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실(36, 미술심리치료사, 8세 외동아들)
“혼자 놀고 있는 아이 보면 안쓰럽고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김민희(34, 전 쇼핑몰 대표, 6세 외동딸)
“언제든 원할 때 가질 수 있다며 젊음을 너무 과신한 것 같아”
이지은(34, 전업주부, 9세 외동아들)
“임신, 출산 과정에서 무척 고생을 해 둘째 가질 엄두가 나질 않아”

“둘째, 낳아도 될까요?” ‘외동맘’ 3인의 수다
둘째, 역시 두려워
명실 결혼 전에야 막연하게 둘쯤 낳아야지, 생각했어.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애를 낳아보니 이거 장난이 아닌 거야. 육아가 좀 힘들어야지.
민희 특별히 가족계획을 해보진 않았어. 난 결혼을 일찍 했잖아. 스물다섯에 동갑 남편과 젊고 건강했기 때문에 언제든 낳으려면 낳을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느긋했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좀 과신한 면이 없지 않아.
지은 우리 부부는 나보다 남편이 딩크족 마인드가 강했어. 내가 남편 뜻을 많이 따르는 편이라(웃음). 그러다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는데, 그날로 남편이 온 집안에 선언을 하더라고. 더는 안 낳을 거라고.
명실 애를 키워봐서 알지만 둘째 낳으면 못해도 3년에서 5년은 꼼짝없이 묶이는 거잖아. 남편이 결혼 전까지 공부만 하다가 나 만나서 결혼한 다음 여가라는 것을 알게 됐거든(웃음).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니 부부의 시간이 생기는 거야. 남편은 현재를 즐기고 싶어 해. 둘째 고민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여유로움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게 사실이야.
지은 남편이 딩크족 마인드였지만…, 난 사실 막연하게 둘째 생각을 했거든(웃음). 그런데 막상 임신, 출산 과정에서 무척 고생을 했어. 조산 기미, 유산 위험, 오랜 입덧에 예정일보다 3주 전에 양수가 터져서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24시간을 꼬박 진통하다 결국 응급수술로 제왕절개를 했거든. 그 과정이 우리 부부에게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어. 그래서 나도 그 이후로 둘째는 엄두가 안 나.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
민희 우린 남편이 외동이거든. 그러니까 시어머님이 둘째 얘길 더 하셔. 아이 혼자는 외롭다고 말이야. 시어머님 본인이 외동 맘이셨으니 그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야.
명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육아에 참여를 많이 한 남편일수록 둘째를 원하지 않더라.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말이야. 우리 남편도 가정적이고, 거의 정시 퇴근해서 많이 도와줬거든. 같이 아이를 키워 그런지 육아가 힘들다는 말 많이 해.
지은 그런 말도 있잖아. 외동 맘들의 둘째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한다고(웃음). 사실 외동 고수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더라고. 고민도 안 하고 말이야.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는 여덟 살이나 아홉 살이 되면 대개 마음 정리를 하는 것 같더라.
민희 맞아. 고민하는 사람들은 언제든, 어떻게든 낳긴 낳더라고.
명실 ‘저 먹을 건 다 가지고 태어난다’, ‘낳아두면 저절로 알아서 다 큰다’ 뭐 이렇게 어른들이 말씀하시지만 세상이 변했잖아. 밥만 먹이고, 옷만 입혀주는 게 다가 아니잖아.
둘째가 간절해질 때
민희 얼마 전에 아버님이 쓰러져서 입원하셨어. 그때 남편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울더라고. 내가 병원에 전화하고 상황을 정리했어. 나중에 남편이 그러더라고. 형제가 있었으면 상의라도 했을 텐데, 혼자 다 감당해야 하니까 정말 무서웠다고. 그때 시어머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어. 나중에 큰일 있고, 두 분 돌아가시고 하면 남편이 힘들어 할 거라고.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았어. 아들이 저 정도인데, 딸인 우리 아이는 오죽할까 싶어서 심정이 복잡해졌어.
지은 난 주변에서 둘째 압박받으면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데, 나중에 애가 혹시 사고라도 당해서 어떻게 되면 어쩔 거냐는 거야. 너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고. 참나, 그럼 내가 죽을 애를 대비해서 둘째를 낳아야 하는 거야? 겉으론 막 화를 냈어. 그런데 속으로는 상상만 해도 슬프고 걱정도 되고. 아이 하나 잘 키우는 게 어쩌면 조금 편하게 살려는 내 욕심이고, 부모 이기심인가 싶기도 하고.
명실 하긴 외동 엄마들이 둘째 고민을 하는 경우가 아이가 사회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될 때지. 학교에 보내놓고 보니 대부분 외동들은 인정이 많고 관대하다는 공통점이 있어. 그런데 사회성이 떨어져, 확실히. 늘 아기 같은 느낌이랄까.
민희 맞아. 우리 아이도 정이 많아. 그런데 혼자이다 보니 친구에게 아주 목을 매. 하루는 애가 울면서 왜 자기는 동생이 없느냐는 거야. 자기 친구들은 다 동생이 있으니까. 순간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싶더라고. 부족하지 않게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부모가 메우지 못하는 부분이 있나 봐. 우리 애는 항상 동생을 원해.
명실 여행 갔을 때 아이 혼자 놀고 있는 거 보면 맘이 좀 아프지. 그때는 빨리 둘째를 낳아주고 싶어(웃음). 난 2남 2녀 중 셋째거든. 그래서 형제자매의 장점을 알지.
민희 우리 애는 여행을 간다고 하면 제일 처음 하는 말이 “친구 누구네랑 갈 거야?”거든. 그리고 누구 친구네랑 같이 가자고 조르지. 나중에 고학년이 돼서 친구에게만 치우치진 않을까 걱정이야.
지은 아이고, 말도 마. 우리 아들은 아예 반려동물을 의인화, 동생화시키고 있어(웃음).
민희 안 그래도 우리 집도 지난 크리스마스 때 아이에게 반려동물을 선물했어.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족 그림을 그리면서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함께 그려 넣고 ‘내 동생 미키’라고 썼더라고. 이쯤 되면 동생 낳아줘야 하는 거지?(웃음)
지은 솔직히 여행 가면 애랑 놀아주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 수영장에서 놀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외동 부모들은 막말로 24시간을 애랑 놀아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건 안 되고(웃음). 발달적인 면이 걱정돼. 둘, 셋 있는 집에 비해 체력이 많이 떨어져. 엄마가 밀착해서 봐주니까 공부나 뭐 이런 건 좀 뛰어날지 몰라도 생활의 처세랄까? 속된 말로 약질 못해. 반에 애 셋인 집의 첫째라도 있어 봐. 걔가 완전 ‘짱’ 먹는다니까(웃음).
명실 맞아, 맞아. 외동아이들은 형제자매 많은 집 맏이랑 비교하면 10개월 정도는 늦돼 보여. ‘다 내 것’이라는 기본 심리가 깔려 있어선지 욕심도 없고 관대하지.
민희 잘 먹지도 않잖아. 형제 있는 아이들은 많이 싸운다지만 경쟁 심리 탓인지 먹기도 잘 먹던데.
Solution Part. 5
명실 사회성 부분을 생각하면 형제의 필요성을 절감해. 아직까지 우리 아들은 동생을 바라진 않아. 부모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한달까? 자기한테 소홀한 느낌에 신경을 많이 써. 그래서 내가 일도 쉬게 됐잖아.
외동의 좋은 점 vs 나쁜 점
지은 큰애에게 동생이 생기는 건 정실부인이 첩 들이는 스트레스보다 더 심하단 말이 있잖아(웃음). 주변에서 동생 생기고 나서 정서적으로 힘들어 하는 큰애 때문에 애를 먹는 엄마들도 좀 보거든. 샘내고, 질투하고, 싸우고 말이야.
민희 그에 반해 외동들은 사랑을 독차지하니까 정서적으로 안정된 인상은 있어. 피해 의식도 없고 말이야. 물론 상대적으로.
명실 애들도 맏이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더라고. 항상 양보해야 하고, ‘네가 참아’라는 소리 듣고. 애들마다 타고난 성향이 다르니 천편일률적으로 형제를 만들어줘야 좋다는 말도 맞지 않는 것 같아. 주어진 대로 잘 키울밖에 말이야. 안 그래? 정답은 없는 것 같아.
민희 체험전이나 동물원, 놀이공원 등 가볼 만한 곳은 다 가거든. 돈을 떠나서 아이가 둘, 셋이면 그만치 활동적이진 못했을 거야. 아이 한 명 데리고 나갔다 와도 솔직히 피곤한데(웃음). 그런데 둘, 셋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 일상생활을 뒷바라지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더라고.
명실 사랑만 독차지하는 게 아니라 돈도 독차지하지. 돈을 독차지한다니 말이 좀 이상한데(웃음), 하나인 만큼 지출에 상대적으로 과감해지는 경향은 있어. 교육비 지출이나 비싼 브랜드 옷도 ‘에이, 얘 하난데’ 하면서 쓰게 돼. 요즘 애들 좀 영악해. ‘너네 집 전세니? 몇 평이니?’ 하고 묻는 마당에. 여행도 여럿이 한 번 갈 돈으로 외동은 서너 번 갈 수 있잖아. 아주 부자들 빼고(웃음).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같은 서민들은 아이가 몇이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지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올인이 가능한 것 같아. 영어유치원 척척 보낼 수 있고. 교육비만 봐도 올인이 가능해. 하지만 아이 둘 있는 부모들은 한 아이에게만 올인하기 힘들지. 내 생활만 봤을 땐…, 내가 피트니스센터 가서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데 둘째가 있으면 운동하러 갈 시간이나 있을까 싶어. 아무리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말이야. 둘, 셋 가진 엄마들은 자신의 시간을 여러 아이에게 나눠주고, 외동 엄마들은 아이 한 명에게 쓰는 시간 외에 나머지는 다 자신을 위해 쓰잖아.
민희 맞아. 외동 엄마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지. 그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해.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자꾸 딴 생각을 해. 그래서 내가 쇼핑몰도 차렸잖아(웃음). 동생 있는 아이들은 같이 놀다 보면 다 태가 나. 우리 딸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낯도 가리고 어색해하는데, 형제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넉살도 좋고 처음 만나도 선뜻 말도 잘하더라고.
지은 둘째 계획한 부모들은 두세 살 터울로 바로 가져서 낳으니까, 되레 고민 많이 안 하더라고. 어른들이 나이 차 두지 말라고 하시는데 이제 그 뜻을 알 것 같아. 시기 놓치니까 갖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나는 거야. 형제자매 키우는 메리트도 사라지고.

“둘째, 낳아도 될까요?” ‘외동맘’ 3인의 수다
명실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나도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바로 낳았을 것 같아. 그런데 양가 모두 멀리 사시고, 형제자매들도 다 직장 따라 다른 지방에 사니까 남편과 나뿐인 거야. 육아 도우미 도움을 받을 수 있다지만 돈도 돈이고 일단 남이잖아. 애를 키워달라는 게 아니라 잠깐이라도 오갈 수 있는 누군가가 참 절실했어. 근데 그게 안 되니 못 낳겠더라고.
민희 우리는 이번에 시부모님이랑 합가를 했거든. 합가 전에는 내가 쇼핑몰을 하고 있어서 시부모님이 우리 딸아이 봐주신다고 얘길 하셨는데, 내가 쇼핑몰을 그만두니 이제는 둘째 봐주신다고 하셔. 그만큼 둘째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지셨 나봐 .
명실 육아는 수감생활과 비슷한 것 같아. 체감하기에(웃음). 쇼핑 한 번 편하게 해보지도 못하고, 나 씻는 것조차 마음놓고 못하고, 여행을 가도 항상 아이 위주로 되잖아. 더군다나 모유 수유를 했더니 그야말로 24시간 아이와 붙어 있어야 했고. 그런데 이제 조금 편해졌는데 그 수감생활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겠느냐고.
적정 시기 놓치면 낳기 힘든 둘째
지은 내 친구 중 하나는 동생이랑 열한 살 차이가 나거든. 걔는 동생을 거의 자식처럼 생각하더라고. ‘형제는 의지가 되니까’ 하는 말들 다 의미 없고, 늦둥이처럼 터울 있게 낳는 건 그냥 부모의 이기심 같아. 애가 그립고 예쁘니까 늦게라도 낳는다지만 결국 부모 부담을 첫째에게 전가한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 친구를 보면 말이야.
민희 남편이 늦둥이에 외동이라고 했잖아. 시어머님께서 그러시더라. 어릴 때부터 남편이 항상 친구를 중요시했다고. 시어머님도 휴가 때면 남편 친구들까지 다 데리고 가셨대(웃음). 시어머님은 그걸 늘 안쓰럽게 여기신 듯해. 나도 일정 부분 공감해.
지은 그래서 외동 엄마들의 절대적 지상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다 내 아이 친구 만들어주기지. 외동은 어떤 방식이든 좀 예민하고 상처도 잘 받아서 비슷한 애들끼리 묶어야 잘 놀고, 엄마들 트러블도 안 생기니까. 그런데 마음에 잘 맞는 친구를 만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어야지.
명실 정말 좋은 친구 만나는 것도 복이야. 얼만큼 배웠든, 어떤 성격이든 가정 꾸리고 애 낳으면 엄마의 인격과 인성은 완전히 리셋되는 것 같아.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아이 하나 키우면 그만큼밖에 감당할 수 없는 역량이 되고 셋, 넷씩 키우면 그 부모도 그만한 그릇으로 넓어지더라.
민희 아이 여럿 키우는 엄마들의 포스가 있어. ‘그 정돈 괜찮아’ 하는 강심장? 여유? 대범함 같은 것 말이야. 외동 키우는 입장에선 애들을 더 엄하게 키우게 되는 것 같아. 혹 버릇없이 굴면 ‘외동이라 그래’ 하는 편견이 바로 생기거든.
명실 아이들 많이 키우면 웬만한 것에는 다 귀찮아져(웃음). 에너지를 워낙 소진하니까. 우린 겨우 하나니까 인성이니 뭐니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할 힘이 남지만 말이야.
지은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도 다둥이 엄마들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건 분명해.
민희 맞아. 난 여자아이 울음소리만 들려도 혹시 우리 아이 아닌가, 하고 움직이게 되는데 둘, 셋 가진 엄마들은 무슨 일이 생겨도 ‘왜 그런지 말해봐’부터 시작하더라(웃음).
명실 애들 보는 관점도 달라. 개구쟁이들을 봐도 딸 하나 키우는 엄마들은 ‘헉! 애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러고, 아들 하나 키우는 엄마들은 ‘애가 저럴 수도 있지’ 하고, 여럿 키우는 엄마들은 ‘원래 저래!’ 이러더라.
민희 아이들 키우면서 엄마도 크나 봐. 둘 키우는 엄마하고 셋 키우는 엄마가 또 다르거든.
명실 친한 은사님이 형제를 키우셨는데 며느리들끼리 재산 싸움이 났나 봐. 사이도 안 좋고. 그래서 그런지 나만 보면 애 덕보고 사는 것도 아닌데 하나만 낳아 예쁘게 키우라고 늘 말씀하셔. 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 득이 될 때도 있지만 분명 독이 되기도 하잖아. 내가 형제자매가 많아서 또 그 단점도 잘 알지(웃음).
지은 요즘은 그런 생각도 들어. 이건 부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냥 운명인 것 같아. 내가 지금 아무리 외동이 좋으니, 나쁘니 말해도 덜컥 둘째가 생기면 아이가 둘은 돼야 한다는 자기합리화에 사로잡힐 것 같거든(웃음).
민희 다둥이 엄마들이 볼 때는 외동 엄마들이 아이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기도 하고. 가끔 아이가 불쌍하지.
지은 그래서 외동은 외동끼리 지내게 되나 봐. 이해 폭이 같으니까. 아이가 몇이냐에 따라 서로 이해를 못해주는 부분이 생기잖아.
외동 키우는 편안함
지은 정말 애매한 상황이 많아. 내 아이는 하나인데, 둘이나 셋 되는 엄마랑 어울리면 식당을 가도 턱하니 누가 사는 상황 아니면 정말 말하기도 치사한 경우가 종종 생기잖아. 돈은 반반씩 내는데 사람 수가 많은 그 집이 훨씬 많이 먹고 말이야. 한두 번은 괜찮은데 여러 번 되면 그런 거 신경 쓰여. 말하기도 뭐하잖아. 그런 거 신경 쓰는 나한테 실망할 거고.
명실 외동 엄마들끼리 놀러 가면 애들은 애들끼리 놀고,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노는데, 둘째 키우는 엄마랑 가면 그 엄마는 둘째 챙기느라 짬이 없는 거야. 나는 나대로 심심하기도 하고, 혼자 놀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니 결국은 외동 엄마들끼리 모이게 되더라고.
지은 섹스리스 부부들도 많다잖아. 아이 낳아 키울 때는 모든 부부들이 저절로 섹스리스가 되는 것 같아. 힘들어서 서로 바라볼 여유가 없으니까. 뭐야, 우리 집만 그런 거야?(일동 웃음) 애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살도 빼고 외모에 좀 신경을 쓰니 부부관계가 훨씬 좋아졌어. 피임이 필요할 정도니까(웃음). 만약 둘째를 갖게 되면 또 예전의 그런 부부관계로 돌아갈까 봐 걱정돼. 둘째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야.
Solution Part. 2
민희 난 내 젊음을 과신한 케이스야. 아이도 결혼과 동시에 바로 생겨서 계획만 하면 둘째도 바로 가져질 줄 알았어. 남편도 어렵게 생각 안 했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잘 안 되더라고. 오죽하면 남편이 ‘사람들이 가족계획을 하는 이유가 있나봐’라고 말할 정도야. 이젠 남편이 운동에 매진하고, 나도 안 하던 운동을 해. 노력 중이야.
명실 남편이 막내라서 시어머님 사랑을 많이 받았나 봐. 그럼에도 막내 기질이랄까, 자기 아들을 질투해. 내 관심이 줄어들거나 아이에게 시선이 쏠렸다 싶으면 섭섭해하는 거 있지. 항상 관심받고 싶어 해.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면 우리 부부에겐 외동이 맞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

“둘째, 낳아도 될까요?” ‘외동맘’ 3인의 수다
명실 아들 아빠라 그렇지, 우리 남편도 딸 아빠였다면 달랐을까?
지은 둘째 낳는 거, 뭐니 뭐니 해도 ‘머니’ 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돈이 넘쳐나는 부자들 아닌 다음에야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말이야. 돈 벌어서 자식에게 쏟아 붓는 것보다 부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마음을 먹는 것 같고. 남편도 그래서 딩크족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둘이 벌어 둘만 쓸 때 느꼈던 여유로움이나 삶의 질을 자식하고 나눠야 하는 거잖아.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야.
Solution Part. 3
민희 어느 날 내 친구가 그러더라고. 첫아이 낳고 쓰기 시작한 가계부를 펼쳐놓고 보니 둘째 낳을 엄두를 못 내겠다고. 그 친군 둘째를 바라고 있거든. 외벌이에 세후 월 3백만원 받는데, 아이 낳으니 지출이 배가되더래.
지은 아이 낳으면 5개월까지는 돈 정말 많이 들어가잖아. 병원비에 산후조리 비용에 아이용품 구입까지 말이야. 정말 목돈 만들어놓지 않고 낳으면 빚 생기는 거 눈 깜짝할 새잖아.
명실 엄마의 체력이나 성격, 경제적인 면, 남편의 육아 협조에 꼭 돈이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지지해주는 양가의 도움 등이 뒷받침돼야 그나마 둘째도 낳을 수 있지.
명실 성별에 따라서도 둘째 고민이 돼. 아들 키우는 거 솔직히 여자인 엄마로선 힘들어. 여자아이들은 저학년인데도 스스로 잘 알아서 하더라고. 공부 머리인 전두엽도 먼저 발달한다잖아(웃음). 사실 아들 키우는 입장에선 딸 엄마들이 편해 보이기도 해.
결국 둘째는 하늘이 주시는 것?
민희 시어머님이 따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은 없는데, 아들을 원하는 것 같기는 해. 손녀가 아니라 손자였으면 지금처럼 둘째를 간절히 원하셨을까 싶거든. 하지만 난 둘째를 낳는다면 딸이었음 좋겠어. 같은 성별의 동생이 아이들에게도 더 좋다며. 하지만 확실히 지금 세대는 남아선호사상 같은 건 많이 없어졌잖아.
지은 나도 낳는다면 동성으로. 아들 키우는 데 익숙해진 시간을 생각하면 과연 내가 딸을 키울 수 있을까 싶어. 겁이 나.
민희 다 키워놓은 엄마들이랑 어울리다 보면, 나중에 둘째 낳아서 나보다 훨씬 어린 엄마들이랑 지낼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져. 가끔 모임에서 늦둥이 엄마들을 보면 ‘난 나이가 많다. 그러니 많이 알려달라’ 하면서 뭐랄까 약간 숙이고 들어오거든. 내가 지금 둘째를 낳아 키우면 저 엄마처럼 하겠지 싶더라고.
지은 맞아. 그리고 첫째에겐 예쁘고 젊은 엄마가 돼줄 수 있지만 둘째에겐 아닐 수도 있고. 남자애들끼리도 서로 ‘누구 엄마가 예쁘다’ 이런 얘기를 한대.
민희 여자아이들은 더 심해. 누구 엄마가 원피스를 입었는데 지들 눈에 예뻤던 모양이야. 그러면 집에 와서 얘기해. “엄마도 원피스 입으면 안 돼?” 하고 말이야.
명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난 또 낳고 싶고, 키우고 싶어. 경제적인 부분도 적절하게 배분하지 뭐. 못 쓰면 못 쓰는 대로 말이야. 내가 둘째를 고민하는 건 돈보다 시간이야. 난 내 일을 다시 하고 싶거든.
지은 외동이라도 크게 불안해하지는 않는 것 같아. 어차피 우리 세대는 나중에 늙어서 자식 보살핌 받겠다는 생각은 안 하잖아. 예쁜 옷도 젊을 때 입어야 폼 나고, 맛있는 음식도 젊을 때 즐겨야 하잖아. 나중에, 이다음에, 하다 뭐가 좋을 것이며 뭘 할 수 있겠냐 싶어. 아이 많이 낳은 건 결국 부모 것 줄이는 거잖아. 이기적인 말이 아니라 그냥 우리 세대라면 그런 식으로 한번쯤 생각하는 듯해.
명실 큰오빠가 부모님 댁 가까이에 살고 계셔. 그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든든하지 몰라. 내가 못하는 걸 오빠가 해주니 늘 고마워. 그런 생각하면 또 둘째 고민이 돼.
지은 맞아. 우리도 아주버님이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그러니 우리 부부도 한결 자유로울 수 있지.
민희 나중에 장례식처럼 큰일 치르면 알게 된다며 주변에서 둘째 강요를 하는데, 정말 나중엔 그런 경조사 문화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지은 사람들은 다 똑같잖아. 영화 ‘올가미’의 시어머니처럼 나도 막상 나이 들면 ‘믿을 건 내 아들뿐!’ 하게 되는 거 아닌가 싶어(웃음).
명실 둘째 낳으려면 고민 오래하지 말고 두세 살 터울로 그냥 바로 낳는 게 답인 것 같아.
민희 우리 부부의 둘째 계획은 현재진행형이야. 육아가 끝나갈 즈음 2, 3년 편하게 지내다 둘째 가지는 이상적인 상황이 좀 힘들어진 케이스이긴 하지만. 젊음을 과신하지 말아야 해(웃음).
지은 이 문제는 운명이고 생각해.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오늘 내 운명은 외동이고, 덜컥 생기면 내 운명은 둘로 바뀌는 거지! 둘째 홍보대사로. 다들 안 그래?(일동 웃음).
■기획 / 장회정 기자 ■진행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장소 협찬 / NO MORE BLUE(031-942-5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