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송된 아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환자가 “빈혈인 줄 알고 빈혈 약만 먹었는데, 알고 보니 위암 증상이었다”라는 이야기를 전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혈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겪을 수 있는 가벼운 증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실제로 연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수정 교수는 “빈혈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라며 “빈혈 증상이 있을 때는 왜 그런지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하고는 주의할 점을 하나 더 일러주었다.
그렇다면 몸에 빈혈이 있으면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김 교수는 “빈혈이 있는 경우 신체 조직에 산소 요구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신체에 ‘저산소증’을 초래한다”라고 밝혔다. 적혈구는 신체 각 부분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일을 맡고 있는데, 빈혈은 적혈구의 수가 정상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빈혈의 증상으로는 가벼운 어지러움, 안면 창백, 가슴 두근거림, 운동하거나 일할 때의 숨찬 느낌 등이 있다. 갑자기 대량 출혈로 빈혈이 발생하면 혈압 저하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에 반해 서서히 빈혈이 발생해 신체가 부족한 혈액량에 적응한 상태라면 이런 증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빈혈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철분 결핍이다”라고 지적했다.
“철분 결핍이 원인일 때는 위궤양, 대장 용종, 치질 출혈 등으로 인한 만성 출혈이 있는 경우 빈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과다한 월경량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어요. 또 위장 혹은 소장 수술을 했거나 소장의 염증성 질환 등으로 인해 철분 흡수가 안 돼 발생하기도 합니다.”
철 결핍성 빈혈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로 위장 혹은 대장 질환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등의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철 결핍성 원인이 아닐 때 빈혈이 생기는 이유는 무척 다양하다. 우선, 비타민 B12나 엽산의 결핍을 야기한 원인 질환이 있는지, 용혈성(적혈구가 정상보다 쉽게 파괴됨) 빈혈인지, 신부전(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고 배출하는 신장의 기능 장애)이나 심부전(심장의 이상으로 인해 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는 이완 기능이나 짜내는 수축 기능이 감소해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 자가 면역 질환 등의 전신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등 빈혈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 중 이유를 감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 교수는 “철 결핍성 빈혈이 아닐 때는 철분제로 빈혈이 치료되지 않으므로 빈혈로 진단됐다고 무조건 약국에서 철분 제제를 구입해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빈혈이란?
혈액 중 적혈구의 수, 혈색소의 농도 및 혈구가 정상보다 감소해 혈액이 묽어진 상태를 말한다. 적혈구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헤모글로빈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철분과 단백질, 여러 비타민이 필요하며 이 중에서 어느 한 가지만 부족해도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치료 방법
빈혈은 원인에 따라서 치료가 달라진다.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철 결핍성 빈혈은 철분제를 투여하며 철 결핍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검사하게 된다.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로 위장관 내에 출혈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내시경 검사가 있다. 주기적인 월경이 있는 가임기 여성의 경우, 내시경 이외에도 산부인과 질환 검사를 함께해야 한다. 위·대장 내시경 및 산부인과 검사상에서도 이상이 없으나 철 결핍이 지속되는 경우 철 흡수 장애를 일으킬 만한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철 결핍성 빈혈의 치료는 4~6개월간 철분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철 결핍성 빈혈이 아닐 경우에는 빈혈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빈혈의 원인이 골수 질환으로 의심될 경우, 골수 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으며 검사 결과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예방법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만성 출혈의 원인이 될 만한 병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며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또 질 좋은 단백질, 비타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임신 중에는 철분제를 복용해야 한다. 커피, 녹차, 홍차 등에 함유된 타닌은 철과 결합해 철 흡수를 방해하므로 식사 중이나 전후로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Mini Interview A 어지러움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액이 부족해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면서 가슴 두근거림이 나타날 수 있고, 운동하거나 언덕을 올라갈 때 평소보다 더 숨이 차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빈혈로 인해 심장에 부담이 가해지면 하지부종과 피곤감, 무기력, 이명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다이어트를 한다고 식사량을 줄이고 하루 두 시간 운동을 하고 있는데, 5분만 걸어도 눈앞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보이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며, Q 속이 허한 것처럼 구역질이 날 것 같습니다. 빈혈 증상인가요? A 빈혈 증상일 수도 있고, 탈수에 따른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극심한 다이어트와 지나친 운동 역시 철 결핍성 빈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Q 얼마 전에 손가락을 깊게 베였는데 조금 있다가 빈혈 증상이 나타나면서 바닥에 쓰러졌다가 다시 바로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눈앞이 하얗게 되면서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빈혈인가요? A 손가락을 베인 상처만으로는 빈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미주신경성 실신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어지러워서 몸이 휘청거릴 때가 있고,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핑 돌면서 앞이 캄캄해지기도 합니다. 2, 3초 정도 그런 것 같은데 빈혈 증상인 건가요? A앉았다가 일어서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눈앞이 캄캄해지고 어지러운 증세는 기립성 저혈압(일어설 때 혈압이 낮아지고 어지럼증이 나타남)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빈혈이 동반되면 이러한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빈혈이 다양한 질환의 한 증상이라면 빈혈을 예방하는 게 불가능한가요? A 빈혈은 독립된 질환이 아니고, 다른 질병에 동반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빈혈을 예방하는 특별한 방법을 찾는 것보다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Q 빈혈을 예방하는 올바른 식습관이 있다면? A 평소에 간식을 많이 먹어서 상대적으로 식사 양이 적어질 때, 편식하는 습관이 있거나 아침을 거를 때 영양의 균형이 깨져 빈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외식을 자주 하거나 인스턴트와 가공식품 등을 섭취하는 빈도가 높은 경우에는 지방, 당질 등의 영양소 섭취는 충분하지만 비타민류의 섭취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채소나 과일을 충분하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Q 빈혈 증상을 스스로 체크해볼 수 있는 자가 진단 방법이 있나요? A 권장하고 있는 자가 체크리스트는 없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결막의 색이나 손톱 색에 대한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빈혈 진단의 척도로 사용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에 비해서 점진적으로 운동시 호흡곤란이 증가한다거나 피로감이 더 심해질 때 빈혈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
Expert’s Advice 한방으로 살펴보는 빈혈 치료에 좋은 차와 식품 손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차 구기자차 칼슘과 철분을 많이 함유해 여성에게 아주 좋으며 출혈성 질환, 빈혈, 피로 해소에 효능이 있다. 보습 효과가 있어 거친 피부를 윤택하게 해줄 뿐 아니라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 여드름 완화에 도움을 주며 폐, 신장, 간을 건강하게 하는 데 좋다. 오래 복용하면 근골이 튼튼해지고 몸이 가벼워져 노화를 예방하며 추위와 더위에 강해지고, 정기 등의 부족을 보해 장수를 누릴 수 있다. 물 2L에 구기자 30g 정도를 넣어 30분 이상 달여서 마신다. 자초차 자초는 빈혈, 각종 염증, 암, 여성의 냉증, 고혈압, 동맥경화, 중풍, 비만, 변비, 두통, 심장질환, 어린이 경기 등에 좋다.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해열·해독 효능이 있다. 갖가지 약물 중독, 항생제 중독, 중금속 중독, 농약 중독,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먹이면 신기할 정도로 빨리 독이 풀린다. 악성빈혈 환자도 자초를 말려 가루를 내어 6개월쯤 먹으면 증상이 호전된다. 물 2L에 자초 30g 정도를 넣어 1시간 이상 달여서 마신다. 대추 생강차 생강에는 구토와 어지러움, 메스꺼움과 소화기관을 활성화시키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고, 대추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철분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에 차로 만들어 자주 마시면 빈혈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물 3L에 물에 불린 뒤 껍질을 깐 생강 30g과 채썬 대추 150g을 넣어 1시간 이상 달인 뒤 설탕이나 꿀을 타서 마신다. 오디차 「동의보감」에 따르면 까만 오디는 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오래 먹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귀와 눈을 밝게 한다고 했다. 또 오디를 오래 먹으면 백발이 검게 변하고 노화를 방지한다고 기록돼 있다. 영양 성분이 풍부해 철분은 복분자보다 9배나 많으며, 비타민 C는 사과의 14배, 비타민 B는 70배, 칼슘은 포도의 11배 정도 많이 들어 있다. 물 2L에 오디 30g을 넣어 30분 이상 달여서 마신다. 대나무잎차 빈혈에 좋은 성분들이 포함된 차외 재료 중에 대나무 잎이 있다. 대나무 잎에는 단백질, 당질, 지질, 섬유질이 많이 함유돼 있으며, 빈혈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철분도 다량 포함돼 있다. 조혈작용에 필수적인 철분 함량이 다른 채소에 비해 높기 때문에 빈혈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 밖에 혈압을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물 2L에 대나무 잎 30g을 넣어 30분 정도 달여서 마신다. 뽕잎차 뽕잎에는 필수 아미노산과 칼슘, 철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빈혈, 혈액순환 장애, 다이어트, 중풍이나 당뇨에도 좋으며 몸이 붓는 증세에도 효과가 있다. 또 여름철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물 1L를 끓인 뒤 마른 뽕잎 5g을 넣고 우려서 보리차처럼 음료 대용으로 마신다. |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보충해주는 식품
간, 순대, 해산물이 빈혈 치료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해산물에는 빈혈을 치료하는 키토산이 많이 들어 있으니 게, 가리비, 소라, 낙지, 한치, 모시조개, 굴 등의 식품을 적절히 섭취할 것. 비타민 C가 많은 녹색 채소나 동물성 식품 혹은 과일을 식사 때마다 고루 섭취하는 것 역시 빈혈 치료에 좋다. 철분이 많은 식품으로는 들깻잎과 청국장을 꼽을 수 있다. 들깻잎은 철분이 많기로 유명한 시금치보다 그 함량이 두 배 이상 많으며, 청국장도 식품으로는 비교적 높은 수치인 100g당 3mg의 철분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 B12 굴, 어류, 난류, 유제품, 정어리, 분유
엽산 구기자, 시금치, 연어, 땅콩, 소맥배아, 식물의 열매나 씨앗
비타민 C 레몬, 딸기, 풋고추, 시금치, 연근, 무청, 근대, 토마토
철분 굴비, 멸치, 대합, 김, 미역, 다시마, 파래, 쑥, 쇠고기
추천 음료수 오렌지주스, 토마토주스
추천 과일 살구, 복숭아, 포도, 사과, 건포도
빈혈의 증상
1 집중력이 떨어진다.
2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3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4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이 답답하거나 조인다.
5 피부가 창백하고 탄력이 줄어든다.
6 손톱이 하얗고 광택이 없으며 잘 부서진다.
7 운동 후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8 식욕부진, 구토, 방귀, 복부 불쾌감, 변비,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9 입 주위에 염증이 생기거나 미각이 떨어진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주석 ■도움말 / 김수정(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문상돈(한의학 박사·햇살고운한의원 대표원장) ■일러스트 / 최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