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데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듯 1일 1식, 간헐적 단식, 하루 30분씩 운동 등 세간에 떠도는 건강 상식은 무수히 많다. 그런데 윤방부 박사는 “건강은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뭐든 자신이 내키는 대로 하면 돼”라고 일축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건강하다고 말하는 의사라니,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국내 1호 가정의학전문의 윤방부 박사가 일러주는 6S 건강 원칙
1 Stress 스트레스와 친구가 돼라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살면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겠어요. 수십 년간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보니까 사람이 사는 동안 스트레스를 피할 방도가 없더라고. 사람은 원래 스트레스를 받게 태어난 존재예요.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가 삶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스트레스를 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건강하게 살려면 스트레스와 친구가 돼야 해요.
박사님은 어떤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세요? 무조건 뛰어요. 27년 동안 하루 10km씩 매일 뛰었어요. 요즘에는 매일 진료가 끝나는 오후 4시쯤에 헬스클럽으로 가요. 나는 뛰면서 TV를 보지 않아요. 그럼 뛰면서 뭘 하느냐, 욕을 해요(웃음).
욕을 하신다고요? 의사라고 늘 고상한 말만 하겠어요? 나도 생활하다가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근데 그 사람 면전에 대고 말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그 감정은 내 안에 남아 있단 말이죠. 그걸 해소해야 돼요. 스트레스는 몸 안으로 끌고 들어오면 병이 되거든요. 몸 밖으로 분출시켜야 문제를 안 일으키지요. 그날 하루 동안 기분 나빴던 일,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가상으로 내 앞에 한 명씩 세워놓고 “너 그럴 수가 있냐!”라고 중얼중얼하면서 뛰는 거예요(웃음). 그럼 몇 마디도 못하고 내 스스로가 우스워져서 웃음이 ‘픽’ 하고 난다고.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의사에게 욕을 하라는 조언은 처음 들어봐요(웃음). 욕이 뭐 어때서요? 차라리 욕을 하는 편이 몸에 더 좋다는 거예요. 그만큼 스트레스를 속에 쌓아두면 안 좋다는 거지.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옷차림도 고상하고 교양 넘치는 말투만 쓰고 몸가짐도 늘 반듯하고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들. 대개 이런 사람들이 밖으로 스트레스 표출을 거의 안 하더라고요. 스트레스 지수가 아주 높지요. 이런 사람들 보면 안타까워요. 그런 환자들이 오면 유치하게 살라고 말해줍니다.
유치하게 살라? 내가 생각했을 때 ‘아휴, 유치해서 그런 걸 어떻게 해’ 이런 부분이 있잖아요? 바로 그 유치하다고 생각되는 그대로 살라는 거예요. 자꾸 자신을 꾸미고 치장하지 말아요. 인간 본래의 모습, 원시적인 모습을 꾸미려고 하니까 스트레스가 생기는 거예요. 그게 마음이든 생각이든 자신을 좀 풀어놔줄 필요가 있어요. 남편이랑 싸울 때도 교양 있게 싸울 필요 뭐 있어요? 교양 있게 싸우는 사람은 골치 아파요. 속마음을 편하게 내보이지 않으니까싸움이 해결이 안 돼요. 차라리 화끈하게 싸우고 뒤끝 없는 게 낫다고.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녀들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은데요. 유대인들은 희로애락에 대한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시켜요. ‘아무리 기쁜 일도 지나간다. 아무리 힘든 순간도 지나간다.’ 이렇게 교육시키니까 커서 고통스러운 일을 겪을 때 견뎌내는 힘이 생기지요. 어떤 상황도 영원한 것은 아니란 걸 알게 되니까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는 거예요. 부모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그런 것을 알려주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2 Spouse 배우자와 잘 지내라
결혼한 사람들은 배우자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데요. 결혼이란 걸 하는 순간 나머지 인생은 배우자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배우자의 성격, 직업, 살아온 환경, 친구 관계, 취미 등 거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내가 올해로 결혼한 지 45년이 됐는데, 살아보니까 배우자만큼 인생에 중요한 존재가 없더라고. 자녀가 1순위인 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자식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봤자 별 소용없어요. 미국에서 의사 생활할 때 인상 깊었던 게 거기 사람들은 대부분 배우자 중심으로 살더라고요. 실제로 배우자의 투병, 배우자와의 별거, 이혼, 사별 등이 가장 큰 고통의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그러니 배우자와 잘 지내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지요.
배우자와 잘 지낸다는 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 같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살려니 쉽지 않지요. 배우자와 잘 지내려면 늘 1:1의 동등한 관계가 성립돼야 해요. 난 두 가지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해요. 간섭하지 말고, 강요하지 말기. 제사 지내기 싫다는데 지내라고 하지 말고, 교회 가기 싫다는데 억지로 끌고 가지 마세요.
박사님은 배우자와 잘 지내기 위해 어떻게 하셨어요? 바보처럼 굴었지(웃음). 부부 사이에는 똑똑할 필요가 없어요.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죠. 똑똑하게만 구는 사람은 배우자도, 다른 사람들도 별로 안 좋아한다고요. 배우자에게는 조금 모자란 사람처럼 져주고 바보처럼 구는 게 제일이에요.
배우자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세요(웃음). 현미밥을 먹어야 좋다, 채식이 몸에 좋다 등 소문을 듣고 와서는 싫다는데도 억지로 강요하고 그러지 말라 이거지요. 난 이걸 알량한 지식이라고 봐요. 지금까지 의사 생활을 하면서 가만히 보니까 사람마다 수명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술에 빠져 살고 생활 습관이 엉망이어도 오래 사는 사람도 있어요. 반대로 아주 반듯한 생활습관을 갖고 사는데도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각자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돼요. 그건 사실 크게 보면 건강에 별 영향이 없어요. 대신 서로 싫은 것은 확실히 표현하고 서로 지켜줘야지. 배우자가 건강관리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도움을 주고요.
3 Sports&Sex 스포츠와 섹스를 생활화하자
국내 1호 가정의학전문의 윤방부 박사가 일러주는 6S 건강 원칙
매일 10km씩 뛰시잖아요, 어떤 효과가 나타나던가요? 일단 운동을 꾸준히 하면 적극적인 성격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뭐랄까, 힘든 일에 닥쳤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굉장히 즐거워져요. 활력이 생기지. 나는 운동을 통해서 매일을 살아내기 위한 힘을 얻어요.
부부 사이의 성생활도 운동만큼 중요한가요? 그럼, 그럼. 그런데 중요하다 이런 개념을 떠나서 섹스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섹스에 대해 미화하는 말, 도덕적인 말에 얽매이지 말고 가능한 한 즐겼으면 좋겠어요. 부부 사이에 섹스를 즐기다 보면 부부애도 돈독해지고, 덤으로 면역력도 높아져요.
4 Selfish 때로는 이기주의자가 돼라
배려, 봉사 등이 자주 회자되는 시대에 이기주의자가 돼라는 말이 신선합니다. 사람은 원래 이기적으로 태어나요.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게 돼 있지요. 하루 종일 자신이 무엇을 했나 가만히 생각해봐요. 남을 위해서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봉사활동을 하고, 식구들의 식사를 챙기고 이런 것들이 내면으로 깊게 파고들어가 보면 사실 자신이 그 행동이 좋고 즐거워서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에요. 상대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주부들은 그런 마음가짐이 더 필요해요.
이기적으로 살면 타인과 부딪히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을 위하면서 살면 결국 각자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인데 왜 문제가 생기겠어요. 문제는 남의 일에 간섭하는 데서 생겨요.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각자가 자신을 위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박사님은 어떻게 ‘이기적’으로 살고 계세요? ‘쓰죽회’라는 부부 동반 모임이 있어요. ‘다 쓰고 죽자’라는 뜻인데(웃음), 처음에는 나도 그 모임의 친구들을 한심하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된 거야. 내가 뭐라고 남의 삶의 방식을 판단한단 말이에요? 쓰죽회 친구들은 다들 자식이 있지만 유산을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없어요. 나도 동의해요. 부모가 아무리 많이 줘도 자식 입장에서는 만족하기 어려운 법이잖아요. 자기 자신을 위해 후회 없이 살자고요.
5 Satisfaction 만족하며 살자
현재에 만족하며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맞아요. 사람이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기란 정말 쉽지 않지요. 그래서 연습이 필요해요. 일단 만족의 기준을 낮게 잡아야 해요. 내가 즐겨 쓰는 말이 있는데, ‘그럭저럭 살라’는 거예요. 그럭저럭. 자기 인생 성취의 기준을 ‘이 정도면 됐다’ 이렇게 잡으면 만족하기가 쉬워져요. 그런데 이게 사실 어렵다고. 나도 어려워요. 모든 문제는 남과 비교하는 데서 생겨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좋은 점을 찾아 거기에 만족하는 연습을 해야 돼요.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요? 내가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공부할 때 아주 인상적인 두 사람을 만났어요. 한 명은 도로시, 한 명은 수잔이라고 불리는 학교 청소부였는데, 밤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도로시는 쾅쾅 시끄럽게 소리를 내고 비키라고 투덜거리면서 청소했어요. 자신의 일에 전혀 만족이라고는 없는 얼굴로 말이에요. 근데 수잔은 완전히 달라요. 매사에 여유가 있고 청소하는 동작도 부드러워요. 어느 날 나에게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라고. “너는 환자를 돌보는 데 최고일지 모르지만, 청소에서는 내가 최고다. 수잔 하면 청소!” 도로시와 수잔 중에 누가 더 행복하겠어요?
6 Screen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하자
검진이 왜 중요한가요? 현대사회는 옛날과 달리 거의 모든 병을 미리 진단할 수 있어요. 그 방법이 검진이에요. 내가 6S 건강 원칙에서 유일하게 의학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은 바로 이것뿐이에요. 사실 제대로 된 검진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에요. 각자 자신의 수준에 맞게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검진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자주 할 필요도 없고 1년에 한 번씩만 체크하면 돼요. 그리고 어딘가 아프면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요. 아파도 혼자 자가 진단하고 마는 사람도 많은데 정말 위험한 행동이에요.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만큼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없다’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의사로 살면서 건강염려증 환자들을 아주 많이 봤어요.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탈이에요. 게다가 대부분은 검증되지 않은 속설에서 비롯되니까 문제가 생긴다고. 건강이라는 건 그렇게 이것저것 한다고 해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생각하는 건강의 요소는 아주 간단해요. 뭐든지 골고루 잘 먹고, 기분 좋게 지내고, 운동을 하고, 아프면 의사에게 가고. 이것만 지키면 되는 거예요. 한때 고기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 채식 열풍이 불었잖아요. 나는 먹고 싶은 것 그냥 다 먹어요. 그리고 식단이 고기가 중심이에요. 사람이 활동을 하려면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단백질이 꼭 필요하단 말이지요. 고기도 먹어줘야 해요. 골고루 먹으면 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윤방부의 힐링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그동안 미국과 한국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강연, 방송 출연을 하면서 검진만 갖고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환자들의 몸만 검진할 것이 아니라 환자와 서로 여유를 갖고 건강에 대한 종합적인 강좌도 해주고, 개개인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개인별 맞춤 건강 설계를 해주면 좋겠다 싶었지요. 앞으로 남은 시간은 이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