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섹스리스, 그 후 이야기

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

주부 섹스리스, 그 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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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 소장과 섹스리스 부부를 위한 ‘Love Again’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10명의 섹스리스 주부를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듣고 솔루션을 제안했다. 그 후 그들은 섹스리스의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났을까, 아니면 여전히 불만족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상담을 받았던 주부 2명을 다시 만나 그 이후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이른바 친절한 A/S 성교육이다.

[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그 후 이야기

[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그 후 이야기

지난 8월에 상담을 받았던 최OO 주부 불감증, 그저 의무감만 남은 섹스
“남편은 주말마다 섹스를 하지만 문제는 저는 전혀 즐겁지가 않다는 겁니다. 여태 오르가슴이란 걸 잘 모릅니다. 평소 표현에 서툰 남편은 이불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애무를 해주지 않아요. 저 또한 제 몸에 누군가의 살이 닿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의무방어전으로 하는 섹스가 귀찮을 뿐입니다.”

배정원 소장의 솔루션
1 성욕은 발현의 문제입니다. 본인의 성감 개발을 위해 자위를 해보세요.
2 섹스를 할 때 남편의 어떤 행동도 방해하지 말고 자유롭게 몸을 탐색하도록 두세요.
3 갇혀 있는 자신만의 틀을 깨버리세요. 하루에 한 가지씩 ‘좋아하지만 하지 못했던 일’을 마음껏 해보세요.

배정원 제가 자위를 해보라고 했는데, 연습해봤나요?
주부 그때 자신의 성기를 관찰해보라고 하셔서 거울로 보긴 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지식이 없는 채로 보니 뭐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배정원
자기 몸을 그 정도로 모르고 있었단 말이에요? 남편과 대화는 해봤나요?
주부 남편에게 상담받은 내용을 얘기했어요. 서로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말이죠. 남편은 좀 의아해하더라고요. “그런 거에 노이로제 있었어?”라며. 남편의 아무 문제없다는 태도에 ‘그럼 내가 문제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정원 사실 상담은 부부가 함께해야 문제를 해결되기 쉬워요. 단지 섹스리스가 아니더라도 ‘문제없음’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한쪽이 느끼지 못하고 섹스가 즐겁지 않으면 당연히 문제죠. 자위를 강조했던 이유는, 여성은 자신의 성감을 알게 되면 몸의 위치를 스스로 바꾸면서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또 어떻게 해야 좋은지 알아야 남편에게도 “여기를 해줘”라고 말할 수 있는 거니까요.
주부 자위의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요.

배정원 샤워할 때 물줄기가 닿으면 특별히 짜릿했던 부분은 없나요?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 느낌이 올 거예요. 일단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내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세요. 성기를 직접적으로 만지기 불편하면 속옷 위로 만지거나 수건이나 복슬복슬한 인형으로 터치를 해보세요. 또 남편에게는 애교 좀 부려보고요.
주부 남편이 반응이 있어야 애교가 나오지요. 평소에 나름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해도 반응이 없어요. 그럼 아이를 보면서 말할 수밖에 없고요.

배정원 웃지 않으면 억지로 간질여보세요. 부인도, 남편도 몸의 긴장도가 높은 분인 것 같아요. 옆에 나란히 앉아서 TV를 볼 때 손이나 어깨를 만지며 스킨십을 해보세요. 스킨십 없이 섹스가 잘 되나요? 내가 좀 더 한다고 손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부부간에는 경쟁해서 이기는 건 없어요. 또 애무를 많이 하면 남자의 정액 양이 늘어요. 많은 양을 사정할수록 더 쾌감을 느끼죠.
주부 자위를 하다가 결국 만날 혼자 하는 거 아닐까요?(웃음)

배정원 당분간 혼자 해도 돼요. 여자들은 자위를 통해 섹스중독이 되지 않아요. 단 바이브레이터에 중독되면 보통 남자들과의 관계가 재미없을 수 있죠. 사람들이 풀숲을 자꾸 지나가면 길이 나는 것처럼 신경계는 자꾸 개발해주면 점점 자극을 받는 속도가 빨라져요. 또 남편과 섹스를 할 때 소리를 좀 내세요. 미국 성 치료사들은 자신의 성교 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라고 해요. 자신의 소리를 들으면 흥분이 되거든요.
주부 저희는 정말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요. 선생님 얘기를 듣고 작정하고 “아!” 하고 소리를 내봤는데 남편이 깜짝 놀라서 “어디 아파?”라고 하더라고요.

배정원 좋아서 그렇다고 얘기를 해야지요!
주부 어머, 그런 말 못하죠!

배정원 제 상담자 중에는 남자가 너무 소리를 참아 여자가 재미없다고 한 경우도 있었어요. 여자가 소리를 내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호텔에 가면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수건으로 문틈을 막는 게 일이었대요. 옆방에서 말소리가 들리면 우리 소리도 들리겠다고 걱정하는 남자였어요. 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게 솔루션이었죠. 결국 참지 않고 소리를 내봤는데 여자도 좋았고 남자도 자신의 소리를 들으며 한결 편안해졌다는 거예요.
주부 갑자기 소리를 내면 제 남편도 놀라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그리고 섹스를 하면 전 짜증이 늘어요. 남편의 요구로 여성 상위를 하는데 야릇한 느낌이 와서 속도가 빨라지거나 하면 “천천히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는 짜증이 나요.

배정원 남편이 사정할 것 같으니까 그렇죠. 그럴 때는 협조를 해줘야 돼요. 남자는 쾌감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돌아올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요. 그때는 사정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여자는 하다가 잠깐 멈추고 또 해도 다시 올라가요. 자극이 올라갔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 그게 바로 멀티 오르가슴이라고 하는 거죠. 조절을 잘하는 남자와 여자는 스무 번도 넘게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거의 탈진 상태로 끝이 나죠.
주부 저희 부부는 하고 나서 너무 멀쩡한 거네요. 그냥 각자 샤워하러 가니까요(웃음).

배정원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면 남편도 부인도 굉장히 점잖게 살았네요. 우선 자신이 스스로의 몸에 편해져야 해요. 그래야 상대방 앞에서 자연스러울 수 있어요. 보통 자위를 죄의식과 연결하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만져서 즐거움을 찾는 건 죄가 아니에요. 나를 사랑하는 일이에요. 두 분이 영화를 좀 보는 건 어때요?
주부 제 남편은 포르노는 안 봐요.

배정원 포르노보다 가벼운 에로 장르의 영화요. ‘쌍화점’에서 조인성과 송지효의 베드신을 보세요. 남자가 여자에게 애무는 어떻게 하는 거라는 걸 남편도 알 필요가 있어요. 또 부인께서는 늘 단정한 모습보다는 샤워 후에 가운만 입는다든가 실크 슬립을 입은 모습도 종종 보여주세요.

주부 저희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선생님과 상담을 한 후에 연애 시절 사진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옛날에는 둘이 껴안고 뽀뽀하고 난리가 아니더라고요. ‘이런 때가 있었나?’ 생각하니 기가 막혔어요. 결혼하고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왜 이렇게 불편해졌을까’ 생각해봤어요. 남편 사업이 예전 같지 않아 많이 위축된 면도 있어요. 저한테 미안하다는 말도 자주 하고요.

배정원 인생을 살면서 부정적인 일을 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거기 매여 있으면 퇴보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쁜 일이 생겼어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면 좋을 것 같아요. 더 큰일이 닥칠 것을 액땜으로 막은 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배정원 소장의 A/S 한마디
1
진지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산다는 건 재미가 있어야 해요. 과거에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남편에게 팔짱을 끼고 장난치고 칭얼대기도 해야 해요. 부부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갑자기 어른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남편과 아내는 영원한 연인이에요. 그 점을 명심하세요.

2 일상에서 긴장감을 해소시켜주세요. 남편이 일적으로 긴장을 많이 한다면 풀어주세요. 사실 기분 좋은 섹스는 최고의 피로 해소제입니다. 그걸 아내가 해줘야지 누가 해주겠어요. 발바닥에 움푹 들어간 부분을 마사지해주면서 살과 살이 자꾸 닿게 하고 서로 익숙해지도록 노력하세요.

지난 7월에 상담받았던 정OO 주부 일과 양육 병행, 고단함을 알아주지 않는 남편
“저희는 원래 다양한 방법으로 섹스를 즐겼던 부부예요. 그러다 얼마 전 재정적인 이유로 제가 일을 늘려서 하게 됐고 일과 양육을 병행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쳐요. 게다가 남편은 저를 배려해주지 않고 섹스만 요구합니다.”

배정원 소장의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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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참지 말고 남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세요. 말로 전하기 힘들면 편지를 쓰는 방법도 좋아요.
2 가사, 육아, 섹스 모두 부부가 분담하는 규칙을 정하세요. 부당한 상황을 속에 쌓아놓기만 하면 결국 터집니다.
3 정 힘들면 남편과 아이를 두고 여행을 떠나세요. 그리고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지세요.

배정원 집에 돌아가서 남편에게 편지를 썼나요?
주부 네, 했어요. 정말 큰 효과가 있었어요. 편지를 쓰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어요. 전에는 잘 몰랐는데 제가 평소에 소리를 크게 지르고 화를 자주 냈더라고요. 남편은 고집이 센 편이라 별로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편지를 읽고 조금씩 변하려고 해요.

배정원 섹스가 힘들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해결이 됐나요?
주부 여전히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제가 일을 많이 해야 하고 매일이 힘드니 성욕이 감퇴돼요.

배정원 구체적으로 어떤 재정적인 문제가 있나요?
주부 우선 40대에 무리해서 집을 샀고, 친정이 파산하는 바람에 매달 소녀가장처럼 도와야 해요. 그건 늘 있는 문제니 그렇다 치는데요. 최근에 큰 문제가 생겼어요. 추석 때 시댁에 갔다가 형님 댁 부부와 트러블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아버님께서 저를 심하게 나무라시는 거예요. 오죽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정이 되지않아 차를 길가에 세웠겠어요. 남편이 싫은 건 아닌데 얼굴에서 자꾸 시아버님이 보여요.

배정원 남편이 시댁에서 상처받은 걸 위로해주지 않던가요?
주부 위로해줬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예요. 시댁 얘기만 나오면 늘 회피해요.

배정원 섹스는 몸으로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마음이 먼저 통해야 되는 거고요. 지금 부인은 섹스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동지로 같이 사느냐의 문제가 더 커 보이는군요.
주부 제가 답답한 나머지 “나랑 살 거야, 시댁에서 살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거예요.

배정원 에이, 그런 질문은 하면 안 되죠. 반대로 남편에게 그런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건 대답할 수 없는 우문이에요. 또 편지를 쓰세요. 말로 전달하다 보면 감정이 올라오잖아요. 앞서 경험했듯이 편지라는 건 ‘나를 돌아보는 작업’이기도 하니까요. ‘친부모님같이 생각했는데 무척 서운하고 속상하다. 시댁에 가면 할 일은 하겠지만 집에 오면 내편을 들어달라’라고 말이죠. 또 ‘당신을 믿는다’라고 덧붙이면서 채찍과 당근을 같이 주는 거예요.

주부 화날 때마다 편지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요?

배정원
그럼 어때요. 지금이 소통이 되는 모든 수단을 써야 할 때인걸요. 부인께서 설득력 있게 쓰는 능력이 있는 것 같으니 편지를 쓰면서 마음을 풀어보세요. 상담자 중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어요. 첫째 며느리가 한마디로 얌체였던 거예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부모님 생신에 오지도 않았죠. 10년 동안 둘째 며느리가 생신을 챙겨드렸는데 딱 한 번 챙기지 못했대요. 그때 첫째 며느리가 와서 정말 잘해드린 거죠. 그랬더니 10년 고생은 물거품이 되고 시부모님은 ‘역시 큰며느리’라고 하셨대요. 시댁에는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정도만 하세요. 시부모님에게 자신만 사랑받는 며느리로 보이고 싶은 것, 그것도 욕심이에요.

주부 형님네 부부도 무척 이상해요. 장사에 실패하거나 도박에 손을 대 늘 시부모님께 손을 벌리고요. 저희에게까지 손을 뻗쳐요. 근데 남편은 형이라는 이유로 돈을 빌려주려 해요. 저희가 넉넉한 형편이라면 드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도 힘드니까요.

배정원 집집마다 한 사람씩 문제아가 있어요. 그런 부탁을 끊지 않으면 힘들어져요. 부인께서 악역을 하세요. 형님이 빌리러 오면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세요. 처음에는 야박해 보여도 그게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이에요.
주부 남편하고 싸우기가 싫어서요.

배정원 남편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봐요. 그것 때문에 이혼하는 집이 얼마나 많은데요. 형이 건실하게 장사를 하려고 빌려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행성이 많은 분이라 안 됩니다. 부인 말을 듣지 않으면 전문가를 함께 찾아가서 재무 상담을 받으세요.

배정원 소장의 A/S 한마디
1 인생은 산 넘어 산이네요. 인간이 고민 없이 살 수는 없을 거예요. 전에도 얘기했지만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도 문제일 수 있어요.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밀당’이 필요해요. 또 끊어야 할 때는 끊을 줄 알아야 합니다.

2 성 상담은 섹스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Sex’가 아니라 ‘Sexuality’, 성적 욕망이나 심리를 비롯해 이데올로기, 제도나 관습에 의해 규정되는 사회적인 요소까지 포함해요. 상담을 통해서 섹스에 관한 물리적인 행위만 문제 삼아 고치려 하지 말고, 마음을 고치며 관계를 개선해야 부부관계가 좋아지는 겁니다. 상대방에게 모든 걸 주고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미덕입니다.

[성 전문가 배정원의 부부를 위한 성교육]주부 섹스리스, 그 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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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은…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섹슈얼리티 코치’로 불리는 성 전문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서 성교육 및 성상담을 시작했으며, 2004년에는 군인 성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국방부 장관 감사장을 받았다.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성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또 세종대학교에서 ‘성과 문화’, ‘연애와 결혼 관계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가 있다.

■정리 / 이유진 기자 ■어시스턴트 / 강수진 ■사진 / 김영길 ■도움말 / 배정원(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02-6203-0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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