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록한 허리와 쭉 뻗은 다리, 매끈한 피부는 정녕 그림의 떡인 걸까. 몸매 좋은 연예인들의 사진을 보며 다이어트 의지를 다진 것도 수 백 번. 야근과 회식이 잦은 직업 특성상 내 의지는 금방 무너져버리고 만다. 오늘도 나는 거울 앞의 내 모습을 보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막내 기자의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http://img.khan.co.kr/lady/201508/20150803141226_1_special17.jpg)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막내 기자의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
다니던 대학 인근에 처음으로 방을 얻었을 때, 혼자 살게 됐다는 기쁨에 심취해 있었다. 매일 저녁 마트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자취방 냉장고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가득했다. 아침마다 토마토를 갈아 마셨고 직접 반찬을 만들어 먹기까지 했다. 스스로 당장 시집가도 손색이 없겠다며 자화자찬을 하던 시절이었다. 만성 변비였던 내가 매일 화장실에 갔고 살도 쪽 빠졌었다.
질풍노도의 취업 준비 기간을 거치면서 부엌일과는 멀어졌다. 기자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과일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각종 컵라면과 과자들이 부엌 수납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마감 기간엔 저녁을 먹고도 야식으로 햄버거 세트 하나를 뚝딱 해치운다. 마감 압박 때문에 당기는 대로 먹었더니 돌아온 건 달덩이 같은 얼굴과 뾰루지. 며칠씩 화장실에 못 가 몸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나도 여자이기에 항상 예뻐 보이고 싶은데…. 하지만 마감 기간만 되면 생활 리듬이 깨지면서 몸이 붓고 얼굴색이 어두워진다. 마감이 끝나도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이러다간 일과 생활 모든 것이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대책이 필요했다. 문득 요즘 유행하는 ‘밀가루 끊기’가 떠올랐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대부분 밀가루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을 끊는 것이 나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매콤 달콤하고 쫄깃한 내 사랑 밀 떡볶이를 한동안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슬펐지만 더욱 건강해질 내 몸을 생각하면서 참기로 했다. 떡볶이여, 당분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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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막내 기자의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몸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많이 미쳐요. 기본적으로 소화가 잘 안 되고, 목, 어깨 쪽의 불편함을 호소하죠. 심하면 머리가 많이 무거워지고 눈에 피로가 오기도 해요. 한의학적으로 스트레스는 ‘화열’이거든요. 노 기자의 몸 내부에는 열이 많이 쌓여서 안 좋은 기운들이 뭉쳐 있는 상태예요. 변비 같은 경우 단순히 소화 능력을 따질 게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춰서 장이 원활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여드름도 몸에 쌓인 열이 피부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이 습열을 많이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태진(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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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막내 기자의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
1 건강한 느낌이 들었던 브로콜리 버섯덮밥. 2 초밥엔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다행이다. 3 맹물이 질리면 식초를 타서 마시곤 했다. 4 밀가루 음식을 빼니 먹을 게 없던 구내식당 밥. 5 돼지국밥 한 뚝배기 하실래예? 6 ‘심야식당’처럼 가래떡에 김을 싸 먹었다. 7 팟타이는 쌀국수 면이라 안심.
한 달 간의 변화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는 데 중점을 뒀다. 밀가루 음식이 아니더라도 가급적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기름지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물병을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물을 마셨고 먼 거리가 아닌 경우 꼭 걸어 다녔다. 퇴근 후엔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30분에서 1시간씩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변비가 사라졌어요! 2~3일에 한 번 가던 화장실을 매일 아침마다 가게 됐다. 물을 많이 마신 것도 한몫한 듯. 매일 노폐물이 빠져나가니 배가 쏙 들어갔다.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어 행복하다(웃음).
몸이 가벼워졌어요! 1개월 전 몸무게 51.5kg. 현재는 49kg으로 줄었다. 과자, 빵 등을 먹을 수 없으니 자연스레 군것질을 하지 않게 됐다. 마감 기간 밤만 되면 먹던 햄버거 세트와 치킨도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이러니 살이 빠질 수밖에.
피부가 매끈해졌어요!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 건 절대 아니다. 나만이 알 수 있는 사소한 변화랄까. 세수할 때 손에 닿는 피부의 느낌이 매끈해졌다. 엄청난 마감 스트레스와 부족한 수면 시간 때문에 이마와 입 주변에 올라오던 오돌토돌한 좁쌀 여드름이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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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막내 기자의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들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복부는 따뜻하게 해주는 게 좋다. 한의학적으로 우리 몸은 위쪽은 차갑고 아래쪽은 따뜻해야 한다. 아랫부분이 아궁이같이 제 기능을 잘해야 온몸으로 에너지 공급을 해줄 수 있기 때문. 족욕을 하는 것도 좋다. 발이 따뜻해지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몸의 순환이 잘 이뤄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평소에 많이 걷는 것도 중요하다. 속도를 내지 않아도 걷는 행위 자체가 비장계통이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물을 많이 마시고 모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튀김이나 인스턴트식품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건 당연지사. 이런 음식은 몸속에 쌓인 노폐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식사를 하고 바로 눕는 건 금물! 음식을 소화하는 데 많은 무리를 주어 몸의 균형을 흩뜨린다. 딱히 많이 먹는 편도 아닌데 몸이 무겁고 잘 붓는 이들이 있다. 먹는 양에 관계없이 몸 내부의 나쁜 기운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저하된 경우다. 보다 능동적으로 올바른 생활 태도, 식습관, 마음가짐을 갖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음을 이번에 알게 됐다.
Tip 밀가루에 대한 진실과 오해
밀가루, 정말 건강에 나쁠까?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인 글루텐이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 글루텐은 반죽을 쫄깃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글루텐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그릇된 정보다. 물론 글루텐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셀리악병 환자는 밀가루를 피해야 한다. 하지만 밀이 주식인 미국에서 셀리악병을 앓는 환자는 전체 인구의 1%,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환자는 단 1명밖에 없다. 밀가루는 건강에 해롭지 않으며 다만 밀가루 속 글루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탄수화물과 첨가물, 조리 방법
한국인들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다양한 반찬으로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해왔다. 하지만 밀가루 음식이 들어오면서 탄수화물 섭취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밀가루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과당, 나트륨 같은 첨가물도 문제다. 음식을 만들 땐 소금이나 설탕을 평소보다 적게 넣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특히 밀가루로 만든 음식 대부분이 기름지다. 튀기는 조리 방법보다 굽거나 찌는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이 좋다.
한 번 끊어보는 것도 좋다
가장 이상적인 식생활은 밀가루를 포함한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다. 하지만 밀가루 음식을 먹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밀가루 음식을 끊거나 줄인 뒤 몸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무작정 끊는 것보다 건강하게 밀가루를 섭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아두자. 몸에 좋은 견과류가 들어간 빵, 통밀 빵 등을 챙겨 먹고 피자, 햄버거, 치킨 등 기름진 음식은 자제한다.
■글&사진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김태진(지인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