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기자의 스마트폰 스트레스 탈출기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노 기자의 스마트폰 스트레스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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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잠자는 시간 빼고 눈 뜨고 있는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노 기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 조그만 녀석에게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뒷목이 뻐근하게 결리는 증상이 나타난 건 두 달 정도가 됐다. 처음엔 잠을 잘못 잤나 싶었는데 푹 자고 일어난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21세기는 혼자 고민하는 시대가 아니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뒷목 통증’을 검색해본다. 순식간에 떠오르는 수많은 검색 결과물들. 얼마나 브라우징을 했을까? ‘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법’이라는 게시물이 눈에 들어온다. 클릭. ‘궁금한 것은 무조건 스마트폰으로 찾아본다’ 맞아,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다’ 당연하지, ‘스마트폰 사용으로 뒷목이나 손목이 아프다’ 나잖아!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노 기자의 스마트폰 스트레스 탈출기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노 기자의 스마트폰 스트레스 탈출기

당당히 ‘중독’ 진단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스마트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 중 가장 오래 마주하고 있는 얼굴은 노트북 모니터요, 헤어지면 안 되는 연인인 양 손에 꼭 붙들고 있는 것 또한 스마트폰이다. 외부 취재엔 태블릿 PC를 대동하고 이동할 땐 내비게이션과 함께한다. 하루 24시간 중 전자기기와 작별하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뿐(그 와중에도 스마트폰은 침대 머리맡 상석을 차지한다). 전자파 샤워는 둘째치고 온 신경과 관심을 그 작은 세상 안에 두고 있으니 노 기자의 일상은 전자기기들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눈이 쉽게 피로하고 침침해진 건 10년 전에 받은 라식 수술의 부작용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변명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시시각각 떠오르는 정보와 트렌드를 빠르게 갈무리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스마트폰은 벗어날 수 없는 물건이다. 섭외에 바싹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 게 일상이라 샤워를 할 때조차 눈에 보이는 곳에 스마트폰을 둬야 마음이 놓이니 스마트폰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곧 업무 스트레스와 등호를 그리는 셈.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울려대는 취재원들의 전화 역시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스트레스다. 모든 전원을 꺼버리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으로 잠적해버리고픈 욕구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스트레스 상태 진단
우선 정신과를 찾아 현재 스트레스 상태를 진단해보기로 했다. 심박수를 분석해 인체의 자율신경 반응을 측정하는 HRV(Heart Rate Variability) 테스트를 받아본 결과 자율신경 활성도는 ‘나쁨’으로, 자율신경 균형도는 ‘불균형’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계가 작동해 뇌와 호르몬 체계, 생리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교감계가 흥분하고 심박이 빨라지며 동공이 커지는 등 일종의 긴장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러한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것이 부교감신경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서로 작용하며 균형을 이루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은 어느 한쪽이 과도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균형을 이룬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노 기자의 스마트폰 스트레스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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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휴식을 주지 않으면 온종일 교감신경이 흥분 상태로 있게 되는데, 테스트 결과 현재 노 기자는 부교감신경보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피로도까지 높은 수치를 그리고 있었으니 매일 천근만근 몸이 무거웠던 건 기분 탓만이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은 충분한 휴식과 간단한 운동 그리고 당분간 스마트폰을 멀리하라고 조언했다. ‘쉬는 셈치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지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SNS를 확인하는 것은 뇌를 쉬게 하지 못한다는 것. 당장이라도 검사 결과를 ‘얼굴책’에 올려야 할 것 같은데 스마트폰을 멀리하라니, 벌써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스마트폰 디톡스 도전!
본래 ‘디톡스’란 장 청소나 단식 등을 통해 몸에 축적된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하루 중 스마트폰 사용을 일정 시간 중단하는 방법으로 스마트폰 디톡스에 도전했다.

매일 30분 점심 산책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높은 노 기자에게 내려진 첫 번째 처방은 매일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목과 어깨 그리고 손목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어깨와 허리를 구부린 자세는 목과 어깨 근육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몇 달째 계속됐던 목 통증도 이 때문이었다. 가벼운 걷기는 스트레스 상태인 뇌와 몸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사무실에 앉아 굳어 있는 몸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론 스마트폰은 사용하지 말 것.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산책로를 걷기로 한 첫날, 음악을 들으며 걸을 요량으로 가지고 나온 스마트폰에 어김없이 손이 가는 것을 보고 둘째 날부터는 아예 스마트폰을 사무실에 두고 나왔다. 처음엔 어찌나 어색하고 불안하던지, 어린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나온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자 길 위의 풍경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과 초록 가로수,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 스마트폰을 보는 동안 지나쳐버렸던 계절의 풍경을 만난 기분이랄까. 회사 근처에 걸을 만한 산책로가 있다는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매일 30분 스마트폰 없이 점심 산책을 한 결과 아침저녁으로 뻐근하게 느껴졌던 뒷목의 통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노 기자의 스마트폰 스트레스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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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하루 보내기
지난 6월 마감 후 친구들과 제주도로 3박 4일 여행을 떠난 첫날, 스마트폰이 고장 나버렸다. AS센터로 달려갈 수도 없는 여행지에서 켜지지 않는 스마트폰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멘붕’. 스마트폰 없이 긴긴 3박 4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곧 놀라운 기분을 경험했으니,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이 더없이 편안해지는 것이 아닌가. 1분 단위로 사진을 찍어 SNS에서 올릴 수도,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받을 수도 없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오롯이 여행을 즐긴 기분이었다. 그 기분을 이어 업무 문의가 적은 주말 중 하루 동안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지내보기로 했다. 혹시나 손이 갈까 전원을 끈 스마트폰을 서랍 깊숙이 넣어뒀다. 처음엔 막막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스마트폰의 유무가 집중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책을 읽거나 해야 할 일들을 수행하는 데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타인의 연락이나 새로운 정보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휴식을 취한 기분이었다.

디지털 단식(Tech Breaks) 1분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심리학과의 래리 로즌 교수가 제안하는 ‘디지털 단식’을 연습해보자. 방법은 간단한다. 우선 1분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메일이나 SNS 등 모든 검색을 1분 내에 끝낸 후 전원을 끄고 스마트폰을 뒤집어놓는다. 화면이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한다. 15분 경과 후, 다시 1분 내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이 패턴의 간격을 첫 주에는 15분으로 시작해 2주 차에는 20분, 그다음주에는 25분, 이런 식으로 늘려나간다.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 게 익숙해질 때까지 이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당장 몇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꺼두기 불안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처음엔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조금씩 시간을 늘리며 적응하다 보니 스마트폰을 찾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스마트폰을 뒤집어놓는 것만으로도 욕구가 줄어들었다는 것!

잠들기 전 10분 명상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손목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침실에 두는 건 금물!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미국 드라마를 보다 잠드는 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사실 명상이라는 것이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다. 편한 자세로 누워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끼며 스르륵 잠에 빠져든다. 스마트폰을 보다 잠든 날은 아무리 피곤해도 잠들기가 쉽지 않았는데, 확실히 꿈을 꾸거나 선잠이 드는 일이 적어지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더 개운한 기분이었다.

사실 스마트폰 사용과 신체의 생리적 변화를 정확히 수치화할 수는 없다. 왠지 건강해진 기분이 드는 이유는 스스로 최면을 건 플라시보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신 사람들의 눈을 보며 대화하고, 다양한 일들에 집중하며, 감각을 바짝 세우고 길을 걷는 일은 스마트폰 안의 작은 세상에서 나를 꺼내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조그만 녀석을 잠시 꺼놓아도 좋다고 말이다

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법
(한국과학기술개발원)

01 스마트폰이 없으면 손이 떨리고 불안하다.
02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친구를 잃은 느낌이다.
03 하루에 스마트폰을 2시간 이상 쓴다.
04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이 30개 이상이고 대부분 사용한다.
05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다.
06 스마트폰 키패드가 쿼티(컴퓨터 자판과 같은 배열) 키패드다.
07 스마트폰 글자 쓰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다.
08 밥을 먹다가 스마트폰 소리가 들리면 즉시 달려간다.
09 스마트폰을 보물 1호라고 여긴다.
10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한 적이 2회 이상 있다.
※ ‘그렇다’가 8개 이상이면 중독, 5~7개는 의심, 3~4개는 위험군.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노 기자의 스마트폰 스트레스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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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추천! 계절을 느끼며 걷기 좋은 도심 속 산책로
1 정동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경향신문사까지 이어지는 정동길은 복잡한 서울 한가운데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가로수 사이로 정동제일교회와 구 러시아공사관 등 근·현대식 건물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캐나다대사관 앞 550년 된 회화나무도 명물이다. 2 안산 자락길 서울 서대문구 안산을 둘러싼 7km 순환형 숲길로 청량함 가득한 도심 속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목재 데크와 마사토 포장길로 조성돼 노약자나 어린아이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것이 특징.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의 풍광뿐 아니라 메타세쿼이아, 잣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삼림욕도 즐길 수 있다. 3 홍릉숲길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인 홍릉숲을 걷는 길이다. 문배나무길, 황후의 길, 천장마루길, 숲속 여행길 등 다양한 코스로 이어진 숲에는 2,035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주말에만 개방하니 참고하자.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장태규(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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