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지 못한 성관계 ‘모닝 필’이 있다

준비하지 못하고 성관계를 갖게 되더라도 절망하긴 이르다. ‘모닝 필’이 있다. 바로 사후 피임약을 이르는 말이다. 피임을 하지 않았거나, 콘돔이 찢어졌거나, 질외사정에 실패했거나, 이 모든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피임법이 바로 응급 피임법이다.

응급 피임법은 크게 두 가지 방법, 사후 경구피임약과 구리 루프가 있다. 그러나 사후 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제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구토·부정출혈·유방통 등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구리 루프 또한 골반염의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플랜 B’로, 그야말로 응급시에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사후 피임약은 배란을 막거나 난관의 운동성을 통해 정자가 난관을 통과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자궁내막을 변형시켜 착상을 막는다. 만약 수정란이 착상된 후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성관계 후 최대한 빨리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늦어도 3~5일 이내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72시간 안에 한 번 복용하거나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하며, 생리주기 내 1회만 복용할 수 있다. 성관계 후 24시간 내에 복용하면 95%, 48시간 내에 복용하면 85%,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58% 확률의 피임효과가 있고 120시간이 지나면 복용해도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100%의 성공률을 기대할 수는 없고 생리가 늦어지면 반드시 임신 테스트를 해야 한다. 복용 후에 토했다면 다시 새 약을 복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후 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일반의약품(OTC)으로의 전환이 검토된 적이 있지만 의료계와 종교계의 반대로 무산됐고, 병원에서 의사의 상담을 통해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사후 피임약의 종류는 ‘레보노르게스트렐’과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 두 가지로 나뉘는데, 성분에 따라 그 작용도 차이가 있다.

레보노르게스트렐은 고용량의 프로게스틴으로 구성된다. 사전 피임약의 프로게스틴 함량에 비해 10~15배 이상이 함유돼 있다. 프로게스틴은 배란을 억제시키거나 지연시키는 성분이다. 고용량 프로게스틴으로 자궁경부의 점액이 끈끈해져서 정자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오는 출혈로 자궁 내벽을 허물어 착상을 방해하는 원리다.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하며, 빠르게 복용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 국내에 시판 중인 제품으로는 노레보원ⓡ과 포스티노ⓡ 등이 있다.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는 선택적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조절체(SPRM)다. 배란은 난자가 저장돼 있던 난포가 파열돼 난자가 배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울리프리스탈을 배란 전에 투여하게 되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난포가 파열되는 것을 늦춰 배란을 억제 또는 지연시킨다. 또 정상적인 자궁내막을 변화시켜 착상을 방해하고, 드물기는 하지만 착상된 수정란을 파괴시켜 생명윤리적 논란이 있기도 하다. 성관계 후 5일까지 복용이 가능하다. 제품으로는 엘라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