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고민, 그 명쾌한 해답(2)](http://img.khan.co.kr/lady/201307/20130718134711_1_20130701_470.jpg)
[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고민, 그 명쾌한 해답(2)
“전 평생 오르가슴이란 걸 모르고 살았어요”
박OO 주부
♥나이 54세 ♥직업 전업주부 ♥자녀 20대 딸 2명 ♥남편 55세 전문직
주부 제 시어머니께선 정말 기가 센 분이세요. 남편은 마마보이고요. 신혼 초부터 가족끼리 차를 타면 앞자리에는 무조건 남편과 시어머니가 앉았어요. 저는 뒷자리에 타야 했고요. 시장에 가도 둘이 손을 꼭 잡고 가고 저는 뒤에서 쫓아가기 바빴죠. 남편은 늘 시어머니와 저를 비교하며 불만을 터트리곤 해요. 칭찬이라곤 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 마음의 문, 몸의 문을 닫아버리게 됐어요.
배정원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집안에서 본인의 자리가 없나요?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는 의견을 주장하고 싸우세요.
주부 엄청 싸웠지요. 그런데 남편이 너무 강해서 이길 수가 없어요. 제 말은 듣지도 않아요. 소통 불능 상태예요. 육아와 집안 살림은 언제나 제 몫이었고요. 자기는 여행 다니고 골프 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아요.
배정원 부부 사이에서 너무 오래된 갈등은 제3자가 나서서 중재를 해야 해요. 비단 상담가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의 말을 충분히 들어줄 현명한 사람이 있으면 좋을 거예요. 사실 가장 적임자는 시어머니예요. 시어머니가 나서서 정리를 해야 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본인은 그러고 싶지 않으신 것 같네요. ‘아들은 내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시는 전형적인 분이신 듯하고요. 부부 문제는 감정이 쌓이다 보면 점점 엇나가게 마련이에요. 잠자리는 어떠세요?
주부 결혼생활 30년 동안 남편에게 단 한 번의 애무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바로 삽입하고는 몇 초 만에 끝이 나요. 저는 그저 아프고 힘들어요. 당연히 오르가슴이 뭔지 모르고요. 지금도 남편이 하려고 하면 너무 싫어요.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말이죠. 남편이 힘이 없어졌을 때 이혼하는 것으로 복수할 꿈을 꾸고 있어요.
배정원 힘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실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이런 분들은 나이 들면서 더 고집도 세지고 성격도 강해져요. 힘 빠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주부님이 먼저 지치실 텐데(웃음). 일단 남편이 잠자리에서 먼저 하자고 하시는 거네요?
주부 저와 눈만 마주치면 하려고 해요. 1, 2초 만에 끝나서 그렇지(웃음)….
배정원 그 권력을 이용해서 까칠하게 대할 수 있잖아요. 장난하듯 “내가 좀 더 느끼게 해줄 수 없어?”라든지 “이런 식으로 금방 끝낼 거면 안 할 거야”라고 해보세요. 제가 보기엔 본인이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참기만 해서 문제가 더 커진 듯해요. 그리고 시어머니와의 문제에서도 지금처럼 끌려가시면 안 되죠. 원활한 부부관계를 위해서 현명하게 베갯머리송사도 할 줄 알아야지요. 엄마가 절대 줄 수 없는 것, 나만이 가능한 것으로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지요.
주부 저도 노력 안 해본 건 아니에요. 섹스하기 전에 야하고 재밌는 얘기로 애교도 부려봤는데, 남편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솥뚜껑 운전이나 잘해”라고 쏘아붙이는 거예요.
배정원 주부님께서 너무 참으셨네요. 남편은 아내가 아픈 줄 모르는 거예요. 내가 싫다는 걸 직접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남자들은 잘 몰라요. 장난으로라도 아내를 그런 식으로 무시하면 안 되죠. 아무리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라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두 따님이 있으니 남편에게 확실히 말하세요. “당신이 나를 자꾸 무시하면 애들이 보고 배워. 나중에 시집가서 남편에게 이런 취급을 당해도 ‘원래 그런 건가 보다’ 하고 나처럼 참고 산단 말이야”라고요. 아닌 건 확실히 아니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주부 제가 말하는 걸 당최 귀담아듣지를 않아서요.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할라치면 아마 피해버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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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고민, 그 명쾌한 해답(2)
주부 제가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남편이 변호사라 그런지 말을 참 잘해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편 논리에 제가 늘 휘둘렸으니까요.
배정원 그럼 처음에 약속을 하세요. “당신이 말을 자르고 들어오면 나는 할 말을 잊어버리거나 조리 있게 못할 수도 있으니 답답해도 끝날 때까지 참고 들어줘”라고 하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칭얼거려야 약을 주는 거예요. 게임의 룰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만드세요. 주부님은 일단 대화가 풀려야 그 다음에 섹스 문제를 풀 수 있을 듯하네요.
배정원 소장의 한마디
“부부 동반 패키지여행을 떠나세요”
이스탄불에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저는 혼자 떠난 여행이었는데, 같은 일정으로 부부 동반 팀이 함께 비행기에 탔더라고요. 떠날 때와 돌아올 때 부부들 사이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걸 느꼈어요. 떠날 때는 남처럼 따로따로 행동하더니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비빔밥도 비벼주고 다리도 주물러주고…. 마치 남자들이 경쟁하듯이 아내에게 잘해주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1주일간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의 모습에서 자극을 받았나 봐요. 그렇게 우리와는 다른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밤에는 함께 낭만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남편은 요구하는데 도무지 의욕이 안 생겨요”
정OO 주부
♥나이 41세 ♥직업 프리랜서 ♥자녀 10세 딸, 7세 아들 ♥남편 41세 회사원
주부 저는 원래 섹스를 즐겼던 사람이에요. 장난기가 많아서 명동 한복판에서 키스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남편과 매일 상황극을 만들어 “오늘은 마님이 머슴을 덮치는 컨셉트야”, “이놈아 옷을 벗어라”라며 재밌게 부부관계를 했어요. 그러다 얼마 전부터 재정적인 이유로 제가 일을 늘려서 하게 됐어요. 일도 많고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집도 깨끗이 해야 하니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가요.
배정원 몸이 힘들면 여자는 섹스가 안 되지요. 너무 일이 많은 거 아닌가요? 일도 하면서 아이들도 챙기고 집안일까지 완벽하게 하는 건 슈퍼우먼이에요. 적당히 포기하고 사는 것도 필요해요. 아내가 애쓰는 데 대해서 남편이 알아주시나요?
주부 전혀요. 저희는 동갑이고요. 남편은 전형적인 소심남이에요. 착하고 얘기도 귀담아들어줄 것 같아서 결혼했는데… 웬걸, 잔소리가 너무 심한 거예요. 요리를 하고 있으면 옆에 서서 잔소리를 할 정도입니다.
배정원 남편과의 섹스도 더 이상 즐겁지 않겠군요.
주부 네. 남편과 점점 섹스하기가 싫어지고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요. 그런데 남편은 요즘 더 자주 요구하고요. 심지어 하루에 두 번 이상 요구할 때도 있어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배정원 미워지면 미워진다고 얘기를 하세요. 동갑이니까 편하게 말할 수 있잖아요. 아내 혼자 지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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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고민, 그 명쾌한 해답(2)
주부 싸우고 싶은데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보니 제가 많이 참죠. ‘나는 열심히 사는데 왜 저 남자는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 서운한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남편은 저를 사랑한다며 섹스를 요구하지만 다 거짓말 같아요.
배정원 물론 남편은 “사랑하니까 섹스를 하자”라고 하시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피곤한 아내를 두고 하루에 두 번씩이나 하자는 건 배려가 없는 욕심쟁이에요. 가끔 보면 여성들은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세요. 참다 보면 결국 억울한 건 나 자신이에요. 점점 쌓이다 보면 화병이나 우울증으로 악화되는 거고요.
주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정원 일과 육아, 집안일을 병행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남편도 깨달아야 해요. 일단 경계경보를 울려서 가슴속의 이야기를 전해보세요. ‘나도 내 마음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 지금 나를 아껴주지 않으면 나중에 골병들어 요양원에서 볼 수도 있을 거야. 내 상황을 좀 봐줬으면 좋겠어’라고 엄포도 놓을 줄 알아야 해요.
주부 그래도 변하는 기색이 없다면요?
배정원 남편과 아이들을 놔두고 며칠 떠나세요. 단, ‘언제 돌아오겠다’라는 편지 한 통을 남겨야 해요. ‘이대로라면 난 미치거나 이혼을 생각할 것 같아. 난 당신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어서 며칠 떠나는 거야. 꼭 돌아올게’라고 통보하고 자신에게 휴가를 주세요. 내 마음이 풀어지는 장소에 가서 그동안 애쓴 나에게 선물을 주세요. 그리고 내가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지 스스로 확인하고 돌아오세요.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내를 망가뜨리는 남편이 있어요. 처음에는 잔소리로 시작해서 점점 소리가 커지는 거죠. 그럼 공격을 당하는 아내 입장에서는 해명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아내를 바보로 만드는 남편들이죠.
* 부부간의 성적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을 모시고 배정원 소장님의 개별 상담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솔루션을 원하시는 분들은 이메일(ladykh@khan.kr)로 이름과 주소, 연락처, 사연을 보내주시고 제목에 [성 고민]이라고 적어주세요. 신원은 철저히 보호해드립니다.
배정원 소장의 한마디
“집안일, 육아, 섹스 모두 부부간의 룰을 정하세요”
섹스는 부부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돼야 할 수 있는 몸의 대화예요. 남편과 말도 하기 싫으면 자연히 몸도 거부하게 되는 거죠.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항상 변명에 급급한 졸병이 됐을까, 나중에 힘이 빠지면 뒤에서 칠 거야’. 그렇게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금방 끝나는 인생이 아니라면 바뀌어 나가야지요. 100세 시대인 만큼 우리에겐 앞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만큼 더 살아갈 날이 남아 있으니까요. 보통 부부가 40대에 하고 있는 성생활 패턴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앞으로 평생 부부관계가 원활할지, 섹스리스가 될지 결정돼요. 정 모 주부님의 경우 이런 상황을 참으며 마음속에 쌓아놓고 지내다 보면 섹스리스가 될 확률이 커요. 남편과 첫 번째 위기가 왔을 때 빨리 차단기를 내리고 방향을 바꿔 함께 가도록 노력해보세요. 모든 일은 부부가 룰을 정해서 함께하세요. 일방적인 게임은 하지 마세요. 부부가 애틋한 사랑으로 아기자기한 무늬를 만들어가야 인생이 지루하지 않아요.
![[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고민, 그 명쾌한 해답(2)](http://img.khan.co.kr/lady/201306/20130618152428_2_bubu_sex2.jpg)
[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고민, 그 명쾌한 해답(2)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섹슈얼리티 코치’로 불리는 성 전문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 성교육 및 성 상담을 시작했으며, 2004년에는 군인 성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국방부 장관 감사장을 받았다.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성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또 세종대학교에서 ‘성과 문화’, ‘연애와 결혼 관계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가 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영길 ■도움말 / 배정원(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02-6203-0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