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생활이 '보약 1000첩'보다 낫다고?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

독신생활이 '보약 1000첩'보다 낫다고?

김선형 | 건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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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3~6세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한 성교육 애니메이션 ‘스노펜과 스니판’. 재미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제작된 영상에는 남녀 성기 모양의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스웨덴에서 3~6세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한 성교육 애니메이션 ‘스노펜과 스니판’. 재미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제작된 영상에는 남녀 성기 모양의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시대를 막론하고 남녀가 성관계를 맺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시기는 예나 지금이나 혼인 이후다. 그러나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하지 않고 연령만을 비교하면 옛날과 지금의 혼인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혼인 적령을 로마법과 나폴레옹법전에서 규정했는데, 로마법에서는 남자 14세와 여자 12세였고 나폴레옹법전에는 남자 18세와 여자 15세였다. 조선에서는 ‘경국대전’에서 최초로 혼인 연령을 규정했는데, 남자 15세와 여자 14세부터 혼인을 허락했다고 나온다.

과거에는 ‘주자가례’에서 권장하는 남자 16~30세, 여자 14~20세 사이에 혼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7년 민법 개정으로 혼인할 수 있는 연령이 남녀 모두 만 18세가 됐다. 그 이전에는 남자 18세와 여자 16세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남녀의 혼인 연령에 차이를 두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조선시대에도 미혼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있었다. 주로 임신하는 법, 좋은 자손을 얻기 위한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 지금과는 다른 점이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아들을 낳는 것이 부부의 임무였던 만큼 남녀 합방일을 정하는 ‘씨내리는 날’, 즉 귀숙일(貴宿日)에 관한 것도 성교육 내용에 포함됐다. 이를테면 여자들이 월경이 끝날 시기에 깨끗한 무명 조각을 음부에 꽂았다가 떼어낸 후 그 색으로 임신의 적기를 가늠하는 것이다. 천의 색깔이 붉으면 시기가 이르고 금빛이면 좋은 시기이며 옅으면 시기가 지난 것인데, 금빛의 적기인 나흘 중 홀숫날에 합방하면 아들이고 짝숫날에 합방하면 딸이 된다고 했다.

서당에서는 논어 공부를 끝낸 남자들에게 ‘보정(保精)’이라는 생리철학을 가르쳤다. 보정은 절도 있고 지혜로운 성생활을 위한 지식이었다. 민간에서는 결혼할 연령이 돼 성년식을 치르는 남자에게 성지식의 내용이 담긴 ‘상투탈막이’라는 글귀를 외우게 했다. 결혼 전에 남자 친척 어른이나 할머니에게 구두로 성교육을 받는 관례도 있었다. 춘화(春畵)는 민간에서 실질적인 성교육 교재가 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좋은 자녀를 얻기 위해서뿐 아니라 건강과 장수의 측면에서도 성교육이 확산됐다. 정욕이 몸을 망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절도가 필요하므로 무분별한 정욕을 경계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보았던 홍만선의 저서 ‘산림경제’의 건강(섭생) 편에는 중국 동진시대의 불로장생 비법서 ‘포박자’의 이런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포박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억지로’라는 말은 삶을 해치고 수명을 해치는 근본이다. 취했을 때 억지로 술을 마시고 배부를 때 억지로 먹는 것도 당연히 그 몸을 해치는데, 더구나 정욕은 어떠하겠는가.”

‘포박자’에서 남성들에게 권장하는 방중 절도일, 즉 합방일은 다음과 같았다. 20대는 3~4일에 한 번, 30대는 8~10일에 한 번, 40대는 16일~1개월에 한 번, 50대는 1~3개월에 한 번, 60대는 7개월에 한 번 또는 아예 하지 않거나 한 방울의 정액도 배설하지 않는 것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라 했다. 독신 생활이 보약 1000첩을 먹는 것보다 낫다고도 했다.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 독신생활이 '보약 1000첩'보다 낫다고?

■김선형은 누구?

간호학을 전공하고 임상 간호사로 일하며 수많은 여성, 특히 일하는 여성들을 만났다. 그들이 처한 현실과 다양한 삶의 고충을 마주하면서 여성을 병들게 하는 것, 여성의 건강이 그들의 삶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여성 건강과 인권에 관한 주제로 번역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피임을 모른다’(도서출판 파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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