기도 돌아올 거라는 의사의 말에 일단 안심했지만, 박씨는 앞으로 의사의 권유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궁의 건강을 관리하기로 했다.
조기폐경이란?
여성이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와 배란이 중단되면서 월경이 끊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폐경이라 한다. 일반적인 여성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자연폐경을 경험하는데, 40세 이전에 폐경이 발생하는 경우를 ‘조기폐경’ 혹은 ‘조기난소부전증’이라고 일컫는다.
조기폐경은 남들보다 먼저 찾아온 여성 기능의 상실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후유증을 가져올 뿐 아니라 사실상 임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국내 조기폐경 환자의 수는 정확히 집계되어 있지 않지만, 전체 여성 인구의 1% 정도인 20만∼3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20대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원인과 증상 조기폐경의 원인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가 면역 질환, 수술, 항암 및 방사선 치료, 성(性) 염색체 이상과 같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조기폐경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류머티즘 질환, 갑상선 질환, 당뇨병 등 면역 체계와 관련한 질병 때문에 난소가 파괴되거나, 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 및 화학치료를 받은 경우 조기폐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현대 여성들의 불균형한 식습관 및 과도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흡연, 환경호르몬 노출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조기폐경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조기폐경의 대표적인 증상은 갱년기 여성들의 폐경 증상과 흡사하다. 완전히 폐경이 되기 전에 생리가 불규칙해지면서 각종 폐경기 증세가 나타나는 것. 3개월 이상의 무월경과 얼굴 및 목 부위가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열성홍조, 가슴 답답함과 두근거림, 전신 피로감 및 발한, 생식기 및 피부의 건조함, 성욕 감퇴, 집중력 저하, 신경과민, 불면증 등의 증세가 동반된다면 조기폐경을 의심해볼 만하다.
합병증 조기폐경 환자들은 불임에 대한 고통 외에도 젊음과 여성성의 상실감에서 오는 우울증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조기폐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 농도가 낮아져 장기적으로는 다른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여성을 여성스럽게 만들고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 외에도 뼈와 혈관, 뇌세포 등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러한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면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요로 및 방광 기능 장애와 뇌기능의 약화로 치매에 걸릴 위험성도 커져 전반적인 여성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진단 원칙적으로는 난소 생검을 통해 원시 난포가 없는 것을 확인해야 하나 대상자들이 임신을 원하는 가임기 젊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난소 생검은 시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상적인 진단은 무월경, 월경양상의 이상 및 안면홍조 등의 폐경기 증상과 함께 난포자극호르몬(FSH)이 폐경 수치로 증가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40세 이전에 6개월 이상 무월경이 지속되면 1개월 간격으로 두 번 측정한 혈중 FSH 수치가 35~40mlu/mL로 나온 경우 조기폐경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FSH 검사 결과 조기폐경이 의심되는 경우 1개월 후에 E2와 같은 에스트로겐 검사를 다시 해볼 수 있고 염색체 검사를 통해 염색체 문제와의 관련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자궁과 난소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초음파검사 시행도 필요하다.
치료와 예방법 조기폐경이 발생한 여성들은 에스트로겐 부족에서 오는 신체적·정신적 문제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호르몬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일단 조기폐경 확진을 받았다면 평균 자연폐경 나이인 만 50세까지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르몬 치료를 실시하면 규칙적인 생리는 이뤄지나 무배란성으로 진행되어 정상적인 배란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임신이 되는 경우는 5% 정도로 매우 드물다. 따라서 조기폐경의 치료는 임신보다는 폐경으로 인한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등 합병증 예방을 주목적으로 하며, 조기폐경을 한 여성이 임신을 원할 경우 다른 여성의 난자 공여를 통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조기폐경 여성은 정서적·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심리적인 치료와 더불어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이고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조기폐경에 대한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거나 생리가 자주 끊어지고 불규칙한 경우, 볼거리 등 바이러스 질환의 병력이 있는 경우, 흡연자 등은 조기폐경 위험군이라 할 수 있으므로 평소 주의를 기울이다가 조기폐경의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대처하는 것이 좋다. 미혼 여성이라면 난자를 미리 채취, 동결해두었다가 결혼 후 체외수정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는 방법이 있다.
생활습관 조기폐경은 자연폐경과 마찬가지로 에스트로겐 부족에 따른 만성적인 문제점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무리한 다이어트나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노출 등을 피하고 술, 담배, 인스턴트 음식과 카페인 음료를 멀리 하도록 한다.
살코기, 생선, 달걀, 두부 등 단백질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비타민, 무기질, 식이성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와 식물성 에스트로겐, 견과류 등을 섭취한다. 충분한 휴식과 가벼운 운동은 필수적이다. 질 건조증으로 성교통이 따른다면 질에 에스트로겐 연고나 약을 사용해 성생활에 활력을 준다.
무월경, 조기폐경과 어떻게 다를까?
보통 정상적인 생리주기는 21~35일 정도인데, 이보다 짧거나 길어서 생리주기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생리불순’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정상 생리주기의 세 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이나 6개월 이상 생리가 없으면 ‘무월경’에 속하는데, 정상적으로 생리를 하던 여성이 6개월 이상 월경을 하지 않을 때를 ‘속발성 무월경’이라 정의한다.
최차혜병원 산부인과의 김숙희 원장은 “대부분의 무월경은 임신, 수유와 같이 생리적인 원인이 많지만 그 외의 경우는 병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무월경의 원인은 약물 복용이나 뇌하수체 종양, 자궁내막 및 자궁의 염증, 내분비 장애,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이나 다이어트, 비만 등 다양해서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난자가 덜 성숙한 채로 난소에 빼곡히 들어차는 ‘다낭성난소증후군’도 무월경의 원인. 이 경우 살이 찌고, 굵은 털이 많이 자라거나, 여드름이 나는 등의 증세가 따르며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월경과 증세가 비슷해 많은 여성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조기폐경 역시 무월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생리불순은 스트레스나 다이어트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흔한 증상이지만 무월경 증상이 반복되어 나타난다면 조기폐경의 전조증상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김 원장은 “젊은 여성의 무월경은 조기폐경보다는 다른 호르몬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흔하므로 먼저 무월경의 원인을 확실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해야 한다”라며 “무월경을 방치하면 자궁이나 난소 혹은 유방에 암이 생기는 등 여성 건강을 위협할 수 있고, 조기폐경은 젊을 때 발병할수록 합병증이 심각하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단순 무월경의 경우에는 예상치 못하게 임신이 되기도 하니 임신을 원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pert’s Advice
생리불순과 조기폐경을 예방하고
자궁 건강을 돕는 데 좋은 음식과 차
2 당귀 잎 겉절이 당귀 잎은 천연 보혈제라 할 수 있을 만큼 생리불순과 조기폐경에 효과가 좋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당귀 잎은 향이 강하므로 다른 채소와 함께 겉절이를 해서 먹으면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다.
3 브로콜리 마늘볶음 마늘은 혈액순환에 더없이 좋아 꾸준히 먹으면 생리불순이 완화되고 여성의 호르몬 분비 체계가 개선된다. 녹황색 채소와 함께 볶음 요리로 먹으면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으니 브로콜리, 양송이와 함께 볶아 먹으면 좋다.
4 석류드레싱 석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성분인 에스트라디올과 에스트론이 들어 있어 호르몬의 균형을 찾아주면서 생리불순을 해소해준다. 특히 석류를 드레싱으로 만들어 샐러드에 뿌려 먹으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5 목이버섯볶음 목이버섯은 피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성질을 지닌 식품으로 부인과 계통 질환 개선에 탁월하다. 목이버섯을 한 차례 볶은 후 약간의 물을 넣고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다시 볶아서 지속적으로 먹으면 생리불순과 조기폐경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6 닭살조림 평소 아랫배뿐만 아니라 손과 발이 몹시 차다면 자궁에 어혈이 있어 생리불순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성질이 따뜻한 음식을 먹어 몸의 찬 기운을 없애주는 것이 좋은데, 육류 중에서는 닭고기가 따뜻한 성질을 지녔다. 닭고기에 겨자와 고춧가루를 넣어 양념한 닭살조림은 조리하기도 간편하고 맛도 좋다.
7 부추무침, 부추죽 녹황색 채소는 대부분 좋지만 특히 부추는 몸이 냉한 여성의 어혈을 풀어주어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다. 특히 냉대하를 완화시키는 데 좋은 신선한 부추로 무침을 해 먹거나 죽을 끓여 먹어도 좋다. 단, 부추는 1개월 이상 장복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8 익모초차 어혈을 풀어주고 새로운 혈을 생기게 하므로 생리불순, 생리통, 산후에 복용할 수 있다, 익모초 3g을 잘게 썰어 다섯 배의 물을 붓고 물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여 하루 세 번씩 마시거나, 조청 형태로 만들어 식사 전에 한 숟가락씩 물에 타서 적절히 복용하면 좋다. 단, 1개월 이상 장복은 피하도록 한다.
9 쑥차 쑥은 성질이 따뜻해 자궁이 차서 생리불순으로 고생하는 여성이 즐겨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 끓는 물 한 잔에 잘 씻은 다음 건조시킨 쑥 한 줌을 넣어 10분 정도 우려낸 후에 식혀서 마시면 된다.
10 당귀차 기혈이 막히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여성에게 특히 좋다. 당귀 10g에 물 2컵 정도를 넣어 달인다. 이때 생강을 함께 넣으면 더욱 좋으며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조절해 오랫동안 은근하게 달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에 체에 걸러내어 마시면 된다.
11 생강차 생강은 성질이 따뜻해 자궁이 차서 나타나는 생리불순과 조기폐경에 효과가 있다. 생강 3개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얇게 저민다. 물 4컵에 생강을 넣고 30분 정도 끓인 후에 마시면 되는데 이때 대추를 함께 넣어도 된다. 단, 비위 기능이 약한 경우에는 강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
12 오미자차 오미자는 신맛이 강하지만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자궁이 찬 여성에게 좋다. 오미자 한 줌에 물 7컵을 넣고 은근한 불에 달인 후 물처럼 마신다. 이때 생강을 함께 넣어 달이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실 때 꿀을 첨가해도 된다.
13 유자차 생리불순과 조기폐경의 경우 비위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유자는 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생리불순과 조기폐경에 나타나는 위 기능 저하에 좋다. 유자를 통째로 썰거나 껍데기만 잘게 썬 후에 유자가 잠길 정도로 설탕을 넣고 4개월 정도 재워두었다가 물 한 잔에 유자청 한 숟가락을 넣어 먹으면 좋다.
14 숙지황차 숙지황은 예로부터 보약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귀한 약재로 특히 독이 없고 달며 따뜻한 성질을 지녔다. 때문에 월경이 예정보다 늦어질 때 숙지황을 달여 먹으면 좋다. 쪄서 말린 숙지황 4g에 물 1L를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인 후에 마시면 된다. 단, 소화 흡수에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유의할 것.
조기폐경의 대표적인 검사법으로 알려진 FSH와 AMH는 무엇일까? FSH 검사는 생리주기에 따라 혈액 내 농도가 크게 변화한다. 특히 배란기에서 생리 시작 전까지 급격한 변화를 겪으므로 이러한 변화가 가장 적은 생리 2, 3일째에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좋다. AMH(안티뮐러리안호르몬) 여성의 AMH는 출생시 소량을 분비하다가 가임기 초기에 가장 많은 양을 분비하고 지속적으로 그 양이 감소되어 폐경 이후에는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MH는 원시난포를 둘러싸고 있는 과립세포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남아 있는 난자의 숫자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설에 근거해서 판단한다. 최근에는 이 수치를 이용한 계산법으로 폐경 나이를 예측하기도 한다. 난소 예비능 검사라고도 불리는 AMH검사는 생리주기에 따른 변동이 없어서 어느 때나 측정이 가능하다. FSH 수치가 정상인데도 난자가 자라지 않는다면 AMH 수치가 낮아져 있을 수 있다. 또 AMH가 정상 수치라 해도 FSH 수치가 높으면 남아 있는 난자가 배출되지 못하므로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난소 기능을 판단할 때는 FSH와 AMH 두 가지 호르몬을 함께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Mini Interview
Q 조기폐경의 여부를 미리 알 수는 없을까요? AMH 검사를 통해 난소의 여력을 점검해볼 수는 있습니다. 보통 불임클리닉에서 많이 시행하는 검사로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부터 개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AMH 검사 수치를 통해서 앞으로 배란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예측하고 폐경 나이를 유추하는 것인데,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Q 30대 초반의 조기폐경 여성입니다. 임신 계획이 없는데 굳이 치료를 해야 하나요? 조기폐경은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조기폐경 환자들은 여성호르몬 레벨이 낮기 때문에 골다공증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의 발병 확률이 높아져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가적으로는 피부가 건조해지고 노래지는 등 미용상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요. 불행히도 조기폐경 환자의 임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조기폐경의 치료는 그 목적을 임신에 두기보다 합병증 예방에 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여성호르몬 치료를 장기간 할 경우 부작용은 없나요? 조기폐경 여성은 자연폐경 연령인 만 50세까지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정기검진을 통해 폐경과 호르몬 치료에 대한 합병증을 체크하게 됩니다. 장기간 호르몬 치료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환자들도 계시지만, 실제로 호르몬 치료를 하다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은 0.01% 미만인데다 전체적으로 보면 합병증을 예방하는 등 실보다 득이 많습니다.
Q 생리량이 과도하게 많아서 걱정입니다. 병이 있는 걸까요? 생리의 양은 개인차가 심하므로 어느 정도가 많다 혹은 적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80cc를 넘지 않으면 정상적인 양이라고 보는데, 생리의 양이 급격히 늘어난 게 아니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생리량은 근종이나 폴립, 자궁내막증, 과다 증식증 등 구조적인 원인에서 찾아볼 수 있고, 소녀들의 경우 초경 때부터 출혈이 잘 멈추지 않고 양도 많다면 혈액 응고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과다 월경은 빈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팔 안쪽에 이식하는 임플라논이나 자궁 내에 삽입하는 미레나 등의 피임 장치를 통해 양을 감소시키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Q 생리혈이 검붉은 빛을 띱니다. 건강의 이상 징후인가요? 환자분들이 생리혈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색깔에 대해 많이 물어옵니다. 흔히들 검은빛이 돌면 무조건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생리의 양이 줄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생리량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검사를 하면 되겠지요. 또 선홍빛의 덩어리가 많은 생리혈이 나올 때도 있는데 이 경우 구조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필요로 합니다.
Q 생리기간이 아닌데 소량의 출혈이 있습니다. 병원에 가야 할까요? 환자들은 생리라고 생각하는 출혈이 생리혈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생리불순 환자의 경우 생리와 부정출혈을 구분하기 어려워하는데, 이런 경우 덩어리가 있는지, 통증이 있는지 등의 여부를 통해 생리의 양상 변화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성관계 후 출혈이 가장 흔하지만, 배란기 전후로 나타나는 배란혈이나 수정란이 착상을 하면 나타나는 임신혈(착상혈) 등 임신 중 출혈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생리가 아닌데 출혈이 있다면 대부분은 임신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 외 부정출혈은 자궁경부에 암이나 염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나 자궁근종 및 폴립, 자궁내막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검진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생리불순이 심한데 조기폐경으로 악화될 수 있을까요? 조기폐경 이행기에 양과 주기가 불규칙한 생리, 즉 생리불순이 나타나게 됩니다. 생리불순 환자가 조기폐경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리불순과 조기폐경 간에 연관이 없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생리불순을 겪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생리불순은 조기폐경의 전조증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이시는 게 좋습니다.
Q 조기폐경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아이를 갖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기폐경을 한 여성의 난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란을 할 확률은 4%, 자연임신을 할 수 있는 확률은 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조기폐경 환자들에게 자연임신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지만 드물게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다른 여성의 난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시술을 하면 임신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하지만 난자 공여 후 시험관 시술을 할 때 여성의 자궁내막이 약화되어 있으면 수정란이 착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꾸준하고 지속적인 치료와 건강관리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자궁의 건강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정기적인 검진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리불순이나 무월경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성 경험이 있더라도 45세 미만의 여성이라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염증이 생겼을 때는 방치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치료하도록 합니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한데, 금연, 금주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글 / 곽도은(프리랜서) ■사진 / 박동민 ■도움말 / 김숙희(최차혜병원 산부인과 원장), 박우표(우성한의원 원장) ■일러스트 / 최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