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비아그라를 둘러싼 3가지 풍문

여성용 비아그라를 둘러싼 3가지 풍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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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전 세계 의학계를 들썩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여성의 성욕을 증진시켜주는 ‘애디(Addyi)’를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여성용 비아그라가 사상 최초로 시중에 나오게 된다. 이 작은 핑크빛 알약이 정말로 여성에게 행복을 찾아줄까.

여성용 비아그라를 둘러싼 3가지 풍문

여성용 비아그라를 둘러싼 3가지 풍문

풍문 1 원래는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다?
미국 제약회사 스프라우트가 내놓은 애디는 일명 ‘핑크 비아그라’ 혹은 ‘여성용 비아그라’라고 불린다. 재밌게도 비아그라와 탄생 배경이 비슷하다. 지난 1998년 첫선을 보인 비아그라는 원래는 협심증 치료제였다. 관상동맥을 확장시켜 심장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해 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엉뚱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남성의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였던 것. 제약회사 화이자는 발 빠르게 발기부전 치료제로 이름을 바꿔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여성용 비아그라 애디 역시 원래는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항우울증 효과는 없는 데 반해 여성의 성욕을 키우는 ‘부작용’이 관찰됐다. 그동안 많은 제약회사들이 여성용 비아그라 승인 허가를 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는데, 덕분에 스프라우트가 최초 여성 성욕 촉진제를 출시하는 영광을 안았다.

‘여성용 비아그라’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애디는 비아그라와는 작용 원리가 전혀 다르다. 여성과 남성의 성 반응에 크게 차이가 있기 때문. 남성의 경우 신체 반응이 빠르고 분명하지만 여성은 정서적으로 애정을 느낀 뒤에야 신체 반응이 점차적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남성용 비아그라는 혈관 확장에, 여성용 비아그라는 뇌에 작용한다. 쉽게 말하자면 비아그라는 성욕이 있는 남성의 발기를 돕는다면, 애디는 성욕이 없는 여성에게 성욕 혹은 성 충동을 끌어올려주는 약이다.

애디의 성분인 플리반세린을 복용하게 되면 뇌신경 전달 물질 중 성욕에 관여하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해준다. 성욕을 일으키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촉진시켜주고, 성욕을 감퇴시키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줄여 성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덕분에 성욕 저하 장애를 갖고 있거나 성욕 감퇴 등에 시달리는 폐경기 전 여성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 한 번 복용해도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비아그라와 달리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애디는 하루에 한 알씩 두 달을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또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풍문 2 미 식품의약국에서 두 번이나 승인을 거부당했다?
미 식품의약품 승인을 받은 첫 여성 성욕 촉진제인 애디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약회사가 낸 판매 승인은 두 번이나 거부당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현기증, 저혈압, 메스꺼움,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 특히 알코올과 함께 복용할 경우 위험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이런 부작용에도 성욕 감퇴를 치료하는 효과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고 미비한 수준이었기 때문. 결국 식품의약국은 시판 승인을 2010년, 2013년에 모두 거절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제약회사는 지난해 재심사를 요청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임상 시험을 거쳐 승인을 받게 됐다. 단, 의사 및 약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며 알코올 섭취 후 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구를 부착해야 한다는 안전 제한 조건이 붙었다.

처음 판매 승인을 신청한 지 5년 만인 올해에 드디어 미국 전역에서 애디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 오는 10월 17일 첫 판매를 앞두고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는 찬반 여론이 갈리는 상황. 찬성하는 쪽에서는 여성의 행복권과 성 평등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라 반겼지만, 반대쪽은 식품의약국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뒷배경에 제약회사의 로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자문위원회는 “작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욕 촉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승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24주간 임상 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애디를 복용할 경우 성관계 횟수가 한 달 기준 1회 정도 늘어나며 여성 성기능 지수와 여성 성 스트레스 척도는 평균 0.3~0.4점 개선되는 데 그쳤다. 자문위원회의 말처럼 ‘작은 효과’인 터라 당분간 애디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성용 비아그라를 둘러싼 3가지 풍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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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3 국내 시판 계획은 아직 미지수다?
애디의 승인을 두고 여러 의견이 엇갈리지만 미국의 일부 여성 단체들은 그동안 외면해왔던 여성의 성욕을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인정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남성에게만 국한됐던 성기능 장애 치료가 여성에게로 폭을 넓혔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입장이다.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에 의하면 성욕 저하로 고민하는 미국 여성이 2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반면 애디를 만든 제약회사는 후천성 성욕 저하 장애를 겪고 있는 여성이 미국 내에만 1,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쪽 수치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애디가 미국 사회에 여성의 성기능 장애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만은 분명하다. 애디는 미국을 넘어 한국에도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성기능 장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애디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미국 못지않게 뜨겁다.

고대구로병원 비뇨기과 전문의인 문두건 교수는 “약을 먹고 성욕이나 성적 흥분이 생긴다고 해도 여성의 2차적인 신체 반응이 따라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즉 성욕이나 성충동이 있다고 해도 여성의 몸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것. 또 성욕 저하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애디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문 교수는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지 않은 상태에서 애디가 들어올 경우 자칫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애디의 국내 출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만약 국내에 시판된다고 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신청과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안에는 국내 유통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변수는 또 있다. 국내 수요가 예측되지 않는 상황과 비싼 가격으로 인해 대중화 가능성도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애디의 한 달치 가격은 비아그라와 비슷한 350~400달러 선으로 41만~48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판매 가격은 이보다 다소 낮은 36만~38만원 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루에 한 알씩 두 달을 먹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기대 대비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을 듯하다.

하지만 미국 내 반응이 좋다면 국내 분위기는 얼마든지 반전을 맞이할 수 있다. 10월 17일 판매를 앞두고 미 식품의약국의 사상 첫 승인을 받은 여성 성욕 촉진제 애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도움말 / 문두건(고대구로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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