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궁암과 유방암, 명의에게 듣는다
자궁암
자궁암은 암의 위치에 따라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으로 나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두 번째로 흔한 암이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암 중에서 4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자궁암 비율은 90%는 자궁경부암이고 10%가 자궁내막암이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자궁경부암 발생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유일하게 바이러스로 인해 걸리는 암이라 백신 등으로 예방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또 요즘은 정기검진이나 세포진 검사로 암 초기나 암 전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표 교수(70)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감소했으나 전암성 변병인 상피 내 종양(암 전 단계)의 발생은 증가하고 있어요.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통해서 조기에 진단 치료를 받는 것이 자궁을 보존하고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자궁경부암의 자각 증상은 암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고 성교 후 경미한 질 출혈로 나타난다. 암이 진행되면서 출혈은 심해지고 붉은 분비물이 증가한다. 또 암이 전이됐을 때 주변 장기인 방광이나 직장을 눌러 변비나 통증, 배뇨 곤란증을 겪을 수 있다. 심해지면 하지 부종, 허리 통증,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암이 꽤 진행됐을 때의 증상이다. 자궁내막암은 폐경 이후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폐경임에도 생리처럼 혈이 나온다면 내막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폐경 전인 젊은 여성이라도 비만, 당뇨, 출산 경험이 없는 경우와 자궁내막암의 가족력이 있을 때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본다. 이효표 교수는 특히 자궁내막암은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고단백질, 고지방을 섭취하면 자궁내막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봐요. 서양 여성들이 자궁내막암을 앓는 비율이 높은 이유지요. 우리나라도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육식과 자궁내막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질 출혈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병원을 방문하면 비교적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 자궁내막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치료를 통해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

자궁암과 유방암, 명의에게 듣는다
자궁 건강 Q&A
Q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으면 수술이 최선의 치료 방법인가요? 암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가요?
상피 내 종양 단계에서는 국소 파괴 레이저나 소작술, 자궁경부원추절제술로 가능해요. 모두 자궁을 살리면서 하는 수술이죠. 이 단계는 전이의 위험이 없어요. 치밀성 암을 넘어가는 1기가 진짜 자궁경부암입니다. 정도에 따라 자궁적출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치료를 해도 재발과 전이의 위험이 있으니까요. 대개 2기 a(현미경으로 암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까지 수술 치료가 가능합니다.
Q 자궁을 들어내도 일상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나요?
자궁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기관은 아닙니다. 근치적자궁경부절제술의 경우 수술 후 달라지는 것은 아이를 갖지 못하고 생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죠. 난소를 떼지 않는 경우에는 여성호르몬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돼요.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는 환자는 부부생활을 하는 데도 지장이 없어요.
Q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남자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다고 하던데요?
자궁이 없는 남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죠. 그러나 여성의 자궁경부암 감염은 남성과의 성관계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해요(미미한 확률로 위생 상태에 의한 감염이 있을 수 있다). 즉 다른 여성에서 다른 여성으로 남성들에 의해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것이죠. 그러나 비용이 상당한데(1회 약 20만원 총 3회 접종), ‘내 아들의 미래의 아내를 위해서 돈 투자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인유두종 백신은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등도 예방할 수 있어서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접종할 만합니다.
Q 자궁암도 전염이나 유전되는 건가요?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감염이므로 성관계에 의한 전염은 가능하지만 유전과는 관련이 없어요.
Q 자궁근종이 암으로 악화될 수도 있을까요?
평활근육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겁니다. 자궁근종이 빠르게 커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어요. 발생률은 1,000명당 3명 꼴입니다.
Q 자궁암을 예방하기 위한 평소 생활습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차 예방은 올바른 습관 유지, 즉 식습관을 관리하는 겁니다. 비만을 피하고 체질량 지수 20~25를 유지하며 적절한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안전한 성관계가 중요해요. 여러 남성과의 관계를 피하고 콘돔을 사용합니다. 금연을 하고 백신 접종도 고려해보는 것이 좋아요. 2차 예방은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입니다.
이효표 교수는…
국내 자궁암에 관한 한 독보적인 존재다. 자궁경부암 예방 홍보를 위한 부인암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대한산부인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금도 1주일에 5, 6회 수술을 집도할 만큼 활력 넘치는 의사다.
2 최근 완치율 높아져 희망적
유방암
최근 국내 유방암 발생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특히 35세 미만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는 4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유방암의 원인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건 없다. 어떤 사람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말하기 어렵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유방암 환자와 아닌 사람을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차이점을 위험 인자로 본다면 다음과 같다.
가족력(유전 소인은 5~10%로 본다), 폐경기 이후 여성의 비만(폐경 전 여성의 비만은 관련성이 적다), 키가 큰 여성, 치밀 유방, 호르몬 대체 요법을 하고 있는 여성,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늦은 임신 혹은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 운동 부족, 음주와 흡연을 하는 여성 등이다. 유방암의 자각 증상은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진다는 것이다. 유방암 환자의 70%가 느끼는 증상이다. 그러나 이민혁 교수(64)는 유방혹과 유방암의 차이를 잘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궁암과 유방암, 명의에게 듣는다
다른 증상으로는 유두 분비가 있지만 전체 유방암 환자의 1%만이 이 증상을 겪는다. 유방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전체 여성의 반 이상이 경험하는 증상으로 유방암과 연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외에도 유방암이 진행됨에 따라 피부의 궤양, 함몰, 겨드랑이의 덩어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 유방의 염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 없이 정기검진에 의해 발견되는 비율도 20% 정도 된다.
사실 이 교수가 유방암의 명의 자리에 오른 것은 단순히 완벽한 유방암 수술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피부보존유방절제술을 한 후 즉시 복원으로 원래 유방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건한다. 관련 논문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발표하기도 했다. 유방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매우 특별한 기관으로 재건술은 유방암 절제수술에서는 꼭 필요한 수술이다.
“등이나 배의 피부를 떼어내어 유방 재건수술을 합니다. 양쪽 가슴의 균형을 맞춰서 작거나 크게 조절해서 수술을 하지요. 수술 후 회복 기간은 일반 절제 수술과 같아요. 약도 똑같이 쓰고요.”
다른 점은 일반 유방 절제술보다 수술 시간이 2배 더 걸린다는 점이다. 척추 마취와 조직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유방 재건수술에도 보험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방암 절제수술은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정신적인 측면을 볼 때 재건수술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이미 관련 보험 적용이 되고 있으니까요. 또 국가에서 의사들에 대한 적정 수가를 인정하지 않아서 긴 시간이 필요한 수술을 안 하는 쪽으로 타협하게 마련이지요. 관련 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수술은 물론 진료 상담 과정에서부터 성형외과 교수들이 동석해 환자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수술을 앞둔 불안한 환자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성형외과 교수님들과 함께 진료하면서 진찰을 위해 환자가 여러 번 상의를 벗는 번거로움을 없애줍니다. 또한 보호자들과 넓은 공간에 함께 앉아서 토의식으로 수술을 상담하지요. 즉시 재건술은 처음부터 유방암 수술과 재건을 계획하에 시행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두 번 수술을 받을 일 없이 모양도 자연스럽게 재건할 수 있어요. 두 번 수술할 때보다 비용도 저렴하고요.”
이 교수는 환자 진료뿐 아니라 여성 건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2007년에는 세계유방암학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의사들로 구성된 ‘핑크 타이 합창단’을 만들었다. 합창단은 국내외 봉사단체에서 다양한 수상을 할 정도로 핑크 리본(유방암 예방) 캠페인에 앞장서왔다.
이민혁 교수에게 묻는다
유방 건강 Q&A

자궁암과 유방암, 명의에게 듣는다
보통의 여성들은 유방의 덩어리를 스스로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 없던 덩어리가 만져지면 그 덩어리는 비정상적인 겁니다. 그럴 경우 의사와 상담하세요. 만약 한쪽 유방에 이상한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다른 쪽 유방에는 없는지 검사하세요. 똑같은 장소에도 만져진다면 아마 정상일 겁니다. 월경 수일 전이나 월경 중에 만져진다면 월경이 끝난 후에 다시 자가 검진을 해보세요. 월경 중 정상적인 유방 조직 내에 액체가 고여서 덩어리가 형성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Q 유방암 수술시 꼭 유방을 절제해야 하나요?
과거에 수술받은 유방암 환자의 종양 크기가 대부분 5cm 이상이었던 데 반해 최근엔 2, 3cm 이하인 경우에서 발견됩니다. 그래서 가슴 보존 수술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게 됐지요. 유방암의 크기가 클수록 절제할 확률이 커지니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검진이 꼭 필요합니다.
Q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던데요?
호르몬제인 에스트로겐은 유방암의 중요한 위험 인자로 알려졌습니다. 사용 전에 반드시 유방암 검사를 한 후 이상이 없다는 확진을 받은 후 사용해야 합니다. 호르몬제를 1, 2년 사용하는 것은 암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5년 이상 사용한 여성들은 정상인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요. 특히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이 호르몬제 투여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약제 복용 중에는 6개월마다 유방암 정기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Q 임신 중에 유방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면 걱정해야 하나요?
임신 중에는 모유를 생산하는 분비선이 커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임신 중에도 자가 검진을 해야 해요. 임신 중 유방암은 진단 지연으로 암이 많이 진행되고 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신 중에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지면 초음파로 유방암인지 아닌지를 쉽게 감별할 수 있습니다.
Q 양성종양이 악성종양으로 변하지는 않나요?
양성종양은 악성종양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양성종양과 동시에 악성종양이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Q 유방촬영술과 초음파 검사가 있는데 유방 진찰을 꼭 받아야 하나요?
유방 진찰은 유방 검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분들 중 유방 진찰을 꺼리는 분들이 있지만 유방 진찰은 유두 분비물의 색깔이나 한 유관에서만 나오는 유두 분비물을 구별할 수 있고, 이미지 검사로만은 알기 어려운 염증성 유방암이나 유두에서 시작하는 암 등을 찾을 수 있어요. 또 유방 진찰을 하면서 의료진과의 소통을 통해 자가 검진법을 배워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Q 현장에서 느끼는 유방암 완치율, 어느 정도인가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 치료 결과가 매우 좋아지고 있어요. 완치 판정의 기준이 되는 5년 생존율이 90%에 달합니다. 그래서 유방암을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이 꾸준히 관리하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Q 조기 발견된 경우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정기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상피 내 종양이나 조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하면 항암제로 덩어리의 크기를 줄여 수술합니다. 실제로 항암제를 여섯 번 맞고 나서는 암 덩어리가 없어진 케이스도 있습니다. 물론 최소한의 수술은 해야 합니다.
Q 야근을 자주 하면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는데요.
야근을 많이 하는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설이 있는데,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라고 보는 추세예요. 야근으로 인한 멜라토닌 감소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깨뜨리니까요. 유방암이나 다른 암에 노출될 수 있는 요인이 되는 거죠.
이민혁 교수…
유방 관련 질환뿐 아니라 유방 즉시 재건술로 명의 자리에 올랐다. 세계유방암학회 대회장이자 조직위원장이며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딸과 함께 쉽고 재밌게 읽는 가슴 건강 서적 「내가 혹시 유방암에 걸린 것이 아닐까」를 공동 저술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