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리
고사리는 북극처럼 아주 추운 곳을 제외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라는 아주 오래된 양치식물이다. 그 역사만큼 식용하는 곳도 많지만, 단언컨대 한국만큼 많이 먹는 곳은 없다.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 등지에서는 ‘고비’라는 고사리와 유사한 식물을 먹지만 대중적이지 않고, 서양이나 북미 등지에서도 특이한 요리를 하는 고급 식당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고사리 요리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고사리는 흔히 나물만 떠올리지만,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이다. 잎과 뿌리줄기 모두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고, 뿌리줄기는 전분이 있어 떡이나 빵을 만들 수도 있으며, 그 외에 튀김·피클·샐러드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약으로도 사용됐다.
약재로서의 고사리는 궐채(蕨菜)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에는 ‘열을 내리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고 적혀 있다. 중국 본초도감에는 ‘열을 내리고 장을 윤택하게 하며 담을 삭이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서 감기로 인해 열이 나거나 이질·황달·고혈압·장풍열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현대적인 말로 하면 급성 감염질환 등에서 살균·살충 작용을 해 열을 내려주고 부종을 감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물론 약재로는 훨씬 더 좋은 것들이 있으므로 현대 한의학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식품으로서 고사리는 일단 섬유질이 풍부해서 특유의 식감을 제공하며 비타민C와 비타민B2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철분과 칼슘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와 노년기 어르신, 빈혈이 있는 사람, 임신부에게 매우 좋은 음식이다. 또한 ‘산 중의 쇠고기’라 불릴 정도로 식물성 단백질이 많고 칼로리는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훌륭하다.
TIP1. 고사리를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고사리에 대해 안 좋은 속설들이 있는데 한의서에도 ‘오랫동안 먹으면 안 된다. 양기가 줄어들게 되고 다리가 약해져서 걷지 못하게 되며 눈이 어두워지고 배가 불러 오른다’는 기록이 있다. ‘양기가 줄어든다’를 확대 해석해서 ‘정력이 약해진다’라는 속설로까지 퍼졌고, 중국의 백이숙제 고사에는 ‘고사리를 먹고 죽었다’고 하는데, 이는 생으로 먹은 경우로, 근거는 있지만 맞는 말은 아니다. 고사리에는 티아민 분해 효소가 있어 체내의 비타민B1과 적혈구를 파괴해 각기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런 속설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날것으로 먹었을 때의 일이고, 우리가 섭취하는 것처럼 삶거나 끓이면 효소가 거의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즉 이런 속설은 어디까지나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고사리를 생으로 먹었을 때 일어날 수 있던 일이다.
TIP2. 고사리 괴담=‘고사리가 비소 등의 중금속 물질을 흡수하므로 삶는 과정에서 중금속에 중독돼 섭취 시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을 흡입하게 된다’는 괴담이 있다. 실제 고사리에 ‘티아미나제’와 ‘타킬로사이드’라는 성분이 있지만, 조리과정에서 거의 없어지므로 큰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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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용은 누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사상체질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와 입원 프로그램을 통한 추나치료로 정골 추나뿐 아니라 근육·인대까지 교정하는 경근 추나를 활용해 척추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임성용한의원에서 대표원장으로 진료하고 있다. 남양주시 한의사협회 이사, 심평원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을 맡고 있다.