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OO 주부
나이 47세
직업 전업주부
자녀 8세 딸
남편 회사원, 47세
“남편의 과거 여자 때문에 섹스리스가 됐어요”
주부 제가 아이를 낳고 1년쯤 됐을 때 남편의 전 여자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어요. 제가 임신 기간 중일 때 제가 남편과 계속 만나고 있었던 거죠. 그 이후로 부부생활이 원활하지 않아요.
배정원 예전 여자친구는 어떻게 만났고 어떤 관계까지 갔나요?
주부 남편이 결혼을 한 뒤에도 그 여자가 계속 연락을 해온 것 같더라고요. 세 살 연상에 애가 둘 있는 ‘돌싱’이었어요. 그런 상황에 여자가 남편에게 매달렸어요. 그걸 받아준 남편이 용납이 안 됐어요.
배정원 과거에 사귀던 여자가 불행해지면 순간적으로 연민을 느낄 수도 있죠. 보통의 능력이 되는 남자라면 도와주려 할 거예요. 그렇게 정서적으로 마음이 통했다면 연인이었던 사이는 바로 섹스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지요. 지금은 그 여자와의 관계가 청산된 건가요?
주부 네. 제가 알게 된 뒤로 끝났지요. 게다가 남편은 요즘 한눈팔 상황이 아니에요. 하던 가게가 적자가 심해 접고 늦은 나이에 취업을 했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회사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는 편입니다.
배정원 남편은 아내가 왜 자신을 밀어내는지 그 이유를 아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부부사이에 큰 위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남편에게 속마음을 얘기해본 적 없나요?
주부 갑자기 화가 치밀어서 얘기를 좀 하려고 하면 “쓸데없이 지난 얘기는 꺼내지 말라”고 해요.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말을 딱 잘라요.
배정원 남편이 외도를 했다고 모든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에요. 남편이 불결하게 느껴지고 배신감도 상당하겠죠. 부인께서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살겠다고 결정한 거잖아요. 이왕 사는 거라면 내 삶의 질을 생각해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부부간에 6개월만 문제가 쌓여도 싸우기만 하고 해결이 안 되는데 7년 동안이나 그렇게 사셨다니, 정말 허송세월 보내신 거와 다름없어요.
주부 외로워요. 거의 애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데, 가끔 아이마저 절 힘들게 할 때는 진짜 외로워요. ‘너도 아빠 피를 물려받았으니까 날 떠나겠지?’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어요.
배정원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남편도 잠깐 마음이 흔들린 거지 주부님을 떠난 건 아니잖아요?
주부 네. 과거에 그 일을 덮고 가면서 남편을 용서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갱년기라서 그런지 몸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더 원망스럽고 화가 나요.
배정원 그건 우울증일 수 있어요. 밖에서 사람들을 사귀어도 그 안에 온전히 들어갈 수 없고 사는 게 별로 재미없고 어딘지 뚜렷하지는 않은데 몸이 아픈 것, 마음의 문제일 수 있어요. 남편이 스스로 가정으로 돌아온 건가요?
주부 네.
배정원 외도를 포함해서 부부 사이에 어려움을 잘 넘긴 사람들이 더욱 돈독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어요. 주부님도 지금 삶을 60세에 돌아보면 후회되지 않겠어요? 외롭게 사랑도 안 하고 섹스도 안 하고. 남편은 그저 돈만 벌어다주는 사람. 가족이라는 이유로 너무 불행하게 사는 거잖아요. 그렇게 사실 거면 그냥 끝내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 수도 있어요.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편지로 마음을 전해본 적은 있나요?
주부 써놓긴 했는데 차마 전해주지 못했어요. 자존심 때문에요.
배정원 내가 속상하고 기분 나쁘다는 걸 상대방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더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닌가요?
주부 용기가 나지 않아 자꾸 숨기려고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정원 남편에게 여태까지 과거 일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지 않은 거죠? 어쨌든 매듭은 지어야 해요. 같이 사실 거니까요.
주부 풀려고 얘기를 시작하면 남편이 귀찮아하고 피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고 싸움이 되니까 오히려 사이가 나빠지는 게 아닌가 해서 고민이 많이 됩니다.
배정원 애초에 섹스를 거부할 때 남편에게 어떻게 하셨나요?
주부 “이리 와” 하고 끌면 “놔”, “됐어” 하고 거절했죠. 저도 마음이 가질 않으니 냉정해질 수밖에요.
배정원 섹스를 거절당하는 건 나 자신을 거절당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면 상대방이 점점 더 미워지죠. ‘쳇! 앞으로 내가 먼저 하자고 하나 두고 보자’, ‘그거 아니어도 나 살 수 있어’라며 점점 부부는 섹스리스의 길로 가게 되는 거예요. 제일 무서운 폭력 중 하나가 ‘무시’예요. 말 걸 때 대답하지 않거나 경멸의 눈빛을 받았을 때 가장 절망을 느낀다고 해요.
주부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배정원 억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면 한 번 얘기하고 끝내세요. “그때 내 마음은 당신을 비난했던 게 아니라 당신이 떠날까 봐 두려웠어”라고 해보세요. ‘힘들었어, 미웠어’만 강조하면 남편은 ‘아직도 나를 미워하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어요. 지금 남편에게 힘이 돼주세요. 늦은 나이에 취업을 해서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어요. 남자는 ‘인정받는 데’ 목숨을 걸고, 여자는 ‘사랑받는 데’ 목숨을 건다고 해요.
주부 안 그래도 요전에 딸아이가 “엄마, 아빠한테도 물 좀 줘. 나한테만 주지 말고”라고 얘기해서 깜짝 놀랐어요. 아이도 엄마와 아빠 사이를 눈치 채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배정원 남편을 별로 챙기지 않는다는 걸 아이도 어느 정도 알고 있네요. 사랑은 가르칠 수 없어요. 보고 배우는 겁니다. 남편을 쌀쌀맞게 대하고 무시하는 걸 보면 아이도 커서 남편에게 그렇게 해요. 또 그렇게 하다 보면 아이도 아빠를 무시하지 않겠어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부부관계, 회복하세요.
주부 그동안 남편을 원망만 하고 내 마음을 너무 다치게 했어요. 이제는 과거에 매어 살지 말아야지요.
김OO 주부를 위한 배정원의 팁
내 남자와 대화, 두괄식으로 해라
“내 얘기 좀 들어줘.” 이 말을 꺼내는 순간 남자들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바뀌죠. 여자들의 이야기는 늘 미괄식이기 때문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한 과정이 길어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 시간을 참고 듣고 있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쩌라고’ 하며 감정적이 돼 결국 결말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자에게 이야기할 때는 처음부터 화두를 던지세요.
‘되묻기’ 말싸움
말싸움 도중에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싸우면서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내가 할 말만 생각하며 머리가 풀가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이기려고만 하는 싸움이에요. 결론이 나지 않아요. 그 사람의 말을 잘 듣기 위한 ‘생산적인’ 싸움을 해보세요. 제일 좋은 방법은 상대방의 말에 “당신이 말한 것이 이런 뜻인 거야?”라고 되묻는 싸움법입니다.
아이는 독립시키자
주부님은 우선 아이 방에서 빨리 나오세요. 아이가 두려워한다면 방문을 서로 열어놓고 잔다든지, “엄마를 부르면 언제든지 갈게”라는 말로 안심시키세요. 그리고 자신의 원래 자리인 남편의 옆자리로 가세요.
나이 40세
직업 전업주부
자녀 10세 아들과 돌쟁이 늦둥이 아들
남편 언론인, 45세
“남편은 자꾸 원하는데, 전 좋은 줄 모르겠어요”
주부 저는 남편의 틀이 너무 답답해요. 다정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지만 제 만족이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남편과 섹스하는 것도 싫어요. 처음 출발점부터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신혼 때 남편은 섹스를 하지 않으면 꼬박 밤을 새가며 조를 정도였어요. 정말 매일 했어요. 지금도 그리 하라고 하면 할 거예요. 1주일에 서너 번은 해왔으니까요.
배정원 남편이 원해서 의무방어전을 하시는군요.
주부 그렇지요. 현재 남편은 지방 발령을 받아 저와 떨어져 살고 있어요. 2주에 한 번씩 올라오는데 제가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몰라요. 이렇게 혼자 살아도 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예요.
배정원 남편의 애무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주부 일단 스킨십은 저도 좋아해요. 팔을 만진다거나 안긴다거나…. 거기까지는 좋은데 남편은 항상 그걸 섹스로 이어가려 하니까 싫고 그래서 가벼운 스킨십도 부담스러워요.
배정원 남자는 만지기 시작하면 발기가 되니까요. 또 삽입이 중요하죠. 그걸 통하지 않고는 오르가슴을 느끼기 어려우니까요. 혹시 남편의 애무가 충분하지 않은 건 아닌가요?
주부 저는 애무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남편은 오히려 자기를 충분히 애무해주길 원하고 오럴도 해주길 원해요.
배정원 남편이 늘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 부인께서 만족하지 못하는 듯해요. 남편에게 농담을 던지듯이 말씀해보세요. “오늘 나를 흥분시키지 못하면 당신,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야”라고 하면 남편은 여러 가지 노력을 할 거예요.
주부 모르겠어요. 저는 섹스가 삶에서 없으면 허전할까? 과연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호르몬에 문제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배정원 여자의 성욕은 부추길 수 있는 호르몬이 없어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쓰기도 하지만 저는 권하고 싶지 않아요. 여자의 성욕은 심리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거든요. 애무의 방식을 좀 바꿔보세요. 남편과 성에 관한 얘기를 하실 수 있나요?
주부 네. 거리낌 없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배정원 그럼 “내가 요즘 둔감해진 것 같아, 등 한번 애무해줘볼래요?”라고 부탁해보세요. 제가 보기에는 부인께서 섹스의 좋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르가슴을 느끼나요?
주부 막내를 낳고 나서 정말 짧게 되게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약간의 짜릿함? 그런데 어느 순간 바로 없어졌어요.
배정원 애무로 흥분이 돼 있더라도 막상 남성이 성기를 삽입했을 때 성감이 확 떨어지는 여성들도 꽤 많아요. 잠깐 딴 생각을 해도 금방 떨어지고요.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이 삽입하는 순간에도 계속 만지고 흥분시켜야 진짜 만족스러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죠.
주부 사실은 왜 그렇게 노력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성욕이 다른 건 서로 속궁합이 맞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닌가요?
배정원 성적 욕구의 정도가 다른 건 모든 부부의 문제예요. 그걸 협상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부부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거예요. 음식 취향도 부부간 서로 다르지만 별 문제 없잖아요. 오히려 서로를 위해 음식을 밀어주거나 하잖아요. 섹스도 마찬가지예요.
주부 가끔 남편에게 자주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배정원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예를 들어 남편은 네 번 하고 싶은데 나는 두 번밖에 못해줘서 미안하다. 그러면 그 두 번을 아주 멋지게 해주면 되잖아요.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면 아주 이상적인 부부관계예요. 단지 부인께서 섹스의 즐거움이나 장점에 대해 좀 더 아셨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오로지 내 만족을 위해서 움직여보세요. 남편에게 요구하면 알아서 해줄 분이신 것 같아요.
최OO 주부를 위한 배정원의 팁
성감대는 그때그때 달라요
성감대는 늘 옮겨 다녀요. 어떤 날은 가슴이 무척 예민해서 애무받기 싫은 날도 있어요. 그럴 때는 남편에게 다른 곳을 해달라고 말하세요. 등, 목, 옆구리 전부 성감대예요.
부부의 소통 방식은 2가지
부부의 소통 방식 중 하나는 언어. 또 하나는 보디랭귀지, 섹스예요. 섹스가 잘되면 대화가 잘되고, 대화가 잘되면 섹스가 원활해요. 밝히는 남편을 동물적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몸과 마음은 떼어놓을 수 없는 건데, 마음은 고상하고 몸은 저급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어요. 섹스는 동물적인 것도 저급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자연스러운 거예요.
This is The Moment
지금 이 순간 남편과의 사랑을 느끼고 집중해보세요. 인간이 행복하게 섹스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사실 그리 길지 않아요.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이 성적 감도는 떨어져요.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남편을 사랑하세요.
배정원은…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섹슈얼리티 코치’로 불리는 성 전문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 성교육 및 성상담을 시작했으며, 2004년에는 군인 성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국방부 장관 감사장을 받았다.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성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또 세종대학교에서 ‘성과 문화’, ‘연애와 결혼 관계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가 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배정원(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02-6203-0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