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그의 S파일을 찾다

남편 탐구생활

(10) 그의 S파일을 찾다

때때로 음란 행위나 음담패설로 구설수에 오르는 각계각층 유명 인사들의 뉴스를 접하곤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충격과 분노에서 벗어날 무렵 문득 ‘혹시 내 남편도?’라는 물음표가 생긴다. 아내들은 이해할 수 없는, 혹은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남편들의 성(性)에 대한 뇌구조! 아내 몰래 ‘야동’을 보는 은밀한 내 남편의 심리가 궁금하다.

[남편 탐구생활](10) 그의 S파일을 찾다

[남편 탐구생활](10) 그의 S파일을 찾다

Q 단도직입적으로 가장 궁금한 건 남편들이 ‘야동’을 보는 이유예요.
남자 고등학교에서 인기 투표를 하면 1위는 운동을 잘하는 아이예요. 2위는 웃기는 아이, 3위는 공부 잘하는 아이. 여기까진 모두가 아는 사실이에요. 그럼 4위는? 바로 ‘야동’을 갖고 있는 아이! 시대가 지나도 불변의 법칙이 아닐까 싶어요. 제 시대엔 일명 ‘공급책’이라 불렸는데, 그 친구들이 ‘신상’을 갖고 오면 순서를 정해서 돌려보곤 했어요. 그 아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로비도 했고요. 말을 안 할 뿐이지 다 그런 추억들이 있을 거예요(웃음). 아무튼 그 시기부터 남자들은 ‘야동’을 공유하고 음지의 문화를 형성해요.

야동을 접하는 계기는 환경적인 영향이 커요. 그러나 그런 환경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남자들의 본능이 있었겠죠. 대표적인 남녀의 본능 차이는 움직임을 대하는 자세예요. 어떤 현상을 봤을 때 여자들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데 반해 남자들은 욕구가 생기면 일단 움직이고 봐요. 성욕도 마찬가지죠. 야한 생각이 들었다면 남자들은 행동으로 옮겨야 해요. 만약 그걸 풀 수가 없다면 그 대안이 동영상을 보는 행위예요. 특히 10대 후반에는 이를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남성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요. 그리고 일단 자극이란 녀석은 한 번 강하게 노출이 되면 약해지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센 것을 찾게 되고 새로운 것을 좇게 되죠.

Q 성에 눈을 뜬 시기가 10대였다면 그 끝은 언제인가요?
죽을 때까지? 숟가락 들 힘만 있다면(웃음)? 성욕 컨트롤은, 본능을 제어하는 이성과의 싸움이에요. 그 본능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요.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나이가 들면 성욕도 줄어들 것이다’라는 오해인데, 나이가 들수록 이성적인 사고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본능보다 빨라 성욕이 크게 자리해요. 기능이 줄어들다 보면 집착도 더 커지고요.

Q 남자들의 삶에, 생각에 성은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 궁금해요.
어떤 통계에서는 남자들은 1분에 다섯 번 야한 생각을 한다고 나와 있어요. 길을 걸어가다가도 ‘어, 예쁜데’라는 즉각 반응을 수시로 하는 거죠. 또 다른 통계에서는 직장 동료에게 성적 충동을 느낀다는 남성이 10명 중에 7명이었어요. 여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죠.

Q 대다수의 여자들은 호기심이 있어도 일부러 찾아보진 않아요. 기회가 있을 때 보거나 기회가 생겨도 피하곤 하죠. 반면 남자들은 시청 횟수도 많고 관심도도 높은 것 같아요.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유난히 그 분야에 촉이 발달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웃음).
성에 대한 남자들의 욕구가 여자들보다 자주 생기기 때문이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요. 대신 남자들의 욕구에는 서서히 끌어 올랐다 서서히 내려오는 여자들과 달리 휴지기가 있어요. 극과 극을 찍는 그 사이의 시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오르가슴도 강렬하게 올랐다가 식어버리면 일정 기간 동안 욕구가 없어요. 뇌 구조나 호르몬 자체가 그렇게 발달했어요.

Q 결혼한 친구들에게 남편이 야동을 보느냐고 물었더니 열의 아홉은 철석같이 “아니”라고 답하더군요. 과연 아닐까요?(웃음)
남자들끼리 대화를 할 땐 영웅담처럼 실제보다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 않았는데도 했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아내들에게는 반대로 말하더라고요. 했어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판단은 아내들에게 맡길게요(웃음).

Q 그렇다면 믿고 싶지 않은, 부정하고 싶은 아내들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여성들의 로망 중 하나가 ‘이 남자는 나만 바라봐’, ‘이 남자는 나만 사랑해’라는 것이에요. 더 큰 행복을 누리기 위해 작은 거짓말쯤은 넘어가주는 지혜가 아닐까 싶네요.

Q 일전에 만난 어떤 분은 남편의 컴퓨터에서 야동을 발견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어요. 자신과의 잠자리에 만족하지 못해서라고 오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으셨더라고요. 스트레스는 자괴감으로 이어졌고, 결국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어요. 의외로 이런 커플들이 많더라고요.
제 상담자들 중에도 종종 있어요. 이런 분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단순히 남편이 ‘야동’을 봤다, 안 봤다 차원의 문제가 아니에요. 개인적으로는 남편에게 불만족을 안겼구나 하는 좌절감이 아내의 복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성생활을 떠나서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아내가 자존감이 확실하다면 남편이 ‘야동’을 보는 것에 대해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출산 후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거나, 가정이나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면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오죠.

사실 아내가 이런 문제로 힘들어한다면 남편 입장에서도 참 난감해요. 섣부르게 “미안해” 했다가는 마치 “당신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내가 동영상을 본 거야”라고 인정해버리는 꼴이 되니까요. 그렇다고 별 생각 없이 “남자들은 다 봐”로 얼버무렸다면? 열의 아홉은 싸움으로 이어질 거예요. 상처를 주다 보면 결국엔 본질은 흐려지고 다른 문제로 그 화두가 번지게 되죠.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남편들이 이 문장 앞에 ‘당신을 사랑하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친절을 베풀길 바라요. 그리고 아내들도 남편들이 ‘야동’을 보는 이유가 꼭 만족 여부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또 그 시기의 특별한 원인이 있어서가 아님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아까 말했잖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군대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습관이었다고. 그걸 인지하고 있으면 좀 더 남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거예요.

Q 만약 남편의 야동 시청 현장을 목격했다면, 혹은 현장을 목격하진 않았지만 남편의 비밀 폴더를 확인했다면 모른 척 넘어가야 할까요? 이후의 껄끄럽지 않은 관계를 위해 아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대로 두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야동을 보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화가 났다, 라는 반응은 본인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화면 속 여성에게 질투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일단은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이 좋아요. 속으로만 갖고 있다 보면 건강한 사람들도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되고, 결국엔 관계까지 악화시켜요.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픈하고 소통하는 것이에요. “내가 당신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봤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지나치게 억압하고 무턱대고 막다 보면 남편은 음지의 세계로 더 빠질 수도 있어요. 부끄럽겠지만 ‘합의 하에 같이 보자’라든가 아니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규칙을 정하도록 하세요. 디테일한 건 부부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야 해요. 흥미로운 사실은, 대다수의 남편들이 ‘들켰다’ 하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야’라고 첫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에요. 부부 치료를 할 때도 남편들은 애꿎은 제게 “원장님은 안 그러세요?”라고 꼭 물으세요(웃음). 남편들은 이 문제 자체를 보편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축소화시키려고 하고 아내들은 개인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확대하려고 하죠.

Q 범위를 조금 넓혀 사춘기 아들의 현장이라면?
아들이어도 마찬가지예요. 가족이니까 소통해야 해요. 네가 보고 있다는 걸 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세요. 다만 그 자리에서 바로 호통을 치는 건 자제해야 해요. 놀란 마음에 감정적으로 조절이 안 되면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요. 이성과 냉정을 찾은 상황에서 차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아요.

Q 사실 아내들도 가까운 사이라면 침대 속 이야기도 하곤 해요(웃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수다일 뿐이고 구체적인, 시각적인 영상을 공유하진 않죠. 그런데 남자들은 다르더라고요. 친한 동료끼리, 친구끼리 ‘야동’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런 농담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남자들은 목욕탕을 함께 다녀와서 친해지고, 여자들은 정말 친해져야 목욕탕을 간다고(웃음). 남자들은 자신의 치부를, 속사정을 공유해야 가깝다고 생각해요. 사적이고 은밀한 내용일수록 그 비밀을 털어놔야 빨리 친해지고 우정이 깊어진다고 믿어요. ‘야동’도 마찬가지예요.

Q 끝으로 부부들의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로서 조언을 해주세요
신혼 초기에 규칙을 정해두면 좋겠어요. 서로 원할 때 해야 한다 등의 원칙을 세워야 해요.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어리석어요. 다시 말하지만 부부 사이에는, 특히 성생활에서 대화와 소통은 아주 중요해요. 그리고 나와 전혀 다른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일단은 있는 그대로 들어주세요. 선입견을 갖고 옳다, 그르다를 따지다 보면 상대는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성생활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고요. 마지막으로 섹스리스 부부여도 대화가 잘 통한다면 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봐요. 육체적인 소통이 잘 안 되더라도 언어적인 소통이 잘된다면 언젠가는 원만하게 풀릴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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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윤홍균 원장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 정신과를 졸업했다. 음성 현대병원을 거쳐 온세병원·온세 소아청소년 심리연구소 진료 원장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윤홍균 마음건강연구소 원장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간사, 성 중독치료학회 자문위원, 부부·가족치료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 김지윤 기자 ■일러스트 /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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