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OO 주부
나이 : 49
직업 : 프리랜서 작가
자녀 : 딸(15)
남편 : 사업가(49. 해외 체류 중)
주부 남편의 열렬한 구애로 1년간 연애 후에 결혼했어요. 저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고 남편은 사업 때문에 10년째 해외에 체류 중이에요. 따로 살고 있죠. 그 기간에 부부관계는 없었어요. 서로 떨어져 있어 섹스리스가 됐다는 건 핑계고요. 그동안 총체적인 문제로 힘든 시기를 겪었어요.
배정원 어떤 문제가 있으셨죠?
주부 IMF 때 남편 사업이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남편이 친정엄마에게 돈 1억원을 빌려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는데, 그 과정에서 부부 사이가 나빠졌죠. 본인의 자격지심인지 오히려 저를 하대하기 시작했고, 부부 사이는 극도로 안 좋아졌죠. 그러던 차에 남편이 해외로 나가고 저는 아이 교육을 핑계로 따라가지 않았어요.
배정원 싸움도 심하게 하셨나 봐요?
주부 물건 던지고 서로 욕을 하는 건 예사고 목을 조르는 등 육탄전도 불사했어요. 아직까지도 남편에 대한 마음이 열리지 않아요. 용서가 안 돼요. 딸이 그런 말을 했어요. ‘엄마와 아빠 사이는 흙탕물’이라고요. 지금은 잠잠해 맑은 물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흔들리면 언제 또 흐려질지 모른다고요. 딸의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파요.
배정원 남편의 어떤 점이 가장 용서할 수 없나요? 재정적인 문제로 싸우는 부부들은 많아요.
주부 남편이 번 돈은 모두 시댁으로 간다는 점이에요. 저희 생활비는 제가 번 돈으로 쓰고요. 시댁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도 남편이 물질적 봉양을 다 하는 거죠. 외제차를 사드리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월급의 20%는 시부모님 골프비로 나갑니다. 그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저에 대한 언어폭력이었어요. 시어머니는 제게 “키가 작다”라는 말씀은 예사말로 하셨고, 아기 젖 먹일 때도 들여다보시고는 “젖이 작아서 아기가 잘 못 먹는 거 아니냐”라고 얘기하셨어요. 더구나 남편은 한술 더 떠서 “너 같으면 티스푼으로 밥 먹고 싶겠냐”라며 시시덕거렸죠. 자기 가족과 있을 때는 절대 제 편에 서지 않아요. 그걸 효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부모로부터 독립이 안 되는 문제로 상담소까지 찾았는데 남편이 원치 않아서 취소한 적도 있어요.
배정원 수치로 보면 여자의 감정은 남자보다 4배 정도 풍부하다고 해요. 그래서 언어폭력에 특히 취약하죠. 점점 무력해지고 비참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남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마음의 문이 닫혔군요. 그동안 남편을 만나러 간 적은 있나요?
주부 딸아이와 3개월에 한 번씩은 방문했어요.
배정원 그때도 부부관계는 없었다는 거죠? 혹시 남편이 현지에 사귀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해본 적은 없고요?
배정원 남편의 해외 체류는 언제까지 계획하고 계신가요? 재결합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주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걱정이에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이가 해외로 학교를 가고 싶어 해 조만간 남편과 함께 살아야 할 듯해요. 10년을 남처럼, 원수처럼 지냈는데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요?
배정원 일단 주부님이 재결합할 마음이 있는가가 중요하죠. 지금처럼 살얼음판을 걷듯 무늬만 부부처럼 살 수는 없어요. 본인 스스로도 행복하지 않잖아요. 결정을 하셔야 해요. 그게 이혼인지, 재결합인지는 본인이 정해야지요. 이제 인생의 반밖에 살지 않았는데 남을 위해 살 수는 없잖아요.
주부 아이를 생각하면 이혼도 감당이 안 돼요.
배정원 부부가 행복하자고 한 결혼인데 남남처럼 사는 건 말도 안 돼요. 함께 사실 거라면 일단 모든 상처를 덮으면 어떨까요? 과거의 일을 일일이 꺼내서 사과를 몰아서 하는 건 졸속이 될 수 있어요. 아예 처음부터 새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거예요.
주부 수많은 상처를 덮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배정원 지금 가시는 곳이 외국이라 전문가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없잖아요. 결국 모든 문제를 부부 둘이서 해결해야 하니 그 방법 중 하나는 서로의 상처를 헤집지 않는 거예요. 물론 살다 보면 과거 이야기가 하나씩 나올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사과를 하고 지나가는 거죠. 평소 태도가 중요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느냐”라고 백허그를 하는 등 가볍게 마음을 표현해보세요. 부부간에 신뢰를 쌓는다는 건 집을 짓는 거예요. 사랑과 배려로 벽돌을 쌓고 섹스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거죠.
주부 사실 남편이 관계를 몇 번 시도했었지만 제가 늘 차갑게 거부했어요.
배정원 남편에게 “당신과 살기 위해 왔다”라고 솔직히 이야기하세요. 세상에 완전한 용서란 것은 없어요. 그러니 용서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재혼한 것처럼 다시 시작하세요. 그 마음의 베이스에는 선의가 깔려 있어야 해요. 어찌됐든 20년을 부부로 살았고, 극악하게 싸우기도 했지만 앞으로 함께할 날들을 생각해야지요.
주부 감정 정리가 잘 되어 부부관계를 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아플 거 같고 싫어요. 남편에게서 구취가 나서 키스조차 하기 싫을 것 같아요. 부부관계를 한다면 굉장히 수동적이 될 거 같아요.
배정원 섹스를 남편과의 관계 회복의 도구만으로 생각해서는 안 돼요. 우선 본인이 즐겁고 행복해야지요. 오르가슴을 느끼나요?
주부 네. 느꼈었죠.
주부 섹스는 마치 해결해야 할 숙제나 짐처럼 느껴져요.
배정원 섹스는 한 번이에요. 한 번 잘되면 그 다음부터는 문제가 없어요. 근데 남편과 시작하실 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어요. 앞서 말한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세요. 이제 외국에 가시면 주부님은 일을 못하시니 남편의 월급만으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돈을 부모님에게 드리면 문제가 또 생겨요. 남편에게 다른 가정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자고 얘기해보세요. 우선 부부생활이 튼튼해야 부모도 잘 봉양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이 모든 이야기를 비난하는 투가 아닌, 선의를 가지고 이야기해보세요. 가시기 전에 남편에게 이메일을 써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거예요. ‘아이가 흙탕물 이야기도 하더라. 애도 얼마나 상처받고 괴롭겠나. 좋은 부모가 되자’라고 말이죠.
한OO 주부를 위한 배정원의 팁
1 부부는 10년의 세월을 남처럼 지냈어요. 이것을 회복하려면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편안할까, 따뜻해질까.’ 늘 생각하세요. 상대방이 ‘나를 위해 애써주는구나’ 하는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헌신이 희생과 다른 점은 스스로 기꺼이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은 ‘싫지만 하겠다’가 아니라 ‘기꺼이 하겠다’입니다.
2 10년간 섹스를 하지 않았다면 성감이 무뎌졌을 수도 있어요. 자위를 통해 자신의 성감에 눈을 뜨면 남편과의 섹스도 만족스럽게 이뤄질 수 있어요. 자신을 위해, 남편을 위해 성감을 개발해보세요. 또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갖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거울 앞에 서서 찬찬히 나를 돌아보세요. 내가 얼마나 예쁜지 말이죠.
옥OO 주부
나이 : 52세
직업 : 자영업
자녀 : 딸(18), 아들(16)
남편 : 공무원(53)
주부 저는 결혼을 하고 한 달 동안 무척 힘들었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관계를 했거든요. 게다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결혼이란 이런 건가’, ‘남편이 이것 때문에 결혼했나 보다’ 고민도 많이 했어요. 신혼 초에는 “아무래도 이혼해야 할 것 같다”라고 심각하게 친구들에게 상담하기도 했어요.
배정원 여기 모인 주부님들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시군요?(웃음)
주부 글쎄요. 전 고민이 많아요.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남편의 성욕은 여전하다는 점이에요. 1주일에 세 번은 해요.
배정원 굉장히 왕성하시네요. 아이들이 한창 예민할 때인데, 도대체 언제 그렇게 하시는 건가요?
주부 주로 새벽에 해요. 제가 판매업을 하기 때문에 밤늦게 들어오니까요. 새벽 1시에 하고 조금 잔 다음에 6시에 일어나서 또 해요. 그러고는 아침 식사 준비를 하죠.
배정원 두 번이나 하시면 피곤하지 않으세요? 오히려 횟수를 조절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주부 맞아요. 몸이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남편이 원하니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정원 사실 새벽 섹스는 남자들에게는 좋아요.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시간이거든요. 그런데 주부님은 만성피로에 시달리시겠는데요(웃음). 그래도 섹스는 순기능이 더 많아요. 일단 혈액순환이 잘되고 요실금도 예방하죠. 너무 피곤하지 않게 횟수만 조절하시면 큰 문제가 없는, 아니 아주 행복한 부부신대요?
주부 저는 피임법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남편이 콘돔을 싫어해서 체외 사정을 하거든요. 피임약을 복용하자니 매일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요.
배정원 체외 사정은 실패할 확률이 큰 피임법일 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 꽤 큰 스트레스예요. 임의로 자신의 몸을 억제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남자가 사정할 때 여자도 함께 굉장한 오르가슴을 느끼기도 해요. 주부님이 루프를 하시는 건 어떠세요?
주부 전에 해보긴 했는데 루프를 제거할 때 많이 힘들었어요.
배정원 질 속에 라텍스 재질의 질 링을 삽입하면 소량의 호르몬이 나와 배란을 억제해 피임을 하는 ‘누바링’이란 것도 있어요. 피임약을 먹는 것과 같이 21일간 피임이 되죠. 또 이식형 피임법으로 시술을 통해 팔뚝에 ‘임플라논’이란 기구를 넣어놓는 거예요. 소량의 호르몬이 배출돼서 3년간 피임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간단한 만큼 비용도 비싸고 개인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옥OO 주부를 위한 배정원의 팁
1 주부님은 상담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성생활을 즐기고 계시네요. 단지 피곤하지 않도록 횟수만 조절하시면 될 것 같아요. 새벽에 하시더라도 아이들 때문에 소리가 걱정된다면 잔잔한 음악을 켜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사가 있는 건 잡념이 생기니까 연주 음악으로 준비하세요. 섹스는 집중력을 요합니다. 오죽하면 집중력이 뛰어난 똑똑한 여성들이 성생활을 더욱 즐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을까요.
2 아이들에게 부부의 성생활을 노출시키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죠. 부부의 방문은 항상 닫아놓으세요. 아무리 가족이라도 사생활을 지키는 걸 가르치는 방법이죠. 방문을 버젓이 열어놓으면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들어오는 걸 당연시 여길 수 있어요. 가능하면 부부가 쓰는 욕실도 아이들이 쓰지 못하게 하시고요.
+섹스리스로 고민하는 분들을 모시고 배정원 소장님의 개별 상담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솔루션을 원하시는 분들은 이메일(ladykh@khan.kr)로 이름과 주소, 연락처, 사연을 보내주시고 제목에 [섹스리스 고민]이라고 적어주세요. 신원은 철저히 보호해드립니다.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섹슈얼리티 코치’로 불리는 성 전문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 성교육 및 성상담을 시작했으며, 2004년에는 군인 성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국방부 장관 감사장을 받았다.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성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또 세종대학교에서 ‘성과 문화’, ‘연애와 결혼 관계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가 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배정원(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02-6203-0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