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댓글 공유하기
ㆍ우울한 날들이여 안녕!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던 여름날이었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출근길. 매일 마주하는 노란빛 리본에 가슴이 저몄고,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일상은 매정하게도 일말의 좋은 소식조차 가져다주질 않았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누군가는 책을 읽으라고 했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라고 했다. 우울함을 극복하는 저마다의 방법이 있겠지만, 기자는 도통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 여기가 서울인지 방콕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푹푹 찌는 날씨도 짜증스럽기만 했다. 몇 달 전 한의원에서 화병 진단을 받은 이후 가슴 두근거림까지 계속되던 차.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라도 해보겠다는 굳은 심지로 우울증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적을 알아야 나를 안다! 내 몸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신과를 찾았다. 우선 몸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진단하기 위해 HRV테스트를 받았다. 손목과 발목에 측정 기구를 꽂고 3~4분 정도를 기다리니 결과지가 나왔다.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높아 측정 불가가 뜨지는 않을까? 의사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당장 상담 치료에 들어가자고 하진 않을까? 온갖 상상을 해봤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스트레스 지수는 정상 범주 내에 있었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도와 몸의 피로도만 ‘나쁨’ 상태였다.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울함과 무기력을 호소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 오히려 문제는 ‘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에서 드러났다. “중요한 일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 적은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꽤 자주”라고 답했고, “자신으로서는 처리할 방도가 없는 일 때문에 화난 적은 얼마나 자주 있었는가?”라는 질문에는“아주 자주”라고 답했다. 몸은 건강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낮은 자존감으로 정신적인 불안을 호소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의사 선생님은 이런 현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전문의를 찾아 상담할 것을 조언했다. 단순 측정만으로는 스트레스나 우울함의 원인을 찾을 수 없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요즘 불행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1시간 남짓 대화 후. 눈물범벅이 된 얼굴은 창피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운동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가지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에 그러겠노라고 씩씩하게 대답하고 문을 나섰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실탄 권총 사격 도전기
기계음으로 무장한 트레드밀 위를 걷고 싶지는 않았다. 강변을 산책하는 순간은 좋았지만 다소 지루했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 말고 재미있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들려온 제안. 사격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나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총? 장난감 비비탄 총도 무서워하는 새가슴 기자가 ‘총질’을 한다고? 겁이 났다. 실탄 사격을 하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란 말인가! 머릿속에서 군대에서 일어난 총기 오발 사고를 보도하는 남자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대뇌 전두엽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상상들이 펼쳐졌지만, 이번 한 번만 눈 딱 감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토록 멋진 스포츠, 사격
사격은 우리에게 익숙한 올림픽 종목이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세계 랭킹 1위인 사격선수 진종오의 경기를 손에 땀을 쥐어가며 챙겨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총이라는 물건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인지, 좀처럼 친숙한 스포츠는 아니었다. 일반인도 실탄 사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사를 준비하면서야 알게 됐다. 만 14세 이상의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격을 경험할 수 있다(단,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심신 미약자나 음주를 한 사람은 출입을 제한한다). 요즘은 커플이나 가족 단위로 사격장을 찾는 사람도 많다. 중·고교생이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으로도 추천한다. 과녁을 맞히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에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 공기 소총은 10발에 4,000원, 공기 권총은 10발에 5,000원. 실탄 권총 사격은 1라운드에 1만5,000~4만원대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찌릿한 실탄 사격의 매력
납탄이 든 공기총으로 몸을 푼 기자는 실탄 권총 사격 도전에 나섰다. 총알의 굵기에 따라 22구경부터 45구경까지 나눠지고 굵을수록 쏘는 충격이 크다. 액션 영화에서 자주 보던 검은색 반자동 권총부터 미국 서부 카우보이들이 들고 다닐 법한 회전식 리볼버 권총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기자가 선택한 총은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사용했다던 그 총. 시작 전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은 뒤 방탄조끼를 입고 실탄 사격장으로 들어갔다. 실탄 사격을 하는 동안에는 안전 요원이 1:1로 전담 마크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스트레스를 향해 일발 장전

생애 첫 사격이 시작됐다. 총을 잡자 실탄이 주는 묵직함에 긴장감이 몰려왔다.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고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엄청난 폭발음과 반동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연기와 함께 화약 냄새가 났다. 첫 발을 쏜 뒤, 귀마개를 벗고 벌렁대는 가슴을 잠시 진정시켰다. 표적을 향해 몇 발 더 총을 쏘고 나니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듯했다. 뜬구름 같던 생각과 고민들이 과녁에 집중되고 총알이 발사될 때마다 들려오는 굉음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10발의 실탄을 모두 쓰고 나니 1라운드가 끝났다. 기자의 점수는 75점. 첫 사격치고는 나쁘지 않은 점수였다. 사격 꿈나무라는 칭찬까지 듣고 돌아온 그날. 마음이 더 단단해진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던 건, 아마 새롭고도 특별한 경험이 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도움말&촬영 협조 / 목동사격장(02-2646-9993)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