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 자동차, 내 자동차!

남편 탐구생활

(8) 내 자동차, 내 자동차!

종종 ‘결혼을 한 건가, 큰아들을 키우고 있는 건가’ 싶어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평소에는 어른스럽던 그가 일곱 살 아이들에 버금가는 ‘떼’를 쓸 때 특히 그렇다. 자동차를 비롯해 휴대전화, 게임기 등 각종 기계 앞에서 무너지는 내 남자, 왜 그러는 걸까?

[남편 탐구생활](8) 내 자동차, 내 자동차!

[남편 탐구생활](8) 내 자동차, 내 자동차!

Q 얼마 전 “월세를 살더라도 큰 차로 바꾸고 싶다”라는 남편 친구의 말을 듣고는 기함할 뻔했습니다. 자신의 값어치를 차로 평가받으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도대체 남자들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일까요?

남자들에게 자동차란…, 탈것에 대한 본능인 것 같아요. 남자들은 과거부터 사냥을 하면서 말을 타왔잖아요. 그만큼 움직임에 예민해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험을 했는데 남자들은 ‘슈퍼마리오’란 게임을 할 때마다 마리오가 점프를 하면 실제로 자신의 다리 근육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반짝반짝거린다고 해요. 이미 뇌가 점프한 것과 똑같은 반응을 하는 거죠.

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보면 남자들에겐 자신만의 동굴이 있다고 하죠. 개인적으로는 현대인들에게 그 동굴이 바로 자동차가 아닐까 싶어요. 집에서 벗어난 공간,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이죠. 남자들은 집에서 회사로 갈 때, 회사에서 집으로 갈 때 주로 타잖아요. 휴대용 동굴인 셈이죠. 여자들이 ‘집을 예쁘게 꾸며야겠다’라고 애착을 보이는 것처럼 남자들은 자동차에 애정을 쏟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해요.

Q 혹자는 남자의 자동차는 여자의 백과 같다고 하더군요. 물론 개중엔 자동차에, 백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죠. 제 남편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한 번도 ‘차 타령’을 한 적이 없던 그가 주변에서 하나둘 새 차를 구입하자 돌변하더라고요. 매일매일 자신이 사고 싶은 차의 사진을 찍어 보내고, 그 차를 볼 때마다 “어! 미래의 내 차!”라고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결국 지난달 그 미래의 차는, 현재의 차가 됐지요.

남자들은 어느 순간 무언가에 ‘덜컥’ 하고 빠지곤 해요. 그게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상관없어요. 그렇게 애착관계가 형성되는 건데요. 남자들의 입장을 변호하자면, 자동차는 사람과 굉장히 비슷하잖아요. 눈도 있고, 입도 있고, 연료도 들어가고, 배기가 되고(웃음)…. 디자인을 하는 분들도 생명체를 본떠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반응 없는 백보다는 반응하는 자동차가 더 매력적이죠. 더욱이 어릴 적부터 로봇 태권브이를 보고 성장해오지 않았습니까. 비행기나 자동차를 조종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교감을 나누지는 못해도 남자들과 자동차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코드가 있어요.

Q 애착관계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네요. 제가 운전이라도 하는 날이면 혹여 차에 상처를 내진 않을까 평소보다 곱절의 연락을 합니다. 간혹 자동차에 애칭까지 붙이며 애인 다루듯 하는 분들도 봤는데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라 정말 다행이에요(웃음).

그런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웃음). 한 개그맨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식은 아무리 좋아도 말을 안 듣는데 자동차는 가라고 하면 가고, 서라고 하면 서고 말을 잘 듣는다고요. 세상에 이렇게 순종적인 부하가 어디 있어요? 심지어 잔소리도 안 해요(웃음). 단지 감정이 없을 뿐 온전히 내 쓸모에 의해 움직이니까 지상 최고의 장난감인 셈이죠.

Q 의아한 건,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자동차를 몰면서 난폭해지는 건 왜죠?

사실 100km로 달리는 자동차, 얼마나 위험해요. 그런데도 차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져요. 안정감을 주도록 설계됐고 그렇게 광고를 하고, 그러다 보니 안심을 하죠. 가만히 보세요. 평상시엔 누가 내 발 밟고 지나가거나 툭 치고 지나가면 사과하면 끝이에요. 그런데 운전을 하면서 누가 나를 새치기 했다? 살짝이라도 긁었다? 난리가 납니다(웃음). 감정적으로 화가 나 그런 것도 있지만 운전대를 잡는 순간, 나에게는 보호막이 생긴다고 믿는 거예요. 그래서 더 강해지는 거고요. 또 하나는 ‘안 들릴 것이다’라는 안도감. 아까도 말했지만 나만의 비밀 공간이잖아요. 남자들에겐. 그러니까 내가 어떤 분풀이를 해도, 속마음을 털어놔도, 그게 욕일지라도 ‘괜찮다’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습관이 됐다면 옆에 누가 타도 그게 멈춰지지 않고요.

Q 흥미로운 건 어른들만 그런 것 같지 않아요. 꼬마 아이들도 자동차를 좋아하잖아요. 자동차만 선물하면, 정말 좋은 이모가 되더라고요(웃음). 이런 것도 본능일까요?

남자아이들은 블록을 쌓을 때 흩어지도록 높이 쌓아요. 여자아이들은 안정적으로 옆으로 쌓고요. 남자아이들에겐 무너지는 걸 보는 게 재미예요. 인형을 줘도 마찬가지예요. 여자아이들이 아기자기하게 놀 때 남자아이들은 그것을 무기로 칼싸움을 해요(웃음). 태아 때부터 남자, 여자의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남자들은 관계보다는 공격에 무게를 두는 편이에요. 모험을 즐기고요. 배 속에서부터 생기는 거라 0~2세 아이들에게서도 차이가 나죠. 그러다 보니 얌전히 앉아 있는 곰 인형보다는 바퀴가 있고 굴러가는 장난감에 더 열광하는 거예요. 다칠 수 있는 놀이를 더 좋아하고. 그러니까 자동차나 기차 장난감이 최고예요. 보통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들은 순서가 있어요. 자전거 좋아했고, 그전엔 당구, 구슬 좋아했고…. 차 마니아들을 보면 어릴 적부터 둥근 것에 관심을 보였더라고요. 그래도 다른 여자가 아닌 자동차와 함께 애착관계가 형성됐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부인도 가끔씩 태워주고…(웃음).

Q 자동차뿐이면 다행이게요. 휴대전화나 게임기에 대한 욕심은 왜 그렇게 많은지…. 업그레이드된 휴대전화가 나왔다 하면 수시로 바꾸고 싶어 해요. 또 제 친구 남편은 “게임기를 사주면 집안일을 도와주겠다”라며 엄포를 놓았대요.

여성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무작위적인 반응에 흥미를 보인다면 남자들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절 가능한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요. 이를 컨트롤 이슈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여자들이 어떤 물건을 보고 “와, 빨강이라 예쁘다”라고 한다면 남자들은 “이거 내가 조절할 수 있어 좋네”라고 보는 거예요. 남녀 간엔 그런 욕구의 차이가 있죠. 기계에 환장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참고로 저도 혼수로 게임기를 받았는데요(웃음). 처음엔 아내와 1시간만 하기로 약속했죠. 그러다 아내가 없는 날 아, 하루 종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1시간을 하니까 재미가 없어요.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까. 어릴 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잖아요. 남자들에겐 그런 청개구리 심리가 좀 있어요. 그리고 만약 남편에게 “하루에 1만원만 써라” 하면 반항할 거예요. 그렇지만 “10일 동안 10만원 써라” 하면 잠시 고민하다가 “그러겠다” 할 거예요. 조삼모사 같죠? 남자들은 9만9천원짜리 무언가를 사고 9일을 굶을 수 있어요. 그렇게 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조정당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했기 때문에 뿌듯함을 느껴요. 본인이 컨트롤했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거고요.

Q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청개구리 철부지 아들 같은 남편과 지혜롭게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웃음)

일단 결혼을 하면 남자들은 철이 들어요. 개구쟁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죠. 아닌 것 같다고요?(웃음) 아내들이 보기엔 여전히 유치해 보일지라도 보통의 남편들은 결혼과 동시에 ‘이젠 달라져야지’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그건 마치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이 아이를 위해 ‘나의 삶 일부는 희생해야지’ 하는 모성애와도 비슷한 본능이에요. 아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변해야 한다고 결심을 해요. 그러다 보니 결혼 후에는 억누르고 참고 있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내재돼 있어요. 그래서 아내들이 보기엔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큰아들 같지만 본인은 아니라고 할 거예요. 그리고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모성애가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남편은 딸도 엄마로 보여요. ‘언젠가 커서 나를 돌봐주면 좋겠다’ 이렇게(웃음). 큰아들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바라봐주세요. 그리고 남편을 일일이 컨트롤하려 하기보다는 큰 운동장만, 테두리만 설정해주세요. 여기만 넘어가지 말라, 라는 테두리요. 자동차도 ‘한 달에 얼마만 써라. 5년마다 얼마 이상은 안 된다’라는 식으로 마지노선을 설정해주세요. 그러면 남편들도 알아서 잘할 거예요.

[남편 탐구생활](8) 내 자동차, 내 자동차!

[남편 탐구생활](8) 내 자동차, 내 자동차!

Profile 윤홍균 원장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 정신과를 졸업했다. 음성 현대병원을 거쳐 온세병원·온세 소아청소년 심리연구소 진료 원장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윤홍균 마음건강연구소 원장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간사, 성 중독치료학회 자문위원, 부부·가족치료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성구, 안지영 ■일러스트 /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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