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중 57.5%가 선택해 시행했던 포괄수가제. 오는 7월 1일부터는 7대 질병군으로 지정된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 분만, 자궁수술을 하는 모든 병·의원에서도 적용된다. 의료 서비스가 엉망이 될 것이라는 입장, 의료비 혜택을 위해 진료비 정액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대해 알아보자.

진료비 정액제로 의료 서비스 좋아질까, 나빠질까?
포괄수가제는 진료비 정액제를 뜻한다.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하는 모든 진료와 진료비를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로 치료 과정이 비슷한 환자군을 분류해 각 질병별로 정해진 보험가격만 지불하는 방식이다. 행위별수가제에서 보험 적용이 안 되어 환자가 전액 부담하던 비용도 일부 포괄수가에 반영하므로 보험 적용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행위별수가제는 환자가 병원에 갔을 때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시술료, 약값 등에서 각각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그 횟수, 종류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즉 행위별수가제에 따르면 주사 한 대마다 그 비용을 병원에 지불했다. 때문에 병원은 많은 주사를 환자에게 놓으려고 하고, 필요 없는 검사를 하게 할 요인이 많았다. 하지만 포괄수가제는 주사 몇 대를 놓든지, 검사를 얼마나 하든지 병원에 정해진 금액만 주게 된다. 때문에 불필요한 처치나 검사, 항생제 남용을 하지 않게 되는 이점이 있다. 또 환자의 진료비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합리적인 지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포괄수가제의 장점이다.
7대 수술시 환자의 의료비 부담 21% 줄어든다
전국 모든 병·의원에서 시행되는 포괄수가제는 총 일곱 가지 수술을 받는 입원환자의 입원진료비에 적용된다. 백내장수술, 편도수술, 맹장수술, 탈장수술, 치질수술, 제왕절개 분만, 자궁수술 등을 받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때 환자가 전액 부담하던 비급여 진료비용을 반영해 보험가격으로 정한다. 환자는 총 진료비의 20%만 부담하므로 비급여 비용 부담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다. 이달 포괄수가제가 전국 모든 병·의원으로 확대되면 기존 행위별수가제와 비교할 때 환자 부담이 평균 21% 줄어든다. 구체적으로 자궁수술은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제왕절개 분만은 4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탈장수술은 29만원에서 21만원으로, 백내장수술은 24만원에서 18만원으로, 편도수술은 17만원에서 15만원으로, 항문수술은 19만원에서 16만원으로 경감된다.
단, 상급 병실료 차액, 선택 진료료, 초음파 등 비급여 진료는 법령에서 정하는 일부 항목으로 분류되어 제한된다. 또 건강검진, 제왕절개시 무통주사 등은 환자가 원하면 별도로 비용을 부담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용과 성형 목적, 단순 피로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 등도 여전히 보험 적용이 안 된다.
포괄수가제에 대한 궁금증
Q 이번 포괄수가제가 시행하는 7대 수술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인가요?
오는 7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처음 포괄수가제를 시작한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 분만, 자궁 7개 질병군이 우선 적용된다. 선정 기준은 발생빈도가 높고 비교적 합병증이 적은 간단한 수술이라는 점이다. 또 의사들 간에 진료 방식에 대한 논란이 적고, 병원에 따라 진료 방법, 수준 등에 큰 차이가 없는 질병이다. 의료계 수요 조사 등을 통해서 병원별 진료비와 입원일 수 차이가 크지 않고, 발생빈도가 높은 질병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Q 포괄수가제 병원에서는 제왕절개 분만 후에 산모가 원해도 무통주사를 못 맞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사실이 아니다. 포괄수가제가 모든 병원과 의원으로 확대되면 지금까지 환자가 전부 부담하던 많은 항목이 보험가격에 포함되어 환자는 20%만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 무통주사를 비롯한 몇 가지 항목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원할 경우 금액을 별도로 부담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진료비 정액제로 의료 서비스 좋아질까, 나빠질까?
포괄수가제에서 백내장수술은 수술 방법과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모두 12그룹이며, 의료기관 종별로 수술비가 달라 백내장수술 가격은 모두 48종류다. 백내장수술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딱딱한 렌즈, 부드러운 렌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대한안과의사협회가 주장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저가의 인공수정체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 치료 재료 등재 목록에 파키스탄 및 중국산 인공수정체는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Q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내가 받고 싶은 시술을 못 받고 무조건 정해진 치료만 받아야 하나요? 또 한 가지 수술만 받아야 하나요?
치료에 필요한 시술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시행된다. 이러한 원칙은 행위별수가제나 포괄수가제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과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더라도 환자가 원하면 전액 본인 부담으로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가 있다. 백내장수술에서 백내장 치료와 함께 시력 교정도 가능한 조절성 인공수정체 시술, 제왕절개시 무통주사가 그 경우다. 또 포괄수가에 해당되는 수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하나만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비용 보상방식에는 차이가 있어 포괄수가제 적용시에도 전액 환자가 부담하는 항목에 해당하는 시술이면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왕절개수술을 할 때 불임시술을 원하는 경우라면, 환자가 불임시술 비용을 추가로 전액 부담하고 동시에 시술이 가능하다.
문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괄수가관리실(02-2182-1550~1552)
포괄수가제 시행 보험 혜택 사례 4
사례 1 백내장수술 수술 전 검사인 각막형태검사(ORB CT)는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비급여로 비용의 전부(약 10만원)를 환자가 부담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비용의 20%인 약 2만원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8만원 정도의 환자 본인 부담이 감소된다.
사례 2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 수술시 사용하는 기구인 코블레이터는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비급여로 비용의 전부인 20만∼30만원을 환자가 부담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비용의 20%인 4만∼6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16만∼24만원 정도의 환자 본인 부담이 감소된다.
사례 3 맹장수술 수술시 피부를 봉합할 때 사용하는 창상봉합용 액상 접착제는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비급여로 비용의 전부인 5만∼7만원을 환자가 부담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비용의 20%인 1만∼1만4천원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4만∼5만6천원 정도의 환자 본인 부담이 감소된다.
사례 4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악성종양 제외) 수술시 절제한 수술 부위의 주위 조직이 유착되는 것을 감소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유착방지제는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비급여로 비용의 전부인 약 30만원을 환자가 부담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비용의 20%인 약 6만원만을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24만원 정도의 환자 본인 부담이 감소된다.
포괄수가제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없다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은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02~2007년 포괄수가제로 7개 질병군을 진료한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행위별수가제 병원과 포괄수가제 병원의 의료 서비스의 질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포괄수가제라서 의료 서비스를 낮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입원 환자에 대한 수술 건수나 진료 수준이 높은 전문 병원 대부분이 현재 포괄수가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괄수가제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가 무관함을 알 수 있다. 포괄수가제로 인한 의료 서비스 질 저하에 대해서 정부는 18개 평가지표를 이미 개발한 상태다. 또 7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과 동시에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7개 질병군 수술 후 자동으로 포괄수가제 적용
7대 질병군 수술을 위해 포괄수가제 병원을 이용하기 위한 별도의 신청 절차는 없다. 7월 1일부터 7개 질병군인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 분만, 자궁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해당 진료를 하는 동네 병원이나 의원으로 가면 된다. 병원이나 의원에서 7개 질병군으로 수술을 받고 난 뒤 병원비를 계산할 때 자동으로 포괄수가제가 적용된다. 단, 종합병원과 상급 종합병원과 같은 큰 병원은 오는 2013년 6월까지는 신청한 곳에 한해서만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큰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포괄수가제에 참여하는 병원인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나 스마트폰 앱 ‘병원 정보’를 통해 미리 확인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적용 병의원 찾기 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정보→병원·약국 찾기→특수 병원→질병군(DRG) 적용 병원 ②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서 ‘병원 정보’ 검색 후 설치→특수 병원별·특정 분야별 찾기→질병군 적용 병원 |
■글 / 정은주(객원기자) ■사진 / 박동민 ■도움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